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랜차이즈 갓-973화 (973/1,270)

프랜차이즈 갓 973화

231장 솔저 콜렉터 (7)

TL-001.

장강필이 새로이 얻은 다리 모델명.

처음에 장강필은 모델명이 무슨 의미인지 몰랐다.

그러다가 다리에 한창 익숙해진 무렵에야 프리덤한테 물었다.

"그런데 프리덤, TL-001이 무슨 뜻이지?"

-Terminator's Leg이라는 의미입니다. 영화 터미네이터 같은 다리가 되라는 의미죠.

"그런 깊은 뜻이 있었구나."

장강필은 모델명이 가진 의미에 다시 한번 감동했다.

이천만 불짜리 터미네이터 다리라니!

장강필은 일상생활에서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부상을 입기 전보다 더 뛰어난 운동능력을 보일 수 있었다.

조경, 배드민턴, 테니스, 심지어 족구나 축구까지 예전보다 월등히 나았다.

특히 발을 이용한 구기 종목에서 로봇 발은 압도적인 능력을 발휘했다.

로봇 발을 이용해서 툭 차기만 하면, 자신이 머릿속으로 상상했던 궤적과 강도, 좌표로 그대로 공이 발사되곤 했다.

해군사관학교에서 지휘관 교육을 받으며, 그는 로봇 발에 점점 익숙해져 갔다.

"함장님! 함장님을 막아!"

"윽! 막을 수가 없습니다! 너무 빠릅니다!"

"아, 안 돼! 함장님 슛 날리신다! 무조건 막아! 막으라고!"

"지금 또 먹히면 10 : 0이야!"

지휘관을 배려하는 접대 축구 같은 것은 없다.

장교와 부대원들은 어떻게든 장강필을 막기 위해서 혈안이 되어 달려들었다.

이미 8골이 그의 발에서 터진 상황, 그것도 온 힘을 다해서 막았는데도 불구하고 터진 골들이다.

하프라인과 골대의 중간 지점.

그 상당한 거리에서 각도가 나오자, 장강필은 주저 없이 로봇 발을 높이 들었다.

퍽!

초고성능 CPU의 완벽한 계산과 전기구동장치의 절묘한 조화가 이뤄낸 킥.

축구공은 마치 함포에서 발사된 정교한 포탄처럼 빨려들어 갈 듯이 골대를 향해 쇄도했다.

골키퍼가 있는 힘껏 몸을 날렸지만, 공은 예술적으로 휘어지며 골대 모서리를 정확하게 파고들었다.

철썩거리는 골망을 보며 골키퍼는 허망한 표정을 잃지 못했다.

어떻게든 각을 주지 않으려고 에워 쌌던 수비수들도 허탈함에 휩싸여서 서 있었다.

"더 했다가는 장병들 사기만 떨어 지겠군. 나는 교체하겠다."

"필승! 수고하셨습니다!"

혼자 9골을 넣은 장강필은 유유히 손을 흔들며 잔디밭을 나왔다.

3번함 안원태가 감탄 가득한 표정으로 옆에 앉으며 말을 걸었다.

"선배님, 그 로봇 발은 정말 대단하군요. 이천만 불짜리라서 역시 뭔가 다른 겁니까?"

"전 세계에 딱 하나뿐인 다리라고 하더군. 청담 스코프와 마찬가지로 청담 메탈바디 시리즈라고 들었다."

"청담 스코프와 같은 시리즈라고요? 어쩐지 너무 대단했습니다. 저 사실 청담 스코프를 체험해 본 적이 있습니다."

"그랬나? 어땠나?"

"말도 마십시오. 체험한 지 오래돼서 이제 겨우 적응했지, 처음 1, 2주간은 실명을 한 것처럼 너무 괴로웠습니다."

그때를 상기하며 안원태는 몸을 가볍게 떨었다.

"초고도 근시자가 영원히 안경을 쓸 수 없게 된 그런 박탈감? 대충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오, 그거 괜찮은 비유로군."

"그런데 선배님, 그 다리 가격이 200억이 넘는다는데 정말입니까?"

"시중에 파는 물건은 아니야. 세상에 딱 하나밖에 없는 거라고 들었다."

"그 로한 박사가 오직 한 명만을 위해서 만들어준 로봇 의족이라니…… 그저 경외심이 들 뿐입니다."

장강필은 허허 웃으며 대답했다.

"신이 나에게 새 다리를 돋아나게 해준다고 해도 이제는 내가 거절할 정도다. 내가 그 사고를 당한 것은, 이 로봇 발을 얻기 위해서 운명이 내게 점지한 담금질이었을지도 몰라."

"그런 생각까지 들 정도입니까?"

"자네도 한 번 이 다리를 써봐야 아는데. 내가 좋은 걸 잠깐 보여주지."

