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955화
228장 어장 호위함 (1)
"교관님, 겨우 전자기력포 같은 애들 장난감을 다신 겁니까?"
"어쩔 수 없다. 다른 시대 무기로 달아볼까 했는데, 함포 사이즈, 전기 추진, 이 두 개를 고려하면 레일건 밖에 없더라고."
"확실히 이 문명의 전투력은 저열합니다. 그래서 다들 그렇게 야만적인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 다들 자기 집 부엌에서 핵폭탄 같은 것쯤은 뚝딱 만들어낼 수 있는 시대였어 봐. 정치인이고 부자고 간에 찍소리 못 내고 설설 기어야지."
함포 보수 개조를 모두 마치고, 드디어 스텔스 구축함은 출항에 들어갔다.
전대 지휘권은 임시로 해군 원수인 하수영이 맡았지만, 기존 인원은 전부 미 해군이었다.
"이거이거 인원 수급이 정말 시급하군요. 해군에 그렇게나 사람이 없습니까?"
참모 겸 해군 및 합참본부와의 소통을 위해 파견된 해군 소장이 굽실거렸다.
"죄송합니다. 핵잠 2척, 키로프급, 북아메리카급까지 한꺼번에 도입되는 바람에 지금 해군은 전체적으로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핵잠수함 2척 해서 약 300명.
키로프급 미사일 순양함에 약 700명.
북아메리카급 경항모에 약 1,000명 이상.
갑작스럽게 늘어난 보직에, 해군은 전체적으로 인원을 빼고 넣고 하는 등 정신이 없었다.
전역 예정자를 설득, 회유, 협박하다시피해서 전역일을 미루고, 우수한 병사들을 상대로 부사관 전직을 설득하고, 제대한 지 얼마 안 된 장교 등을 다시 복귀시키는 등.
해군은 인원 확보에 혈안이 되어 있었다.
그런데 여기에 스텔스 구축함 3척이 또다시 떡하니 생겨 버렸다.
'원수님이 너무 판을 크게 벌이셔서 힘들다!'
'그래도 좋으시잖습니까?'
'그래, X나게 좋다. 이대로 만년 중령 신세로 끝나나 싶었는데 조만간 대령 달 거 같다.'
키로프급(하수영함)은 군함이자, 단독으로 일개 함대를 편제한다.
함정 한 적으로 투스타 1자리, 1스타 2자리, 대령 1자리와 기타 등등을 만들었다.
경항모인 북아메리카급(청담함)도 이와 비슷.
별이 늘어나는 만큼, 무궁화와 다이아몬드도 차례차례 올라갈 수 있는 길이 생겨난다.
그러니 공군에서는 부러워 미치려고 하고 있었다.
'그 좋은 거 너희만 쓰냐? 우리도 좀 같이 사이좋게 나눠 쓰자!'
'원수님이 그 좋은 거라니! 어디 그런 불경한 모독언사를!'
아무튼 해군은 스텔스 구축함 3척은 도저히 인원 편제가 나지 않아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물론 속으로는 늘어난 보직 때문에 좋아 죽으려 하고 있지만, 책을 잡히지 않기 위해서 최대한 그런 티를 내지 않는 것이다.
"내후년에는 백두중공업에서 세종대왕급 이지스 구축함 3척을 또 찍어낼 텐데, 그 준비는 되어 있습니까?"
"그래서 그에 맞춰 장교와 부사관 티오를 올해부터 대폭 늘렸습니다."
"이래서야 원. 줌왈트급을 언제까지나 미군에 맡겨만 둘 수도 없는 노릇이고."
"죄송합니다. 원수님, 저희 해군 인사부가 미흡하여 이런 전력 공백을 낳았습니다."
"그 많은 해군 예비역들은 뭐 때문에 끌어들이지 못하는 겁니까?"
"전역한 지 얼마 안 된 장교와 부사관들 중에서는 그럭저럭 끌어올 수 있었지만, 3년 이상 경과한 이들은 이미 사회에 적응을 하고 일자리에 만족을 하다 보니 설득이 어렵습니다."
나이로 보면 아버지뻘인 소장은 하수영 앞에서 한껏 깍듯하게 대했다.
"우리나라 해군이 이렇게 못 미더워서야 어업인들이 안심하고 어장일에 종사할 수가 있겠어요? 해적들이 생선 경매선을 노린다는 소문, 못들으셨습니까?"
"들었습니다. 그래서 영해 외곽 경계를 한층 더 강화했습니다."
"하여튼 저놈의 땅개들이 문제라니까요. 저것들은 숫자가 밥 처먹여주는 줄 아나. 병사 숫자 유지에만 급급해가지고는."
