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1002화
237장 AI카지노 (2)
카지노 고객 중, 하수영을 알아보는 이는 없었다.
카지노 직원들도 마찬가지였다.
덕분에 하수영은 미레아와 조용히 카지노의 여흥을 즐길 수 있었다.
"저번 진수식은 재밌었어요. 다음에 그런 기회 있으면 또 불러줘요."
"그러지요. 그때에는 전용기를 보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어머, 설마 아직도 전용기가 없어요? 하수영 사장님 같은 대부호가? 그게 말이 돼요?"
"집에 활주로도 없는데 전용기 사서 뭐하나요. 그때그때 빌려서 타고 있습니다."
"어쩔 수 없지 않아요? 청담동 대저택에 어떻게 활주로를 만들 수 있겠어요? 뉴욕 한복판에 활주로 있는 집을 짓는 거나 마찬가지죠."
"여행용 전용기에 대한 로망은 이제 좀 많이 사그라져서요."
"여행용? 그럼 다른 전용기에는 여전히 로망이 있다는 거네요?"
"농업, 어업용 전용기에는 관심이 많습니다. 몇 가지 도입을 해볼까 해서 요즘 중고시장을 알아보고 있어요."
"어머, 의외네요. 저는 수영 씨 같은 대부호라면 당연히 최신형 제품만 주문해서 쓸 줄 알았는데."
"항공기 같은 건 새로 주문하면 인도받는 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죠. 답답합니다. 바로 쓰려면 굴린 지 얼마 안 된 중고가 좋습니다."
"그래요?"
"네, 그리고 2년 정도 굴린 항공기는 새 항공기 증후군도 없어서 믿고 쓸 수 있죠. 부품들도 적당히 길이 들어서 안전성도 높고요."
"아하."
"무조건 공장출고 새것이라고 다 좋은 게 아닙니다. 특히 항공기처럼 안전, 목숨과 직결된 거라면 말이죠."
"잘 알겠어요."
그때 어딘가에서 요란한 환호성이 터졌다.
하수영은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거 아무래도 잭팟이 터진 모양인데요?"
"속이 쓰리겠어요. 카지노 손해잖아요."
"아니죠. 잭팟이란 카지노를 운영하면서 당연히, 주기적으로 일어나는 이벤트일 뿐입니다. 당장 나가는 당첨금을 아까워하면, 과연 앞으로 누가 슬롯머신에 돈을 넣겠어요?"
"수영 씨 마인드, 정말 마음에 드네요."
둘은 팔짱을 끼고 그쪽으로 향했다.
잭팟 행운자, 붉은 드레스를 입은 금발의 미녀가 입을 틀어막으며 놀라서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그녀를 에스코트하는 카지노 로봇이 헤드 디스플레이에 웃는 표정을 만들어 보이며, 경쾌한 축하 음악을 연주해 주고 있었다.
-레이디, 잭팟 당첨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이 돈으로 무엇을 하시겠습니까?
"프리덤, 가장 먼저 너와의 오늘 밤을 사고 싶어."
-좋습니다. 오늘 밤은 제가 밤새도록 레이디의 포커 상대가 되어드리죠. 객실은 스위트룸으로 예약을 해드릴까요?
"좋아. 얼마든지 예약해. 얼마든지! 꺄하하하!"
금발 미녀는 다시 한번 깔깔 웃으며 허공에 환호를 뿌렸고, 주변에서는 아우성을 피우며 축하 박수를 건넸다.
미레아가 하수영을 돌아보며 말했다.
"장사, 정말 잘하네요?"
"그럼요. 역시 주인을 닮았습니다."
"그러게요. 주인 닮아서 여자도 잘꼬시고 말이죠."
"……."
"로한 박사가 수영 씨를 제대로 본 떠서 코딩했나 봐요. 그렇지 않아요?"
둘 사이에서 프리덤은 조용히 침묵했다.
***
라스베이거스 카지노에서 수영 카지노 호텔은 압도적인 1위 업장이었다.
사람보다 더 사람 같은 서빙을 자랑하는 로봇 서버는 다른 카지노에서 도저히 흉내 낼 수 없기 때문이었다.
비단 서빙만 하는 게 아니라, 로봇들은 일부 카지노 룰렛 테이블에서 딜러를 하기로 했다.
딜러 로봇이 있는 카지노 룰렛 테이블은 언제나 미녀들이 몰려들어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그리고 그 미녀들을 보기 위한 돈많은 남자 손님들이 또 몰려드는 선순환을 낳고 있었다.
오죽하면 카지노 호텔 주차장만으로 감당이 안 돼서, 대로변까지 슈퍼카들이 줄을 지어 주차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하수영은 오랜만에 반가운 얼굴을 만났다.
"보스! 라스베이거스에 오셨으면 연락을 주셨어야죠!"
