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959화
228장 기상위성 하나 (1)
앤더슨 장관은 약간 당황했다.
"위성이라고 하셨습니까?"
"네, 기상위성으로 쓸 만한 적당한 거 없을까요?"
"으음, 기상위성이라……."
세상에 무슨 농장이 기상위성까지 필요한가 싶지만.
'양식장 경비용으로 줌왈트 구축함에 레일건 달아서 쓰는 사람이니…….'
그깟 기상위성쯤이야, 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장관은 국방부 소유의 군사위성 중 거래를 할 만한 게 있나 한 번 곰곰이 생각을 해보았다.
'저궤도 위성은 아무래도 의미가 없을 테고, 고궤도 다용도 통신위성이나 GPS위성은 카메라가 기상관측에 적합하지 않고, 으음…….'
아무리 생각해도 펜타곤에서 굴리는 위성 중에서 기상위성을 대체할만한 것은 생각나지 않았다.
애초에 장관이라고 해서 모든 군사위성을 줄줄이 꿰뚫고 있지도 않다.
"남은 일정 동안 본국과 의논을 한 뒤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그러세요. 위성이 뭐뭐 있는지까지는 잘 모르실 테니까."
그렇게 자리를 벗어난 장관은 곧바로 펜타곤과 보안통화를 연결했다.
잠시 후 우주군 전략자원참모부장이 영상에 나타났다.
-SPG-3 다용도 종합관측통신추적 위성이 적당할 거 같습니다. 5년 전에 실전배치에 들어간 최신예 위성입니다.
"그래? 뭐하는 위성이지?"
-웬만한 건 다 할 수 있는 정지궤도 위성입니다. 동아시아 상공 감시를 목적으로 배치되어 있어 하수영원수 입맛에도 맞을 겁니다.
"웬만한 건 다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말하게."
-저궤도 위성이 아니다 보니 고해 상도 지상 촬영은 어렵습니다만, 기상정보 관측, 통신중계, 탄도미사일 추적 등등 여러 가지가 가능합니다. 스텔스 전투기 역시 열 반응으로 추적할 수 있고요.
"아무리 생각해도 농장에서 쓸 만한 위성은 아닌 거 같은데."
-미군이 가진 위성 중에서는 그나마 이게 기상관측 기능을 가장 잘 수행할 겁니다. 아니면 나사에 알아보시는 게 낫습니다.
"알았네."
앤더슨 장관은 다시 나사국장과 연결했다.
물론 나사국장은 설명을 듣자마자 길길이 날뛰며 반대했다.
-겨우 해군 함포 때문에 우리 나사의 소중한 위성을 넘길 수는 없습니다!
어떻게든 자신들의 것을 지키려는 나사 국장의 발버둥은 무서울 정도였다.
여러 부처에 연락을 돌렸지만, 장은 펜타곤이 참으로 외로운 부서라는 것만 뼈저리게 느꼈다.
'레일건인지 뭔지, 겨우 함포 하나 때문에 우리 위성을 뺏어갈 생각은 꿈도 꾸지 마시오!'
대체로 이런 반응들이었으니까.
***
한국은 분주했다.
마지막 미 국방부 장관의 방한은 10년도 더 된 옛날 일이었다.
때문에 청와대는 이번 장관 방한 일정에 심혈을 기울여서 대했다.
대통령의 모든 스케줄은 전적으로 장관에 맞춰지도록 급변경되었다.
그러나 정작 장관은 한미군사협력이 아닌, 다른 것에 마음에 가 있었으니.
청와대와 국방부 역시 그 정보를 접했다.
"앤더슨 장관이 한미군사협력 관리를 주목적으로 방한한 게 아닌 거 같습니다. 사흘째 되는 날, 조용히 하수영 의원을 만났습니다."
"무슨 일이기에 장관이 그렇게 직접 만난 거지?"
"아무래도 레일건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레일건……."
대통령은 잠시 침묵했다.
미필인 그는 레일건이 뭔지 잘 알지 못했다.
이번 통영 앞바다에서의 전투 영상을 봤지만, 가까이 있는 작은 어선들을 상대로 사격을 한 터라 크게 실감이 나지도 않았다.
미국도 개발을 포기한, 대단히 강하고 미래지향적인 포라는 것만 알고 있었다.
"몇 번을 설명을 들어도 잘 모르겠군. 그러니까 자기부상열차처럼 전기로 포탄을 발사하는 그런 포라는 건가?"
"대통령님. 그것은 코일건 방식이고 레일건은 로렌츠힘으로 포탄을 발사하는……."
