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968화
231장 솔저 콜렉터 (2)
수영치킨 가맹점주 윤신준.
예비역 해군 대령 윤신준.
중년의 그는 하수영 앞에서 바짝 굳은 채 아무 말도 못 했다.
"치킨 타겠습니다."
"아, 죄송합니다! 이것들만 마저 얼른 튀겨내겠습니다! 여보! 여기 이것 좀 도와줘!"
"세상에! 회장님이 여길 다 오시다니! 여보, 여긴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얼른 가서 회장님 모셔요! 얼른!"
조리실에서 쫓겨나다시피 한 윤신준은 엉거주춤 앞치마에 손을 닦고, 하수영 앞에 섰다.
누가 3,900톤급 구축함을 지휘하던 함장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을까.
지금의 그는 치킨 가맹점에 완벽하게 적응한 자영업자였다.
"이쪽으로 오십시오."
윤신준은 하수영을 가게 뒤쪽 공터로 안내했다.
적당한 가로수 조명과 야외 벤치, 그리고 자판기가 있었다.
윤신준은 음료수 2캔을 뽑아 와서 정중하게 내밀었고, 하수영은 흔쾌히 받았다.
"모든 가맹점을 한 번씩 둘러본다고 하셔서 그거 때문에 찾아오신 줄 알았습니다. 회장님."
"다시 말씀드리지만 해군원수로서 찾아왔습니다."
"……."
"대령까지 지내신 분이 전역 후 군과 전혀 무관한 자영업, 그것도 치킨점을 한다는 건 보통 이유가 하나죠. 그만큼 주변 평판이 엉망이거나, 완전히 눈 밖에 났거나."
하수영은 음료수를 단숨에 털어 넣고는 말을 이었다.
"물론 처음 가맹점 지원을 하셨을 때, 서류심사 단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윤신준은 얼굴을 붉혔다.
"부끄럽습니다. 해군을 워낙 챙겨 주시는 분이니, 해군 전역자 이력을 넣으면 가맹점 신청에서 이롭지 않을까 생각했었습니다……."
"그래서 치킨은 튀길 만합니까?"
"예, 아직 몇 달 안 됐지만 정말 좋습니다. 정직하게 치킨만 열심히 튀기면 되니, 이보다 편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도 진상은 만만치 않을 텐데요. 자영업이 원래 좀 힘듭니다."
"하하, 비리 똥별들 진상짓에 비하면 소프트 그 자체…… 아, 죄송합니다."
"아니요. 잘 말씀하셨습니다. 제가 찾아온 것도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증언이 필요하십니까?"
윤신준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
그가 해군 대령으로 옷을 벗고 치킨집을 차리게 된 것은, 다름 아닌 방산비리 때문이었다.
방산비리 정황을 접하게 된 그는 꾸준히 증거를 모아 고발했다.
군 예산을 훔쳐가는 도둑들을 응징하는 것, 그것이 국방수호의 한 걸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전역 조치.
그리고 평생 몸을 담은 군과 그 주변의 철저한 외면이었다.
"필요하시다면 제가 증언을 하겠습니다! 어디든지 불러만 주십시오! 즉시 달려가겠습니다!"
"아니오. 국방 예산 횡령배임은 제가 알 바 아닙니다. 그건 나라에서 알아서 할 일이죠. 어차피 제 돈도 아닌데요."
"그, 그럼……."
"명예 회복이 필요하시지 않습니까?"
윤신준은 저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쥐었다.
조기전역 조치는 그의 자부심에 씻을 수 없는 수치를 남겼다.
함장인 아버지를 자랑스럽게 여기며 해군사관학교 진학을 준비하던 아들이 의대로 목표를 바꿨을 때, 그는 안도감과 동시에 수치심을 느꼈다.
아들은 배 안 타고 편히 살겠구나 하는 안도감.
자신은 아들에게 더 이상 멋진 함장님이 아니라는 수치심.
"명예 회복이 필요합니까, 필요하지 않습니까?"
딱딱한 군대식 질문에 윤신준은 가슴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기름 냄새와 함께 배였던 민간의 향기가 씻은 듯이 사라지고, 어느새 그는 해군 함장으로 되돌아가 5성장군 앞에서 단단한 기합을 취했다.
"대령 윤신준! 명예 회복! 필요합니다!"
"난 윤신준 대령이라는 지휘장교가 필요합니다."
하수영이 손을 내밀었고, 윤신준은 뻣뻣하게 굳은 자세로 악수에 응했다.
"바다로 돌아오십시오."
"명을 따르겠습니다!"
"절차는 모두 제가 책임집니다. 당장 오늘부터 복귀를 준비하십시오."
