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972화
231장 솔저 콜렉터 (6)
"자, 한번 착용해 보시죠."
장강필은 로봇 발 상부 홈에 허벅지를 깊숙이 집어넣었다.
안쪽은 푹신한 안감으로 되어 있어, 절단 부위부터 부드럽게 허벅지를 감싸왔다.
가죽 거치대를 연결해서 허리까지 단단히 고정했다.
"프리덤, TL-001 동기화를 시작해라."
-알겠습니다. 마스터.
장강필의 폰이 대신 대답했고, 곧 로봇 발이 가늘게 떨리며 가동되었다.
두 다리를 뻗은 채 앉아 있는 장강필에게 하수영이 말했다.
"일어나서 걸어 보시죠."
"예, 원수님."
그런데 어떻게 해야 하지?
생소한 경험을 소화하기 위해 그는 끙끙거리며 일어나기를 시도했다.
놀라운 감각이 아래에서부터 올라왔다.
로봇 발이 마치 자신의 생각을 읽은 것처럼, 다른 발과 완벽하게 보조를 맞춰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장강필은 목발이나 타인의 도움 없이, 마치 자신의 발처럼 완벽히 자연스럽게 일어났다.
아내가 그걸 보고 입을 틀어막았다.
"걸어보시죠."
"예! 원수님!"
목소리에 흥분이 잔뜩 들어갔다.
장강필은 천천히 거실을 이리저리 거닐었다.
로봇 발은 자신의 생각처럼 자연스럽게 움직였다.
위화감이라든지, 딜레이 같은 것은 전혀 없었다.
발바닥이 닿는 감촉을 느낄 순 없지만, 로봇 발이 어떤 각도와 자세 중인지는 알 수 없지만, 로봇 발은 반대쪽 다리와 완벽한 호흡을 보였다.
"구보하러 갑시다."
"예! 원수님!"
쭈그려 앉아 운동화를 신는데 울컥눈물이 나올 뻔했다.
로봇 발이 자신의 생각대로 자연스럽게 신발 안창을 파고들며 위치를 잡는다.
밖으로 나온 원수와 대령은 천천히 도로를 뛰기 시작했다.
"속도를 더 올리겠습니다. 전력구보 합니다."
"예! 원수님!"
호흡이 턱에 차오를 듯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주변의 풍경, 행인이 빠르게 뒤쪽으로 지나쳐 간다.
이루 말할 수 없는 감동에, 장강필은 눈시울이 붉어진 채 열심히 달렸다.
쭉 목발에 의존해서 살았다.
다시는 이렇게 자유롭게, 바람을 느끼며 달리는 날이 없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 자신은 힘껏 달리고 있다.
뺨을 때리는 날카로운 바람이 이렇게 반가울 줄이야.
파묻힌 허벅지에는 거의 진동이 느꺼지지 않았다.
갑갑하거나 아프다는 느낌은 전혀 없다.
처음부터 자신의 것이었던 것처럼 편안하고 포근한 감각만 있을 뿐이다.
숨이 헐떡거려서 속도를 늦췄다.
로봇 발은 그런 의지를 읽은 것처럼, 완벽하게 속도를 줄이며 몸을 정지시켰다.
바닥에 굴러다니는 깡통을 쓰레기 통을 향해 가볍게 걷어차 보았다.
로봇 발은 부드럽게 움직이며 깡통을 찼고, 깡통은 완벽한 포물선을 그리며 쓰레기통으로 들어갔다.
본인조차도 놀랄 정도로 완벽한 컨트롤이었다.
'이게 된다고?'
"어떻습니까?"
"정말 완벽합니다. 제 본래 다리보다 제 마음과 통제를 더욱 잘 따라줍니다."
"이제 아까 한 말을 이해하겠습니까?"
"예, 원수님. 왜 다른 쪽도 로봇 발을 붙이고 싶은 마음이 든다는 건지 완벽하게 이해했습니다."
"후후, 이게 청담 메탈바디 시리즈의 무서움이죠."
청담 메탈바디 시리즈?
"청담 스코프를 아시죠?"
"물론입니다. 원수님."
"체험을 한 정상 시력인들이 늘 하는 말이 있죠. 차라리 하질 말아야 했다. 괜히 했다, 청담 스코프 경험안 한 눈 사고 싶다."
장강필은 부동자세로 하수영의 말을 들었다.
"평생 24인치 FHD TV만 보다가 120인치 16K TV를 겪은 기분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다시 원래 TV로 돌아온 거죠."
"원수님, 엄청난 박탈감일 거 같습니다. 저도 그 마음이 뭔지 알 것 같습니다."
"또 다른 특이한 점은 없었습니까?"