주변을 살피던 장강필은 수십 kg은 나갈 법한 장비 하나를 짊어졌다.

그리고 눈을 감은 채, 로봇 발 하나로만 1족 스쿼트를 실시했다.

로봇 발은 2초에 한 번 굽혀졌다 폈다 하는 속도로 빠르게 1족 스쿼트를 반복했다.

맨몸으로 해도 매우 균형을 유지하기 힘든 자세를 쉴 새 없이 빠르게 반복한다.

어느덧 부대원들은 경기도 중단한 채 입을 벌리고 멍한 눈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민망하군. 여기까지 하지."

장강필이 쑥스러워하며 짐을 내려놓고는 다시 앉았다.

얼굴에 땀 한 방울 흐르지 않고, 호흡도 온화해 보인다.

안원태는 경악해서 물었다.

"선배님, 안 힘드십니까?"

"나는 하체 근육은 거의 쓰지 않았으니 그리 힘들지 않아. 장비를 들고 팔의 중심만 잡고 있었을 뿐이니까. 로봇 발이 모두 다했지."

"아니, 어떻게 발 하나가 그렇게 완벽한 균형감각을…… 보통 로봇들은 그런 운동을 시키면 바로 중심을 잃고 넘어질 겁니다!"

"TL-001은 내 마음을 완벽하게 읽고, 내가 원하는 자세와 출력을 내어주거든. 전투함 지휘관 역할을 수행하는 데 아무 문제도 없다."

로봇 발의 대단함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경기를 마치고, 다 같이 야외에서 고기를 구워 먹을 때였다.

지휘부를 위해 대형 전기그릴을 준비했는데, 전기 연장케이블을 미처 준비하지 못한 실수를 범한 것이다.

"누가 빨리 가서 50미터짜리 케이블 하나 갖고 와! 아니, 그걸 제대로 챙겼어야지!"

"죄송합니다. 전기 그릴은 하나뿐이라서 같이 챙긴 줄 알았습니다. 얼른 가져오겠습니다."

그러자 장강필이 온화한 얼굴로 나섰다.

"그럴 필요 없다. 여기에 꽂아라."

"함장님?"

"아, 아니. 이게 대체?"

로봇 발의 측면이 열리며, 전원 플러그를 꽂는 콘센트가 나타났다.

부관은 어쩔 줄을 몰라서 쩔쩔맸다.

정말 저기에 꽂아도 되는 거야?

감히 불경스럽게 함장님 다리에?

"부관아, 이리 가져와라."

"예, 함장님."

어쩔 수 없이 공손히 그릴 플러그를 갖다 바쳤고, 장강필은 주저 없이 로봇 발에 꽂았다.

"이제 작동시켜 봐라. 뭐하러 창고까지 가서 연장 케이블을 가져오나."

"저, 선배님. 이거 배터리 괜찮은 겁니까?"

"응, 괜찮아. 이 정도는 문제없어."

그렇게 2시간 가까이 그릴을 사용 했는데도 로봇 발은 끄떡없었다.

그릴도 마지막까지 잘 작동했다.

전기나 배터리에 관해 좀 아는 사관들은 경악감을 감추지 못했다.

'뭐지, 저 로봇 발은?'

'다리 전체가 배터리로 되어 있어도 전기 그릴을 이렇게 오래 가동시키지는 못할 텐데?'

'설마 안에 핵융합 배터리라도 들어있는 건가?'

경악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아, 차 배터리가 거의 없습니다. 아무래도 충전을 해야 할 거 같습니다."

"가장 가까운 충전소가 어디지?"

장강필이 다시 나섰다.

"그럴 필요 없다. 내게 맡겨봐라."

"선배님?"

"함장님?"

장강필은 충전 케이블을 로봇 발에 꽂았고, 고속 충전 모드가 시작되었다.

"여기 의자에 앉아서 잠깐 독서라도 하고 있으면 되겠지. 부담 갖지 말고 할 것들 해라."

장강필은 케이블을 다리에 꽂은 채 벤치에 누워서 최신 플래그쉽 모델프리덤폰으로 군사 서적을 읽기 시작했다.

윤신준 함장과 안원태 함장은 그저 허탈해서 말없이 바라보기만 했다.

"이런 말 하면 안 되겠지만…… 저거 되게 좋아 보이는데요?"

"그러게 말이야."

쿠르릉!

멀리서 천둥이 울리며, 먹구름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세 함장은 일제히 고기를 들어 하늘을 바라봤다.

어느덧 해가 들어가고, 푸른 캔버스에는 잿빛 얼룩만이 가득했다.

"예보대로 태풍이 상륙하나 봅니다."

"아니, 초대형 태풍 닥친 게 며칠이나 됐다고 또 온다고?"

"그래도 이번에는 그렇게 큰 건 아니랍니다. 큰 피해는 없을 거라네요."

