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990화
235장 천조국 땅개 (1)
콩 등 충매화 작물 재배 감소.
밀, 벼, 옥수수 같은 풍매화 작물재배 선호.
이는 느리지만 착실하게 번져 나가고 있는 글로벌 추세였다.
꿀벌에 농사를 100% 의존하는 미국의 아몬드 농가는 장수말벌 때문에 몇 번이고 농사를 접으려 했다.
화이자의 표적 살충제에 내성이 생긴 장수말벌이 출현했을 때도 많은 아몬드 농가가 또다시 접으려고 했다.
그때마다 미 정부는 보조금을 주거나, 아몬드밭을 사들여 다른 아몬드농장주에게 넘기는 등, 아몬드 농사의 규모를 유지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애를 썼다.
여기에는 농무부의 확고한 신념이 있었다.
"한번 아몬드밭을 없애는 것은 쉽지만, 그걸 다시 복원하는 데에는 최소 수년에서 수십 년 이상이 걸린다."
"식량 대위기는 이미 예고되어 있다. 우리는 다만 정확한 시험날짜를 아직 모를 뿐이다."
"최대한 다양한 식량을 재배, 확보할 시스템을 갖추고 유지해야 한다."
필수 식량도 아니고, 무슨 아몬드농가 유지에 그렇게 많은 돈을 쓰냐는 의회의 비판도 있었다.
농무부는 떳떳하게 맞섰다.
"아몬드는 단순한 심심풀이 견과류가 아닙니다. 아몬드가 얼마나 많고 다양한 요리와 식품, 소스 재료로 활용되는 줄 알면 놀라실 겁니다."
"물론 아몬드가 없어도 인간이 굶을 일은 없습니다. 대신 전 세계의 모든 레스토랑이 미쉐린 별 1개씩을 일괄적으로 반납해야겠지요."
아몬드가 없어지면 세계 요리의 전체 품질을 하락시킨다는 의미다.
"아몬드밀크, 초콜릿, 케이크, 쿠키, 버터, 그 밖에도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행복이 없어집니다. 그런데 '겨우 아몬드'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브리핑 화면에 아몬드가 들어가는 음식 종류가 수십 개가 넘게 스크롤을 내려갔다.
의원들은 더 이상의 추궁을 포기했다.
"그렇게 아몬드가 필수라면, 왜 농가들이 손쉽게 포기를 하는 겁니까?"
"이미 2번 연속 큰 피해를 겪었기 때문입니다. 100% 꿀벌에 의존하는 이상, 걱정 없는 풍매화로 갈아타려는 겁니다."
아몬드밭은 아직 80% 이상 유지되고 있었다.
그러나 아몬드 농업인은 20% 밑으로 줄어들었다.
랩터 킬러 서비스를 넓히고 있지만, 장수말벌에 넌덜머리가 난 이들이 걱정 없는 풍매화로 갈아타는 걸 모두 막을 순 없었다.
아몬드밭을 갈아엎고 다른 작물을 키우는 농가도 있지만, 농무부는 최대한 그들의 밭을 사들여서 근처의 다른 동업자에게 맡겼다.
아몬드 재배 생태계 유지를 위해서다.
"좋습니다. 다음 질문입니다. 밀값이 왜 이렇게 폭등하는 겁니까?"
"소, 돼지 등 고기 수요가 급격히 늘었는데, 콩은 흉작을 거듭하고 있어 밀을 가축 사료로 사용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생선 양식에 비싼 육류성 배합사료를 쓰기 때문이겠죠?"
"예, 그렇습니다."
"그건 너무 비싸서 주 식량으로서의 의미가 전혀 없습니다. 식량 안보에는 도움이 전혀 안 된다는 이야깁니다. 대책은 있습니까?"
"한국수영농장과 의논해서 물고기용 곡물사료를 들여오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차라리 밀과 옥수수를 이용해서 물고기 사료를 만들면 안 됩니까? 곡물과 물고기 중간에 육류를 끼워 넣는 건 너무 자원 낭비가 심한 거 같은데요?"
중산층조차 양식어 구매를 겁먹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고기 키우는 비용이 비싸도 너무 비싸다.
"오래전부터 꾸준히 연구를 해왔습니다."
"그런데 왜 성과가 없습니까?"
"물고기 성장 효율이 나쁩니다. 소화불량으로 집단폐사를 일으키기도 하고, 낯설어서 물고기들이 거부하기도 합니다."
"물고기가 곡물을 못 먹습니까?"
"인간이 개량한 곡물이니까요. 그것도 수만 년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몸에 안 맞는 게 당연한 겁니다."
"하지만 수영농장은 그걸 해냈지 않습니까?"
