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971화
231장 솔저 콜렉터 (5)
"일단 세종대왕급 3척 내년에 진수한다고 치면 승무원을 1,000명 정도는 더 뽑아야 하고."
-백두중공업에서 내년에 진수한다는 보장을 한 적은 없습니다.
"그래도 내년에는 진수하겠지. 내가 화물선은 좀 미뤄도 된다고 했으니까."
-키로프급과 북아메리카급은 현재 최소 인원에 가깝게 운용하고 있습니다. 인원 보충이 시급합니다.
"밑돌 빼서 윗돌 린 꼴이니까 어쩔 수 없지. 얼마나 필요하냐?"
-키로프급에 400명, 북아메리카급에 600명을 충원해야 합니다.
"그럼 합쳐서 당장 2,000명을 더 뽑아야 하겠구나. 그래도 이번에 최종 단계까지 7천 명이나 왔으니 마음이 좀 놓인다."
기가 막히다는 표정으로 듣고 있던 정서희가 물었다.
"수영 씨, 그렇게 함대에 사비 쏟아부어서 대체 뭘 하려고 그래요?"
"당연히 농장 경비용인데요?"
"……."
"병원선, 양식장, 생선과 곡물 수출선, 남미 코카농장 작물 수송선을 지키려면 이 정도 경비는 있어야 돼요."
잠시 말문이 막혀 있던 정서희가 다시 말했다.
"너무 과한 거 아니에요? 번 돈이 전부 다 함대 꾸리는 데 나가 버리겠어요. 이러면 돈을 버는 의미가 없잖아요?"
"아닙니다. 농장과 양식장으로 버는 돈에 비하면 함대창설비는 얼마 안 되죠. 걱정 마세요."
"함대 꾸리는 데 얼마나 썼어요? 10조 원은 넘었죠?"
"10조 원이야 진작 넘었죠. 지금 전투함만 8척인데, 건조 중인 3척까지 해서."
사실 줌왈트 3척은 사은품으로 받아서 구매비용은 안 들었다.
캘리포니아에 무선 전기를 공급해 주는 조건으로,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과한 거 같은데."
"나중에 가면 절대로 과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될 겁니다."
"정말 전쟁이라도 날 거 같아요?"
"사흘을 굶으면 군자도 남의 담을 넘는다고 했어요. 만약 일본과 중국이 국민 전체가 3개월만 굶으면 어떻게 나올 거 같습니까?"
"……."
"3개월이 아니라 3주만 굶어도 담벼락 부수고 쳐들어올 거 같지 않아요? 전 그때를 미리미리 대비하는 겁니다."
"……농사와 양식장 하면서 G7 2개국이 쳐들어올 것을 가정하는 사람은 수영 씨뿐일 거예요."
"사업 번창을 원할수록 전쟁을 대비하라는 말이 있죠."
"전쟁이 아니라 공황이라고 해야 하지 않아요?"
하수영은 어깨를 으쓱한 뒤 말을 이었다.
"아무튼 지금도 동해에서는 일본 순시선들이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깔짝거리고 있어요. 그놈들은 만약을 대비해서 울릉도 양식장 강제점령 작전계획도 세워뒀을 겁니다."
"설마 그렇게까지 할까요?"
"놈들이 요즘 독도 도발 안 하죠? 그게 바로 증거입니다."
"아, 그게 조금 이상하긴 했어요. 해상 펜션까지 지어서 대중 관광상품으로 만들었는데 잠잠한 게 말이 안 되잖아요."
"2번 연속 타이밍을 놓쳤으니까요."
"첫 번째 타이밍은 뭔데요?"
"부산과 일본을 잇는 해상교량을 놓고 싶어 했거든요. 그래서 독도 가지고 시비를 못 들었어요."
"아하."
"지금은 생선 부족 사태 때문에 또 독도 시비를 못 걸죠. 일본에서 그나마 유통되는 생선은 모두 울릉도 양식산이니까."
가뭄에 콩 나듯이 일본 원양어선들이 생선을 박박 긁어서 들여오기는 한다.
그러나 바닥까지 말라버린 샘물을 박박 긁어봐야, 더욱더 말라붙을 뿐이다.
지금 바다는 절대적으로 휴식이 필요하다.
EU를 중심으로 세계는 적어도 1년 만이라도 완전 조업 금지를 실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알음알음 원양어업을 나서는 어선들을 전부 단속하기는 불가능했다.
지금 어획량은 2년 전에 비해서 0.1% 이하로 줄어든 상태였다.
그마저도 눈에 불을 켜고 이 잡듯이 뒤지고 또 뒤져서 나오는 수확물이다.
당장 목말라 죽겠다고, 소금이 듬뿍 들어간 물을 들이켜는 꼴이었다.
"제가 보기에는 전 세계 1년 금어기로는 답 없습니다. 적어도 3년은 완전 금어를 해야 어자원이 복구될 거 같아요."
"엄청 심각하네요. 몰랐어요."
