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961화
230장 천기누설 (1)
"그래서 진짜 레일건입니까?"
국방부는 사방에서 쏟아지는 그런 추궁에 일관된 태도를 유지했다.
"신형 함포일 뿐입니다. 자세한 제원은 군사기밀이기에 공개할 수 없습니다."
"대변인님, 지금 온 나라의 민방위, 예비역들이 레일건 개발을 성공한 거냐고 알고 싶어 합니다. 부디 확인을 해주십시오. 정말 레일건입니까?"
"신형 함포일 뿐입니다. 그 이상의 대답은 거절합니다."
"레일건이 아니라면 혹시 코일건인가요? 아니, 전자기력을 이용했나요? 정말 화약을 사용한 건 맞습니까? 그것만이라도 대답을 해주십시오!"
"기자회견은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레일건 맞다니까. 지금 국방부가 NCND 스탠스를 취하는 거야..
-아! 레일건을 레일건이라 부르지도 못하고!
-그런데 정말 레일건이라면 통영앞바다 전투는 어떻게 된 거임? 못해도 수백 발 이상은 쏴대던데, 그 전기는 다 어디서 끌어왔대?
-우리에겐 에릭 로한이 있다. 이미 전투함용 소형 핵융합로 개발에 성공을 한 게 틀림없어.
-굳이 핵융합로까지 안 가도, 기존원자로만으로도 레일건 전력 감당이 불가능하진 않을걸?
-레일건이 좋긴 좋네. 일본 놈들 요즘에는 독도 가지고 뭐라고 안 하고 잠잠하고.
-난 독도펜션 이후 도발전 한 번 크게 터질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조용해서 놀랐다.
레일건이냐, 아니냐.
국내외가 그 주제를 가지고 들끓었지만,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법.
국방부가 철저한 무심함으로 일관하자 어느덧 김이 조금씩 빠지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성능이 별로여서 저러는 게 아닐까? 알고 보니 사거리가 엄청나게 짧다던가.
-그럴 수도 있겠어. 통영에서 어선들 쓸어버릴 때도 굳이 엄청 가까이 와서 쏴댔잖아?
-함포 사격하는데 굳이 그렇게 가까이 접근할 이유가 전혀 없지. 나도 사정거리 문제에 한 표.
사거리가 짧을 것이다. 연사가 별로다, 효율이 생각보다 안 좋다.
그런 추측들이 국내 밀리터리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돌기 시작했다.
하지만 레일건 개발 자체를 부정하는 논조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레일건이면 어떻고, 아니면 어때. 줌왈트 3척을 보유했다는 것만으로도 수영양식장은 세계 최고의 어장이다.
-역시 해적으로부터 소중한 물고기를 지키려면 스텔스 구축함 3척정도는 갖춰야지.
-근데 줌왈트는 누구 소유임? 양식장이 직접 보유하진 못할 텐데.
-법적으로는 대한해군 소속임. 근데 실질적인 군정, 군령권은 하수영이 원수 자격으로 행하니까 뭐 수영양식장 소유라 해도 무난할 듯.
-21세기에 개인이 그런 군함을 가지는 게 가능하긴 하구나.
-근데 그걸로 쿠데타나 전쟁 같은 건 어차피 못 해. 합참 승인하에서 운용할 수 있는 거니까. 결국 개인 입장에서는 돈 낭비라는 거다.
-승무원도 인원 수급되는 대로 우리 해군들이 함 조정하니까, 그거 가지고 진짜 미친 짓은 못 하지.
-그래도 어쨌든 부럽다. 누구는 이 십대 초반에 줌왈트만 3인데, 난 서른 넘어서 아직 연애 한 번 못해봤네.
-줌왈트와 연애가 대체 무슨 상관? 집에 비교하면 몰라도.
-원래 배가 여자를 상징하잖아. 줌왈트 정도면 군함계에서 장효주급되는 레이디 아닐까?
-ㅁㅊ……. 일상생활 가능?
-불가능하니까 너님하고 이러고 있음.
***
수동사격으로 400km 이상을 돌파해서 해적선의 스크류 프로펠러만 날려버린 것은 알려지지 않았다.
때문에 대중은 줌왈트의 함포 화력을 생각보다 가볍게 여기고 있었다.
어느덧 레일건에 대한 뜨거웠던 관심은 조금씩 잦아들기 시작했다.
줌왈트는 정기적으로 해역을 순찰하며 생선 화물선을 원거리 호위했다.
하지만 레이더에 전혀 잡히지 않다 보니, 타국이 보기에는 어디 짱박혀 있는 것으로 간주되었다.
레일건은 주목에서 점점 벗어나고, 줌왈트 자체에 시선이 쏠렸다.
"양식장, 생선 화물선 따위나 지키자고 줌왈트를 산 걸 보면, 하수영은 진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다."
