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랜차이즈 갓-984화 (984/1,270)

프랜차이즈 갓 984화

234장 농부가 삽을 들었으면 (3)

수영사채의 밭갈이는 굉장했다.

은행이란 은행들은 다 뽑아서 분쇄해 버리겠다는 기세였다.

무조건 원금 보장을 내건 수영사채의 고수익 보장 특판상품들.

연약한 은행들로서는 감당할 수 없었다.

"제발 그만해! 이러다 다 죽어!"

"더는 버틸 수가 없어요. 고객들이 빠져나가고 있어요!"

"자기자본을 맞추려면 대출 회수를 무진장 시작할 수밖에…… 그렇지 않으면 은행 허가 취소가……."

자기자본 비율을 맞추기 위해서 건실한 대출까지도 회수해야 할 지경이었다.

이번에는 부원장 직속의 은행 파트 부원장보가 하수영을 찾아갔다.

"의원님! 이러다가 건실한 기업들까지도 전부 죽게 생겼습니다!"

"대출 회수되면 제가 갈아타게 해줄 거니까 걱정 말라고 해요."

"……."

"아! 이자는 더 낮게 해줄 테니 정 없을 겁니다."

"그, 그럼 수영사채 예대마진은 0.5%도 안 될 텐데, 그래서야 유지가 되겠습니까?"

"3,000조를 굴리는데 0.1%만 되어도, 어우야, 일 년에 3조 원이나 거저 생기는 거 아닌가요?"

"……."

부원장보는 눈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3,000조를 찍기 전까지 이 은행밭대학살을 멈추지 않겠다는 뜻인가?

"아무것도 안 하는데 3조가 그냥 복사되다니. 역시 돈놀이가 최고예요. 그렇죠?"

왜 부원장이 원장에게 넘겼는지, 그리고 한사코 오지 않으려 했는지 알 것 같았다.

아무리 봐도 답이 없었으리라.

"자, 저는 바빠서 그럼 이만."

어느새 커다란 캐리어까지 4개 다 꺼내 들었다.

딱 봐도 어디 멀리 가려는 차림이다.

부원장보는 바짓가랑이를 붙드는 심정으로 매달렸다.

"아니, 대체 어디를 가시려구요!"

"미국 갑니다. 원정 쇼핑을 좀 해야 해서요."

"네? 이 시국에 미국을 가신다고요?"

4륜구동 트랙터보다 더 무서운 벌목전차 사단을 은행밭에 풀어 놓고?

뭐? 미국에 원정 쇼핑을?

"네. 요즘 제가 해군에 너무 무심했던 거 같아서요."

"이미 넘치다가 댐 붕괴됐습니다! 제발 그 자비심의 1%만이라도 은행들한테 써 주십시오!"

"은행은 여의도, 종로, 서초, 한남, 성북 등등 예뻐해 주는 곳 많잖아요. 하지만 해군은 이 구두쇠 해군 원수뿐이라서요."

"의원님이 구두쇠면 우리 국회는……."

부원장보는 말을 잇다 말고 숨이 넘어갔다.

대통령이 결국 1:1까지 정식 양보를 했다.

하지만 하수영은 기어이 3:7까지 얻어내고 싶은 모양이다.

수영사채 잔고의 70%를 일반 예금주로 채우기 전까지, 이 은행 대학살을 멈추지 않으리라.

'그만한 돈이 몰리려면, 다른 은행들이 죄다 망해야 하는 수준이라고!'

애초에 수영사채, 아니, 하수영 자체가 국내 금융계 체급에 맞지 않았다.

다들 페더급(깃털)인데 혼자 헤비급 초과이니.

부원장보는 첫 삽을 방치한 총리가 원망스러웠다.

'처음에 1:1에서 끝낼 수 있었는데!'

"자자. 다녀올게요."

"의원님!"

"쇼핑 마치고 돌아오면 상황이 깔끔하게 정리돼 있겠죠?"

***

그렇게 하수영은 미국으로 떠났다.

벌목전차들을 은행밭에 풀어놓은 채로.

엠파이어 스테이트에 도착한 하수영은 비즈니스 파트너들을 만났다.

록히드 마틴의 코즈펠트, 국무부 차관, 해군장성 등이었다. 차관이 먼저 말을 꺼냈다.

"전투기를 구매하고 싶으시다고요?"

"네. 어장 경비에 필요합니다."

"……."

다들 잠시 굳었지만 코즈펠트가 가장 먼저 웃음을 지었다.

"F35는 최고의 어장 호위기죠. 탁월한 선택에 경의를 표합니다."