"어쨌든 둘 다 똑같이 전기를 쓰는 거니까 대충 넘어가세. 뭘 그리 따지나?"
대통령은 길어지는 설명을 듣기 싫다는 듯이 손을 내저었다.
설명을 차단당한 정영술 과학수석은 입을 꾹 다물었다.
"그렇게 중요한 무기라면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해서 관리해야겠군?"
"기술로 지정을 하고 싶어도 지정을 할 대상이 없습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
"로한 박사는 어떤 특허도 등록하지 않고, 설계와 제조 흔적을 전부 폐기했습니다. 제조를 담당한 나운 중공업 기술자들은 레일건에 관해 아무런 데이터도 갖고 있지 않습니다."
"그럼 앞으로 수리정비는? 다음 모델 건조는 어떻게 한다는 건가?"
"시험 장착할 3문을 만들었으니 이제 더 할 일은 없다, 라는 게 로한 박사가 모든 데이터를 파기하면서 한 말이었습니다."
"……."
대통령은 황당했다.
아니, 그렇게 대단한 걸 만들었으면서 아무것도 남겨두지 않았다고?
"애초에 대부분의 공정은 로한 박사가 엔지니어 대신 로봇들을 데리고 한 터라, 나운중공업에서도 뭐 아는 게 없습니다. 그들이 가진 공장과 설비 같은 것만 제공했을 뿐입니다."
"이런, 젠장. 그럼 우리가 이 거래협상에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거 아닌가? 무선, 아니, 볼드모트처럼 말이야!"
"……현실적으로 그렇습니다. 대통령님."
대통령은 가슴이 쓰라렸다.
무선 전기 관련 이권을 통신재벌인 사돈가에 선물로 안겨주고 싶었는 데, 시작부터 차단당했던 아픔이 떠올랐다.
***
앤더슨 장관은 하수영이 마음에 들어 할 만한 몇 개의 위성을 추려서 카탈로그를 만들었다.
이미 운용 중인 위성 외에, 아예 전용 기상위성을 만들어서 새로 발사해 준다는 상품도 끼워 넣었다.
"하수영 원수는 신상제품은 아마 원하지 않을 겁니다. 당장 인도받을 수 없고, 길게는 1년 이상 기다려야 할 테니까요."
위성의 제작, 발사, 실전 안정화가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니다.
이미 한 번 발사했던 위상이라도 재탕을 하려면 1년 이상은 잡아야 한다.
"SPG-3? 이건 기상관측에 적합하지 않아서 안 넣는 게 나을 거 같은데."
"그래도 모르니까 넣어 보시죠. 레일건 줌왈트를 양식장 경비정으로 쓰는 사람이니까 혹시 모릅니다."
"에이, 그래도 설마."
그러나 설마 했던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오, SPG-3. 전 이게 마음에 듭니다. 그런데 위성 가격이 10억 달러(1조 원)가 넘네요?"
"아무래도 다양한 기능을 총망라한 최신군사위성이다 보니까 그렇습니다."
카탈로그를 슥 훑어보더니, 다른 위성은 언급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장관은 속으로 기겁했다.
혹시나 해서 빠뜨리지 않고 끼워 넣었는데 정말 이놈에 꽂혀 버릴 줄이야.
"이거이거 완전 딱이네. 진짜 우리 농장에서 쓰이기 위해서 만들어진 놈 같아. 안 그러냐, 프리덤?"
-마스터. 레일건은 3문을 끝으로 더 이상 제작될 일은 없을 거라고 하셨습니다만…….
"이 크고 멋진 위성을 보라고, 이걸 봐버렸는데 그런 보잘것없는 결심 따위는 작심삼일도 사치지."
-제가 보기에도 멋지긴 합니다. 이 위성이면 제가 관할하는 모든 농장을 동시에 내려다볼 수 있을 겁니다. 아, 미국 목장은 빼고요.
"맘에 든다. 맘에 들어. 진짜 농사짓는 데 이런 게 딱 필요했는데."
-그럼 자체 위성 발사는 취소되는 겁니까?
"그래도 나중에는 자급자족해야 할 수도 있으니까 투자는 꾸준히 해둬야지."
모든 말을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앤더슨 장관은 어쨌든 하수영이 즐거워하는 것을 보고 안심했다.
"좋습니다! 제가 책임지고 로한 박사를 설득해서 레일건을 만들어줄게요."
"부탁드립니다."
그리하여 하수영은 미 국방부와 MOU를 체결했다.
위성은 무상으로 넘긴다.
대신 수영그룹은 레일건 함포를 1문에 2,000억 원, 총 5문을 만들어서 제공한다.
