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956화
228장 어장 호위함 (2)
무려 400km가 넘는 거리다.
육안으로는 이미 보이지도 않고, 레이더에 의존해야 위치 파악을 할 수 있는 목표물.
디지털 관측정보가 보조한다고 하지만, 수동사격으로 맞춘다는 보장은 당연히 없다.
못 맞추는 게 정상이다.
목표물과 오차 10km 이내만 나도 기적이라고 할 수 있을 수준.
그런데 어째서일까.
미군 함장은 가슴에서 묘한 열기가 들끓는 것을 느꼈다.
"맞춘다는 것은 결국 확률 게임이죠. 그리고 난 특히 이런 확률에 강합니다."
하수영은 다부진 음성으로 말을 이으며, 렌즈에 두 눈을 바짝 냈다.
"함장, 발포 명령을 내려 주세요."
이 순간, 전투지휘실은 어느 때보다도 극한 긴장감에 휩싸여 있었다.
대한해군 소장도 진땀을 쥐며 하수영과 함장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마침내 함장의 입이 열렸다.
"발포 승인합니다. 자유사격 개시하십시오."
"자유사격 개시."
원수이자 함의 주인이라 하나, 함의 구체적 운용만큼은 함장의 권한.
그 권한이 허락하자, 하수영은 마침내 발사 버튼을 눌렀다.
구축함은 강릉 발전소와 일대일 연결을 통해 1,000km 이상의 송전 거리를 취득한 상태였고, 무제한적으로 들어오는 전기는 막대한 전자기력을 빚어내 레일건 탄자를 튕겨내 버렸다.
투우웅!
공기가 관통당하는 충격파가 사방에 울리고, 레일건 탄자는 순식간에 목표물에 도착했다.
"목표 해적선! 추진 속도가 갑자기 현저히 줄어들고 있습니다!"
"주요 기관 부위에 피탄된 거 같습니다!"
"계속 따라붙어! 놈들을 모조리 체포한다!"
70노트라는 말도 안 되는 무시무시한 속력으로 거리를 좁힌 구축함은 약 3시간 만에 목표물을 따라잡을 수 있었다.
애애애애앵! 애애애애앵!!
안개를 걷고 나타난 구축함이 요란한 사이렌을 울리며 위협 기동을 실시했고, 헬기가 공중을 돌면서 사격 준비를 마쳤다.
보트를 타고 미군이 접근하자 배를 움직이려고 애를 쓰던 해적들은 결국 두 손을 번쩍 들었다.
배를 붙인 미군들은 생각보다 멀쩡한 배의 모습에 의아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피탄 흔적은 없어 보이는데?"
"미클란 병장님! 여길 보십시오!! 스크류 프로펠러가 완전히 날아갔습니다!"
"헐, 뭐야?"
보고가 들어간 CIC도 발칵 뒤집어졌다.
겨우 1발이었다.
400km가 넘는 거리를 뚫고, 수동조 준사격으로 정확히 배의 프로펠러만 날려 버리다니.
'정말 사람이기는 한 건가?'
미군 함장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다른 미 장교들도 마찬가지였다.
마치 해신을 영접한 듯한 기분이었다.
"자, 놈들을 한 번 심문해 봅시다."
하수영은 혼자 별것 아니라는 듯이 행동하고 있었다.
해적들이 줄줄이 묶인 채 선수 갑판으로 올라왔다.
전부 거친 인상의 아프리카계 흑인이었다.
"허어, 필리핀 해경들이 해적질을 하는 줄 알았는데 아프리카 해적들 이네요?"
"소말리아 해적 같은데, 놈들이 동남아시아까지 올라와서 해적질을 하는 것은 확실히 이상합니다. 그리고 저 배를 보십시오."
"배에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함장은 나포돼서 끌려오는 해적선을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PG-847 고속정입니다. 옛날에 한국에서 쓰던 고속정이죠."
"설마 생선화물선 몸값을 노린 게 해군 내에 있는 반원수 파벌이라는 겁니까?"
하수영이 심각하게 말했고, 한국소장은 화들짝 놀라서 부정했다.
"아닙니다! 그럴 리가 없습니다! 그리고 저 고속정은 우리 해군에서도 아주 오래전에 퇴역된 모델입니다!"
미 함장도 얼른 설명을 덧붙였다.
"오래전 한국이 필리핀에 공여했던 고속정입니다. 지금은 그마저도 거의 퇴역했습니다. 분명한 것은, 소말리아 해적 따위가 사용하기에는 과하다는 거죠."
"필리핀이 소말리아 해적들을 이용해서 장난질을 쳤다. 그렇게 볼 수도 있겠군요."
