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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992화 (992/1,270)

프랜차이즈 갓 992화

235 장 천조국 땅개 (3)

미 육군은 랩터 킬러에 새로 추가 되는 부품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몰랐다.

다만 대폭적인 성능 업그레이드를 꾀하고 있으리라고는 추정했다.

"하수영 의원이 직접 부품 컨테이 너를 화물기에 싣고 온 것을 보면, 틀림없이 멀티 배터리팩이다."

"아닙니다. 그보다는 통신망 업그레이드 부품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금 랩터 킬러들은 미국 통신사의 위성과 무선 회선을 사용하고 있으니까요."

힘이냐, 시야냐.

어느 쪽 업그레이드인지를 두고 미육군은 의견이 팽배하게 갈렸다.

다만 그 어느 쪽 하나일 거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었다.

자율활동 인공지능이라든가, 말벌포착 능력과 조준, 살상 능력 등은 흠잡을 데가 없이 완벽했기 때문이다.

굳이 아쉬운 점을 꼽자면 배터리 한계로 인해 하루에도 여러 번씩 충전을 해야 한다는 점.

한국에 있는 본체 컴퓨터와의 소통을 미 통신사에 의존해야 한다는점.

미 육군이 우려하는 점도 바로 그 점이었다.

태평양 건너 그 먼 나라에서 민간 통신사의 지원만으로도 완벽한 전술움직임과 통제력을 보이는 '살충 드론'들이다.

통제 권한만 손에 넣으면 아프가니 스탄 사막에 있는 테러 집단도 미국내의 랩터 킬러들을 마음껏 다룰 수 있다는 것 아니겠는가.

"랩터 킬러의 정밀전투능력 823회차 분석보고서 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원스타 장군이 단상에 섰고, 장성들 앞의 초대형 디스플레이에 첫 화면이 떠올랐다.

[파일명 : 랩터 킬러 전투능력 정밀분석 799회_final_end_realfinal_FINAL_finally_Last_Last VER2.0…….]

"아니. 브리핑 자료 파일명이 왜 저런 건가?"

"823회 차 분석보고서인데 왜 799회 차라고 되어 있나? 자료 잘못 띄운 거 아닌가?"

"지금 뭐 하자는 건가?"

장성들 사이에서 난리가 났고, 참모들은 끔찍한 기분을 안은 채 사태수습을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농담이 아니라, 별 수십 개가 지켜보는 가운데 브리핑 자료가 바뀌어서 출력된 거라면, 진짜 용서받을 수 없는 초대형 사고다.

"이게 어떻게 된 건가? 장군님들 전부 지켜보시는데 이런 말도 안 되는 실수를! 오늘 발표할 원본 파일어딨어!"

진짜 원본을 실수로 하드 어딘가에 잃어버렸나?

아니면 실수로 덮어쓰기가 되어버렸나?

곧 상황이 밝혀졌다.

"제대로 된 파일이 맞습니다. 823회 차 보고서입니다. 다만 최종 편집 과정에서 제목을 수정하는 걸 빠뜨렸습니다."

"그걸 지금 변명이라고! 제목이 얼마나 중요한 건데 무슨 별거 아닌 실수라도 한 것처럼 말하나!"

"국장님, 장군님들 앞에서 이거 어떻게 수습합니까? 제목 편집 실수라고 하면 더 큰 일이 날 거 같은데요."

'우리가 너무 열심히 내용에 수고를 들이다 보니 그만 제목 편집을 실수했습니다.' 라고 하면?

'오, 너무 내용에 충실하다 보면 그럴 수도 있지.'라고 나올까?

아니면 '실전 핵투하 작전에서도 내용과 제목이 매치미스 실수가 나면 어떨 거 같나?'라며 조인트를 까일까?

"국장님, 나중에 들통나면 더 X됩니다. 그냥 사실대로 말하되 들통나지 않을 선의의 포장을 조금 섞읍시다."

"선의의 포장지?"

"파일은 전부 완벽했는데, 최종 백업 과정에서 버그로 인해 제목에 롤백 오류 뭐 그런 게 일어났다고 합시다."

결국 선의의 포장지는 통했다.

장군들은 크게 뭐라고 하지 않고 어서 브리핑을 시작하길 원했다.

물론 모든 게 끝난 후,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겠지만…….

"브리핑 시작하겠습니다. 현 수준에서의 랩터 킬러의 살상 능력에 관해서입니다."

"살상 능력은 야구공보다 못한 수준이라고 하지 않았나?"

"몸통 들이박기 말고는 유의미한 물리력을 행사할 수 없을 텐데."

"레이저로 지져봐야 셔츠에 불붙이는 정도 공격밖에 못 한다고. 그것도 꽤 오래 지져야 한다고 하지 않았나?"

