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998화
236장 육 그리고 해공 (3)
전기 탱크!
아니아니, 무선 전기 탱크!
무게와 공간만 차지하는 배터리, 기름통 따위가 필요 없는 무선 전기 탱크!
그만큼 더! 더! 많은 포탄을 실을 수 있는 무선 전기 탱크!
멈추지 않는 무한궤도로 마음껏 질주하는 무선 전기 탱크!
강력한 전기파워팩으로 힘차게 참 호를 돌진하고, 시가지를 깔아뭉개는 무선 전기 탱크!
이 얼마나 멋진 존재란 말이던가!
이 얼마나 멋진 단어 조합이란 말이냐!
'전기 탱크를 개발한다. 전군에 도입한다. 적의 후방을 교란하고 방어진을 친다. 보급대는 뒤처질 뿐. 으하하하! 으하하하하!'
상상만으로도 행복해서 온몸이 녹아버릴 것만 같다.
보통 1개 기갑사단이 잡아먹는 기름만 하루에 약 200만 리터.
매일 그만한 기름을 보급하는 것도 정말 일이다.
특히 본토 습격을 받을 일이 없는 미국 입장에서, 탱크의 주전장은 해외전장이 된다.
그렇다 보니 매일같이 보급하는 게 일이다.
실전에서 보급이 촉박한 경우에는 빌어먹을 공군 놈들에게 굽실거려야 할 때도 있다.
그러나 유류 필요성이 사라지는 것만으로, 육군 전체의 보급 부담이 대폭 줄어들게 된다.
연료통이 사라진 탱크는 더욱 강력한 화력을 뿜을 수 있게 되고, 보급 부담은 없어지고.
이 얼마나 획기적인 전략 무기란 말인가!
'그 많은 해외 주둔지에 기름을 보급해야 하는 통상업무도 싹 사라진다. 그리고 우리 미합중국 육군의 탱크는 무적 탱크 부대가 된다.'
육군에는 탱크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무선 전기는 다른 병종에도 적용할 수 있으며, 무한한 장점을 만들어낼 수 있다.
육군항공대 모터헬기나 프로펠러정찰기가 연료 걱정 없이 무한히 비행할 수 있다든지…….
험악한 야전에 꾸린 주둔지에서도 전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는지…….
장갑차와 수송차량 등을 모조리 전 기차로 바꿔서 병력 이동과 보급을 훨씬 용이하게 한다든지…….
그러나 그런 장점은 지금 레넌 총장의 눈에 보이지 않았다.
그는 지금 오로지 전기 탱크라는 단어 하나에 꽂혀 있기 때문이었다.
3군 총장들이 침을 질질 흘리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하수영은 태연한 얼굴로 자기 할 말만 했다.
"원래 2세대 농장 드론은 장수말벌같은 해충뿐만 아니라 유해 조수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자는 생각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무선 전기 전투함! 무선 전기 전투 함!
해군총장은 그런 외침이 튀어나오려는 것을 가까스로 억누른 채, 하수영이 듣고 싶어 할 거 같은 질문을 해주었다.
"하드웨어 부품은 거의 다 미국 군수업체에서 주문 구매하신 거라고 하셨습니까?"
"네, 맞습니다. 소프트웨어와 외장갑 프레임을 제외하면 전부 다 미국산이죠."
"가격은 얼마나 들었습니까?"
"이거 몇 기가 모이면 F-16도 살수 있을 정도일 걸요?"
"그 작은 드론이 그렇게나……."
공군이나 해군에서 운영하는 전투기 형태의 무인기는 길이가 10미터가 훌쩍 넘는 것들도 있다.
하지만 저 드론들은 높이가 50㎝, 지름이 1m짜리 원통 크기의 몸체를 지녔을 뿐이다. (날개의 크기는 별도, 몸체만.)
그런데 몇 기가 모이면 F-16 전투기도 살 수 있을 정도라나.
눈이 튀어나오게 비싼 것은 분명했다.
'그래서 군에서 도입하면 드론계의 F-22가 될 거라고 했군.'
F-22 스텔스기.
성능과 전투력 하나만큼은 미래에서 타임머신을 타고 온 전투기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압도적인 전투기.
하지만 제조비용과 유지비용 역시 말도 안 되게 압도적이어서, 결국 생산중단을 맞이한 비운의 모델.
'하드웨어는 중요하지 않다. 프리 덤 AI를 무인전투 시스템에 접목할 수만 있다면, 군사력은 몇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다.'
3군 총장은 안타까운 흥분 때문에 미쳐 버릴 것만 같았다.
무선 전기와 프리덤!
세계 전쟁의 판도를 바꿔 버릴 차세대 군사기술이 2개씩이나!
다른 곳도 아니고, 농장에서 개발해서 쓰고 있다니!
이 무슨 신의 장난이란 말인가!