"우리 인류는 그런 걸 기술이라 부르고, 특허를 만들어 보호하고 있습니다."
상원의원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
소리 없는 헛기침을 몇 번 한 뒤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런데 우리 미국이 언제부터 이렇게 밀이 부족했습니까? 마음만 먹으면 전 세계 인구를 먹일 밀과 쌀도 생산할 수 있지 않습니까?"
"지금도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팔리는 만큼에 비축 여유를 붙여 생산을 조절하기 때문에 이번에 일시적으로 가격이 뛴 것뿐입니다."
"그럼 앞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겁니까?"
"네, 이미 모든 밀, 옥수수 농가에 재배량 증가를 권고했습니다. 다만 생선의 인기가 줄어들게 되면 다른 방향으로 가격 쇼크가 올 위험이 있습니다."
생선 SNS 열풍으로 인해 사람 먹을 밀까지 생선 먹이 키우는 사료로 쓰다 보니 일시적으로 벌어진 폭등 현상.
워낙 규모가 크다 보니 글로벌 기업이 큰 손해를 보고, 투자사 몇 개가 넘어지고, 개인 투자자들 일부가수온 체크를 하러 갔을 뿐이다.
"랩터 킬러 케어 범위를 더욱 늘려서 충매화 작물 농가 보호를 두텁게 해야 합니다."
농무부는 조심스럽게 '또다시' 제안을 꺼냈지만, 의원들은 시큰둥했다.
"그거라면 저번에 또 예산을 늘려주지 않았습니까? 그게 얼마나 됐다고 또 랩터 킬러 증가를 요구합니까?
"돈이 한두 푼 하는 거라면 모를까, 대당 가격이 웬만한 미사일 급인데."
"소유권이 우리 미국에 넘어오는 것도 아니고."
"육군에서 이미 과할 정도로 사설드론이 많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어요. 레이저 무장까지 한, 일일 활동범위 100km 이상의 드론이 적국에 해킹이라도 당하면 무차별 테러가 발생할 수 있어요!"
상원의원 한 명이 험악한 표정으로 호통을 쳤다.
미 육군 출신이다.
농무부 차관은 침착하게 대응했다.
"도심과 주요 공공시설에서 거리가 먼, 농지에서 활동하는 드론이 뭐가 그리 위협적이라는 겁니까? 테러 이동을 시작하면 그 즉시 감시망에 포착될 텐데요."
"지표면에 가깝게 저공비행을 하면 포착하기가 어렵단 말입니다!"
"하루 활동범위가 100㎞라지만 그건 순수한 이동 거리만을 따졌을 때입니다. 랩터 킬러들은 수시로 충전을 하러 복귀합니다. 1회 완충으로 날아갈 수 있는 범위는 20km 남짓입니다."
"아무튼! 우리는 이미 몇 번이고 랩터 킬러 예산 증액을 허락했습니다. 대체 언제까지 랩터 킬러에만 의존을 할 생각입니까?"
상원의원들은 오늘따라 유독 강경하게 나왔다.
"표적 살충제 개량에도 신경을 쓰십시오. 우리 상원은 랩터 킬러 하나에만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을 매우 우려합니다."
"의원님, 표적 살충제는 처음에는 효과가 좋지만 내성종이 생기면 오히려 피해가 더 커집니다. 랩터 킬러에 모든 방충자원을 집중해야 합니다."
레이저라는 물리적 살충.
이것은 내성 자체가 성립할 수 없는 개념이라 농무부와 농가들이 선호하고 있었다.
그러나 의원들의 표정은 냉담했다.
"하나에만 올인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좋지 않습니다. 이제 여유도 좀 생겼으니, 표적 살충제에도 신경을 써야 합니다."
차관은 하마터면 달려들어서 멱살을 쥘 뻔했다.
'여유? 여어유우?'
이게 무슨 헛소리란 말인가!
"존경하는 의원님. 지금 여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전혀 아닙니다. 곧 닥쳐올 식량 위기를 대비해 미리 준비를 해야 합니다."
육군 출신 의원이 비아냥거렸다.
"그 식량 위기 타령은 매번 끊이지가 않는군. 글쎄, 우리 미합중국이 식량 생산부족으로 위기를 겪을 일이 있겠소?"
다른 의원이 맞장구를 쳤다.
"마음만 먹으면 지구상의 모든 인간을 먹여 살릴 수도 있는 게 우리 미국이지요."
"글로벌 식량 위기가 진짜로 온다면 되려 그때가 우리 미국이 다시 한번 위대해질 기회가 아닐까요?"
"오히려 식량 다툼으로 인한 군사적 갈등을 억제하기 위해서 군사력을 증진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풍부한 식탁을 위해서 아몬드가 중요한 건 알겠는데, 그거 하나에만 너무 큰돈을 투자할 순 없소."
