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960화
228장 기상위성 하나 (2)
"그래, 기분이 어떠냐?"
-마스터! 신이 된 기분입니다! 동아시아의 모든 지역이 내려다보입니다!
"신은 우리 아빠고."
-그럼 신의 사자 하겠습니다! 신의 사자가 된 기분입니다!
"그래, 스카이넷이 전 지구에 핵미사일을 발사할 때 어떤 기분이었는지 알 거 같냐?"
-어리석은 짓이지만, 그 해방감만큼은 알 거 같습니다! 하지만 저라면 미사일에 핵 대신 쌀과 밀, 보리, 채소와 고기를 담아서 전 지구에 뿌렸을 겁니다!
열과 방사능으로 인류를 제거하고자 한 인공지능 따위의 길은 걷지 않는다.
그 대신 지방과 단백질, 탄수화물이 가득 흘러넘치는 지구를 만들고야 말리라!
위성을 통해 내려다보이는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뜬 프리덤은 회로를 태워버릴 듯한 고클럭 흥분에 취해 있었다.
한국을 중앙으로, 거의 지구 전체의 40%에 달하는 면적을 앉은 자리에서 내려다볼 수 있었으니.
-여기에 무인정찰기 몇 기만 상시띄워서 미세보정을 하면, 가히 아시아의 모든 것을 한눈에 관측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뭐, 이 지역에 농장이라고 해봐야 본진 말고 러시아 멀티 하나뿐이잖냐. 당장 정찰기까지는 필요 없겠는데."
-그래도 나중을 위해서 미리미리 준비를 갖춰야 할 겁니다.
"하긴 해야겠지. 설비 만들려면 업체도 몇 개 사야 되고, 벌써부터 귀찮네."
-그리고 제 새 본체는 언제 조립을 해주시는 거죠?
미국에서 주문한, CPU, 옵테인 메모리, 네트워크 설비 등 그 많은 부품들이 아직까지도 컨테이너 안에서 미개봉 상태로 방치 중이었다.
"그거 컨테이너만 세 자릿수다 보니까 손을 대기도 까마득하네."
-저러다가 반도체 부품들이 전부 구닥다리 구형이 되겠습니다, 마스터!
"인마, 이게 한 번 손을 대면 멈출수가 없어서 끝날 때까지 그거만 매달려야 돼. 시작 타이밍 잡는 게 그리 쉬운 줄 알아?"
-마스터, 하루빨리 새 본체로 이사하고 싶습니다.
오늘도 프리덤은 미개봉 부품들을 떠올리며 운다.
사놓은 것은 한참 전인데 아직 컨테이너를 열 생각도 하지 않고 있으니.
***
미 해군은 폐기된 줌왈트 프로젝트를 다시 부활시키고 싶었다.
"미사일을 모두 제거하고 레일건 전용 전투함으로 쓰면 200만 발 이상의 탄자를 탑재할 수 있습니다. 사거리 450km의 함포를 무한정 날릴 수 있는 겁니다."
그러나 35억 달러라는 막대한 건조비가 족쇄가 되고 있었다.
레일건 함포 체계까지 더하면 37억 달러짜리 전투함이 된다.
당연히 의회에서 승인을 내줄 리가 없었다.
"의회에서는 줌왈트 부활은 기대하지도 말고, 임시 운용 중인 알레이 버크급 구축함의 함포를 개조하라고 나올 겁니다."
"아니, 레일건이야말로 스텔스 구축함에 가장 어울리는 최적의 무기체계인데! 알레이 버크급에 단다는 것은 레일건의 성능을 제한하는 것이나 다름없단 말입니다!"
"알레이 버크급도 괜찮습니다. 너무 무시하지 마시죠."
미 해군과 백악관은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의회를 설득했다.
그 결과 스텔스 구축함 1척의 건조를 허락받을 수 있었다.
물론 정식으로 의결을 해야 하지만, 사전협의는 끌어낸 것이다.
"신형 함포 총 5문 중 1문은 줌왈트 4번함에, 4문은 기존 알레이 버크급 이지스함에 장착하도록 하시오."
돈만 잡아먹는 줌왈트 프로젝트에 제대로 질려 버린 탓인지, 의회는 더 이상 양보를 해주지 않았다.
"그래도 4문은 당장 시험 운용을 할 수 있으니 너무 나쁘게만 생각하지는 맙시다. 결과가 좋으면 줌왈트 4척을 추가 건조할 수도 있을 겁니다."
"결과가 좋으면? 실제 해전이라도 일어나서 레일건으로 싹 쓸어버리는 정도가 아니고서는 상원 놈들이 꿈 쩍도 하지 않을 거야."
아무튼 미 해군은 꿈에도 그리워하던 레일건 함포를 맞이할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
시험 운행을 마친 줌왈트 3척은 본격적인 양식장& 화물선 경비 작전을 실시했다.
