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957화
228장 어장 호위함 (3)
제주도 남쪽을 우회해서 동해로 향하는 줄 알았던 어선들이 북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수백 척의 어선들은 명백하게 통영앞바다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남쪽을 순찰 중이던 해경선들은 기가 막혔다.
"아니, 이것들이 단체로 미쳤나?"
"미친 거 맞습니다. 먹을 게 없으니까 죄다 미쳐 버렸어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제는 남의 나라 영해까지 들어와서 불법조업을 하겠다고?"
"영해 침범이 처음 있는 일은 아니죠. 이전에도 자주 그랬습니다. 중국어부들요."
"다들 바짝 긴장해라. 오늘 분명히 인명사고 난다."
해경들도 어선단의 목적을 알고 있었다.
바로 세계에서 어자원이 가장 풍부한 곳, 통영 바다의 수영양식장이다.
수영양식장은 풍부한 먹이를 노리고 몰려든 물고기들 덕분에, 참다랑어 가두리 그물 밖에도 무수히 많고 다양한 물고기들이 서식하고 있었다.
그 물고기들은 하수영의 소유라고 암묵적으로 인정을 해주기에, 어부들은 몰래 그물을 던지거나 하지는 않는다.
놈들은 바로 가두리 그물 바깥에서 노니는 물고기들을 노리고 온 것이다.
"제대로 독기를 품고 왔군그래."
소형 경비정장은 레이더에 나타난 흰 점들을 보고 마른침을 삼켰다.
타국 해경도 무서워하지 않는 놈들이다.
오죽하면 불법 조업 나포 과정 중에서 몸싸움 끝에 순직하는 해경들도 종종 나오겠는가.
소총으로 경고사격을 퍼부어도 '그래, 맞춰 봐! 맞춰 봐!' 하면서 눈이 까뒤집혀 달려드는 놈들.
저 많은 숫자가 작정하고 왔으니, 오늘 인명사고는 피할 수 없다.
-지원이 필요하다! 지금 경비정숫자로는 감당할 수 없다!
-이건 불법조업 수준이 아니다!! 거의 해적 수준이다!
-해군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너무 수가 많습니다!
어느덧 영해까지 불과 몇 km 이내로 거리가 좁혀졌다.
가장 큰 경비함의 함장, 김본찬 경정이 명령했다.
"경고 방송 내보내!"
"옛!"
-귀선들은 지금 대한민국 영해를 침공하고 있습니다. 즉시 방향을 돌리길 바랍니다. 반복합니다. 귀선들은…….
한국어로 먼저 경고방송이 나가고, 그 다음에 중국어가 이어졌다.
방송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어선단은 아랑곳하지 않고 죽죽 밀고 들어오고 있었다.
불법조업판 인해전술이다.
경비정들은 스크럼을 짜며 어선단을 막을 준비를 갖췄다.
무장에서는 비교가 안 되지만, 소형경비정 같은 경우는 역으로 털릴 위험이 있었다.
지휘 경비정에서는 고성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선조치 후보고 사살 명령을 내려 주십시오! 숫자가 너무 많습니다! 이대로는 우리도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네? 뭐라고요? 사살은 최대한 지양하라고요? 저놈들 목숨봐주려다가 우리 애들이 죽을 수도 있단 말입니다! 제발!"
통화가 끊어졌고, 김본찬 함장은 분함을 참지 못하고 의자를 걷어찼다.
"으아아! 망할! 망할! 뭐? 최대한 인명 보존? 외교적 마찰 빚을 일은 자제하라고? 씨발! 인천 책상에서 편안히 앉아 있으니까 여기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지, 지금!"
분노를 삭인 뒤 함장은 전체 경비정에 명령을 내렸다.
"X같은 명령이지만 나도 어쩔 수 없다. 최대한 사살은 지양하는 방향으로, 위협사격 위주로 놈들은 몰아내는 데 주력해라."
-여기는 251정! 어선과 충돌! 으아아! 놈들이 우리 갑판에 올라타고 있습니다!
-경고사격 실시! 놈들이 계속 달려듭니다! 사살합니까?
-사살 명령 내려주십시오! 포위당했습니다!
-으아아! 이놈들, 소총까지 갖고 있습니다!
"뭐? 소총? 그냥 쏴버려! 쏴버려!"
충돌이 시작되었고, 사방이 아비규환이었다.
몇몇의 선박들은 경비정과 경비함들을 집중적으로 보디체크했고, 다수는 그 틈을 뚫고 양식장을 향해 접근하고 있었다.
숫자가 너무 많다 보니, 그물을 펼치는 어선들까지 일일이 제압할 수는 없었다.
애초에 이렇게 역할을 나누기라도한 것 같았다.
일부는 경비대를 견제, 나머지는 그 틈을 노려 조업 실시.
"함장님! 해군 지원이 곧 온답니다!"
