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랜차이즈 갓-988화 (988/1,270)

프랜차이즈 갓 988화

234장 농부가 삽을 들었으면 (7)

"돈놀이는 안 하려 했지만, 세상이 나를 가만히 두질 않아서 결국 사채까지 손을 대야 했으니. 이미 버린 손, 진흙 좀 더 묻힌다고 뭐가 달라 질까."

하수영은 가만히 중얼거리며 연신 마우스를 딸깍거렸다.

-마스터, 일일이 수작업으로 하실 것 없이 저에게 지시하시면 찰나도 걸리지 않아 끝날 작업입니다.

지급계산은 프리덤이 했지만, 계좌와 돈 입력은 하수영이 직접 했다.

"첫 월급은 자동정산이 아니라 직접 손으로 챙겨주고 싶은 사장님 마음을 네가 모르는구나. 정 없는 녀석. 그러다가 나중에 스카이넷 될라."

-저는 절대로 그런 창조 목적을 뒤집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습니다.

"응, 인공지능 놈들 다들 처음에는 그리 말해. 뻔한 클리셰 좀 바꾸지."

하수영은 건조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어차피 처음 한 번만이야. 뭐든 처음은 의미가 있는 거지."

-그래서 마스터의 버킷리스트에도 유독 처음과 유일이란 단어가 많은 거군요.

"휴, 이제 다 됐다. 겨우 이틀 걸렸군."

하수영은 기지개를 켜며 몸을 뒤로 쭉 뻗었다.

"이제 일괄실행만 누르면 꽉 입금되겠군. 다들 눈이 돌아가겠지?"

-근데 수수료를 전혀 안 뗄 것까지 있을까요?

"뭐든 처음은 의미가 깊다니까. 첫 수익을 수수료 없이 받으면 다들 얼마나 신나겠어? 수수료 푼돈 챙기자고 그 즐거움을 뺏을 순 없지."

-확실하게 길들인다는 겁니까?

"바로 그렇지."

-이왕 먹이기로 했으면…….

"항문이 터질 때까지 먹을 것을 쑤셔 넣어줘야지. 그게 청숫골 스타일이다."

-위장 파열은 시작에 불과할 뿐인 거군요. 부디 고객들이 마스터의 그런 따뜻한 나눔 정신을 알이야 할 텐데 말입니다.

"훗, 왼손이 한 일을 옆 대륙 미스터 윌리엄의 새끼발가락까지 알게 하라는 말이 있지. 내가 좋아하는 말 중 하나다."

-멋진 어귀입니다. 그래서 첫 펀드수익을 마스터께서 손수 챙기신 거군요.

***

하수영이 곡물 시장에 던진 돈은 약 100조 원.

1차 특판상품 중 펀드에 몰린 돈을 전부 집어넣은 것이다.

먼저 돈을 집어넣었던 금융주들은 3배의 금액이 입금되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이게 뭐야? 왜 갑자기 돈이 들어왔어?"

-곡물 시장에 투자한 수익금입니다. 원금은 아직 남아 있고, 수익만 따로 정산을 했습니다.

"돈 넣은 지 며칠이나 됐다고 3배로 복사돼서 돌아와?"

예금주들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말 그대로 돈벼락이었다.

"근데 수수료는 어쩌고? 100% 초과분부터는 40%인가 하지 않았어?"

-하수영 회장님이 특별히 첫 돈잔치의 즐거움의 기쁨을 나누는 의미에서 이번은 수수료 노코스트 이벤트를 하기로 했습니다.

"수수료 이벤트?"

-네. 금융업계의 돈잔치라는 게 꼭 은행과 기관의 임원끼리만 성과금을 나누는 게 아님을 개인 투자자와 예금주들에게 보이고 싶으셨던 겁니다.

"하수영 회장님은 정말이지……."

예금주들은 왈칵했다.

항상 기관들에게 털리기만 하는 인생이었던 개미투자자들은 값진 위로를 받았다.

-물론 남아 있는 원금이 반드시 또 이런 수익을 낸다고는 장담하지 못합니다. 이번에는 운이 좋았고, 하수영 회장님의 전문 분야인 곡물 시장이었기에 확신을 가지고 달려들 수 있었으니까요.

"하수영 회장님 전문 분야는 반도체 아니었어?"

-반도체는 쇼핑 취미로 하시죠. 그 시장에서는 큰손으로 통하십니다만.

"서진파운드리가 얼마나 큰데 그게 겨우 취미라니. 어유, 난 상상이 잘 안 가네."

-투자 수익은 당연히 수영사채에 묻어두실 거죠?