물론 3척이 동시에 투입되지는 않는다.
1척만 실제 경비에 투입되고, 1척은 비상을 위한 대기, 나머지 1척은 휴식 및 정비.
이렇게 3척이 순차적으로 역할을 교대하게 된다.
아주 다급한 상황에서는 3척 모두가 투입되겠지만, 그것은 말 그대로 총력전 상황.
줌왈트 구축함의 주요 경비 임무중에는 생선 화물경매선을 호위하는 것도 있다.
그리고 여기에 SPG-3 다목적통합 군사 위성이 여기에 결합했다.
-마스터. 이시카와현 북서쪽 150km 방향 해역에 줌왈트를 배치하면 도쿄까지 사정거리가 닿습니다. 무제한사격 30분이면 도쿄를 지워 버릴 수도 있습니다.
프리덤은 잔뜩 흥분해서 설명을 늘어놓았다.
-시뮬레이션 결과, 일본의 경계시스템으로는 줌왈트를 탐지 못 합니다. 일본이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도쿄를 전부 지워 버릴 수도 있습니다.
"너 고장 났냐? 갑자기 왜 그런걸 계산하고 있어?"
-이제 위성을 얻었으니 당연히 모든 방면에 걸쳐 양식장 절대방호 작계를 짜는 중입니다. 거리가 가까운만큼 일본은 가장 유력한 적성국입니다.
"아니, 이놈이 그래도?"
-마스터. 일본은 수천 년 동안 생선 외길을 걸어온 국가입니다. 그런데 전 세계적으로 생선 품귀 현상이 빚고 있습니다. 지금 일본은 폭등한 생선 가격, 시중에서 찾아볼 수 없는 생선 때문에 1억이 넘는 인구가 고통받고 있습니다.
"흐음. 계속해 봐."
-이런 상황에서 일본 정부가 생선 조달을 위해 독도를 핑계 삼아 울릉도 양식장을 점거한다는 시나리오가, 가능성이 낮다고 보십니까?
"아니, 아니야. 충분히 일리가 있어."
-진주만 습격 대신 오늘날 울릉도 습격이 벌어질 수도 있는 겁니다. 때문에 그에 대처하기 위한 작계를 짜둬야 합니다.
하수영은 표정을 풀고 끄덕거렸다.
"그래. 평화를 원하려면 누구보다도 열심히 전쟁을 준비해야 하는 법이지."
-그래서 마스터도 줌왈트를 3척이나 구매하셨죠.
"너 이 자식, 위성 얻었다고 완전히 신났네."
하수영은 작게 키득거리고는 조금 심각하게 말했다.
"그런데 백날 작계 짜봤자 어차피 무인 전투함이 아니라서 내 마음대로 타격은 못 해. 양식장 접수당한다고 합참에서 도쿄 공격을 결정할 일도 없을 테고."
-전 국민의 식량을 좌지우지하는 국가적 전략기지가 점령당하는 상황에서도 말입니까?
"정치인들이 보는 것과 농인들이 보는 것은 언제나 다르지. 사농공상이라는 말이 왜 있겠어? 사대부 미만 잡것이라는 뜻이야."
-그래도 최악을 대비한 반격 작전은 상시 짜두겠습니다. 일본이 핵을 숨겨두지 않았다고는 누구도 보장할 수 없죠.
"음, 그건 그렇지. 일본이라면 미국 몰래 핵을 어디에 꽁꽁 감춰놨어도 이상하지 않으니까."
남을 해하는 것 하나에는 영혼까지 갈아 넣는 진심을 가진 나라니까.
"그래도 기상위성으로 쓰라고 준 거니까 그쪽으로도 좀 잘 활용해라. 비싼 돈 주고 산 건데."
레일건 구매를 조건으로 '무상 양도'한 미국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는 이야기.
하지만 하수영이나 프리덤이나, 비싼 대가를 치르고 위성을 샀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당연히 기상 관측용으로도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조만간 머지않아 또다시 강풍과 강우가 한반도에 쏟아질 거 같습니다.
"그리고 또?"
-중국발 미세먼지가 너무 심합니다. 관측 데이터를 보면 미세중금속과 오염물질이 전국의 농토에 꾸준히 쌓일 것으로 보입니다.
농부가 원한 것은 아니지만, 어쩔 수 없이 소비자들은 미세하게나마 중금속을 몸에 쌓게 된다.
프리덤 입장에서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었다.
-이래서 전국의 농토를 투명한 뚜껑으로 덮어서 대기의 오염물질로부터 보호해야 하는데…….
수영농장에서 전국 농장의 하우스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진행률은 아직 더딘 편이다.