"우리나라는 제 덕분에 식량 공급 문제가 전혀 없거든요. 제가 취급하지 않는 외국산 기호작물 같은 거나 좀 부족한 편이죠."
하수영은 커다란 벽TV의 한반도 상황판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나저나 이거 F35A라도 더 사와야 해군에서 운용해야 하나?"
"전투기를 해군에서 운용해요? 공군에서 운용하는 거 아니에요?"
"해군에서도 원래 전투기 운용합니다. 함재기뿐만 아니라 육상 활주로에서 발진하기도 해요."
"제가 그쪽은 잘 몰라서."
"F-22도 좋긴 한데 그건 무장이 너무 빈약해서. 그러니까 생산이 중단되지. 지금은 뭐니 뭐니 해도 F35가 대세예요."
"대세는 거스르면 안 되죠."
그때 긴급 알람이 뜨면서 벽TV의 화면이 바뀌었다.
위성이 보내온 기상 사진이었다.
먼 바다에서 만들어진 작은 태풍이 북상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저게 뭐죠? 태풍이 오는 거예요?"
"대풍이야 늘 왔죠. 근데 이번 건 좀 큰가 보네?"
-마스터, 재작년 태풍 못지않은 규모의 태풍이 들이닥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제 시뮬레이션 결과입니다.
"그래? 다른 곳은?"
-중국과 일본은 아직 의미 있는 시뮬레이션 예측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가 그들보다 훨씬 빨랐습니다.
"재작년 태풍 같은 거면 또 전국에 물난리 나겠네. 언제 상륙이야?"
-앞으로 사흘 후면 한반도에 상륙합니다. 일본에도 부수 피해를 끼칠 겁니다.
"일본은 요즘 방파제 역할이 영 시원치 않단 말이지. 알았다. 전국에 공지 다 띄우고, 그전에 수확할 거 다 수확하라고 해. 채소 같은 거 말이야."
-알겠습니다.
"재난본부에도 알려줘. 미리미리 대비하라고."
-예, 마스터.
하수영은 아직 멀리 남서쪽에 있는 작은 태풍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몇 번을 더 당해야 전 농장의 뚜껑화를 실행하려나 모르겠네."
비닐하우스 농가는 또 엄청난 피해를 입으리라.
단단한 콘크리트식 하우스 농장을 구축하는 농가도 있지만, 비용 문제 때문에 아직 전국에 보급되지는 못했다.
***
태풍이 상륙했고, 전국에 강우와 강풍이 범람하기 시작했다.
재난본부는 프리덤의 도움을 받아 원활하게 전국의 상황을 컨트롤하고, 대처할 수 있었다.
그리하여 사망자 수 한 자리라는 적은 인명 피해로 그칠 수 있었다.
그마저도 '너무 많은 피해' 였다며 재난본부 공무원들이 안타까워했을 정도다.
"사망자 모두가 마침 폰이 없어서 프리덤의 도움을 받을 수 없거나, 프리덤의 권유를 무시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이걸 사례로 만들어서 널리 퍼프려야겠습니다. 재난상황에서는 무조건 프리덤 말을 들어야지, 그렇지 않으면 위험하다는 걸 더 알려야겠어요."
"농가 피해는 어떻죠? 이거 올해만 천재지변이 두 번이나 아무래도 걱정인데."
"축산 농가야 저번에 수영목장에서 커버해서 문제없고, 이미 한 해 농사 망친 농가들이야 무너진 집에 불난 격이죠. 문제는 하우스 농가입니다."
이미 농사를 망치고 보상을 받은 농가들이야 태풍이 오든 말든 강 건너 불구경.
하지만 시설 복구를 막 마진 하우스 농가는 세차하자마자 모래폭풍을 맞은 꼴이다.
차라리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하우스 복구를 하지 않는 게 나았을 덴데, 재난본부는 그 점을 안타깝게 여겼지만, 인명 피해 방지에만 집중했다.
이건 그들의 관할이 아니었다.
윤홍식 농식품부 차관이 다시 하수영을 찾아갔다.
"제가 누누이 말했잖습니까. 전 농장의 하드 하우스화를 추진해야 한다고요. 비닐하우스는 퇴역시키고, 콘크리트와 강화유리로 만든 하우스로 대체해야 합니다."
"그 많은 논과 밭까지 전부 하우스화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입니다."
"그럼 내년 농사도 망치면 되겠네요."
"……."
"자연은 인간의 사정 따위 안 봐줍니다. 잘 아시면서 그러시네."
모든 농지를 단단한 콘크리트와 강화유리로 덮어야 한다고?
차관은 얼마나 많은 예산이 들어갈지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벌써 2년 연속 전국적으로 농사를 망쳤다.
수영농장이 아니었으면 식량 가격폭등과 부족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었으리라.
"이거 더 심해지면 심해졌지, 나아질 거라고는 기대하지 마세요. 차관님 어린 시절 기후를 생각하시면 안 돼요."
"……알겠습니다."