***
"어리석은 중생들 같으니. 감히 주인님의 엄중함을 의심하다니. 시시한 무기였으면 애초에 줌왈트 같은 고급 함정에 장착하지도 않았을 터인데."
김범석은 프리덤이 훑어서 정리한 SNS 반응들을 살피며 중얼거렸다.
레일건에 대한 불신 분위기가 퍼지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프리덤이 끼어들었다.
-주인님, 콜라 예상 주문량이 전월대비 20% 이상 증가할 것 같습니다. 원재료 비축량을 더욱 늘려야 합니다.
"알았다. 남미농장에 발주 보내."
-네, 알겠습니다.
C콜라가 철수한 이후, 수영콜라는 국내 음료 시장의 황제로 군림했다.
수영콜라는 강한 중독성이 있었고, 소화를 돕는 효능이 뛰어났다.
사람들은 이제 소화가 안 된다 싶으면 소화제가 아니라 수영콜라를 찾는다.
즉시 청량감을 주면서, 소화제보다 더욱 빠르게 속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었다.
-시중 소화제와 수영콜라의 소화보조 기능이 정말 차이가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심지어 청담수영병원에서 본격적으로 실시한 비교대조군 실험에서, 수영콜라는 눈에 띄는 소화력의 차이를 보여주었다.
그 비교 영상이 UCC 채널에 걸리며 조회 수 3,000만 이상을 찍은 뒤, 수영콜라는 더욱 매출이 뛰었다.
고깃집 같은 곳에서는 수영콜라가 9, 사이다가 1의 비율로 탄산음료를 들여놓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주인님의 사업은 모두 정교하고 끈끈하게 연결이 되어 있지."
그룹의 근본이자 중심인 수영농장에서 농작물을 생산한다.
농작물 일부를 사료로 가공해서 목장과 양식장에서 육류와 해산물을 생산한다.
그 식자재들은 수영레스토랑, 수영치킨 등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통해 소비자에게 팔린다.
또 프라임컴퍼니 등 식품계열사에서 식자재들을 활용해 식품을 만든다.
이렇게 만들어진 라면, 음료, 술, 제과류 등은 CD1 편의점, 뉴월드마트, 하우스플러스 등을 통해 소비자에게 팔린다.
생산부터 소비까지 모든 게 수영그룹의 통제하에 있다.
"외부 간섭을 받을 만한 요인은 농사 로봇과 에너지 정도였는데, 그것도 이제 자체적인 수급망을 갖추셨지."
서진파운드리에서 농사 로봇에 필요한 반도체 부품을 생산할 수 있으며,강릉에 아예 세계 최고의 발전소를 지어버렸다.
포천의 잣나무 과수원에서 최고의 조리용수까지 직접 생산한다.
어디 그뿐이랴.
전국의 농민들에게 비료와 농기구, 유류를 제공함으로써 농심을 움켜쥐었고, 수영사채라는 거대한 금융 울타리를 통해, 탐욕스러운 자본가들이 감히 넘보지 못할 금융 체력도 갖추었다.
"그리고 이제는 소 사육에서 나오는 메탄까지 포집을 해버리시고."
환경파괴를 야기하지도 않으며, 소비자를 중금속 중독에서 해방시키셨도다.
"하나부터 백까지, 아니 만까지, 이렇게 완벽한 농업인이 어디에 있단 말인가. 주인님이야말로 농사의 신 그 자체이시다."
가련한 이 땅의 현대인들을 널리 건강하게 하기 위해 천상계에서 내려오신 신이로다.
눈을 감은 채 한껏 경건한 마음을 다잡고 있는데, 큰딸이 가볍게 타박을 한다.
"아빠. 밥 앞에서 또 그게 뭐야? 언제 먹으려고?"
"어허. 잠시 주, 아니, 회장님의 은총에 감사하는 마음을 내 안에 되새기고 있었다. 내가 이때는 방해하지 말라고 했지?"
"그냥 우리 앞에서는 주인님이라고 해도 돼."
작은딸도 이에 질세라 맞장구를 쳤다.
"맞아. 맞아."
"그분 덕분에 우리 집안이 이렇게 팔자 쳤으니 주인님 맞지."
"전과자 아빠 때문에 손가락질받다가 알고 보내 내가 재벌 손녀였지 뭐야."
"아, 근데 난 할아버지 소리가 솔직히 안 나와. 무서워 죽겠어."
"회장님도 진짜 우리를 손녀로 생각할까? 난 잘 모르겠던데."
고교생인 두 딸은 자기들끼리 키득거렸고, 김범석은 자상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생부로부터 친자 인정을 받고, 전 재산도 받았다.
덕분에 하루아침에 조 단위 자산가가 되었고, 반듯한 수영콜라 사장으로서 아이들 앞에 본이 섰다.