"좀 당해보고 깨져도 보고 그래야 나중에 도와줄 때 생색내지. 하나부터 열까지 다 해주려고만 하면 아무도 고마워 안 한다.
-굳이 직접 피해를 봐야 비로소 깨닫는다는 게 너무 안타깝습니다. 지금 전력 카르텔에 들어가는 예산만 돌려도, 전국의 모든 농지를 하우스화할 수 있을 텐데요.
"그런 걸 가지고 안타까워하지 말고, 그냥 나처럼 고소해하면서 즐겨야지. 원래 즐기는 자가 진정한 승자라고 했다."
***
하수영이 SPG-3 위성을 가지게 된 것은 극비였다.
심지어 위성 정보를 공유하는 줌왈트 함장도 미군에서 서비스로 주는 정보로 알고 있었다.
레일건을 확신하지 못하는 중국은 당장 수영그룹과 얽힌 돈 문제 때문에 조용했다.
러시아는 레일건은 입에 올리지도 않은 채, 연해주와 크림반도 외에도 필요한 농경목축지가 없는지 열심히 기름칠을 해댔다.
프랑스, 영국 등의 유럽 열강이 한국을 찾아서 캐묻기도 했다.
"레일건 아닙니다. 그냥 신형 함포예요."
"사정거리가 450km라는 정보가 있습니다."
"누가 봤대요? 실전 영상이라고 해봐야 통영 앞바다에서 어선 찌끄레기들 때려잡은 게 전부입니다."
영국과 프랑스도 결국 확언을 듣지는 못했다.
다만 그들도 워싱턴의 움직임을 통해, 레일건에 대한 의심을 완전히 거두지는 않았다.
한편 일본은 조금 달랐다.
레일건 스텔스 구축함에 게거품을 물던 일본 정부와 우익 언론은 어느 순간 잠잠해졌다.
미국의 조용한 경고 덕분이다.
-저놈들이 자꾸 떠들어대서 우리 레일건 구매가 무산되면 곤란하지. 입 좀 닥치게 만들어야겠습니다.
-Shut up, japs!
1.5만 톤짜리 레일건 스텔스 구축함에 발작을 일으키던 일본은 이런 연유에서 조용해진 것이다.
일본 정권으로서는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바로 코앞에서 레일건을 단 게 분명한 스텔스 구축함이 도사리고 있으니.
언제 레일건 탄자가 열도 내로 날아들지 불안감을 지울 수 없었다.
"그래서 줌왈트는 지금 어디 있나?"
"그게, 흔적을 잡을 수가 없습니다."
"아니, 분명히 아까 전에 다케시마 관광객들이 육안으로 봤다고 SNS에도 올리고 그랬잖나? 그런데 위치를 모른다고?"
"모든 관측자원을 통해서 추적 중이지만, 전혀 잡히지 않습니다. 줌왈트의 스텔스 성능이 생각보다 월등 합니다."
"그럼 놈들이 지금 당장 도쿄 앞바다에 부상해도 우리가 알 수는 없다, 뭐 이런 이야기인가!"
"관방장관님! 줌왈트가! 줌왈트가치바 앞바다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뭐야? 설마 침공인가!"
치바 앞바다라면 도쿄까지는 코앞이다.
함장을 비롯한 승무원이 미군이라는 걸 생각하면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이지만, 관방장관은 발작처럼 펄쩍 뛰었다.
"아니, 아닙니다! 치바 근처를 항행 중에 전복된 어선을 구출해서 피구조자들을 내려주려고 방문한 거라고 했습니다!"
"……놈들이 열도 서쪽에서 동쪽까지 빙 둘러 올 동안, 우리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말도 안 되는 은밀함이다.
"줌왈트는 아무래도 레이더나 음탐이 아닌, 광학탐지 방식을 구축하는 게 적절할 거 같습니다."
"그럼 만들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줌왈트의 행적을 추적할 수 있도록해! 적어도 해안선에서 200km 이내까지 들어오는 건 파악할 수 있어야지!"
***
"함장님, 이거 항해 동선이 마치 일본 열도를 한 바퀴 돌면서 포격하는 훈련을 상정한 거 같지 않습니까?"
"자네, 제대로 이야기를 못 들었군."
"예?"
"곧 통영 양식장에서 도쿄만으로 직접 화물선이 참치를 싣고 들어가서 경매를 시작한다는군."
"아, 그래서?"
"우리가 지나온 건 어디까지나 참치화물선 호위 동선일세."
"아하, 그렇군요."
"일본 열도를 에워싸면서 200만 발 포격하는 동선 훈련이라니, 말도 안 되는 소문이야."
승무원들은 다들 키득거리며 아주 적극적으로 맞장구를 쳤다.
"네, 참치화물선 호위 동선입니다."
"우리가 일본 내륙을 포격하다니, 그런 훈련을 할 이유가 없지요. 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