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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 965화

230장 천기누설(5)

"이게 무슨 짓……."

'입니까' 라고 말하려던 이창영 친족 한 명은 말을 멈췄다.

하수영이 병실 침대 금속제 기둥하나를 부러뜨려서 손에 쥐었기 때문이다.

말도 안 되는 힘이 일으킨 원초적 공포에 그는 입을 다물고 뒤로 물러났다.

동시에 병원장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그는 온몸을 떨면서 뒤로 물러났다.

'하수영 이사장? 저 사람이 여길 왜?'

이게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제 조금 있으면 이창영의 심장수술을 눈앞에 두고 있는데, 갑자기 왜?

성큼성큼 다가온 하수영은 왼손으로 병원장의 목살을 쥐고 번쩍 들어올렸다.

70kg이 넘는 성인 남자를 한 손으로 가볍게 들어 올린 모습에, 다들 입을 쩍 벌리며 놀랐다.

"하수영 회장님! 갑자기 왜 이러십니까!"

뒤늦게 들어온 이현덕이 그걸 보고기겁을 해서 다가왔다.

복도에서 소란을 듣고 들어온 경호 원들도 어찌할 바를 모르고 명령을 기다렸다.

모두의 시선이 주목된 가운데, 하수영은 병원장을 노려보며 말했다.

"살인미수범을 붙잡는 중입니다. 모두 방해하지 마십시오."

"살인미수범이라고요?"

"이놈은 이창영 회장님의 손녀 김상희를 죽여서 심장을 이식하려고 했습니다."

호적상 이름은 이제 이상희이지만, 지금 그걸 지적할 분위기가 아니었다.

이현덕은 굳어져서 쳐다봤고, 병원장은 아니라는 듯이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하수영은 병원장을 벽으로 던졌다.

수 미터를 날아가 부딪친 병원장은 등이 부서질 듯한 충격에 입만 뻐끔거렸다.

너무 아파서 소리조차 나오지 않았다.

까강! 우드득!

뜯어낸 금속제 철봉이 머리 옆에 박혔다.

뺨을 스치며 콘크리트를 파고들어간 철봉에 병원장은 온몸을 벌벌 떨면서 경련했다.

"공범을 대지 않으면, 3족의 모든 재산을 뺏고 아프리카로 추방하겠다."

서슬 퍼런 목소리가 달팽이관을 소름 끼치게 훑어 내린다.

섬뜩한 경고가 머릿속을 비집고 들어와 정신을 갉아먹는다.

뱀 앞의 개구리처럼, 온몸의 근육세포가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영겁의 시간을 전생한 이의 기백위로 신어의 권능이 섞이며, 태풍처럼 의식을 날려 버린다.

병원장은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눈물 콧물을 쏟으며 경련하는 입을 열었다.

"마, 말할게요. 말하겠습니다. 저, 전부, 전부 다 말하겠습니다. 제 가족만큼은 제발…… 제발……."

이현덕은 주먹을 불끈 쥔 채 주변을 둘러보았다.

"전부 나가! 어서! 경호원, 여기 있는 전부 다 데리고 내보내!"

무언가 심상치 않은 게 있음을, 이 현덕도 알아차린 것이다.

그는 아무도 들어서는 안 된다는 순간적인 판단을 내렸다.

친족들은 후다닥 VIP실을 뛰쳐나갔다.

경호원들은 마지막 한 명까지 전부 생겨서 병실 밖으로 나갔다.

하수영, 이현덕, 병원장.

VIP룸에는 환자를 제외하고, 이렇게 셋만 남았다.

병원장은 딱딱 오한을 일으키며 정신없이 자신이 아는 바를 쏟아놓았다.

자백이 모두 끝났다.

이현덕은 충격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했다.

김유신, 이 미친 새끼가 감히.

자신을 포함해서 친족들 조직 적합성 검사를 예전에 해두었다고?

만약의 경우 아버지에게 이식을 해주기 위해?

미친놈도 이런 미친놈이 없었다.

아니, 대체 아버지는 어떻게 부하들을 관리했기에 이런 맹목적인 충신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인가?

부친 현역 시절, 그룹에 무슨 일이 터질 때마다 사장단과 임원들이 서로 앞을 다투며 총대를 메겠다고 충성 경쟁하던 모습이 새삼 생각났다.

한편으로는 소름이 돋았다.

이번에 채혈을 한 것도 보라.

심장이 아니라 간 문제를 들먹이면서, '최악의 경우라도 간 좀 떼어주고 말겠지.'라는 안도감을 은연중에 심어준 것 아닌가.

"병원장님, 그러니까 조카 상희를 의도적으로 차로 친 다음, 뇌사로 만들기 위해서 약물을 투입했다 이 겁니까?"