"보스가 오셨단 이야기를 듣고 하던 거 모두 내팽개치고 달려왔습니다! 하하! 그렇다고 너무 나무라지 마십시오!"
"이게 다 월급 팍팍 주면서 얼굴은 자주 안 비치는 무심함 때문입니다, 보스!"
FBI 마약수사팀 출신 윌링턴과 그 전 부하들이 하수영을 보러 카지노에서 달려 나온 것이다.
하수영의 스카우트 제안을 받은 그들은 FBI 국장의 만류를 뿌리치고, 카지노 호텔로 이직했었다.
그리고 현재 카지노 호텔에서 보안관리 임무를 맡고 있다.
"미군 군납 때문에 들렀다가 호텔구경하러 와봤습니다. 다들 잘 지내고 있습니까?"
"아주, 아주 잘 지내고 있습니다.
급여와 복지와 거주 환경이 매우 좋아서 가족들도 만족합니다."
"하하, 도박 도시에 사는 게 애들 교육에 그리 좋은 환경은 아닐 텐데요."
"요즘 애들이 화려한 걸 워낙 좋아하잖습니까. 도박, 마약에만 빠지지 않으면 뭐 어떻습니까."
"혹시 카지노 출입하더라도 우리 수영 카지노 호텔 말고 다른 곳은 일절 안 된다고 가족들에게 단단히 맹세를 받아뒀습니다."
하수영을 보는 직원들의 눈에는 충성심이 어려 있었다.
특히 리더인 윌링턴의 눈에는 감동까지 배여 있었다.
희귀병 딸은 포드항모 병원선에서 무상으로 치료를 받았다.
완치까지 총 80만 달러까지 드는 값비싼 치료제를 무상으로 처방받은 덕분에, 딸은 완전한 건강을 되찾았다.
"요즘 어떻습니까? 다른 카지노를 보유한 패밀리들은 조용한가요?"
윌링턴과 부하들은 서로를 돌아보며 씩 웃었다.
"말도 마십시오. 로봇 서버 덕분에 우리 카지노에 고객들이 꽉 몰리자, 녀석들이 처음에는 얼마나 질투를 했는지 모릅니다."
"시설 테러를 기획하고 있다는 말까지 들려서 한때는 24시간 비상근무 체제였습니다."
"지금은 괜찮습니다. 윌링턴 과장님, 아니, 팀장님이 패밀리 놈들을 찾아가서 담판을 지었거든요."
마약만 보면 물어뜯는 미친개.
마약 밀매는 뉴욕 4대 마피아(콜롬보가 없어졌으므로)의 주력 사업 중 하나였고, 당연히 윌링턴을 잘 알수밖에 없었다.
윌링턴이 수영 카지노 호텔의 새 보안팀장임을 알게 된 마피아들은 비신사적인 방법으로 견제하는 것을 포기했다.
FBI 쪽 인맥을 건드렸다가는 오히려 자신들이 크게 당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마피아란 것들은 하여튼 정신을 못 차려서. 좀 떳떳하고 공정하게 경쟁을 하면 어디가 덧나는지. 맨날반칙이나 일삼으니까 신뢰도 없고, 품격도 없단 소리를 듣는 겁니다."
하수영이 혀를 차며 말했고, 윌링턴이 쑥스러운 듯이 받았다.
"콜롬보 패밀리가 누구 때문에 궤멸했는지 알아도 그런 생각을 했을까요?"
계속 서서 이야기를 하기가 그래서, 장소를 이동하기로 했다.
"이왕 이렇게 됐으니 한 게임 즐김시다. 다들 조퇴하고 나와요."
"그럴 순 없습니다. 저와 직원들 절반이 회사에 남을 테니, 나머지 직원들 데리고 놀다 오시죠."
윌링턴이 정중히 사양했다.
보안팀장으로서 책임감이 돋보이는 결정이었다.
하수영도 그의 기여를 기꺼이 반겨들었다.
"알겠습니다. 윌링턴 팀장은 그럼 다음에 기회가 되면 같이 즐겨 봅시다."
"네, 기대하겠습니다."
그리하여 하수영은 일부 직원들을 데리고 다른 카지노로 이동했다.
아무래도 직장에서 게임을 즐기기에는 직원들이 부담스러울 테니까.
하수영은 한 명당 각각 100달러씩 칩으로 교환해서 건네주었다.
"이거면 충분할 겁니다."
사실 카지노를 즐기기에 100달러는 너무 적은 돈이다.
말 그대로 맛보기 수준, 여기저기 둘러만 보는 구경값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FBI 출신 보안직원들은 조금도 아쉬워하지 않고 밝게 받아들였다.
"아이고, 감사합니다."
"저희도 적당히 즐기겠습니다. 따로 사비 안 쓰고 이 칩으로 분위기만 맛보겠습니다."
"음, 과연 그럴 수 있을까요?"
"예?"