"아, 물론 새를 죽일 수 있을 고출력 레이저 장비를 이 조그만 드론 몸체에 욱여넣는 것은, 아무리 천조국 군수업체라 해도 아직은 불가능하더군요."
하수영은 못내 아쉬움을 드러내며 말을 이었다.
"그래도 새들이 공포심을 느끼고 깜짝 놀라서 달아날 강도의 레이저공격을 하는 정도는 가능했습니다. 랩터 킬러의 레이저는 너무 약해서 벌레 날개나 다리를 지지는 정도밖에 안 됐거든요."
물론 레이저 출력이 높아진 만큼 더 많은 전기를 먹게 됐고, 드론 몸집이 커지고 무거워진 만큼 더 많은 전기를 먹게 됐으며,
"결국 무선 전기가 아니면 가동을 하는 의미가 없는 놈이 돼버렸죠."
"……."
"레이저 장비를 빼고 다른 용도로 활용하면, 재래식 배터리로 그럭저럭 쓸 순 있습니다. 하지만 레이저장비를 쓴다면, 구 배터리로는 몇 방 쏘자마자 곧바로 추락할 겁니다."
"그래서 무선 전기를 탑재할 수밖에 없었다……."
"네, 그렇습니다."
공군 참모총장이 날카로운 표정으로 질문을 던졌다.
"그렇다면 무선 전기는 언제 개발된 겁니까? 무엇을 목적으로 개발된 겁니까?"
"그건 기밀 취급인가 영역은 아닌데요."
"으아아! 죄송합니다!"
한껏 진지한 표정을 지었던 공군 참모총장은 바로 얼굴이 찌그러지며 거듭 사과했다.
하수영은 가슴을 펴며 말했다.
"뭐, 이왕 세 분 총장님께 이리 말한 거 속 시원하게 말씀드리죠. 원래 이왕 늪에 끌어들일 땐 발목이 아니라 머리까지 다 빠뜨리라고 하잖아요?"
세 총장은 순간 생각했다.
우리 지금 뭐 위험한 동굴에 잘못 들어와서 갇힌 것은 아니지?
"제가 얼마 전에 핵융합 발전소 하나 만들었잖아요. 농사에 쓰려고요."
"……정말 농사에 쓰려고 만드신 거였습니까."
"저희는 당연히 에너지 시장을 지배하기 위해서 투자하신 줄 알았습니다만……."
"에너지 시장은 칼로리 시장 말고는 큰 흥미가 없어서요. 아무튼 농사지으려고 발전소까지 만들었는데, 아니 공공기관이라는 놈들이 지들 카르텔 지키려고 훼방을 놓지 뭡니까? 그깟 같잖은 송전선 가지고 말입니다."
"아, 그래서……."
"네, 그래서 우리 에릭 로한 박사가 송전선이 필요 없는 우회로를 개발했습니다. 근데 이게 농사에도 제법 유용하더라고요."
"어디 농사에만 유용하겠습니까? 온 세계의 모든 문명이 폭발적으로 변화할 겁니다."
"그래서 공개를 안 하기로 했습니다. 배터리 기업이고 태양광 기업이고 모두 망하게 생겼잖아요."
그제야 3군 총장들은 핵융합과 결합한 무선 전기가 산업시장에 어떤 폭풍을 불어올지에 생각이 미쳤다.
배터리 제조회사를 비롯하여, 세계적으로 줄줄이 도산하는 기업들이 넘쳐날 것이다.
무선 전기사업은 승승장구하겠지만, 대신 전 세계 경제는 몇 걸음은 후퇴하게 되리라.
"공개 안 하고 저하고 아주 친한 주변 사람들만 몰래몰래 쓰면, 세계 경제에 타격이 없겠죠. 전 3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는 걸 원치 않습니다."
농담이 아니라 무선 전기가 빠르게 보급되면 세계대전이 일어날 수도 있었다.
무선 전기 때문에 망한 열강들이 손해를 보전하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극단적인 방법을 모색할 수밖에 없을 테니까.
"그럼 이번에 랩터 킬러에도 모두 무선 전기가 들어간 겁니까?"
"네, 6번 컨테이너에 들어 있던 게 수신장치였습니다. 아, 수신장치는 잃어버려도 상관없어요. 일종의 신용 카드 같은 거라고 보시면 됩니다."
분실하면 그 즉시 정지하면 그만인 신용카드.
"원래 랩터 킬러 무선 전기 개조는 국방부 장관님과 대통령만 아는 극비가 될 예정이었어요. 그런데 제가 잘못 가져온 신형 드론이 육군 근뇌파와 엮이면서 일이 이렇게까지 돼버렸네요."
하수영은 3군 총장을 천천히 둘러보며 사과했다.
