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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977화 (977/1,270)

프랜차이즈 갓 977화

232장 참치로 맺은 의리 (4)

줌왈트 1번함에는 하수영 외에도 윤신준 함장과 장교, 수병들이 타고 있었다.

물론 함 지휘 및 조타 자체는 미군들이 맡고 있었다.

실전 같은 함 적응 훈련의 일환이다.

평범한 생선 화물선 호위에서 갑자기 실전으로 돌변하자 함내에 긴장감이 팽배해졌다.

미군 함장이 하수영을 돌아봤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글쎄요. 이것들이 생선을 너무 오래 못 먹어서 단체로 맛이 갔나. 공해에서 무슨 주권을 따지고 있어."

"해상자위대 이지스 호위함 3척이 외부 포위망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물론 줌왈트에서는 이지스 호위함들의 접근을 사전에 파악하고 있었다.

뭐하려는지 지켜볼 마음에 현장을 이탈하지 않은 것이지만,

"집강아지 셋이 나왔다고 병아리가 날개에 잔뜩 힘을 주고 있군요. 그래 봐야 레일건 앞에서 평등하게 조져질 텐데."

"원수님, 이 정도 거리면 우리도 함포를 맞을 수 있습니다."

줌왈트에 미군이 타고 있는 것은 전 세계가 알고 있다.

정상적이라면 일본도 격침을 노린 타격을 가하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미군 함장은 그런 편리한 낙관주의를 맹신하지 않았다.

'진주만 습격을 보면, 일본 놈들은 언제 어떻게 돌변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자민당이 해자대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할 정도로 무능에 쩔었나? 아니면 함장 놈들이 뭐 근사한 대가라도 약속받았나? 흠……."

이지스함 3척은 원거리에서 포위 진형 형성을 마쳤다.

채널로 통신 요청이 거듭 들어오지만, 하수영의 지시대로 무시하고 있는 중이었다.

윤신준 함장이 구겨진 표정으로 말했다.

"공해에서 생선 거래를 했을 뿐인데 전투함으로 덮치다니, 이건 범죄입니다!"

하수영은 가슴을 펴고 말했다.

"윤 함장. 기억하세요. 은혜는 2배로, 원수는 10배로 갚는다는 게 내방침입니다."

"오늘 저놈들에게 10배 복리가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주시는 겁니까?"

"계산이 잘못됐어요. 10배가 아니라 2배죠."

"……잘못들었습니다?"

윤신준은 물론이고 미군 함장과 지휘 장교들도 멍청한 표정을 지었다.

"이런 재미난 이벤트를 마련해 줬는데 어떻게 원한으로 받아들일 수 있겠습니까? 안 그래요?"

"……."

윤신준은 하수영의 멘탈은 어디쯤 끝에 위치하고 있는지 불현듯 궁금해졌다.

하지만 곧바로 소스라치게 놀라서 속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심연은 들여다보는 게 아니다.'

"좋아. 교신 채널을 여세요. 아, 일방통행으로 열겠습니다."

저쪽이 하는 말은 듣지 않고, 이쪽이 하고픈 말만 일방적으로 쏟아내겠다는 의지다.

일방 채널 오픈 요청이 들어가자, 상대는 얼마간 반응이 없다가 이윽고 연결이 되었다.

하수영이 입력한 문장이 컴퓨터 기계음으로 변환되어 상대 함정에 전송되었다.

[포위를 풀고, 물러나라.]

[이후 전부 귀.함 책임.이.다.]

[본.함.은.레.일 건.무.장.완.료.]

"상대 함정의 송신문 수신 완료! 즉시 포위를 풀고 물러나라는 경고입니다!"

통신병이 함장에게 얼른 출력된 수신문을 전달했다.

수신 내용을 한 번 더 확인한 함장은 수신문을 구겼다.

"아직도 통신 연결은 안 되는 건가?"

"예! 상대가 받아들이지 않고 있습니다!"

"계속 요청해!"

함장은 화면에 흐릿하게 비치는 줌왈트의 형태를 노려보았다.

줌왈트의 레이더라면 분명히 자신들의 접근을 파악했을 터이다.

하지만 무슨 자신감에서인지 지금까지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다.

이렇게 가시범위 안에 들어오면 최강의 스텔스 성능도 의미가 없어질 텐데,

'절대 공격하지 못하리라고 자신하고 있는 건가?'

그는 이를 바드득 갈았다.

줌왈트는 엄연히 한국해군 소속, 미군들이 타고 있다 하나 관계없다.

함장은 입헌민주당 간사당이 당부했던 말을 떠올렸다.

-고작 생선 따위에 국부가 지나치게 유출되고 있소. 놈들에게 불편함을 줘서 다시는 암시장을 열지 못하게 하는 게 목적입니다.

-절대로 일을 크게 벌여선 안 됩니다. 적당한 선에서 멈추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함장은 이를 갈았다.

며칠 전은 노모의 생일, 하지만 생신상에 전어 새끼 한 마리 올리지 못했다.