"전력구보를 하는데도 절단 부위와 허벅지에 아무런 갑갑함이나 충격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접촉면이 특수 충격흡수 소재로 되어 있어서 그렇습니다. 지속적으로 마사지 효과도 부여하기 때문에 혈액 순환을 돕고, 피부가 뭉개지는 것을 방지해 줍니다."
"그렇다면 24시간 벗지 않고 있어도 되겠군요."
"그래도 각질과 땀 정도는 세척을 해줘야죠. 그것만 아니라면 상시 작용하고 있어도 전혀 불편함이 없을 겁니다."
"원수님, 정말 감사합니다. 죽을 때까지 이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나중에 부서지거나 고장 나면 새로 갈아줄 테니까 염려하지 마세요."
"이런 로봇 발은 아주 비싸겠지요?"
"스코프만큼은 아니어서 좀 싸게 먹혔습니다. 만드는데 200억 정도 들었습니다."
"이, 이백억……."
장강필은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려서 주저앉을 뻔했다.
놀라운 것은 로봇 발이 그런 기분까지도 완벽하게 동조해서 재현했다는 것이다!
너무 놀라 다리에 힘이 풀려서 잠시 휘청거리는 것까지!
"로한 박사가 특별히 공들여 만든,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다리입니다."
"너무 영광스러워서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로한 박사님에게도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습니다."
"저한테 하면 됩니다. 제가 전해주죠."
"원수님,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몇 번이나 반복해서 지루하시겠지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자, 이제는 함장 역할을 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겠죠?"
"예! 제 목숨을 바쳐서라도 반드시 수영양식장과 수송선들을 수호하겠습니다!"
"잘해 봅시다. 국민들의 식량주권이 우리 줌왈트 함대에 달려 있습니다."
"전 국민의 식량주권, 반드시 수호하겠습니다!"
"그럼 이제 전입신고 받겠습니다."
하수영이 자세를 잡고 바라보자 장강필도 몸에 바짝 긴장감을 주었다.
"필승! 신고! 합니다! 대령 장강필은 해군청숫골사령부 6함대 청담 줌왈트 2번함 함장으로 전입을 명! 받았습니다! 이에 신고! 합니다!"
"청담 줌왈트를 믿고 맡기겠습니다."
아무도 지켜보는 이 없는 간이신고식,하지만 이 순간은 장강필의 가슴에서 영원히 바래지지 않는 소중한 시간으로 남을 것이다.
***
해군본부에 신임 함장 세 명이 신고식을 위해서 모두 모였다.
해군 최강의 전투함이다 보니 참모총장이 직접 신고식을 생겼다.
총장 외에도 많은 장군들이 줄줄이 모여들어서 얼굴을 비췄다.
세 함장들은 서로를 알아보며, 묘한 동질감을 느낄 수 있었다.
자신들은 해군 내부 부조리에 전혀 가담하지 않았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윤신준과 장강필은 아예 해군에서 축출되었다가 화려하게 복귀했다는 유대의식이 있었다.
"최강의 전투함을 맡게 된 것을 축하한다. 당분간 6함대는 합참의 직접 지휘를 받게 될 것이다. 해성사사령관 자리가 아직 공석이어서 말이야."
"알겠습니다!"
줌왈트 3척은 모두 새로 창설될 6함대 소속으로 결정이 났다.
"당분간은 함을 운용하는 미군의 협조를 받아 조함 능력을 키우는 데 주력해야 할 거다. 가능하면 최대한 빨리 인수인계를 마치고, 미군들을 본토로 떠나보내게 해라."
"예!"
"자, 이제 자네들 새 부하들도 만나서 각자 인사하도록."
"예!"
대강당에는 6함대 승무원 417명이 와 있었다.
하수영이 직접 영입한 퇴역 장교 및 부사관 117명, 그리고 230 : 1의 경쟁률을 뚫고 한강뷰 거주권을 따낸 예비역 병사들.
"필승!"
신고식에서 다들 대강당이 떠나가라는 듯 우렁차게 신고를 했다.
소속 함정이 서로 다르다 보니, 경쟁의식이 붙어 더욱더 크고 군기 있는 모습을 보이려고 했다.
함장들은 그 모습을 보고 흡족했다.
"아주 우수한 자원들이라고 들었습니다."
"병사들도 현역을 모두 마친, 전문학사 이상의 자원들이니 다루기가 아주 수월할 거야. 함 운용에만 적응하면 금방이겠지."
이 중에서 가장 최하체가 전역한 지 2년이 안 된 예비역 병장이다.
군 생활도 우수하게 마쳤고, 사회에서도 공부와 스펙에 열심히 한 재원.
"완전히 초인플레이션이네. 최강의 전투함에 최고의 인재들만 잔뜩 모아놓았군."