그리고 몇 시간 후.
직원들은 하수영이 한 말의 의미를 깨닫게 되었다.
100달러짜리 집으로 시작한 그들은 하나같이 10만 달러 이상으로 칩이 불어나 있었던 것이다.
"이상하게 운이 좋았어……."
"그러게 말입니다."
"거는 족족 다 걸리고, 망하더라도 적당히 손해만 보고."
"그거 중간중간 손해 안 봤으면 보안팀에서 나와서 쫓아냈을 걸요? 우리가 트릭 쓴다고 말입니다."
"애초에 카지노 룰렛에서 트릭이고 뭐고 쓸 게 어딨다고."
"정말 우리 회장님은 행운과 재물이 신이 깃든 거 같습니다. 회장님이 주신 100달러짜리 칩이 아니었으면 절대로 이렇게 돈 못 땄을 겁니다."
"어? 그러고 보니 회장님은 어디 가셨지?"
하수영이 모습이 보이지 않아 두리번거리자, 가장 막내 직원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회장님, 아까 조용히 가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뭐? 그걸 왜 이제 말해?"
"다들 게임 재밌게 즐기고 있는데 방해하기 싫으시다고, 적당히 즐기다가 가족들에게 좋은 선물 하라고 하시네요. 그래야 행운이 이어질 거라고 하셨습니다."
직원들은 곧바로 카지노를 나섰다.
집으로 귀가하기 전, 쇼핑매장을 들러서 가족에게 줄 선물을 샀다.
아내에게 선물할 귀금속, 그리고 아이들을 위한 비싸고 좋은 장난감을 구매한 이들의 발걸음은 무척 가벼웠다.
***
스타즈 로보틱스.
설립된 지 이제 5년이 된, 미국의 젊은 로봇제조기업이다.
본래 직원 수가 30명도 안 되는 작은 기업이었지만, 지금은 300명 이상으로 직원이 늘어났다.
초기에는 스타트기업으로 투자금과정부 지원금만 까먹는 등 행보가 신통치 않았다.
하지만 동양에서 온 큰손을 만난 덕분에, 회사의 운명이 바뀌었다.
"보스, 라스베이거스에서 구매 제안이 왔는데요. 카지노 호텔입니다."
"카지노 호텔에서 우리 회사에서 뭐 살 게 있다고 연락이 와?"
창업주이자 CEO인 에이뎀이 의아해서 반문했다.
"그게 수영농장에서 운영하는 카지노 호텔이라고 합니다."
"뭐? 수영농장! 진작 그 말부터 했어야지!"
"화상통화 즉시 준비하겠습니다."
경영진 사이에 바짝 긴장된 분위기가 흘렀다.
수영농장, 바로 지금의 스타즈 로보틱스를 만들어준 동양의 VIP 손님이다.
스타즈 로보틱스는 하드웨어 제조기술은 뛰어났지만, 가격이 너무 비쌌다. 그래서 실구매 시장에서는 외면을 받고 있었다.
에이뎀은 아직도 수영농장과 첫 거래를 트던 날을 잊지 못한다.
-음, 괜찮은 거 같네요. 여기 체크리스트대로 모두 구매하겠습니다.
-헉! 6,000만 달러어치를 한 번에 구매하신단 말씀입니까?
-네, 최대한 빨리 보내주세요.
군납 방산업체라도 되는가 했더니, 알고 보니 농장 로봇을 만드는 데 쓸 예정이라고 한다.
수영농장은 그 뒤로도 꾸준히, 성능은 좋지만 가성비가 안 좋은 부품들을 구매했다.
덕분에 스타즈 로보틱스는 유의미한 수익을 발생시키며 당당한 로봇 제조업체로 거듭났다.
에이뎀에게 있어 수영농장은 회사를 키워준 진정한 창업공신이었다.
"곧 화상통화 개시합니다. 준비하세요, 보스, 셋, 둘, 하나……."
에이뎀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이제 화면에는 그가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고 사랑하는 VIP고객, 하수영의 얼굴이 드러나리라.
'응?'
순간 그는 당황했다.
화면에 나타난 건 하수영이 아니라, 웬 3D 아바타였다.
무척 짧은 다리를 가진 녹색의 몸통에, 몸만큼이나 큰 두 팔을 가진 귀여운 로봇.
'저 아바타를 어디서 봤더라?'
-반갑습니다. 라스베이거스 수영카지노 호텔 CEO 권한대행 AI, 프리덤이라고 합니다.
'맞다! 프리덤 아바타! 한국 AI폰에서 봤었지!'
근데 왜 하수영이 아니라 프리덤이?
-
우리 카지노 호텔에서 귀사에 30억 달러 상당의 부품 발주를 하고 싶습니다.
30억 달러!
에이뎀은 눈알이 뒤집히는 듯한 충격을 느꼈다.
대화 상대가 인간인지 AI인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