소설리스트

프랜차이즈 갓-1005화 (1,005/1,270)

프랜차이즈 갓 1005화

237장 AI카지노 (5)

하수영은 손에 쥔 큼직한 구운 살덩이를 말없이 입에 밀어 넣었다.

마지막까지 꼭꼭 씹어 삼킨 후, 입가심으로 와인까지 마시고 난 뒤 입을 열었다.

"벌써 은퇴하시게요?"

반응을 기다리며 잔뜩 긴장하고 있던 코즈펠트는 펄쩍 뛸 정도로 놀랐다.

예상하지 못한 반문이었고, 정말 예상하지 못하는 각도로 푹 찔러 들어왔기 때문이다.

"아니! 그, 그걸 어떻게 아셨습니까!"

"그야 코즈펠트 이사님이 프랑스 좋자고 황비버섯 농장 유치를 할 이유는 없으니까요. 은퇴하고 프랑스가서 황비버섯 농장 관리하면서 유유자적하게 지내려는 거 아닙니까?"

"그, 그걸 어떻게…… 아니, 프랑스 진출 권유 하나만 듣고 어떻게 거기까지 단숨에 도달할 수 있는 겁니까? 이건 상상력이 너무 지나친거 아닙니까?"

"어쨌든 맞췄잖아요? 그럼 된 거 아닌가요?"

"그, 그건 그렇지만…… 아니, 대체 어떻게 아신 겁니까?"

"그냥 딱 보면 압니다."

하수영은 다시금 와인을 한 모금마시며, 쓸쓸한 눈빛을 지어 보였다.

"일해야 할 때가 지금이란 걸."

"철저히 외면하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나태로운가."

"분분한 일감."

"야근이 채근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굴러야 할 때."

"그런데 이 중요한 때에 프랑스에서 유유자적하게 은퇴 라이프를 즐기겠다고요?"

살벌한 눈빛이 쳐다보자 코즈펠트 이사는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이상하게 손끝에서 식은땀이 배어 난다.

사실 그는 이제 슬슬 은퇴하고 프랑스에서 농장을 가꾸며 살고 싶었다.

자신은 농사에 관해서 아는 게 별로 없다.

그래도 농사는 짓고 싶다.

때문에 실패할 일이 없는 황비버섯농장을 맡고 싶었던 것이다.

무엇보다 프랑스에서 황비버섯농장을 세울 경우, 가장 중요한 것은 관리인의 '영업 수완'이다.

지금 중국의 황비버섯농장에서 류이에 회장이 맡고 있는 역할을 보면 알 수 있다.

농법 자체야 하수영이 이미 완성을 해뒀으니, 생산품을 얼마나 비싸게, 그리고 많이 잘 팔아먹느냐가 중요하다.

그런 거라면 자신이 있어서 은근히 이야기를 꺼냈는데, 이런 반응이라니.

"프랑스 황비버섯농장? 얼마든지 관리를 맡길 수 있습니다. 인센티브도 팍팍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안 돼요."

"회장님."

"제가 어떻게 알았냐고요? 은퇴할 자격이 없음에도 은퇴를 준비하는 게으른 인재의 눈빛이란 다 똑같습니다."

너무 잘 안다.

수많은 전생 속에서 온갖 인재들을 부리며, 끝없이 그들의 사직을 반려 해 왔기에.

"겉으로는 썩은 동태 같은 눈빛이면서, 정작 그 안에는 자신의 은퇴이후의 삶에 대한 뜨거운 열정이 가득하죠!"

사슴고기를 자르는 하수영의 손길이 어느덧 거칠어져 있었다.

씩씩거리는 콧김이 여기까지 느껴지는 듯하다.

"그 열정을 차라리 현직에 모두 쏟아붓고, 모조리 태워 버리란 말입니다! 그 이후에 다시 애프터버너를 가동하고! 연료도 재충전하고! 또 불태우고! 그렇게 엔진이 닳아서 없어질 때까지 일을 해야 하거늘!"

"……."

"은퇴요? 지금 코즈펠트 이사님은 한창 일을 해야 할 때입니다. 앞으로 제가 록히드마틴에서 또 얼마나 주문을 할지 알고, 클레임 전담자가 회사를 떠나겠다는 겁니까?"

"저는 너무 오래 일을 했습니다. 회사는 이제 제가 없어도 잘 굴러가고, 또 몸도 예전 같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럼 농장 차려줄 테니까 주말농장 한다 생각하고 한 번씩 왔다 갔다 하면서 기력 충전하세요. 저도 더 이상은 양보 못 합니다."

코즈펠트는 당혹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감동을 받았다.