"불필요한 비밀에 끌어들여서 세 분에게는 정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아닙니다. 이게 왜 불필요한 비밀입니까. 그렇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하지만 여러분들은 이제부터 평생 지켜야 하는 비밀 하나를 짊어지고 가게 생겼잖아요. 적어도 무선 전기가 세상에 공개되는 그 날까지는, 손발톱 20개가 모조리 뽑히고 눈알이 도려내져도 발설하지 않고 지켜야 하는데, 그런 부담을 안겨드리게 돼서 저는 죄송한 거죠.."
"……."
"지켜주실 수 있으시죠?"
"물론입니다. 육군 장성이라면 자결로서 국가기밀을 지켜야만 합니다. 그것이 의무입니다."
레넌 총장이 가장 먼저 씩씩하게 대답을 했고, 해군과 공군 총장도 정신을 차리고 얼른 덧붙였다.
"반드시 비밀은 지키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물론 그 둘은 넌을 몰래 째려보며 속으로 구시렁 거렸다.
'저 친구, 대체 뭐 하자는 거야?'
'아주 그냥 프리덤 드론과 무선 전기에 눈이 멀어서 정신을 못 차리는 군 그래.'
'그런다고 육군이 그것들을 도입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보지? 이번에 육군 근뇌파가 저지른 결례는 생각도 안 하나?'
'하여튼 땅개 놈들은 염치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다니까.'
'프리덤 드론, 그리고 무선 전기는 우리 공군이…….'
'우리 해군이……."
'먼저 도입한다!'
'몽땅 가진다! 하수영 원수님은 우리 해군과 같은 바다사나이시라고!'
'우리 공군처럼 하늘을 중요시여기는 군인이라고!'
그렇게 3군 참모총장들은 같은 침대 위에서 서로 다른 꿈을 꾸었다.
***
"야, 자연스러웠지?"
-네, 처음부터 끝까지 아주 자연스러우셨습니다. 이것으로 미군은 무선 전기의 존재를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군요.
"정보 통제하고 있는데 냅다 내가 참모총장들한테 알려주는 건 모양새가 이상하잖냐. 미 대통령이 보면 자랑하고 싶어서 안달 난 거라고 오해할 수도 있으니까."
실수인 척 신형 드론 컨테이너를 가지고 왔을 때부터, 무선 전기의 존재를 미군 3군 전부에 알려준다는 계획이었다.
원래는 컨테이너가 압류당한 동안에 드론들이 위기를 느끼고 탈출한다는 시나리오였다.
하지만 레넌 총장이 덜컥 반환해 버리는 바람에 다소 돌아가야만 했다.
이 기회를 아예 근뇌파를 때려잡는 명분으로 삼자는 하수영의 제안백악관이 받아들였다.
그래서 국방부 장관이 부사단장을 은밀히 움직여 컨테이너를 다시 절 취하고, 샌더달 소장 등 근뇌파가 궁지에 몰리게 된 것이다.
"녀석들도 한가한 행정직으로 발령나서 머리도 좀 식히고 그러면 참된 군인이 될 테니까 좋은 일이지. 군인이란 것들이 입버릇처럼 공격, 공격, 공격만 외치면 나라 꼴이 어떻게 되겠어."
-그나저나 이대로는 약발이 조금 아쉬운 거 같습니다. 제안이 있습니다.
"뭔데?"
-원래 아예 입도 못 대본 것보다는, 한 입만 먹고 내려놓아야 갈등이 극대화됩니다.
"무료 체험하게 해주자고? 음, 나쁘지는 않은 거 같네. 무선 전기도 한번 써봐야 좋다는 걸 알 테니까."
-당연히 해군과 공군에만 베풀어야죠. 그래야 육군은 질투가 나고 배가 아파서 내장이 뒤집어질 겁니다.
"그래, 육군 놈들은 고통을 좀 받아야 해."
-랩터 킬러 통제권을 자꾸만 탐낸 벌을 제대로 받아야죠.
***
하수영은 해군 참모총장을 먼저 만나서 저녁 식사를 가졌다.
독대였기에 둘 사이의 대화는 누구도 알 수가 없었다.
다음 날에는 공군 참모총장을 만나서 독대 및 저녁 식사를 했다.
그 소식은 귀를 예민하게 곤두세운 육군한테도 들어갔다.
"오늘은 그럼 우리 육군 차례로군."
"랩터 킬러와 근뇌파 때문에 언짢은 마음이 어느 정도 남은 모양입니다. 우리 육군을 가장 마지막으로한 걸 보면 말입니다."
"그 정도야 감내해야 할 일이지.
난 아무렇지 않네."
"역시 신형 드론에 관련된 일이겠습니다?"
"크흐흐…… 말은 해줄 수 없지만 그것보다 훨씬 더 좋은 일이지."
그러나 경건한 마음으로 3일 차저녁 독대를 기다리던 레넌 총장은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하늘이 무너지는 것을 맛봐야 했다.
"뭐? 뉴욕으로 가셨다고? 나는, 우리 육군은 면담하지 않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