장수말벌의 날개나 몸통을 지지는 약한 출력의 레이저이다 보니, 그걸로는 사람에게 화상을 입히기도 힘들었다.

"네, 지금까지는 822회 차 보고 이전까지는 그런 것으로 추정되었습니다."

"이번 823회 차에서는 그게 바뀌었다는 거로군."

4성 장군의 표정이 굳어졌고, 3성이하 장군들은 저도 모르게 몸을 앞으로 내밀었다.

"설마 랩터 킬러가 레이저 출력 상한선을 숨기고 있던 건가?"

"레이저 조사장비의 규격 상한선은 여전히 변함이 없습니다."

이를테면 화약총의 규격 같은 것.

탑재된 레이저 장비는 이미 육군이 샅샅이 검증을 한 지 오래였다.

"그러나 전술운용을 달리한다면, 레이저로도 충분히 사람에게 치명적인 중상을 입힐 수 있습니다."

"어떻게 말인가?"

"안구를 직접 조사하면 됩니다. 전력을 끌어모아 순간적으로 최대 출력의 레이저를 가하면, 각막에 치명적인 손상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각막, 치명적인 손상이라."

"시야 면적의 약 30%에 달하는 크기의 맹점이 눈 정중앙에 반영구적으로 박히게 됩니다. 이 정도면 준 실명이나 마찬가지죠."

렌즈 중심에 커다란 검은 스티커가 박힌 안경을 쓰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일상생활이 거의 불가능한 수준에 이른다.

안경 테두리 쪽만 겨우겨우 보이는 수준에 지나지 않으니.

"랩터 킬러는 정확히 사람의 안구를 포착해서 레이저를 쏟아낼 잠입, 은신, 조준, 판단 능력을 모두 갖추고 있습니다. 장수말벌들을 상대하는 집단전술 움직임을 관찰한 끝에, 우리 정보부는 충분히 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으음, 그렇다면 몸통 박치기와 달리……."

"드론 1기로 몇 번이고 재공격이 가능하죠. 전력이 떨어지면 돌아와서 충전을 하면 그만입니다."

장성들은 충격을 받은 얼굴로 술렁거렸다.

미 육군이 가장 경계했던 것은 랩터 킬러에 소형 C4 폭탄 같은 것을 탑재해서 운용할 가능성이다.

랩터 킬러의 움직임, 판단 능력이 워낙 대단하기 때문에 상상도 하지 못한 온갖 침투로를 뚫고 들어와서 테러를 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레이저 장비를 갈아치울 필요도 없습니다. 외장 배터리 멀티팩을 추가하는, 아주 간단한 개조만으로도 랩터 킬러는 무시무시한 살상 부대가 됩니다."

개조의 용의성은 무기 플랫폼의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레이저 장비 개조는 비용도 많이 들고, 과정도 오래 걸린다.

하지만 외장 배터리는 그에 비해서 아주 간단하고 비용도 적다.

굳이 따지자면 가격비가 500대 1도 채 안 될 것이다.

"이런 무시무시한 무기 플랫폼을 민간인, 그것도 외국인이 미국 본토에서 버젓이 운용하다니……."

장성들은 저마다 신음 비슷한 소리를 흘렸다.

랩터 킬러는 말도 안 되는 폭발적인 가능성을 품고 있었다.

그리고 세상 모두가, 자세히는 몰라도 어렴풋하게나마 그것을 안다.

"제가 미국을 적대하는 테러 조직의 수장이라면, 랩터 킬러의 통제시스템을 해킹하고 보조배터리와 C4탄을 추가하겠습니다."

브리핑을 맡은 준장은 힘찬 목소리로 말을 이어 나갔다.

아까 브리핑 개시 때 있었던 참사를 머릿속에서 지워 버리겠다는 듯이.

"랩터 킬러 1기당 최소 수십 명의 눈을 멀게 할 수 있고, 마지막에는 본체 폭탄으로 주요 시설물이나 자료를 파괴할 수 있습니다."

랩터 킬러의 진짜 무서운 점은 무인비행으로 실내 침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비상계단과 엘리베이터를 활용해서 건물 구석구석으로 침투해서 주요시설이나 서버 등을 폭파할 수도 있었다.

복잡한 실내비행은 조종사가 직접 달라붙어야 제어해야 하지만, 랩터킬러는 명령만 내리면 스스로 알아서 행동한다.

"그 정도면 펜타곤이나 백악관도 마음만 먹으면 단숨에 무력화할 수 있겠는데."

"네, 충분히 가능합니다. 그래서 이번 823회 차 분석보고에서는 통제권을 손에 넣은 해킹 단체가 5,000만 달러로 랩터 킬러의 테러 능력을 어느 정도까지 극대화할 수 있을지를 시뮬레이션해 보았습니다."

장성들의 눈빛에 더욱 힘이 들어갔다.