"옛! 전역한 지 이제 겨우 1년이 조금 넘었습니다! 아직 모든 걸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그렇다기에는 아까는 치킨 튀기던 모습이 너무 자연스러웠습니다. 20년은 치킨만 튀기던 분 같았습니다."
"즉시 시정하겠습니다!"
"윤신준 대령은 1.6만 톤급 구축함 지휘를 맡게 될 겁니다. 배수량이 4배 넘게 뛰었으니, 이 정도면 명예회복이 되겠지요?"
윤신준은 가슴이 쿵쾅거리며 뛰었다.
혹시나 얄팍한 기대를 품기는 했던 것이, 현실이 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1.6만 톤급 구축함 종은 오로지 하나뿐……….'
"제가 줌왈트 구축함장을 맡게 되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현재 줌왈트 3척은 당장은 미군이 운용하고 있지만, 그들은 언젠가는 떠나갈 이들이다.
그래서 하수영은 배에 태울 인적 자원 확보에 열심이었다.
'바다로 돌아간다. 함장으로 복귀한다……!'
윤신준은 미칠 듯이 가슴이 뛰었다.
이미 전역한 자신이 어떻게 가능할지, 그에 대한 의구심은 품지 않기로 했다.
원수님이라면 분명 어떻게든 해주실 터이다.
이 나라 국방부가 법까지 바꿔가면서 원수로 추대하신 분 아닌가.
"그럼 저는 이만 돌아가 보겠습니다."
"아! 제가 식사라도 대접을 해드리고……!"
"괜찮습니다. 곧바로 줌왈트 2번함함장을 스카우트하러 가야 돼서 바쁩니다."
"제가 1번함 지휘관입니까?"
"네, 그렇습니다."
"영광입니다."
여기가 주택가라는 사실도 잊은 채, 윤신준은 빳빳한 자세를 취하며 경례를 올렸다.
"필승!"
"필승."
하수영은 조용히 경례를 받고, 유유히 그 자리를 떠났다.
***
다음 대상은 한쪽 다리를 무릎 아래부터 잃은 상이군인 장강필 예비역 대령이었다.
그는 오래전 선적 작업 중에 크레인이 넘어지자 병사를 구하기 위해 몸을 날렸다가 다리를 절단해야 하는 부상을 입었다.
크레인 부실이 그의 책임은 아니었으나, 현장 지휘자로서 책임을 지고 옷을 벗어야 했다.
-어차피 다리까지 잃었으니 네가 옷을 벗는 건 필연 아니냐. 이왕 이리된 거 네가 모든 걸 짊어져라. 그래야 다른 모두가 산다.
-알겠습니다, 선배님.
-뒤는 섭섭하지 않게 우리가 챙겨 주마.
그러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쓸모없는 불구 퇴역 대령을 위해서 적극적으로 챙겨줄 만한 좋은 이들이라면, 부정을 묻고 책임을 전가하는 일은 하지 않을 테니까.
장강필은 연금과 소일거리에 의존하면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저는 안 되겠습니다, 원수님."
하수영이 함장 자리를 제안했을 때, 장강필은 맥없이 웃으며 거절했다.
"제가 배를 떠난 지 벌써 6년입니다. 늙고, 쓸모없으며, 도태되었습니다. 게다가 이 다리로 무엇을 하겠습니까?"
"지식 업데이트 지연 문제는 AI 참모가 해결해 줄 테니 걱정 마십시오, 줌왈트 전대는 프리덤 밀리터리 버전이 도입되는 최초의 첨단 미래함대가 될 겁니다."
"AI 참모라고 하셨습니까? 프리덤이 개인 비서가 아니라, 함장의 참모 역할까지 할 수 있단 말씀이십니까?"
"프리덤은 알려진 모든 군사 지식과 군사무기 데이터를 모조리 꿰고 있습니다. 대공 미사일에 쓰인 너트하나의 가격과 제원까지 알고 있으며, 실시간으로 모든 승무원과 소통하여 함대 지휘를 보조할 수 있죠.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쉬지 않고 계속해서 정보를 업그레이드하고 있습니다."
"……."
"인간 지휘관의 6년의 공백은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겁니다. 제가 중요시여기는 건 그 AI 참모를 잘 다스리고 활용할 수 있는 지휘관의 인품입니다."
"……함 지휘관이 병사 하나를 구조하기 위해 자기를 망가뜨린 것은, 군 전체로 보면 매우 비합리적인 전투력 손실입니다. 지휘관으로서는 부적격 사항입니다."
"그 순간에는 저라도 그랬을 겁니다. 역사상 위대한 많은 지휘관들도 그러했고요."
"하지만 저는 다리가……."