"어디에? 지금 레이더에는 죄다 중국 어선들뿐인데!"
"거의 다 왔답니다!"
"왔으면 뭐라도 보여야지! 대체 얼마나 쬐끄만 함정을 보냈으면 레이더에 아무것도……."
함장은 말을 하다 말고 멈췄다.
전폭 24.6m, 전장 190m.
만재배수량 약 1.6만 톤의 은회색 구축함이 육안으로 선명하게 보일만큼 가까이 와 있었다.
함장은 눈을 비비고 레이더 화면을 다시 보았다.
구축함의 좌표에는 아무런 피탐 반응이 보이지 않았다.
외부 확성기를 통해, 쩌렁쩌렁한 음성이 울렸다.
-해적들에게 통보한다. 앞으로 열을 센 후, 무차별 사격을 실시하겠다. 살고 싶으면 배와 최대한 멀어져라. 이상.
***
해군 소장은 하수영 앞에서 고개를 들지 못했다.
하수영은 괜찮다는 듯이 위로했다.
"고개 드세요. 이건 해군 잘못 아닙니다. 전투함도 아니고 어선들이잖아요."
남쪽 경제수역을 지나가는 어선단을 제지할 방법은 없었다.
애초에 놈들도 그걸 노리고 동해로 가는 척하다가 갑자기 통영 쪽으로 방향을 틀었던 것이니.
해경도 미리 경계태세를 갖추고 있었지만, 숫자가 모자랐을 뿐이다.
무엇보다 저들은 군함이 아니라, 민간 어선이 아닌가.
"저렇게 무식하게 고기 뺏으러 몰려들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그래도 이렇게 어처구니없게 영해가 뚫려서 면목이 없습니다. 원수님."
"실전 연사속도 시험하기에는 오히려 좋군요. 거리가 너무 가까워서 좀 아쉽긴 한데."
"사정거리와 정확도는 이미 아까 소말리아 해적선을 상대로 확인하지 않았습니까."
"뭐, 그렇네요."
하수영은 어선단 중에서 가장 큰 선박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이놈은 봐주지 말고 필히 격침시키도록 합시다."
"알겠습니다."
더 큰 피해를 지양하고, 빠르게 상황을 정리할 수 있는 방법이다.
압도적인 본보기를 보여주면 다른 놈들도 질려서 배를 버릴 테니까.
카운트다운이 모두 끝났고, 레일건함포가 사격을 실시했다.
두두두두두두!
함포는 목표 선박을 향해 사정없이 포탄을 퍼부어댔다.
연사 소리를 들으며, 미 함장은 결국 레일건 개발을 포기한 조국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레일건 연사가 이렇게 빠르다니……. 대체 전기 문제는 어떻게 해결한 거지?'
목표 선박은 순식간에 형체를 잃고 불이 붙은 채 가라앉기 시작했다.
몸에 불이 붙은 채 바다에 뛰어드는 어부들의 모습이 애처로울 정도다.
백병전을 앞두고 있던 소형경비정해경들이 안도의 한숨을 돌리는 게 보인다.
줌왈트 구축함은 위협, 경고사격 따위는 하지 않았다.
함포 레일건은 다음 목표를 향해 다시금 포격을 퍼부었다.
탄두에 붙은 강력한 플라즈마 불꽃이 남긴 궤적은, 마치 레이저빔을 발사한 듯한 착각마저 주었다.
중국, 베트남 어부들이 겁에 질려 뭐라뭐라 비명을 질러대기 시작했다.
-배를 버려라. 모든 배를 파괴할 것이다.
경고방송이 이어지는 와중에, 2번째 목표물이 선교가 박살 나서 불이 붙었다.
다행히 격침되지는 않았지만, 불이 활활 붙은 모습은 다른 어부들에게 무엇보다 강력한 경고가 되어 주었다.
지금까지 불법조업을 벌였을 때 돌아온 솜방망이 대처만 기억하는 어부들에게, 무관용 함포 사격은 가히 공포스러웠다.
여기저기에서 어부들이 물에 뛰어 들기 시작했다.
빈 배를 확인하는 족족 함포는 탄자를 날렸고, 연료통을 관통당한 배에는 어김없이 불이 붙었다.
줌왈트 구축함이 한 바퀴 원을 그리며 선회 사격을 모두 마치고 난 뒤에, 단 한 번도 탄자를 맞지 않은 배는 없었다.
어느덧 해군 경비함과 해경 경비정들이 지원을 위해 나타났다.
바다에는 겁에 질린 어부들이 허우적거리면서 살려달라고 애원하고 있었다.
"포로는 남겨둘 필요 없습니다. 다 죽여…… 아차차. 제네바 협정이 없는 시대가 아니지, 참."
"……원수님, 저들은 포로가 아니라 불법조업 범죄자들입니다."
"아, 그렇죠."
"……."