브리핑 보고자가 막 입을 열려고 하는 찰나였다.

"센더달 소장이 돌아왔습니다! 작전은 실패했습니다."

"뭐야, 작전이 실패해?"

육군 내부에서도 미운 오리 새끼인 '근뇌파'가 부품 컨테이너를 압류하면, 육군 지휘부에서 사죄와 함께 그것을 해결해 주고 하수영의 감성에 스며든다.

그렇게 평화적인 수단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미국 내 랩터 킬러의 통제권을 넘겨받는다는 것인데…….

"그리고 부품 컨테이너가 육로로 출발을 했고, 근뇌파가 중간 검문을 위해서 예상 이동 경로 여러 곳에 진을 치고 있습니다!"

"하여튼 근뇌파 놈들, 진짜 회백질 대신 근섬유가 가득 들어 있는 게 틀림없다니까."

"그게 궁극적으로는 육군을 돕겠지만, 그래도 입맛이 좋진 않군."

보냅스 대장은 고심 끝에 지시를 내렸다.

"근뇌파가 제멋대로 움직이게끔 놔둬. 그 후에 우리가 수습한다."

기왕이면 부품 컨테이너를 활활 태워 버리면 더 좋으리라.

"역시 아무래도 개조 부품이 배터리일 가능성이 더 높겠지?"

"랩터 퇴치 작전력의 증대를 위해서는 장시간 활동성이 가장 중요합니다. 하수영 의원이 미국 본토에서 테러를 할 건 아니니, 현재는 배터리 외에 다른 부품은 말이 되질 않습니다."

통신장비나, 레이저 조사장비 개조라면 사전에 승인을 받아야 할 테니까.

단순 배터리 교체라면 그럴 필요는 없다.

***

부품 컨테이너 차량은 3그룹으로 나뉘어서 각각 경로를 잡았다.

이에 근뇌파들은 우왕좌왕했다.

"굳이 3그룹으로 차량 부대를 나누었다고?"

"혹시 진짜 컨테이너는 1개 그룹만 수송을 하는 게 아닐까요?"

"그럴 리가. 굳이 빈 컨테이너 차량들을 위장으로 운용할 이유가 있나?"

"그자도 군인입니다. 이런 민간 활동 중에 군사작전을 연습하는 게 평소 몸에 배어 있겠죠."

"음, 훈련은 항상 실전같이 해야 하는 법. 그 점에서는 충분히 존경할 만한 인물이군."

회백질 대신 근육이 들어차 있는 근뇌파 장성들에게는, 이런 사소한 부분에서도 평소 자체 훈련을 하는 모습이 기껍기만 하다.

물론 지금은 대립을 해야 할 때이지만.

"우리 임무는 부품을 압류하여 분석하는 동안 하수영 그자의 원망을 받아내며 버티는 것이다. 당장 욕은 먹겠지만, 우리의 희생이 결국 육군 전체를 살찌울 것이다."

그것이 두뇌파들이 근뇌파들에게 불어넣은 달콤한 속삭임.

"조직을 위하여 총탄을 대신 맞고 희생하는 것은 자랑스럽고 성스러운 일이다. 가자!"

근뇌파가 움직였다.

***

육군의 추정은 어느 정도 들어맞았다.

드론에 들어가는 무선전기 수신칩은 아주 작았고, 따라서 컨테이너 1개면 충분히 만재할 수 있었다.

그리고 하수영이 가져온 컨테이너는 총 6대.

그렇다면 나머지 컨테이너들은 뭐냐?

-마스터, '조류용 랩터 킬러'가 실린 컨테이너가 미 육군의 검문에 잡혔습니다.

"아아, '실수로 섞여서 잘못 가져온' 유해조수 퇴치용 랩터 킬러 말이지?"

알곡이나 과일을 파먹어서 농사를 망치는 새들을 퇴치할 용도로 만들어진 랩터 킬러.

당연히 살충용보다 덩치도 크고, 파괴력이나 출력도 높다.

애초에 미끼이기에 무선전기 칩은 들어가 있지 않고, 고출력 군사용 배터리만 들어가 있다.

레이저는 없지만 360도 방향으로 다수의 칼날을 돌출시킬 수 있어, 새들을 쫓아가 직접 찔러 죽이는 방식이다.

그리고 칼날 돌출 장비를 탑재한 공간은…….

"경기관총을 대신 탑재할 수 있지."

연해주로 보내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실수로' 잘못 실린 컨테이너.

안을 뜯어본 미 육군 검문부대는 지금쯤 기겁했으리라.

무장만 바꿔 달면 즉각 날아다니는 기관총이 되는 놈들이니 말이다.

"원래 마왕성에서는 가장 반짝거리는 보물상자에 값어치 없는 아이템이 들어 있지. 아, 근뇌파 친구들 안면 근육 한번 보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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