차관과 장군들은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F35로 어장을 수호하겠다니…….'

'대체 누구로부터 수호하겠다는 거지?'

'우리야 많이 팔아먹을 수만 있으면 좋은 거지.'

차관이 헛기침을 하고 물었다.

"저번에 경항모 탑재 때문에 수직이착륙 가능한 해병대용 F35B를 구매하셨는데, 역시 같은 걸 구매하시겠지요?"

"아닙니다. 해군용 C시리즈를 사겠습니다."

"네? 해군용을요?"

C시리즈는 캐터펄트 항모용이다.

하지만 한국에는 캐터펄트 항모가 없는데?

경항모 청담함도 그래서 해병대용을 도입한 거 아닌가?

"나중에 항모가 더 생길지도 모르잖아요? 그때를 대비해서 함재기 C타입으로 사 놔야죠."

해군 장성들은 한국이 해군증강을 크게 꾀하는 건가 하고 생각했다.

"그럼 몇 기나 생각하십니까?"

코즈펠트가 물었다.

'F35B는 26기를 도입했었으니까…… 함재기용은 그럼…….'

한 40기? 50기?

코즈펠트는 현실적인 구매 수량을 생각해 보았다.

"300기 정도 사고 싶은데."

모두 뿜을 뻔했다.

'일본이라도 점령할 생각인가!'

'해군 비행기지를 몇 개를 만들려고!'

"무……무슨 전투기가 그렇게나 많이 필요하신 겁니까?"

"1/3은 정비, 1/3은 비상대기, 결국 상시 운용은 100기 정도잖아요."

"……."

"항모가 없으니까 당분간은 육상기지에서 운용을 해야겠죠. 참모부에 연락해서 활주로 좀 깔아놓으라고 해야겠네요."

"300기는 너무 많은 대수라 의회에서 어떻게 나올지는……."

"어렵나요? 궁극적으로는 전 세계 해양을 지키는 일인데."

다들 이게 무슨 말인가 했다.

'설마 의원님 성향에 대양 패권을 노리지는 않을 텐데…….'

"수영양식장이 잘돼야 무분별한 남획이 줄어들겠죠. 어획과 전혀 무관한 양식어가 세계에 공급되어야 바다가 살아날 테니까요."

'아, 그런 이야기였어?'

"때문에 세계 해양생태계 복원을 위해서라도 강력한 양식장 경비무력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줌왈트 3척이면 충분한 거 아닙니까?"

"해적 본원지를 즉각적으로 장거리 타격하기에는 느린 구축함으로는 좀 부족해요."

해군 장성들은 하수영이 그리는 잠재적인 해적의 최상위층이 무엇인지를 생각했다.

"식량위기는 반드시 옵니다. 그런 미래에는 국가가 해적이 될 수도 있습니다."

"……."

"어차피 우리 한국, F35 수출허용국인데 많이 팔면 서로가 좋은 거 아닙니까? 이거 반대하는 정치인은 일본이나 중국 돈 먹은 매국자죠."

동북아의 군사적 긴장감 상승 말고는 의회에서 반대할 이유가 없긴 하다.

"300기나 사는 건데 싸게 해주실거죠?"

"현재 기준으로는 약 270억 달러입니다만…… 지금 대부분의 자금이 개인은행에 묶여 있지 않습니까?"

"그게 곧 풀릴 거라 괜찮아요. 그러니 제가 F35를 더더욱 사야 됩니다."

본인 돈이 왕창 빠져나가면 비율은 더 낮아진다. 우왕좌왕하는 정부와 국회를 압박하기에 좋다.

'아, 내 돈 들여 해군력 높여줬는데 페널티 끼얹을 수 있을 것 같아?'

할 수 있으면 어디 한 번 해보라지.

[하수영 원수가 또다시 애국했다!]

[F35C 300기 매매 결정!]

[전액 하수영 해군원수의 사비 충당!]

[경항모, 미사일 순양함, 줌왈트 3척, 세종대왕급 이지스함 3척(예정), 여기에 F35 300기까지?]

[이 시간 가장 배 아플 주체를 고르시오.]

(1) 중국 (2) 일본 (3) 대한민국 공군

ㄴ333

ㄴ이건 닥치고 3번이지.

ㄴ3번 말고 다른 보기가 있기나해? 아무리 봐도 3번 하나뿐인데?

ㄴ해군 참모총장 : "국민 여러분, 안심하십시오! 대한민국의 '하늘'은 안전합니다!"

ㄴ실전 비행전력을 따지면 해군이 그냥 공군 쌉 바르겠는데?