"며칠 전에 전국적으로 박살이 났으니 피해가 없겠지. 피해도 뭐 잃을 게 있어야 생기는 거잖아?"

"대형 태풍 재난은 이제 연례행사가 된 거 같습니다."

"그래도 작년까지는 한 해에 한 번이었는데, 올해는 큰 태풍만 벌써 2번이니."

날씨가 나빠지자 6함대 장병들은 서둘러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상기후, 이상기후라고 하더니 정말 심각해지는 거 같습니다. 우리 어린 시절에는 이런 거 없었지 않았습니까."

"원수님도 그 점 때문에 큰돈을 들여 핵융합 발전소와 메탄 포집에 투자해서 성공을 거두시지 않았나. 대단하신 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아직도 석탄 발전에 40% 가까이 의존하고 있으니, 정말 어처구니가 없는 노릇입니다."

"그 좋은 핵융합로를 만들어놓고 카르텔 이익 보장 때문에 시장 공급을 막고 있다니. 그저 기가 찹니다."

"기술적으로는 강릉 발전소 하나만으로 우리나라 전체에 전기를 공급 할 수 있다던데 말입니다."

"핵피아놈들이 마지막으로 큰 똥을 거하게 싸질러 놓고 갔으니 어쩔 수 없지. 발전소 쿼터제 악법 말이다."

"고리원전에 그런 누출 사고까지 터졌는데도 다른 원전들은 계속 돌리고 있잖나. 내가 결정권자였으면 당장에라도 가동 중지 들어가겠어."

원자로는 출력 조절이 오래 걸리니만큼, 당장 멈출 수는 없다.

하지만 가동 중지 작업은 즉시 개시해야 할 것 아닌가.

핵융합이라는 대안이 있는데도 그러지 않는 것에 많은 국민들이 불만이 많았다.

언제 자기들 지역의 원전도 터질지 모른다는, 그래서 전력 공급에 차질을 빚을지 모른다는 불만.

오히려 한전은 석탄 발전소 비중을 늘리면서 블랙아웃을 대비하고 있는 중이다.

"발전소 악법의 보장 기간이 끝나기 전까지는, 핵피아들 놈들이 마지막에 싸지른 똥을 온 나라가 짊어져야 할 겁니다."

"아니면 그 법을 폐지하던가 말이지."

"셧다운제 하나 폐지하는데도 10년이 걸리는데 발전소 악법은 보장기간 전에 폐지되기는 불가능할 거 같습니다."

셋은 전기 잡아먹는 레일건 함포구축함장이라서 그런지 전기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어났다.

자신들을 발탁해 준 은인인 해군 원수가 핵융합 전기판매사업자이기도 했고.

***

한바탕 큰 태풍으로 난리가 나서 복구 작업 와중에, 중소형 태풍이 또다시 찾아왔다.

추가 피해는 크지 않지만, 복구 작업을 중단해야만 했다.

전국의 농민들은 미쳐 버릴 것만 같았다.

"벌써 3년 연속이야, 3년 연속!"

"3년 동안 농사다운 농사 한 번 제대로 지어보지 못했다고!"

"이건 뭐 우리도 다른 농가처럼 빨리빨리 거두는 채소 농사나 지으라는 소리인가? 그럼 사람들 먹는 쌀은 누가 키우고?"

"하수영 농민 회장님이 말씀하셨지. 전국 모든 논밭에 단단한 방수뚜껑을 씌우고 물길도 새로 만들어야 한다고, 안 그러면 날씨 때문에 계속 농사 망칠 거라고."

"농협 놈들은 대체 뭐하고 있는 거야?"

"농민 회장님이 저금한 쌀 판 돈으로 이자 놀이나 하고 있겠지. 한 해이자만 수천억이라던데."

"그 돈으로 모든 논밭에 단단한 푸껑이나 만들어달란 말이다! 네놈들 성과금 잔치나 하지 말고!"

물론 이자로 성과금 잔치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랬다가는 당장 하수영이 찾아와서 농협을 뒤집어 놓을 테니.

계약 위반이라며 예치금을 빼가 버리면 농협은 자기자본비율이 크게 흔들려서 부도에 몰릴 수도 있었다.

그저 무능할 뿐이다.

하수영의 지원을 받아 단단한 하우스를 구축한 농가는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비닐하우스 대신 콘크리트와 강화하우스로 교체한 농가들이었다.

논밭에서 농사짓는 이들은 아직 콘크리트 하우스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3번 연속 물난리에 논밭이 모두 떠내려갔다! 내 손으로 키운 곡식은 단 한 톨도 쥐어보지 못했다! 정부는 제발 단단한 뚜껑을 씌워 달라!"

여의도 국회 앞에서는 매일같이 농성이 벌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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