"알레이버크 이지스함 함포 가격이 220억 원인데, 레일건 함포 가격이 2,000억 원이면 이건 진짜 거저인 겁니다. 아시죠?"
"물론입니다. 가격에는 아무 불만 없습니다."
눈물 나게 비싸서 '그냥 포기할까?' 싶은 가격인 것은 맞다.
하지만 성능 하나만큼은 확실하므로, 5문 정도는 이를 악물고 도입한다는 게 백악관의 결심.
"원래 줌왈트에 달기로 한 장사정포 포탄 목표 가격이 1발당 7만 달러였나요?"
"예. 실제로는 80만 달러까지 치솟는 바람에 대실패작이 되었지요."
"훨씬 더 멀리 날아가고 파괴력도 더 좋은 우리 레일건 포탄 가격은…… 겨우 1,000달러밖에 안 합니다. 100만 원밖에 안 하죠."
포탄 가격까지는 몰랐던 앤더슨 장관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정말……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싸군요!"
"1문당 50만 번의 발사 횟수를 보장하죠. 50만 발 쏘고 나면 망가진다는 건 아닙니다."
"포탄 100만 발의 수량을 즉시 주문하겠습니다."
"그래 봤자 10억 달러밖에 안 하죠. 겨우 미사일 몇 기 사는 돈으로 레일건 포탄 100만 발이라니. 이 얼마나 남는 장사입니까?"
"정말 그렇습니다."
그 밖에도 여러 가지 조건이 붙었다.
미국이 최소 레일건 5문을 유지할 수 있도록, 폐기나 사용불능이 되면 추가 공급을 보장해 준다는 조건도 있었다.
미국의 적대국에 판매하지 말 것도 요구했지만, 앤더슨 장관도 그게 어렵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러시아하고는 돈독한 사이라서 그쪽은 장담 못 하고요. 그 외 다른 나라에는 팔 생각이 없습니다. 물론 조항으로 넣을 순 없고, 제 구두 약속입니다."
"어쩔 수 없겠지요. 큰 욕심을 부려서 좋을 건 없으니."
"미국이 망하면 저도 많은 것을 잃습니다. 그게 몇 줄 안 되는 조항보다 훨씬 좋을 겁니다."
계약은 비공개로 했다.
한국 정부의 수출 승인은 미국이 책임지고 받아내기로 했다.
물론 하수영은 신경 쓰지 않았다.
"안 되면 그냥 로한이 잠시 미국출장 가서 만들라고 하면 될 거 같은데요. 로한은 미국인이잖아요."
생각해 보니 법적인 문제는 아무것도 없었던 것이다.
레일건 개발 설비나 노하우는 나운 중공업보다 미국이 압도적으로 발달되었고.
***
로한이 미국으로 갈 필요까지는 없었다.
미국은 한국 정부와 잘 협상을 해서, 나운중공업에서 추가 5문이 제조되는 대로 받기로 했다.
로한은 미국인이었고, 레일건 또한 그의 소유이기에, 한국 정부가 이거래에 개입할 방도는 없었다.
하루아침에 뚝딱 만들어내면 모양새가 그랬기에, 로한은 열심히 시간을 잡아먹는 척했다.
로한이 나운중공업 공장에 머무르는 동안, 미 7함대가 남해로 이동하는 등 미국은 극도의 보호태세를 취했다.
그리고 하수영은 SPG-3 다목적통합군사 위성의 소유권을 넘겨받았다.
위성 양도는 한국 정부조차도 알지 못하는 극비 계약이었다.
한국 정부는 레일건을 1문당 2,000억 원을 받고 넘긴 것으로만 알고 있다.
미 공군 수송기들이 위성관리실에 있던 컴퓨터 등 제어설비들을 그대로 떼어서 싣고 한국으로 날아왔다.
위성 교신용 안테나는 너무 거대하기에 당장은 원래 미국에서 쓰던 것을 사용하기로 했다.
즉 위성제어실은 청담동에, 대형 교신 안테나는 미국에 두는 구조가 된 것이다.
-볼모 맞교환이라고 생각하시죠.
하수영의 은밀한 전언에 백악관의 주인은 쓴웃음을 머금었다.
미국이 얻는 레일건이 전력시스템을 강릉 발전소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이상, 이제 미 해군과 하수영은 떨어질 수 없는 운명공동체가 되었다.
그리하여 프리덤은 마침내 SPG-3다목적통합군사 위성의 최고관리자 권한을 획득했고…….
-우오오! 마스터! 전부 다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