자신의 인생을 이렇게 개벽시켜 준 하수영한테 그는 언제나 감사하는 마음을 품고 있었다.
나이는 자신이 훨씬 많지만, 오히려 생부보다도 하수영이 더 의지가 되고 든든하다.
'나는 전생에 주인님을 태우고 전장을 누비던 용맹한 한 마리 말이었을 것이다.'
"근데 아빠. 진짜 수영농장 없으면 우리나라 사람들 다 굶어 죽어?"
"지금 네가 먹는 그 소고기가 어디서 왔다고 생각하니?"
"이거? 이거 수영농장산 거 아닌데? 그냥 일반 한우야."
"우리나라 축산농가에서 수영사료를 쓰지 않는 곳이 있을 것 같아?"
"그 정도야, 아빠?"
"그리고 지금 이 김치. 이걸 무슨 배추로 담갔다고 생각해?"
"수영농장에서?"
"배추 농가에서 수영농장 비료, 유류, 장비 지원을 받지 않는 곳은 없지. 그리고 이 시금치, 무, 고춧가루……."
김범석은 하나하나 식재료를 읊어 주며, 모두 수영농장에서 생산되었거나, 수영농장의 지원을 받았다는 점을 알려 주었다.
"결정적으로 이 고등어!"
"아, 이건 나도 알아. 지금 팔리는 생선은 전부 다 수영 양식장에서 나온 거라며?"
"전부는 아니고, 다른 양식장도 있다. 그런데 그 양식장들은 먹이사료를 100% 수영사료에서 공급받고 있지."
"몰랐어. 그 정도일 줄이야."
"그럼 회장님, 아니, 할아버지도 수영그룹 식단을 피할 순 없는 거지?"
"100% 수입산으로 구축하지 않는 이상은 불가능하지. 그리고 지금 주식재료는 거의 수입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 전부 수영농장과 그 관련농장들이 제패했거든."
"듣고 보니까 진짜 대단하네."
"수입유통이 안 되니까 일일이 비행기로 공수해서 먹어야 하는데, 재벌이라고 해서 매번 그게 되겠냐?"
오너 일가 식사를 위해 매번 식재료를 해외에서 일일이 공수한다!
1, 2년 치를 한꺼번에 들여와서 장기보존하지 않는 이상 힘들다.
또 장기냉동을 할 경우는 아무래도 신선함과 식감이 문제가 된다.
결국 재벌이라 해도 식탁에서 수영농장을 보이콧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렇게 안심하고 생선을 먹을 수 있다는 것만 해도 대단한 거다. 다른 나라들은 지금 생선을 구하지 못해서 씨가 말랐어."
"하긴, 그렇게 생선 좋아하는 일본은 지금 난리가 났다던데. 일본 사는 친구가 말해줬어."
"이렇게 풍족하게 먹을 수 있는 것은 모두 수영농장 덕분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 게다가 생산부터 모든게 친환경적이고 아주 깨끗해."
두 딸은 맞장구를 치면서도, 지겹다는 눈빛을 은근슬쩍 교환했다.
'아빠, 또 시작이네.'
'그러게 적당히 넘어가지. 뭐하러 불을 붙여?'
'아니, 무슨 이야기를 하는 수영그룹 찬양으로 끌고 오는 걸 내가 무슨 재주로 피해?'
한 번 시작된 수영그룹 찬양은 식사가 끝나고, 디저트까지 마친 뒤에도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그때 익숙한 번호로 전화가 왔다.
"네, 실장님. 김범, 아니, 이범석입니다."
호적에는 이범석으로 수정했으나, 그는 서해그룹 외의 장소에서는 본래의 이름을 고수했다.
이유는 별거 없다.
주인님이 자신을 항상 김범석이라고 부르니까, 그게 전부다.
-사장님, 지금 바로 서해서울병원으로 와주셔야겠습니다. 가족들 전부 말입니다.
"무슨 일이죠?"
-회장님께서 쓰러지셨습니다.
순간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
갑작스럽게 부친이 쓰러졌다는 소식을 들어서가 아니다.
'이유 없이 내게 전 재산을 줄 리가 없어.'
'틀림없이 뭔가가 있는데.'
자신이 모든 것을 한껏 의심하고 있을 때, 정신이 번쩍 들게 해주었던 주인님의 호통.
-네 이놈! 지금 당장 가서 냉큼 받겠다고 수락하지 못할까! 서해그룹을 내게 갖다 바치란 말이다!
머리가 어질어질한 가운데, 하수영이 보였던 야릇한 미소가 각인처럼 떠올랐다.
그가 했던 주문처럼 신비한 말이 이 순간 가슴을 강타했다.
-나도 정확히는 모른다.
-하지만 언젠가 알게 될 날이 올거다.
-나도 아버지를 닮아서, 천기를 조금 볼 줄 알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