병원장은 눈물이 범벅이 된 채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뺨을 스치며 콘크리트 벽에 박힌 금속제 봉이 아직도 살벌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이 모든 걸 김유신 부회장이 오래 전부터 기획하고 있었고요?"

"기, 김 부회장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처, 철저하게 대비하고 있었습니다……."

장기거래, 장기밀수. 이식센터 순위새치기, 매수. 조작, 불법 개인 생체정보 수집.

김유신이 이창영을 위해서 하지 않은 걸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상급종합병원 서해서울병원의 이름이라면, 못 하는 걸 찾기 더 어려우리라.

이현덕이 분노하는 한편, 소름 끼쳐 하는 그때, 하수영이 병원장의 폰을 내밀었다.

"그놈한테 연락해, 지금 여기 오라고 해."

병원장은 벌벌 떨리는 손으로 받아들었다.

***

-수술 진행에 차질이 있습니다. 전화로는 설명드리기 어렵습니다. 급히 병원으로 와주십시오.

병원장의 연락을 받은 김유신은 다른 건 생각하지 않고 한달음에 병원으로 달려왔다.

VIP실에 급히 들어선 그는 전혀 생각지 못한 광경에 당황했다.

보호자 대기실 한복판에 병원장이 벌벌 떨면서 무릎을 꿇고 있고, 이 현덕 부회장이 그 앞에 앉아 차갑게 내려다보고 있다.

뭐가 단단히 잘못됐다는 생각이 든 순간, 옆에서 우악스러운 손길이 먹살을 잡아 올렸다.

"잘 왔다."

곧 사정없는 구타와 폭력이 온몸에 내리꽂혔다.

하수영은 신체 타격을 통해 인간의 공포와 좌절을 극한까지 끌어내는 수위를 잘 알고 있었다.

"그룹을 일으켜 세우신 회장님이 이대로 떠나시는 것을 볼 수 없…… 크억!"

퍽! 퍽! 퍽!

"비루한 제가 떵떵거리며 살 수 있게 해주신 것에 대한 은혜를…… 크아악!"

퍽! 퍽! 퍽!

의식을 한계까지 밀어붙이고, 또 밀어붙이는 고통의 중첩,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쉴 새없이 얻어맞은 끝에, 그는 몸과 마음 모두 굴복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 죽을 수도 있다는 공포가 뱃속을 깊이 침식한 것이다.

사람은 극한의 궁지에 몰리면 진실을 털어놓게 된다.

거짓말은 고도의 계산된 행위이기 때문이다.

"비자금! 비자금! 돈 때문입니다!"

김유신은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인지하지 못한 채, 그냥 떠오르는 대로 쏟아내고, 또 쏟아냈다.

하수영은 손바닥을 탁탁 털면서 비릿한 웃음을 지었다.

"내 이럴 줄 알았지. 네놈은 관상부터가 돈에 충성하는 놈이지, 사람에 충성하는 놈이 아니었다."

김유신을 소름 돋게 봤던 이현덕도 살짝 허탈함에 빠져 있었다.

부친을 향한 그 맹목적인 충성의 정체가 바로 돈에 대한 끝없는 애착이었다니.

-회장님은 아직 막대한 해외 비자 금을 비밀리에 갖고 계신다.

-심장이식수술을 성공하면, 회장님은 분명히 큰 상을 내리실 것이다.

-일이 여기까지 온 이상, 그냥 입을 씻으실 분이 아니다.

살인까지 불사한 무한한 충성심.

그것은 이창영이 챙겨줄 게 분명한 막대한 보상에 대한 갈구욕이었다.

어차피 이창영은 서자인 김범석을 아끼지 않는다.

수많은 점괘로 큰 위기를 피하게 해주고, 지금의 그룹을 일구게 해준 영험한 박수마당, 하원석.

그의 영험함을 이은 아들의 말에 따른 것에 불과할 뿐이니.

버려진 자식한테 전 재산을 주면 살 수 있다는 말에 기꺼이 모든 재산(은닉 비자금을 제외한)을 내던진 분이다.

살아나면 당연히 자신에게도 큰 상을 내리리라.

게다가 공교롭게도 서자의 딸의 심장이 딱 들어맞지 않는가?

회장님은 이것을 정교하게 짜여진 천기이자 운명이라 생각할 테니.

'회장님도 자식으로 보지 않는 천한 것. 그저 천기대로 되었을 뿐입니다.'

'이범석이는 아무것도 알지 못합니다. 회장님께서는 그 어떤 법적, 도덕적 책임도 없으십니다. 지금 받으신 심장으로 건강을 누리시면 됩니다.'