ㄴ심지어 청담수영병원 공중급유기 3기도 엄밀히 보면 해군 소속이라 할 수 있음.

ㄴ해군 출신인데 어리둥절하다. 우리나라 해군이 언제부터 이리 부유해졌냐?

ㄴ그냥 전투기니까 공군에 편입해서 운용하는 게 낫지 않을까?

ㄴ너 같은 놈들 때문에 해군 대원수께서 굳이 함재기로 고르신 거다.

ㄴ너 공군이지?

ㄴ잡았다. 요놈!

ㄴ이제 양식장 경비는 든든하네. 해군이 하늘과 바다 모두로부터 굳건히 지켜낼 테니까.

공군본부의 분위기는 침울했다.

해군의 항공 전력이 한순간에 급부상하게 생겼기 때문이다.

"이게 무슨 일입니까. 제대로 된 파일럿 인프라도 없는 해군이 F35를 300기나 도입한다니요."

"경항모 함재기 26기 때도 우리 공군에서 강제로 파일럿을 강탈해 갔는데. 이번에는 300기라니."

"이건 말이 안 됩니다. 적어도 비행단은 우리 공군 소속으로 해야 합니다."

해군한테 안방 살림을 내주게 생긴 공군은 마음이 다급했다.

"초계기와 대잠헬기나 운용하던 해군이 300기나 되는 고급 전투기를 제대로 운용할 수 있을 리가 없습니다."

"옳습니다. F35를 제대로 운용하기 위해서는 우리 공군이 맡아야 합니다."

"항모가 없어서 활주로에서 운용하는 비행단? 이게 바로 공군이지, 그럼 무엇입니까?"

"항모도 없는데, 하수영 원수님도 차라리 공군용으로 구매를 하셨으면……."

다들 똑같은 마음이었다.

'아! 왜 하수영 원수님은 하필 공군이 아니라 해군이란 말인가!'

정작 훈련소는 육군을 나왔고 말이다.

"이대로는 공군의 존속이 위태롭습니다."

"벌써부터 해군항공전력보다 못한 공군이 무슨 의미냐는 비아냥이 나오고 있습니다."

"허! F35C는 아직 생산도 들어가지 않았는데 그 무슨 설레발이란 말입니까?"

"300기나 되는 전투기가 도입되려면 아직 시간이 많이 있습니다."

"그 안에 국방부와 하수영 원수님을 설득하면 우리 공군의 체면은 세울 수 있을 겁니다."

"원수님이 120기 정도만 공군용 교체 결심을 굳혀 주시면 좋을 텐데……."

공군 본부는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이었다.

요즘 젊은 파일럿들이 해군 차출을 노리고 이리저리 기웃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하수영이 줌왈트 승무원을 모집하면서, 군 급료 외에 사비로 무조건 월 1백만 원씩 더 주기로 한 게 너무 컸다.

조건 없이 연봉 1,200만 원이 추가되는 건데, 누군들 원하지 않을까.

공군 조종사들 사이에 이런 분위기가 팽배했다.

-고물 전투기 몰다가 고장 나서 탈출도 못 하고 순직할 바에는 최신 전투기 모는 게 낫지.

-어차피 주로 해상 비행이라 민가 지킨다고 끝까지 조종간 잡을 필요도 없지. 그냥 바다에 처박고 탈출하면 되니까.

-청담함 F35B 간 애들 말 들어보니까, 진급 불이익 없을 테니 전투기 이상하면 바로 바다에 빠뜨리고 탈출하라고 교육하던데.

-다른 거 떠나서 군 최고참이 돈많으니까 그게 엄청 좋더라. 잠수함부대 식단만 해도 장난 아니던데.

-최고참이라기에는 군번은 낮지 않나?

-군번보다 계급이 우선이지. 별 다섯 개가 쉬워 보이냐?

***

F35C 구매 발표는 여러모로 큰 충격을 주었다.

그리고 금융업계는 그 구매 결정의 이면에 도사린 의도를 읽었다.

"비율을 맞추려 노력하기는커녕, 일반 예금을 계속 받고, 굳이 급하지 않은 전투기 구매에 자기 돈을 펑펑 쓰고 있어!"

"이래도 수영사채 비율을 안 바꿀거냐고 압박하고 있는 겁니다."

"크윽, 비겁하게 무기 쇼핑으로 압박하다니. 이러면 정부가 무조건 양보할 수밖에 없는데……."

공군 빼고 축제 분위기.

이런 상황에서, '님, 돈 채워 넣어야죠?' 라고 하면 즉시 두들겨 맞을 것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