하수영이 이렇게까지 적극적으로 말릴 정도로 자신을 좋게 보고 있었다니.

뭔가 회사를 위해 그간 바친 노력을 외부인에게서 인정받으니 기분이 좋았다.

"알겠습니다. 그럼 은퇴는 한동안 미루고, 수영농장과 록히드마틴, 아니 나아가 우리 미국의 군수산업과의 관계를 위해서 더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네, 아주 좋습니다. 아, 그리고요. 혹시라도 오늘 밤 꿈에 늙어버린 자기 자신이 나타나서 STAY니 STOP이니 뭐니 해도 그냥 무시하세요. 그거 개꿈일 거거든요."

"예?"

코즈펠트는 이게 무슨 말인가 싶어서 당황했고, 하수영은 주제를 대충 흘렸다.

"그런데 왜 하필 프랑스인가요?"

"자연 풍경 하나는 아름다운 도시이지 않습니까. 황비버섯농장이 아직 진출하지 않았으면서, 유럽에서는 또 황비버섯에 대한 수요가 가장 높은 나라이고요."

황비버섯농장이 새로이 진출하기에 충분히 좋은 조건을 가진 나라인 것이다.

"프랑스를 허브로 해서, 유럽의 모든 황비버섯시장을 석권하는 게 제 은퇴 이후의 미래이기도 했습니다. 물론 회장님의 그늘 아래서 말입니다."

"마음에 듭니다. 안 그래도 유럽에도 슬슬 전진기지를 세워야 하는데, 적당한 인물이 없어서 일 년 넘게 미루고만 있었거든요."

"하하, 황비버섯 농장이라면 아무한테나 대충 맡겨도 폭발적인 이익을 남길 텐데요?"

"아니죠. 유럽입니다. 아시아 자본이 들어와서, 그것도 식량 같은 근본 중의 근본 사업으로 떼돈을 긁어간다? 당장 배 아픈 프랑스 시민들이 툭하면 레볼루숑! 하면서 농장에 불을 지르지 않을까요?"

"……."

코즈펠트는 조금 놀랐다.

예상을 못 해서가 아니라, 그 부분 역시 자신이 잘 대처할 수 있으리라 자부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하수영도 거기까지 고려해서 아직 유럽에 진출을 하지 않은 것이라니.

"류이엔 회장은 중국에서 황비버섯재배와 판매를 문제없이 컨트롤하고 있죠. 10년 치 매출을 미리 저한테 꽂아줄 정도로 말입니다."

코즈펠트의 접시에는 다시금 수북한 고깃덩어리가 담겼다.

이걸 과연 다 먹을 수나 있을까, 하고 코즈펠트는 쓸데없는 걱정을 했다.

"프랑스는 유럽의 중국이라고 불릴만큼 거친 나라입니다. 그곳에서 유럽 시장 전체를 상대로, 툭하면 '너 독점!' 행패나 부리는 유럽연합 이사회와 맞짱 뜨면서 이익을 지킬 수 있는 사람?"

하수영은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사람, 별로 없거든요. 그래서 유럽 직접 진출은 미루고 있었죠."

"그러셨군요."

"코즈펠트 이사님의 협상력, 영업능력이면 주말농장으로 쉬엄쉬엄해도 충분할 겁니다. 연봉은 수익의 10%를 약속하죠."

10%라는 말에 코즈펠트의 눈이 빛났다.

황비버섯은 전 세계적으로 인기 많은 식재료, 곡물, 육류, 어류, 그 다음에 황비버섯이라고 할 정도로 많이 쓰이는 인기 식재료다.

단지 비싸서 문제지만, 그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프랑스에 농장을 차리면 천문학적인 돈을 벌어들일 것이다.

지금 록히드마틴에서 임원으로 일하며 받는 성과급은 아무것도 아니 리라.

"실망하지 않으실 겁니다."

"알고 있습니다."

***

하수영은 한동안 미국에 머무르며, 카지노 등 여러 사업체들을 점검했다.

특히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랩터 킬러, 메탄 포집 사업 등을 중점적으로 살폈다.

엠파이어 스테이트는 이제 공실률이 제로를 달성해서 아무 걱정이 없었다.

무선 전기 수신칩을 단 랩터 킬러들은 이제 충전이 필요 없이, 무한히 작전을 펼칠 수 있게 되었다.

연료 1/3 법칙이라는 게 있다.

이동하는 데 1/3, 귀환하는 데 1/3, 비상을 대비한 1/3, 이렇게 연료를 분배하는 개념이다.

그간 랩터 킬러는 충전량의 1/3을 소모하면 귀환을 해야 했다.

그 덕분에 최대 이동거리에 비해 활동 범위를 겸손하게 잡아야 했다.