***
현역 복귀는 허탈하리만치 쉽게 이뤄졌다.
장강필은 무릎 아래가 없는 다리 한쪽을 방석 위에 올려놓고, 전자명령서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함장 임명장]
오늘부로 자신은 청담 줌왈트 2번 함의 정식 함장이 되었다.
이제 곧 해군본부에 들러서 정식으로 신고를 해야 한다.
어떻게 알았는지, 연락이 뚝 끊겼던 선후배와 동기들로부터 미친이 전화와 문자가 쏟아지고 있었다.
-잘 지냈나? 줌왈트 함장이 된 걸 축하하네.
-전역한 지 오래되었는데도 원수님과 그런 친분이 있었다니, 정말 놀라워. 축하한다!
-존경하는 선배님, 불초 후배가 오랜만에 면목 없는 축하 인사를 올립니다…….
그들 눈에는 자신이 하수영의 라인을 단단히 잡은 것으로 비춰졌으리라.
하수영과 전혀 접촉이 없었을 터인데, 퇴역 대령 주제에 덜컥 줌왈트함장으로 복귀했으니.
"프리덤. 내가 잘할 수 있겠나?"
-함장님은 잘하실 수 있습니다. 제가 옆에서 철저히 보조하겠습니다. 부족한 게 있으면 뭐든지 제게 확인 하십시오.
"벌써 호칭이 바뀐 거냐. 주인님이라고 꼬박꼬박 부르더니."
-함장님이란 호칭이 더 멋지지습니까? 물론 함장님은 여전히 제 주인님이십니다.
"아니, 너무 듣기 좋아서 그런다. 함장님…… 정말 그리워하고 또 그리워한 호칭이었다."
-지금 원수님이 도착하셨습니다. 맞이할 준비를 하십시오.
"뭐? 아니, 그걸 왜 이제야 말해!"
-서프라이즈입니다. 원수님이 원하셨습니다.
장강필은 부랴부랴 목발을 짚고 일어나서 하수영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소식을 들은 아내도 얼른 남편을 도와 손님 맞을 채비를 했다.
"필승! 대령 장강필!"
"필승, 아, 이거 포장 좀 풀어야 하는데 어디서 하면 좋을까요, 사모님?"
아내는 하수영이 짊어지고 있는 커다란 직사각형 박스를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머, 이게 뭐예요?"
"함장 임명을 축하하는 해군원수부의 선물입니다."
물론 해군원수부 같은 부서는 없다. 하수영도 장난으로 말한 것이다.
"풀어보시죠. 장강필 대령."
대체 뭐지?
전혀 짐작이 가지 않은 상태에서 장강필은 조심스럽게 박스를 풀었다.
하얀 완충재를 완전히 벗겨내자, 그 안에는 투명한 비닐에 감싸인 금속 물체가 있었다.
"……!"
"어머, 어머나!"
아내가 소스라치게 놀라서 입을 막았고, 부부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늘씬한 첨단 디자인을 자랑하는 백금색 기계화 의족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 이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대령님을 위한 의족입니다. 후후, 나중에 멀쩡한 쪽 다리도 의족으로 교체해 달라고 보채면 안 됩니다. 그만큼 성능이 괜찮거든요."
이렇게 아름답고, 멋진 기계의족이 세상에 존재했다니.
장강필은 말과 시선을 빼앗긴 채, 그저 하염없이 의족을 어루만지고 내려다보기만 했다.
단단하고 무거워 보이는 외형과 달리, 의족은 생각보다 가벼웠다.
"자세한 스펙과 기능은 나중에 프리덤이 알려줄 겁니다."
"원수님, 정말 감사합니다. 너무 감사해서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직접 설명하고 싶은 기능들이 있는데요. 여기 보세요. 이렇게 누르면 덮개가 열리죠?"
하수영이 정강이 우측 부위를 누르자 정말로 얇은 덮개가 열리며 내부가 드러났다.
"여기 보면 이렇게 콘센트와 USB 포트가 있어서 급할 때 충전을 할 수도 있습니다."
"원수님, 그런데 이건 플러그를 꽂는 콘센트 아닙니까? 이러면 다리 충전을 못 하지 않습니까?"
"그게 아니고 노트북이나 휴대폰 같은 전자기기 방전됐을 때 다리를 배터리처럼 써서 충전하라고 만들어둔 겁니다."
장강필 부부는 당황해서 말을 잃었고, 하수영은 신이 난 얼굴로 덧붙였다.
"래플워치처럼 프리덤 동기화 기능도 있으니까 폰 놓고 다녀도 프리덤과 항상 소통할 수 있어요. 페이결제 기능도 있어서 카드나 현금 안들고 다녀도 됩니다. ATM 현금 인출도 지원해요."
"동력장치는……."
"자동충전이라서 신경 쓰지 않고 놔둬도 그냥 알아서 작동합니다. 걱정 말고 쓰세요."
하수영은 무선 전기 작동 방식이라고 설명하고 싶어서 입이 근질근질해 죽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