"야, 당연하지. 그럼 이 돈을 수영사채 말고 어디에 킵해두겠어? 모조리 수영사채에 올인한다."

수익 배당은 세상의 눈을 잡아끌었다.

이미 예금을 옮긴 이들도, 한창 예금을 옮기고 있던 이들도, 단기간에 올린 세 배 수익에 부러움과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요즘 같은 불황에 안 까먹는 것만으로도 대단한데, 3배 수익을 냈다니."

"농민 회장님이 농사에 바쁘셔서 그렇지, 투자 수완이 정말 대단하신 분이라고."

"누구처럼 판결문 팔아 번 돈도 아니고 농사의 황제로 진짜 큰돈 버시네."

"수익 300조 난 거 고스란히 개인 투자자한테 다 나눠줬다는데, 진짜 배포도 참 크시다니까."

"투자자 돈까지 떼어먹기 바쁜 다른 금융기관들하고는 차원이 달라요."

"그냥 우리나라에는 수영사채 말고 다른 은행은 전혀 필요 없다니까. 싹 다 그냥 수영사채가 인수해 버렸으면 좋겠네."

"17대 은행 다 합쳐봐야 몇백조수준이라는데, 그럴 거면 죄다 은행면허 취소하고 통합하는 게 더 낫지 않은가?"

한편 수영사채의 과감한 수익 배당은 금융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어떻게 그럴 수가…… 백조가 넘는 수수료를 그냥 과감하게 포기한다고?"

"그것도 합법적인 수수료인데, 받아가도 누구도 뭐라고 못 할 그런 돈인데."

고급 은행가라 하면 결국 돈에 미친 돈귀신들.

그들의 눈에 하수영의 행동은 돈다 발을 용광로에 불태우는 격이었다.

"투자자의 환심을 사기 위한 초장기적인 투자? 이것도 말이 안 돼! 그렇다 해도 수수료 반액 세일 정도면 충분하지 않나?"

"설마 뒷거래는 아니겠지?"

원래 돈귀신 눈에는 세상 모두가 돈귀신으로만 보이는 법이다.

은행가들은 이번 수익 정산에 검은 거래가 숨어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금융위에서 수영사채 완화에 공을 많이 들였다고 하지. 이번 투자는 합법적으로 대가를 치르기 위한 게 틀림없다."

"그리고 앞으로 받을 예정인 특혜에 대해서 선지급을 한다는 의도도 있을 겁니다."

은행가들은 이번 일을 매우 심각한 위기로 인식했다.

"큰일입니다. 이번 일 때문에 수영사채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가 더욱 단단해졌어요."

원래의 바람은 수영사채가 독점금융의 맛에 취해 타락하면, 금융분산여론이 다시 힘을 얻는 것이었다.

한데 수영사채는 그걸 비웃듯이 뒤통수를 쳤다.

'설마…….'

'정말로…….'

'수영사채는 그런 낮은 금융수익에 만족할 셈인가?'

예대금리뿐만이 아니라, 고객의 다른 자금 운용 수익까지도?

그런 의심을 품고 지켜보는 나날중, 수영사채는 다시 2차 투자금 수익 정산을 실시했다.

이번에는 1차보다 원금도, 수익률도 낮았다.

다행히도 수영사채는 이번에는 규정한 수수료를 챙겼다.

"다행입니다."

"역시 제대로 키워서 잡아먹기 위해 처음에는 큰 선물을 뿌린 겁니다."

"그렇다 해도 너무 큰 프로모션이었는데. 한 방에 백조 넘게 태워서 행사를 벌일 줄이야."

"수영사채에 대한 신뢰가 바닥나려면 정말 여간한 수준이 아니고는 안되겠습니다."

"부디 수영사채가 반드시 본모습을 드러내야 할 텐데 말입니다."

은행가들은 불안했다.

그들은 수영사채가 끝없는 금융의 욕망에 집어삼켜지길 원했다.

무에서 거저 버는 돈맛의 재미를 느끼고, 거기에 함몰돼서 허우적거리기를 바랐다.

'수영사채가 적당히 욕망을 절제하게 되면 우리가 나중에 복귀할 곳이 없어진다.'

***

곡물가가 거세게 출렁이는 도중, 당연히 전 세계적으로 많은 일이 있었다.

하수영이 곡물 시장에서 단숨에 긁어모은 돈이 다 어디에서 났겠는가?

곡물가, 육류가, 생선가가 이렇게 크게까지 요동을 치지 않을 거라 베팅한 이들의 피땀을 긁어온 것이다.