"어쨌든 실전 테스트는 제대로 했네요. 마침 적당한 목표물이 나타나줘서 다행이었습니다. 우리 측은 아무런 피해도 없었고요."
미 함장과 한국 소장은 순간적으로 하수영이 전쟁을 즐기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차마 그것을 발설할 수는 없었다.
"국방부 장관 전화네요. 부재중이 여러 개 쌓여 있었네. 잠시만요."
하수영은 통화 버튼을 눌렀고, 곧바로 국방부 장관과 연결되었다.
-하수영 원수님, 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귀항 중에 중국과 베트남 어선들이 기습적으로 영해를 침범하는 걸 포착했습니다. 해당 지역 해경만으로는 벅찰 것 같아서 전투 지원을 했습니다."
-……외교적 문제가 커질지도 모릅니다.
"우리나라 양식장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었어요. 정당방위입니다. 아, 근데 사법부에서 인정을 해주려나 모르겠네."
-으으…… 일단 불필요한 인명 손실은 더 이상 지양해 주십시오.
"이미 다 끝났습니다. 선조치, 후보고를 할 수밖에 없었던 점을 이해해 주십시오."
-그 점은 이해합니다.
잠시 곤란해 하던 장관은 이윽고 슬쩍 변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래서 레일건 테스트는 어땠습니까?
"괜찮았어요. 이 정도면 물고기 훔치러 온 도둑들은 충분히 쫓아낼 수 있을 거 같네요."
-…….
"역시 이 야만스러운 시대에서 어장 운영하려면 스텔스 구축함에 레일건 정도는 달아줘야죠."
***
중국의 공식적인 항의는 없었다.
오히려 의외라고 생각할 정도로 중 국은 조용하게 넘어가려고 했다.
범죄인을 송환하라는 압박을 넣지도 않았다.
마치 그들은 자국민이 아니라는 듯 국내 언론들도 '해경과 해군이 협력하여 불법조업을 하던 수백 척의 외국 어선들을 나포했다.' 정도로만 짤막하게 다뤘다.
오히려 시끄러운 것은 일본과 미국이었다.
-조선이 초전자포를 만들었다. 이것은 열도 침략의 의지를 마침내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후지산의 영기를 점령하고픈 조선 해군의 군비경쟁, 세계를 전쟁의 위기에 빠뜨릴 수 있어.
-초전자포 따위, 우리 니뽄의 가미카제 정신이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지.
-이거 핵무장이라도 해야 조선의 열도 침공에 맞설 수 있는 거 아닌지?
일본 우익은 이때다 싶어 호들갑을 떨며 보통국가로의 전환 목소리를 높여댔다.
그리고 미 백악관은 레일건의 성능에 이루 말할 수 없는 충격을 받았다.
"사정거리, 연사속도, 정확도, 파괴력, 모든 면에서 나무랄 데가 없습니다."
"에릭 로한, 그는 정말로 천재입니다."
"우리 미국조차도 결국 포기하고만 레일건을 이렇게 가뿐하게 성공시키다니. 대체 나운중공업이란 업체의 레일건 기술이 어느 정도인 거요?"
"나운중공업은 그냥 평범한 레일건 연구개발 방산업체입니다. 에릭 로한 박사한테 그냥 설비만 제공을 했을 겁니다."
미 대통령은 검토를 하면 할수록 레일건이 너무나 탐이 났다.
"대통령님, 전투정보를 보면 강릉발전소에서 무선으로 레일건에 전기를 공급하는 게 확실합니다."
"확실히…… 핵융합 발전소에서다이렉트로 전기를 받는다면, 레일건 전력 문제는 전혀 걱정이 없겠군."
"우리 해군도 반드시 레일건을 도입해야 합니다."
무선 전기는 국방부에서는 오로지 장관만 알고 있을 만큼 존재가 극비였다.
때문에 차관 이하가 '발전기값 50억달러'로 고민하는 것과 달리, 장관과 대통령은 그 고민은 접어두었다.
송전 안테나 만드는 데 필요한 금값일 뿐이니까.
"레일건 1문에 2억 달러라… 2억 달러……."
문제는 함포 자체가 너무 비싸다는것.
2억 달러면 최신형 이지스 구축함 1/9 가격이다.
"대통령님, 차라리 줌왈트 1척만 되팔아달라고 부탁해 보는 건 어떻겠습니까?"
"그게 성사된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만, 가능하겠소?"
"상대가 제안을 수락할 때까지 이쪽 저울에 계속 올리면 되겠지요."
"좋습니다. 국방부 장관이 직접 가서 협상하세요."
가장 큰 두통 원인은 바로 줌왈트의 떡상.
돈만 잡아먹는 하마라서 좋다구나 하고 팔았는데, 레일건이 결합함으로 인해 완벽해졌다.
'역시 레일건은 오래전에 이미 완성해 놓은 게 틀림없어. 그러니 줌왈트에 그렇게 공을 들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