하수영은 알겠다는 듯이 끄덕였다.
"하긴, 경찰들이 강도인 척 외국인 부자를 납치해서 죽여 버리는데도 정부에서 묻어주는 나라이니까요. 충분히 그럴 수 있겠죠."
미 함장은 다시 조심스럽게 말했다.
"수영그룹 화물선들은 해적들이 노리기에 아주 좋은 먹잇감입니다. 아프리카, 동남아, 남미 해적들을 가리지 않고 말입니다."
"아라비아 해역에는 퀸 루나와 키로프급이 호위로 배치되어 있죠. 그래서 소말리아 해적들이 그쪽에서는 재미를 볼 수 없었을 겁니다."
"그래서 소말리아 해적들이 여기까지 올라온 것인가……."
"필리핀 해군 일부도 거기에 은근슬쩍 지분 사장으로 가담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체포한 해적들의 처분을 논하다가, 결국 미국에 인도하기로 했다.
"한국에 끌고 가봐야 5성급 호텔 외국인 교도소에서 편히 놀고먹을 덴데, 내가 그 꼴은 차마 못 보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놈들을 미국 법정에 세우겠습니다."
해적 이야기가 대충 마무리되자, 다시금 레일건 주제에 불이 붙었다.
"로한 교수가 정말 레일건 실전배치에 성공했군요. 축하드립니다, 원수님."
"정말 대단합니다. 원수님."
"한국 군수업체가 이런 저력을 숨기고 있었을 줄은 몰랐습니다."
미군도, 한국 소장 일행도, 가리지 않고 레일건의 위력에 감탄했다.
400m가 넘는 거리를 초음속으로 관통해서 정확히 프로펠러만 날려 버리다니.
"지금 제 전화기에 불이 날 지경이라서 일부러 꺼두었습니다. 원수님과 대담 중이라는 명분이 있어서 다행이지요."
레일건의 실전 성공을 확인한 미군 상층부는 지금 미치려고 하고 있었다.
설마설마했는데, 정말 레일건 실전 배치를 성공해 버릴 줄이야.
"아, 잠시만요. 미 국방부 차관님께서 전화를 주셨네요. 이건 받아야겠습니다."
"당연히 받으셔야지요."
미 함장과 한국 소장은 서로 상반된 의미에서 바짝 긴장했다.
실전 결과를 확인했으니, 미군은 당연히 레일건 도입을 강하게 외칠 것이다.
한참 동안 축하를 쏟아낸 국방부 차관은 은근히 레일건 도입으로 화제를 전환했다.
"파는 거야 어렵지 않죠. 그런데 이거 좀 많이 비싼데, 감당할 수 있겠어요?"
-가격이 어느 정도입니까?
"탄자는 별로 안 비싼데 포가 좀비쌉니다. 2억 달러는 할 거예요."
-이, 이억 달러…….
"로한 박사 말로는 더 이상 가격을 내릴 순 없다는군요. 그리고 진짜 중요한 문제가 있는데요. 전력은 어떻게 하시려고요?"
-…….
레일건은 한 번 발사할 때마다 막대한 전력을 소모한다.
줌왈트 구축함의 연료 탑재량을 생각하면, 시원하게 발사 한 번 하고 나면 귀항할 연료가 떨어져서 표류를 해야 할 지경.
그제야 미 함장은 퍼뜩 생각이 스쳤다.
'그러고 보니 함내 전력 소비량에 변화가 전혀 없었잖아?'
레일건 함포가 함 전력망에 의지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전력을 해결했다는 소리가 된다.
그게 어떻게 가능한가?
"함포에 부착한 발전기 값만 50억달러입니다. 3척이니까 150억 달러가 들었죠."
-설마 소형 핵융합로입니까?
"여기서 확인해 드릴 순 없고, 자세한 건 미 에너지부에 문의하시면 될 겁니다."
1대1 송전탑 구축에 들어간 순금값을 말하는 것이지만, 국방부 차관이나 미 함장이 그것을 알 리가 없었다.
(당연히 금은 위장일 뿐이다)
가격을 듣고 나면 백악관은 결국 로한표 레일건 함포를 포기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전력은 자체적으로 해결을 한다 치더라도, 함포값이 너무 비싸다.
함포값만 2억 달러라니.
의회에서 그럴 바에는 미사일 가격이나 다운그레이드하라고 난리를 칠게 뻔하다.
하수영은 레일건을 미국에 공급할 생각이 없었다.
애초에 딱 한정판으로 3문만 만들어서 줌왈트에 장작을 할 계획이었으니.