"로봇 다리를 달아드리겠습니다. 원래 다리보다 더 완벽하게 대령님의 뜻대로 움직일 겁니다. 원래 다리를 자라나게 해준다 해도 떼어놓기 싫을 정도로 완벽하게 말입니다."
결국 장강필 대령은 하수영의 의지에 감동해서 해군으로 복귀하기로 했다.
무엇보다 최강의 상징인 줌왈트 구축함을 지휘할 수 있다는 명예가 결정적이었다.
***
"줌왈트 신형 함포는 정말로 레일건입니까?"
3번째 함장 후보는 조금 스타일이 달랐다.
안원태 대령, 그는 부함장(당시 소령)까지 지내고 배를 떠난 해군 교수였다.
"필요한 만큼은 충분히 보여준 거 같은데요. 상상이 부족했습니까?"
"죄송합니다. 너무 믿기지 않아서 말입니다. 정말 레일건이라면 그 막대한 전력을 어디서 보충하는지, 어떻게 그 짧은 기간 안에 실전 배치를 할 수 있었는지 의문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라서요."
"알고 싶으시다면 함장을 맡아주시면 됩니다."
"해군에는 줌왈트 함장 같은 중요한 요직을 맡을 만한 인재가 많습니다. 저는 그분들에 비해 순위가 월등히 밀립니다만."
"제가 살짝 까다롭습니다. 기본적으로, 지휘관 자리는 사소한 부식 횡령 한 번 한 적 없는 청렴한 인물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서요."
"……."
"나와 계약해서 함장이 되십시오. 그럼 줌왈트의 모든 비밀을 알 수 있습니다. 청담동식 보안서약을 지켜야겠지만요."
부함장까지만 오르고 배를 떠났다.
그 뒤에는 사관학교에서 장교들을 육성하고 군사학을 다듬는 데 전념했다.
이런 자신이 함장으로서 얼마나 효용이 있을 것인가.
하지만 레일건 함포의 비밀을 알고 싶다는 학문욕은 충동을 자꾸만 부추겼다.
"발탁해 주셔서 영광입니다. 원수님을 믿고 따라가겠습니다."
"고맙습니다. 휴, 3척 모두 함장을 구했으니 이제 지휘부와 일반 승무원들만 구하면 되겠군요."
"원수님, 줌왈트급 정원은 140명이지만 최소 40명으로도 운용이 가능합니다. 모두가 숙련된 인원이어야 하지만요."
"그래도 권장 정원을 맞춰줘야 숨을 돌리겠죠. 저는 140명 전원을 장교와 부사관으로 구성할 생각입니다."
안원태는 잠시 생각한 뒤 다시 말했다.
"올해 사관학교의 정원이 늘긴 했지만, 당장 머릿수를 맞추기에는 빠듯할 겁니다. 단기간의 인력 공백은 어찌할 수 없을 듯합니다."
예비역 중에서 알짜들만 골라서 영입한다는 것도 한계가 있다.
현재 생활에 만족하며 현역 복귀를 원하지 않는 이들이 더 많을 터이니.
"그럼 간부사관을 활용해 보죠. 장교뿐만 아니라 부사관 지원도 묶어서 받아봅시다."
현역 부사관, 장병을 대상으로 위관장교가 될 수 있게 장려하는 제도.
"그리하면 줌왈트 말고 다른 구형 전투함에서 일반 병력 손실이 발생할 겁니다. 지금은 해군뿐만 아니라 3군 전체가 병력이 부족합니다."
해군 역시 출산율 감소의 효과를 직격으로 두들겨 맞고 있는 중이었다.
해가 지날 때마다 입영자 숫자가 가파르게 줄어드는 게, 꼭 개미 주식 차트를 방불케 할 정도니.
"예비역을 상대로 모집하면 되죠."
"원수님, 그, 2년이 안 된 예비역병사들이 다시 현역으로 돌아오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얼마나 간절하게 병장을 달고 전역을 했는데, 2년 안에 다시 군으로 돌아가겠다는 마음을 품는 비율이 얼마나 되겠는가.
한창 대학 생활을 누리면서 못다한 젊음을 마음껏 누리기에 바쁘지.
"그게 다 대가가 충분하지 않아서 그런 겁니다."
"현실적으로 급여 기준을 높이기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원수님이 혹사비로 지급하신다고 해도 문제가 불거질 겁니다."
"아니오, 저는 집을 제공할 생각인데요."
안원태는 처음으로 멍한 표정으로 반문했다.
"잘못들었습니다?"
"지금 청담동 건너편에 기숙사 아파트 단지를 짓고 있습니다. 그래도 한강뷰 아파트 거주권인데 400명…… 아니, 300명 정도는 모집할 수 있겠죠."
얼이 빠져 있던 안원태는 겨우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기동항모함대도 꾸릴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