사리분별 능력이 떨어진 노모는 그 좋아하는 생선을 생일에도 구경조차 못 한 것을 무척이나 슬퍼했다.

-죄송해요, 어머니. 생선이 너무 비싸서 도저히 구할 수가 없었습니다.

-새끼 전어라도 좋으니 노릇노릇한 생선구이에 쌀밥과 된장국을 곁들여 먹고 싶었다…….

-죄송합니다, 어머니.

그 대화를 떠올리면 아직도 가슴이 아린다.

도쿄의 고리야마 스시에 가면 생선 요리를 먹을 수 있다고 하는데, 거동이 불편한 노모를 그 먼 곳까지 모시고 갈 수도 없었다.

이렇듯 생선에 진심인 국민들이 고통스러워하는데, 재벌과 고위각료들은 수십만 엔짜리 생선을 아무렇지 않게 즐겨 먹는다.

눈앞의 저놈들이 바로 그런 불평등을 야기하고, 또 큰돈까지 벌어가는 범인들이다.

그래서 이 작전을 누구보다 기뻐했다.

"여기는 도쿄 앞이다. 우리 일본의 바다란 말이다."

인상을 잔뜩 구긴 함장이 명령했다.

"가까이 접근하라! 보디체크를 실시한다!"

선제공격을 할 수는 없으니, 선체로 충돌을 할 것처럼 위협을 가한다.

는 것.

톤수 차이가 나지만 정면으로 부딪치면 줌왈트도 무사하긴 어렵다.

자신들이야 즉시 구조해 줄 동료함이 있지만, 녀석은 혼자가 아닌가.

"거리를 좁혀라! 위협을 가하란 말이다!"

이른바 치킨 레이스.

서로 정면으로 질주하되, 먼저 키를 꺾는 놈이 겁을 먹고 패배하는 것이다.

함장은 지금까지 이 기싸움에서 단 한 번도 져본 적이 없었다.

***

청담 줌왈트 1번함이 다급해졌다.

"아타고급! 전속력으로 본 함을 향해 돌진 중! 충돌 위협을 가하려는 것 같습니다!"

"미친! 말로만 듣던 가미카제 공격인가! 이래서 잽스들이란!"

"함장님, 피합니까?"

먼저 피하면 이건 자존심 문제다.

겁을 먹고 꼬리를 말았다는 불명예가 두고두고 따라붙는다.

보통 이들은 이해할 수 없겠지만 이게 바로 해군의 자존심이라는 것이다.

"체급도 5,000톤이나 더 높은 우리가 피하면 저놈들은 의기양양해할 것이다! 우리도 달려든다! 기관 전속!"

"기관 전속!"

정면충돌하면 해자대 이지스함은 침몰할 것이다.

줌왈트 역시 대파의 위험을 피하진 못한다.

하수영도 얼굴이 빨개져라 흥분해서 강하게 외치고 있었다.

"만재배수량 1만 톤 겨우 넘는 꼬꼬마 난쟁이 따위가 어디서 감히! 네놈들에겐 레일건도 사치다! 박아버려! 네이비!"

"우워어어!"

"속도 70노트! 70노트를 돌파했습니다! 70노트입니다!"

"하하하! 130km/h로 달려드는 1.6만 톤짜리 쇳덩이를 받아낼 수 있겠느냐!"

"네놈들은 확실하게 침몰이라고!"

이제 곧 충돌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저 배도 최소 20노트로 달려오고 있으니, 167km/h의 속력으로 서로 부딪치는 셈이다.

"조타장! 키에서 손을 놔! 줌왈트의 자존심을 보여줘라!"

"예썰!"

거리가 순식간에 좁혀졌다.

몇 초 안으로 어느 한쪽이 키를 꺾지 않으면, 정면충돌은 이제 피할 수 없다.

"Brace for impact!"

바로 그 순간이었다.

일본함의 갑판이 바깥쪽으로 크게 기울어지며 선수 방향을 꺾었다.

줌왈트는 그대로 직전을 강행했고, 두 함은 선체 측면을 스치듯이 충돌을 일으켰다.

비상벨이 요란하게 울리며 배 전체가 뒤흔들렸다.

승조원들은 저마다 주변의 지지대를 단단히 잡은 채 충격을 버텨냈다.

한 차례 큰 충격이 가시고, 미군 함장이 쩌렁쩌렁하게 외쳤다.

"함의 파손을 보고하라! 원수님, 괜찮으십니까?"

"아아, 이 정도는 끄떡없습니다."

놀랍게도 하수영은 아무런 지지대도 잡지 않은 채, 팔짱을 끼고 당당하게 서 있었다.

해군 원수라는 지위에 어울리는 압도적인 포스.

마초니즘을 숭배하는 미군들은 그런 태연함에 황홀함마저 느꼈다.

'이렇게 배가 크게 흔들렸는데도 조금도 흐트러짐이 없다니.'