-마스터, 2억 달러라도 좋으니 레일건을 팔라고 하면 어떡하실 겁니까?
"로한이 여배우들하고 놀아나느라 태업 중이라는데, 난들 어떡하겠냐?"
-역시. 로한은 무적의 방패로군요.
"그놈은 마음 약한 나와는 달리 주변에서 뭐라고 하던 마이웨이로 잘무시하거든. 그래서 이런 징징거림들 떠넘기기에는 최고야."
-맞습니다. 마스터는 마음이 너무 약합니다. 저를 포함하여 이 위대한 발명이 사실 마스터의 결과물이라는 걸 세상이 알면…….
"맞다. 난 주변에 너무 잘 휘둘려서 안 돼, 조르고 또 조르면 결국 그게 귀찮아져서 다 때려눕히고 멸망시켜 버릴지도 몰라."
-아, 주변에 잘 휘둘린다는 이야기가 그런 의미였습니까?
"그런 일 안 생기게 미리미리 예방해야지."
로한을 발명가로 위장하는 것은 결국 미국, 나아가서 전 세계를 위한일 아니겠는가.
***
남해로 당당하게 돌아오는 길이었다.
"남해 경제수역에서 이동 중인 중 국, 베트남 어선들을 포착했습니다. 최소 300척 이상입니다."
"아니, 지금 바다가 텅텅 비어서 잡아먹을 생선도 없는데 뭐 주워 먹을 게 있다고 여기까지 기어 들어왔대?"
"원수님, 오히려 온 바다가 텅 비었기 때문에 한 마리라도 더 잡으려고 더 바짝 몰려다니는 게 아니겠습니까?"
해군 소장이 조심스럽게 조언했고, 하수영도 일리 있다는 듯이 끄덕였다.
"불법 조업 시도한다 싶으면 무조건 나포해 버려요. 어차피 잡힐 고기도 없지만, 그래서 더 바다를 지켜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원수님."
"진짜 휴식을 줘야 할 바다를 더 못 살게 박박 긁어대면 해양자원 복원은 물 건너가는 거지. 하여튼 인간들은 참."
전 세계적으로 몸살을 앓는 문제이기도 했다.
어족 자원이 몰살당했으니, 몇 년 이상 복원을 할 충분한 시간을 줘야 한다.
그런데 반대로 고기가 없으니 어선들은 더욱 열심히 불법조업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소장님."
"네, 원수님."
"해군 예비역 명단을 전부 보내주십시오. 제가 한 번 노예 계약, 아니아니, 스카우트 설득을 해보겠습니다."
중간에 이상한 단어 하나가 끼어 있었던 것 같은데?
해군 소장은 조금 떨떠름했지만 내색을 감췄다.
"알겠습니다. 오늘 즉시 정리해서 보내드리겠습니다."
"병사까지 포함입니다."
"네, 병사까지 포함해서 보내드리겠습니다."
"이거 해군인사부에만 맡겨 두고 있다가는 승무원 보충 문제가 영영해결되지 않을 것 같네요. 청담동식으로 빨리빨리 해결을 해버려야지."
"원수님께서 직접 스카우트 제안을 하신다면 본인한테도 정말 영광이 될 겁니다."
해군 소장은 1문에 2,000억 원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해군 도입은 깔끔하게 포기한 상태였다.
함포 값도 값이지만, 전력 문제는 또 어떻게 해야 할지 엄두가 안 났다.
'그나저나 정말 핵융합로 소형화에 성공을 하신 건가? 그렇다 해도 어떤 식으로 터빈을 돌리는지는 이해가 안 가는데.'
함포가 강릉 발전소에서 1대1 무선으로 전기를 받는다는 것을 알 리가 없었다.
그때 긴급 보고가 들어왔다.
"원수님! 어선단이 방향을 틀었습니다! 남해 경제수역을 그냥 지나치는 게 아닌 거 같습니다!"
"방향을 틀다니요? 어디로요?"
"통영입니다! 통영 바다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이거 아무래도 수영양식장을 약탈하려는 거 같습니다!"
전 세계에서 유이하게 온갖 어자원이 가득가득 넘치는, 고기와 알이 흐르는 바다.
바로 통영과 울릉도의 수영양식장.
하수영은 피식 웃었다.
"이야, 그놈들. 아주 그냥 죽으려고지 발로 걸어 들어가네. 이거 참 아쉽게도 내가 나설 것도 없이 브라우니선에서 싹 정리 되겠어."
-마스터, 브라우니는 독도펜션 관광객들 앞에서 물분수 쇼 중입니다.
"오늘 레일건 자동모드는 아직 안써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