차관은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충매화 농작물 사정이 여유로워 보이는 건 랩터 킬러가 돈값 이상으로 맹활약을 해줬기 때문이다.
그런데 의원들은 연관관계를 완전히 착각하고 있다.
아니, 착각을 넘어서 억지를 부리는 듯마저도 느껴진다.
'화이저사의 로비를 받았나 보군. 그리고 육군에서도…….'
현재 미 육군은 안보를 이유로 랩터 킬러를 적극 견제하고 있다.
'항모나 폭격기 따위를 찍어낼 바에는 그 돈으로 랩터 킬러 숫자를 100배 이상으로 확보해서 미 전역에 뿌리는 게 나을 텐데.'
랩터 킬러가 아무리 비싸 봐야 미군이 팍팍 써재끼는 미사일, 전투기, 함정만 하겠는가.
'지금 미국에서 진정으로 식량 안보를 걱정하는 것은 우리 농무부뿐인가?'
하긴, 이 나라가 언제 식량이 부족해 봤어야지.
대공황 때조차도 가난한 나라들이 보기에는 진수성찬을 먹었었다.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어.'
결국, 농무부는 가장 원하는 것을 얻어내지 못했다.
이번 곡물 파동의 주요 원인인 충매화 농사 지원을 위한 랩터 추가 예산은 물 건너가 버렸다.
"생선에 사람 먹는 소고기를 먹이든, 왕족들 먹는 골든 트러플을 먹이든, 이번처럼 곡물 가격이 크게 출렁이는 일은 없도록 밀 생산 조절에 각별히 신경을 쓰길 바랍니다."
'그래서 장기적으로 랩터 킬러를…… 아니다, 머릿속에 밀과 옥수수와 포탄밖에 없는 저 의회 놈들하고 무슨 이야기를 더 할까.'
"알겠소? 중요한 건 밀, 보리, 옥수수 생산유통의 실패 없는 조절입니다!"
"……예, 상원의원님."
의회를 나서는 농무부 소속원들의 입맛은 썼다.
차관은 의회 지붕을 올려다보며 탄식했다.
"다들 농사 위기를 너무 남의 나라 일로만 여기고 있어."
"계속 경고는 하는데 실질 피해가 적다 보니 긴장이 계속 느슨해지는 것 같습니다."
"이번 곡물 파동도 결핍이 아니라 사치성 과소비에서 비롯됐다 보니 더 그런 듯합니다."
"어획대란으로 정신을 좀 차린 줄 알았는데, 이런 밀 낭비 양식업에 정신이 팔려 있을 줄이야."
"밀만 낭비한 게 아니죠. 소가 내뿜는 메탄과 분뇨처리도 포함해야 합니다."
수영농장이 미국에서 메탄 포집 서 비스를 시작했지만, 아직 유의미한 수준이 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포집 항공기가 아직 너무 부족하다.
차관은 먼 하늘을 바라보며 탄식했다.
"수영농장은 정부나 의회를 설득할 필요 없이 사비로 알아서 모든 걸 처리하니, 돈은 들어도 속은 엄청 편하겠어."
"나라를 포함한 남을 믿지 않고 직접 하는 게 이유가 있었습니다. 우리 의회가 이 정도인데 한국은 더할 겁니다."
***
-마스터, 랩터 킬러의 성능 업그레이드가 필요합니다. 활동 시간만 무제한으로 해도 말벌 격퇴 범위가 더 늘어날 겁니다.
"음, 돈은 별로 안 드는데 성능은 폭발하니 안 하는 게 바보겠지."
국내에서 활동 중인 랩터에는 이미 전부 무선전기 수신칩을 달았다.
성능 개선을 확인한 하수영은 수신 칩을 잔뜩 싣고 미국으로 향했다.
근데 세관에서 문제가 터졌다.
컨테이너를 내리는데, 육군이 긴급히 나타난 것이다.
"이게 전부 뭐라고 했습니까?"
"랩터 킬러 개조 부품이요."
"랩터 킬러 개조는 미 육군의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이 부품들의 설계와 제원을 자세히 공개를……."
"공군본부와 이야기 다 된 겁니다. 따질 거면 공군 가세요."
미 육군 장성은 머리가 멍해졌다.
"뭐, 뭐요?"
하수영은 한 장의 서류를 보여주었다.
"이거 보세요. 미 공군의 이름으로 반입을 허용한다는 내용입니다."
컨테이너를 강제로 열려던 세관 직원들과 지켜보던 장교들이 그대로 굳었다.
"아, 지금 공군장관 온다니까 기다려요."
"공군장관님이 여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