'정말 대단하군.'

"전 기관 이상 무! 특별히 큰 파손은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하나도 놓치지 말고 모조리 체크해! 일본함의 상태는 어떤가?"

"선체 측면이 뜯어져 나갔습니다! 화재 발생!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습니다!"

"통신 채널을 열어라."

"통신 요청합니다! 상대함과 연결되었습니다!"

미군 함장은 곧바로 윽박지르듯이 외쳤다.

"느려. 느려! 왜 화재 진압을 바로 바로 하지 않는 건가! 네놈들 수병들이 다들 겁을 집어먹고 머리를 갑판에 처박기라도 한 건가!"

참모 한 명이 황급히 귓속말을 했다.

"수병이 아니라 자위대원입니다. 저것은 군함이 아닙니다."

"알고 있다. 기만이다."

"아, 놈들이 더 열을 받겠군요. 민간인 주제에 군인으로 인정받고 싶어서 안달이 난 놈들이니까 말입니다."

***

일본 이지스함은 아비규환이었다.

충돌로 인해서 화재가 발생했고, 몇몇 장치들이 충격으로 인해 먹통상태였다.

그 와중에도 함장은 상황 수습보다는 분노를 터뜨리고 있었다.

바로 조타장이 화풀이 대상이었다.

"어째서 키를 꺾었나! 내가 절대로 키를 꺾지 말라고 했을 텐데!"

"죄송합니다!"

"네놈! 네놈이 우리 일본 해상자위대의 명예를 마리아나 해구에 처박은 걸 알고 있는가!"

"죄송합니다!"

조타장은 몇 번이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그는 보이지 않게 이를 갈고 있었다.

'아니, 70노트로 달려드는 1.6만 톤짜리한테 끝까지 달려들면 어쩌자는 거야! 정말 다 죽자고?'

만약 끝까지 정면충돌을 했다면?

적어도 이 배는 확실하게 바닷속으로 가라앉았다.

상대의 피해를 예상해서 무엇하겠는가.

결과적으로 놈들은 끝까지 키를 꺾지 않고 정면으로 달려든 것만 확인 했는데, 다른 대원들도 겉으로는 조타장을 비난하는 척하면서, 속으로는 안도의 한숨을 돌리고 있었다.

누구 한 명이 대신 희생을 짊어져 주니, 이렇게 좋을 수가 없다.

"적함! 크게 선회해서 이쪽을 향해 다시 달려오고 있습니다!"

"갑판에 수병들이 나와 있습니다!!

아! 본함에 호스로 물을 뿌리고 있습니다! 화재 진압을 돕고 있습니다!"

함장은 너무 분해서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했다.

"이, 이놈들이! 이 미제 양키놈들이 조센징과 손을 잡고 끝까지 우리를 농락하는구나! 당장 함포 사격을 준비해라!"

"해상막료장 명령입니다! 함장의 지휘권을 박탈하고 영창 근신, 부함장이 지휘권을 인수해서 다 함께 귀환하라! 이상입니다!"

"뭐야! 지휘권 박탈이라니!"

"함장님! 막료장 명령입니다! 부디 지휘권 인수에 따라주십시오!"

겨우 숨을 돌린 부함장이 나섰고, 장교들도 다 같이 나서서 함장을 압박했다.

죽다 살아나서 그런지 도저히 함장을 좋게 볼 수가 없었다.

***

꼬리를 말고 황급히 멀어지는 일본 함들.

기세 좋게 무장해제를 외치던 순시선도 꽁지가 빠져라 도망치고 있었다.

함정들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윤신준이 입을 열었다.

"대체 왜 저러는지 이해가 안 갑니다. 일본 정부는 암시장을 묵인하는 게 아니었습니까?"

"어쩔 수 없이 묵인하지만, 자기들이 일부러 묵인하는 게 아니라고 생색을 내고 싶었던 거겠죠. 문화 자체가 워낙 행동과 마음이 다르지 않습니까?"

"아……. 그럴 수도 있겠군요."

"자기 나라 상대로 알짜배기 장사하는 게 불쾌했을 수도 있고요. 앞으로도 이런 일이 주기적으로 일어날 겁니다."

"정당한 장사로 수입한 생선은 통제하고, 자기들 먹을 생선을 값비싸게 사오는 건 잘 받아먹으면서, 또 묵인하는 게 아니라는 생색을 내려고 무력시위를 한다니. 저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 사고방식입니다."

"그래서 힘으로 찍어 눌러야 합니다. 보세요. 한 번 찍어 누르고 조롱하니까 아무 대꾸도 못 하고 저렇게 도망치잖습니까."

하수영은 목을 움직이며 뿌드득뿌드득 소리를 몇 번 냈다.

"자, 그럼 우리 도우야 산쿠라 회장을 한 번 만나볼까."

"직접 건너가시겠습니까? 아니면……."

"헬기 띄워서 데려오세요."

용왕은 간사한 토끼를 용궁으로 호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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