"맞습니다, 원수님, 육군이 이 모든 불균형의 원흉입니다."
존엄하신 원수님이 땅개란 단어를 입에 담자, 소장 이하 대령들은 눈에 불을 켜며 같이 공분했다.
"저놈들이 상시 60만 명씩이나 강제로 끌고 가버리니까 물건 팔아먹을 손님이 없어, 손님이."
"……."
"……."
"하여튼 내가 언제고 육군도 다이 어트시키고 말 겁니다. 언제까지 제 급으로만 싸울 생각인지. 군살 좀 빼고 날렵하게 몸을 만들어야죠."
"맞습니다. 원수님."
원수 일행은 선수 갑판으로 나왔다.
포신을 안에 감춘 함포의 웅크린 모습이 눈에 탁 들어온다.
"그런데 원수님, 저 함포는 어떤 것입니까?"
레일건 방산업체 공장을 급습한 로한은 그들의 여러 시제품을 조합하고 개량해서, 최종적으로 저 함포를 만들어냈다.
"레일건입니다."
"시험용입니까?"
"그럴 리가요. 완성형이죠."
소장과 대령들의 안색이 흙빛으로 굳었다.
그들은 경악한 눈으로 함포를 이리 저리 훑어보다가 다시 물었다.
"레일건이 그렇게 쉽게 완성될 수가 있는 겁니까? 당장 미국조차도 실전 배치에는 언제까지나 요원한 상황입니다."
"그러게요. 눈으로 한 번 확 보여주는 게 가장 확실한데, 어디 해적선이라도 한 척 나타나면 좋으련만……."
소장과 대령들은 자기들끼리 혼란스러운 눈빛을 교환했다.
'이게 정말 레일건이라고요?'
'나운중공업에서 가져왔을 때부터 긴가민가하긴 했지만, 거기 레일건 개발업체잖습니까.'
'아무리 로한 박사가 천재라도, 이렇게 갑자기 레일건을 완성한다는 게 가능한가?'
'꽤 예전부터 협력을 했겠죠. 핵융합보다는 레일건이 그래도 더 쉽지 않겠습니까?'
그때였다.
"원수님! 긴급 보고입니다!"
미군 소령이 급히 올라와서 하수영에게 경례하고 보고했다.
"한국 국적 선박 한 척이 필리핀해에서 해적선에 쫓기고 있습니다! 수영양식장의 생선 화물선입니다!"
"아니, 어떤 놈들이 감히 내 생선을 노려!"
생선이 아니라 몸값을 노리는 거라는 말은 그 상황에서 차마 할 없었다.
"지금 본함이 가장 가까운 해역에 있습니다!"
"좋습니다. 어서 해적놈들 다 때려 잡으러 갑시다!"
"이미 함장이 전속 전진을 명령했습니다!"
"좋아요. 그럼 나는 추진력을 기원하는 제를 올리겠습니다."
"……?"
"……?"
다들 당황해하고 있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하수영은 뭐라 중얼거리면서 배 갑판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가장 크고 위대하며 만물의 생명을 품는 대해의 왕이시여, 태양계를 무한히 창조하고도 남을 권능을 지닌 아버지 고대 주신의 막중한 책임감을 물려받은 유일 후계자 하수영이 고하노니……."
-마스터, 그 말은 꼭 지위를 남용해서 압박을 가하는 거 같습니다.
"……(중략)…… 절대 이 배가 침몰하지 않고, 패배하지 않으며, 적에게 노출되지 않고, 그 어떤 인질전에서도 항상 승리할 수 있도록 축복을 베풀어 주시기를 엎드려 간청합니다. 위대하고 또 위대하신 대해의 왕, 당신의 전능함을 믿습니다."
우르릉! 콰과광!
구름 한 점 없이 맑던 하늘에 갑자기 전둥이 치며 순식간에 먹구름이 뒤덮였다.
주변에 파도가 심하게 부풀어 오르고, 짙은 안개가 크게 일어나며 시야를 가렸다.
"파도가! 파도가 뒤에서 본함을 밀고 있는 듯합니다! 속도가 빨라지고 있습니다!"
"50노트! 50노트를 넘었습니다!"
"으아아! 60노트를 넘었습니다! 70노트!"
구축함은 어느덧 최고 속력의 2배를 훌쩍 넘는 속도로, 말 그대로 바다 위를 질주하고 있었다.
함장인 미군 대령은 눈썹이 가늘게 떨렸지만, 그래도 흥분하지 않았다.
"역시 하수영 원수, 그분에게는 무언가 특별한 게 있는 게 틀림없다."