'저 역시 중심으로 행했을 뿐, 영원히 발설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렇게까지 충심을 바친 가신에게 비자금의 일부라도 나눠주지 않겠는가?

김유신의 진짜 속마음을 알게 된 이현덕은 허탈하면서, 한편으로는 추잡스럽다고 느꼈다.

배를 움켜잡고 간헐적으로 피를 토하는 그를 경멸스럽게 내려다본 후, 하수영에게 눈을 돌렸다.

"자백을 받는 데에 일가견이 있으시군요. 구타가 그렇게 효과적인지는 몰랐습니다."

"맞아본 적이 없는 엘리트일수록, 원초적인 폭력은 효과적이죠."

"……."

하수영이 벽에 박힌 금속제 봉을 아무렇지 않게 빼내자, 이현덕은 소름이 돋았다.

아까 병원장을 아무렇지 않게 집어던지는 것도 그렇고, 김유신을 한손으로 가볍게 들어 올린 채 구타를 가하는 것도 그렇고, 보통 장사가 아니었다.

괜한 어색함에 이현덕은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힘이 정말 대단하시군요. 제 경호팀은 상대도 안 될 거 같습니다."

"제가 왜 경호팀 없이 혼자 다니겠습니까? 그런 거 필요가 없어서죠."

"그, 그러시군요."

"그런데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

하수영이 빤히 쳐다보며 묻자, 이 현덕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

"머리가 복잡하시겠지요. 그래도 오래는 못 기다립니다."

하수영은 위스키 한 병을 꺼내 마개를 땄다.

그리고 테이블 앞에 앉아 잔이 가득 차오르도록 콸콸 부었다.

마치 자신의 집인 것처럼 자연스럽다.

'망할 녀석 같으니.'

이현덕은 걸레짝처럼 쓰러져 있는 김유신을 속으로 욕했다.

그는 부진의 가신이지만, 지금 그룹과 가문의 전권을 행사해야 하는 것은 자신이다.

"머슴이 잘못하면 대감님이 무한책임을 져야죠. 그게 수정민법의 무과실책임 원칙 아니겠어요? 그룹 후계자가 내 아버지 가신이 멋대로 한 거니까 난 책임 없소 하면, 누가 믿고 그 그룹의 상품을 구매하겠어요?"

웃으며 말하지만 협박처럼 들린다.

이현덕 또한 하수영의 분노에 공감했다.

김유신은 감히 자신의 유전 정보까지 들여다본 죄가 있으니.

"제가 책임지고 이자가 죗값을 치르도록 하겠습니다."

"그걸로 끝인가요?"

"……."

"우리 불쌍한 범석이는 하마터면 딸 뱃가죽을 갈라서 화장터에 보낼 뻔했어요. 위자료로 적어도 그룹 알짜 계열사 몇 개 정도는 챙겨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

"그 부분도 제가 동생과 이야기해서 섭섭하지 않게 위로해 주겠습니다."

계열사라니.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지만 이현덕은 일단 하수영 앞에서는 좋게 넘어가기로 했다.

대답이 마음이 들지 않는지, 하수영은 이현덕을 빤히 바라보다가 말했다.

"역시 권한대행과 이야기해서 속이 시원해진 적이 없어요. 이번에도 다를 게 없네."

"하수영 의원님."

"됐습니다. 제가 이창영 회장님과 직접 이야기해서 위자료를 받아내겠어요. 일단 이장영 회장님, 우리 병원으로 이송하지요."

"그건 제가……."

"허락할 수 없겠죠?"

말허리를 자르고 들어오자 이현덕은 다시금 말문이 막혔다.

병상에서 뜯어낸 금속제 봉을 만지작거리는 모습에, 숨이 가빠온다.

하수영은 금속제 봉을 어깨에 짊어 지듯 턱 올려놓고 말했다.

"지금 병원장 꼬라지를 보고도 회장님을 살릴 수 있을 거라 자신하십니까? 우리 수영병원에 맡기세요. 아직까지 단 한 명의 환자도 죽어서 나간 적이 없습니다."

"……."

"왕세경 부이사장님도 심장질환을 극복하고 이제 유산소 1시간도 거뜬하십니다."

이현덕은 유쾌하진 않았지만, 저울질 끝에 승낙하기로 했다.

분하지만 청담수영병원의 초일류인 것은 사실이고, 지금 병원 상황에서는 부친의 쾌차를 기대하기 어렵다.

아니, 그보다는…….

'빨리 인정해. 너, 이대로 회장님이 돌아가시기를 바라는 거잖아. 그렇지?'

그렇게 추궁하는 저 눈빛에 대항하는 게 우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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