하지만 무선 전기를 단 이상,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이 구역의 농가들은 장수말벌들이 얼씬도 못 하게 제가 확실하게 책임을 지겠습니다."

"정말입니까?"

"네, 랩터 킬러를 이번에 대대적으로 업그레이드를 했거든요. 아무 문제 없습니다."

농무부 차관은 반색을 하면서도 우려를 숨기지는 못했다.

"그래도 이전에 비해서 10배 이상 수색 구역이 넓어졌는데, 이걸 정말 감당하실 수 있을지…… 만약 잘못 돼서 꿀벌들이 노출되면 농가가 더 큰 피해를 입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이해합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절대로 방어선이 뚫릴 일은 없을 겁니다."

"네, 그럼 믿고 농가들에도 그렇게 세이프 랩터 존을 알려주겠습니다."

랩터 킬러 활동 영역을 훨씬 더 넓혀도 아무런 문제는 없다.

그러나 하수영은 적당히 필요한 만큼, 생색낼 만큼만 영역을 넓혀서 통보했다.

그것만 해도 농무부가 고마워서 어쩔 줄 몰라 하며 랩터 킬러를 찬양하지 않는가.

활동 구역을 더 넓히지 못하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고,

-마스터, 통신사가 통신 채널 할당구역을 더 넓혀주면 랩터 킬러의 활동 범위를 더욱 넓힐 수 있습니다만.

"활동 범위 비례해서 돈 더 달라고 하는데 뭐하러? 하여튼 통신사란 것들은 미국이나 한국이나 다 통신요금 빨아먹으려고 혈안이라니까."

-지금도 통신요금이 너무 과한 수준입니다.

"지금 저놈들이 보조금 나온다고 믿고 뻗대는 거지. 일단 놔둬."

한국에 있는 프리덤이 랩터 킬러를 통제하기 위해서는 미국 통신사의 통신망을 써야 한다.

그래서 하수영은 미국 통신사에 막대한 데이터요금을 내고 있다.

그리고 미 농무부가 그 데이터 요금만큼 하수영한테 보전을 해준다.

때문에 통신사는 아무런 양심의 가책 없이 막대한 요금을 부과하고 있었다.

-어차피 무선 전기 수신칩을 통해서 데이터통신이 가능하니, 이제는 통신사 망 이용은 끊어버리는 게 어떨까요?

"그러면 외부에서 보기에 이상하잖아. 통신 같은 것은 국가안보와도 연관이 깊고, 무선 전기가 공개될 수밖에 없겠는데."

-그렇다면 트래픽 용량을 서서히, 30%까지 줄이도록 하겠습니다. 데이터 압축 전송 업그레이드를 통해 정보 송수신량을 줄였다고 하면 될 거 같습니다.

"그렇게 하자. 내 돈은 아니지만 이쁘지도 않은 통신사들 돈 잔뜩 벌게 해줘서 뭐하냐. 농무부도 돈 아낄 수 있게 해줘야지."

***

하수영은 미국 일정을 마친 뒤, 다시 한국으로 조용히 돌아왔다.

언론은 그의 방미 일정, 한국 복귀를 전혀 다루지 않았다.

한국 경제계 입장에서 보면 꽤 굵직한 건수들을 다루고 돌아왔는데도, 눈길조차 주지 않는 것이다.

하수영이 자기들에게 광고료 한 푼 집행하지 않는 것에 대한 나름의 항의였다.

물론 마이웨이가 강한 하수영은 그런 점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하수영은 인천공항에 내리자마자 곧바로 닥터헬기로 바꿔 타고 울릉도로 향했다.

울릉도 양식업자이자 젊은 신임 군수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눴다.

"제가 미국 가 있는 동안 양식장에 별일은 없었습니까?"

"일본 순시선들이 한 번 양식장 근처로 가까이 온 거 말고는 큰일은 없었습니다."

"저런, 줌왈트가 잘 처리했나요?"

"예, 소리 없이 뒤에서 나타나서 선체로 밀어내던데요. 순시선은 부딪치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엔진을 돌려서 달아났고요."

"쪼끄만 순시선 주제에 1.6만 톤짜리와 부딪쳤다가는 그대로 용궁행이 죠."

"참, 회장님. 기쁜 소식이 있습니다."

"뭡니까?"

"회장님이 후원해 주신 양식업자 중에서 전액 상환자 몇 명이 나올 거 같습니다. 그래서 미리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군수의 얼굴에는 기쁨이 가득했다.

원래라면 10년 이상은 걸릴 거라고 생각했지만, 양식업이 너무 잘돼서 대출금을 금 갚을 수 있게 되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