곡물가의 폭등은 주식, 선물 등 금융시장을 쓰나미처럼 시원하게 쓸어버렸고, 수영사채와 같이 돈을 번 이들의 기쁨만큼, 아니, 그보다 더욱 거대한 좌절이 온 세상에 피바다처럼 그득히 흘렀다.

수많은 제조, 유통, 투자회사, 은행들이 줄줄이 도산을 했다.

소수에 집중된 영광의 광채가 그 밑에 깔린 피눈물을 가렸다.

그리스 등 재정이 열악한 유럽 국가들은 채무불능을 선언했으며, 남미 국가에서는 시위대가 성조기를 불태우며 행진했다.

"미국 압제는 물러가라!"

"미국이 결국 이 모든 혼란을 야기했다!"

"생선이 없으면 그냥 소 돼지를 먹으면 되지, 고기 사료를 먹여 부자들 먹을 물고기를 양식하다니!"

"사람 먹을 밀과 보리, 쌀로 소 돼지를 키워 생선을 기르다니! 미국은 대체 언제까지 지구의 자원을 낭비할 텐가!"

시위는 곡물파동 피해국, 반미국가에서만 일어난 게 아니었다.

발화점이자 수혜국이기도 한 미국에서도 거센 시위가 일었다.

주로 환경보호단체 등이었다.

그들은 시민들과 함께 연일 거리를 행진하며, 자본주의의 탐욕을 비판했다.

"이 모든 것은 결국 끝없는 욕심과 과시욕 때문에 일어난 것입니다!"

"미국은 무의미한 자원 낭비를 중단해야 합니다!"

"지금 참돔 한 마리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곡물이면 기아국가의 굶주린 청소년 150인을 먹일 수 있습니다!"

"할리우드 스타들은 더 이상 SNS에서 생선 만찬 자랑을 하지 말아주 십시오!"

뉴욕, 워싱턴, 시카고 등 미국 전 역에서 연일 이어지는 행진.

미국의 환경운동가들은 곡물파동의 본질을 비교적 정확하게 꿰뚫어 보았다.

덕분에 나노소프트 CEO 사티아아델은 생생하게 볼 수 있었다.

매일같이 본사에서 잘 내려다보이는 길거리에서 불타오르는 자신의 인형을.

"저게 이제 13번째 불타는 거였던가?"

"……."

"참 잘 만든 인형이야. 어제는 우리 아들이 보자마자 나라는 걸 알아보더라고."

"회장님."

"자, 이제 이야기해 보세. 왜 곡물파동과는 전혀 무관한 내가 이 꼴을 봐야 하지? 더군다나 난 생선을 전혀 먹지 않아. 채식주의자라고."

사티아 아델 입장에서는 그저 억울하기만 한 상황.

하지만 환경운동가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회사가 이번 선물 파동으로 가장 큰 이익을 봤다는 점 때문에 반발을 크게 샀습니다."

"이익을 본 건 요식 사업부지, 우리 나노소프트가 아니야."

"근데 저들 눈에는 같은 회사인 것을 어떻게 합니까?"

"……."

"이미 미국에서 우리 회사는 가장 악랄한, 악마의 요리와 식품을 파는 요식업 프랜차이즈 회사입니다."

빌 고든이 현역 시절 한창 악명을 날리던 때보다 악명이 더하다고 하니.

창밖의 시위대를 내다보던 임원이 문득 반갑다는 듯이 말했다.

"아! 저기를 보십시오! 발머 스틴부회장님의 인형도 함께 불타고 있습니다!"

"……나더러 그걸 기뻐하란 건가?"

"혼자가 아닌 게 그래도 어디입니까?? 적어도 외롭지는 않잖아요."

사티아 아델이 막 한마디를 하려는 순간이었다.

거친 기세로 문이 열리며 직원이 모습을 드러냈고, 사티아 아델은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회장님……."

"그만! 그만! 제발 그다음만은!"

"연방의회에서 ……."

문이 열리고 얼굴을 보자마자 무슨 일인지를 알아버렸다.

이게 다 망할 파블로프 때문이다!

거듭 반복되다 보니 이제는 듣기도 전에 먼저 트라우마가 반응하고 만다.

"출석 요구입니다. 이번 곡물파동과 생선 소비의 사회적 과잉에 관해 해명을 요구하는……."

"으아아아!"

사티아 아델은 머리를 붙잡고 괴성에 가까운 신음을 질렀다.

오랜 친구이자 상사인 그를 안쓰럽게 보던 임원이 밖을 내다보고 놀라서 말했다.

"사티아! 당신 인형이 발머와 하수영 의원과 함께 불타고 있어요!"

"으아아아!"

"당신은 혼자 불타지 않아요! 그러니 너무 좌절하지 말아요!"

이게 위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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