병원선 포드 항모가 기적 같은 속도를 냈던 것과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지 않은가.
해군은 바다에서만큼은 누구보다 미신을 강하게 추종한다.
"함장님, 인근 해역에서 작전 중인 초계기에서 온 연락입니다. 레이더에서 본함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본함을 놓쳐? 최고의 조기경보기가?"
"네, 신호가 갑자기 사라져서 침몰한 게 아니냐고 연락이 왔습니다."
"아무 이상 없다고 답신해라. 네놈들 눈에 이상이 생긴 거 같다고."
그러나 곧 비슷한 연락이 미군 이곳저곳에서 들어왔다.
하나같이 감시체계에서 줌왈트 구축함이 사라졌다는 내용이었다.
오죽하면 해군부 장관이 직통으로 연락을 하기까지 했다.
-자네들, 정말 바다의 유령선이 된건 아니지?
"모두 멀쩡히 잘 살아 있습니다. 지금 해적들을 추적하는 중입니다."
-여기는 지금 난리가 났네! 조기 경보기고 위성이고 잠수함이고 간에 자네들 신호가 완전히 끊어졌단 말이야!
"저희는 스텔스함입니다."
-우리가 만든 스텔스함이라고 해서 우리의 레이더까지 완전히 피하지는 못한다는 걸 알고 있지 않나?
"바다 안개가 레이더파를 교란시키나 봅니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하게.
"아무튼 저희는 아무 이상 없이 살아 있습니다. 침몰한 건 아니니 안심하십시오."
-있을 수 없는 일이야!
스텔스함은 레이더 피탐율이 극단적으로 낮아질 뿐, 반응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마지막 추적지점도 알고 있으니, 미군의 눈과 귀라면 충분히 찾아낼 수 있다.
하지만 전혀 반응이 잡히지 않자, 미군 본부는 충격과 공포에 빠진 것이다.
'우리, 괜히 섣부르게 퇴역시킨 게 아닐까?'
하고 말이다.
-좋아. 귀함이 유령선이 아니라는 것은 믿어주겠네. 어떤가, 오늘 레일건 함포를 실험할 것 같은가?
"그런 거 같습니다."
-모든 것을 똑똑하게 기록하게. 현장에 있는 자네들만큼 정확한 눈과 귀는 없으니,
"함선 통제시스템이 허락하는 내에서는 최대한 기록을 할 작정입니다."
줌왈트 구축함들은 모조리 레일건으로 무장했다.
함포의 내부를 들여다본 것은 아니지만, 포탄을 보면 레일건이라는 것을 알 수밖에 없다.
'이 배 한 적에 레일건 탄자만 무려 200만 발이라니……….'
에릭 로한은 VLS 미사일을 모조리 들어내고, 모든 탄약고의 공간까지 레일건 탄자로만 채웠다.
그만한 자신감이 있기에 무장 체계를 완전히 바꿔 버린 것이리라.
때문에 미군은 지금 어느 때보다 줌왈트 구축함이 보일 퍼포먼스에 긴장하고 있었다.
과연 미군이 실전배치에 실패한 레일건이, 젊은 천재의 손에서 어떻게 탄생했을까?
"목표 해적선까지 거리, 이제 450km에 접어들었습니다."
"좀 더 거리를 좁힌다. 전속 전진."
"전속 전진."
그때 전투통제실에 하수영 일행이 들어왔다.
함장은 급히 그에게 경례를 했다.
"인질함에게서 소식은 들어왔습니까?"
"아직 인질로 잡힌 것은 아닙니다. 600미터를 남겨둔 채 도주 중입니다."
"망망대해에서 600미터면 뭐 바로 코앞에 붙은 거나 마찬가지죠. 지금 놈들을 잡아야겠습니다."
"아직 거리가 너무 멉니다."
제대로 된 레일건이라면 400km 이상의 사정거리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멀리 쏘는 것과, 정확히 맞추는 것은 전혀 별개.
이 거리에서 작은 해적선을 정확히 조준하기에는, 사격관제 시스템이 아직 불완전하다.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수동사격으로 직접 해적놈들을 날리겠습니다."
"예?"
순간 함장은 물론이고 장교들도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이러다가 제가 소중히 기른 생선들이 다 가라앉게 생겼습니다. 수동조준으로 사격해야 합니다."
"워, 원수님."
결국 함장은 하수영의 제안을 꺾지 못했고, 하수영은 직접 수동장치를 잡았다.
최신군함에서 '설마 쓸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없으면 허전하니' 만들어 놓은 함포수동조준장치가 훈련이 아닌 실전에서, 드디어 사람 손을 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