함장들 중에서는 2번 함장인 장강필이 가장 선임이었다.
"선배님, 청담 줌왈트 자세한 제원을 들으셨습니까?"
교수 출신의 안원대 함장이 장강필에게 말을 걸었다.
"아직은 전부 못 들었네. 최대사거리 450m의 레일건 함포와 탄자 200만 불을 상시 탑재하고 있다는 건 들었네."
"항속거리가 2만km 이상이라고 합니다."
"그게 정말인가?"
장강필은 놀라서 반문했다.
줌왈트의 항속거리는 1만km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었다. 그런데 그 두배라니?
"그리고 최대 속도가 무려 70노트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70노트라니! 그게 사실이면 바다의 무법자가 아닌가!"
거의 130km/h에 육박하는 속도다.
"미국 녀석들이 정말 무시무시한 걸 만들어냈군……."
"그건 아닌 거 같습니다. 통영을 덮친 해적선들을 추적할 때, 해풍의 도움을 받아서 70노트를 기록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음, 우연이라는 말인가……."
바람과 해류를 잘 타면 한계 이상의 속도를 낼 수는 있다.
그래도 70노트는 너무 말이 안 되는 수준이다.
"해신이 축복하는 함정인 모양이군. 뱃사람에게 이보다 길조는 없지."
"포드 병원선도 50노트 이상을 기록한 적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해신이 정말 원수님을 지켜주시는 건가."
뱃사람은 예나 지금이나 미신에서 완전히 거리를 둘 수 없다.
그랬다면 진수식을 할 때 샴페인병을 선수에 깨뜨리지도 않으리라.
"아무튼 앞으로 남은 교육훈련, 우리 다 함께 잘 지내보세나."
"예, 선배님."
함장들은 화기애애하게 전우애를 다졌다.
교육훈련이 끝나면, 줌왈트에 승선해서 미군으로부터 인수인계를 받게 된다.
-원수님 지시입니다. 오늘은 6함대 전원이 모두 모인 날이니만큼 해운대 수영펜션에서 기념 만찬에 참석하라고 하십니다.
"오, 드디어 그 유명한 해운대 수영펜션에 우리가 가게 되는군요."
"세상 모든 맛있는 식재료는 다 모아놨다고 들었습니다. 미쉐린 특급 셰프들도 군침을 흘리는 식재료들이라고 하더군요."
"오늘 장병들 제대로 포식하겠어."
해운대 수영펜션은 오늘 일반 손님은 전혀 받지 않았다.
오로지 6함대 부대원 420명만을 위해서 펜션 전체가 기민하게 움직였다.
"와! 돌돔! 다금바리! 이 비싼 것들을 무슨 뷔폐처럼 내놓고 있네."
"진짜 끝내준다. SNS에서 봤던 그대로야."
"수영한우! 저거 역삼동 수영한우고깃집에서 파는 그 고기 아니야? 진짜 맛있다던데."
부대원들은 식도락 패키지의 종착적인 수영펜션에서 극락을 맛봤다.
엘릭서의 기운을 받아 최고로 맛있게 생산된 식재료를 최고의 셰프들이 정성스럽게 빚어낸 요리들이 끝없이 나왔다.
"그거 들었어요? 원수님 친위함대 소속 부대원들은 죄다 이거랑 똑같은 것들을 먹는데요."
"진짜요?"
"식재료는 똑같은 게 들어간대요. 아, 잠수함은 친위함대 아니어도 같은 혜택을 받는데요."
-하수영함과 청담함, 퀸 루나 호에서 복무 중인 해군 장병들의 평균배식 사진들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때 프리덤이 나서서 사진을 보여주었다.
장병들은 잠시 식사를 멈추고 저마다 사진들을 확인했다.
하나같이 군침이 도는 메뉴들이었다.
"와, 무슨 특식으로 킹크랩 한 마리를 통째로 주네."
"김, 김치, 계란 같은 건 아예 메뉴 구성품에 포함이 안 되어 있네요. 그냥 기본 패시브 반찬으로 주는 거네."
-그래서 장병들은 외출이나 휴가를 나와도 사회 밥을 잘 안 먹습니다. 배식에 비해서 너무 맛이 없다고 기피하고 있죠.
"한강뷰 하나만 보고 지원했는데, 이 정도면 평생 말뚝 박아도 되겠는데?"
한창 시끌벅적 만찬을 즐기는데, 갑자기 한 병사 한 명이 뛰어왔다.
"저기저기, 다들 봤어요? 우리 함장님! 우리 함장님께서!"
"함장님이 왜요?"
"한쪽 다리가 티타늄 합금 특수 로봇 의족이시라는데, 글쎄 그게 200억이 넘는데요!"
"이천만 불짜리 로봇 발이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