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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954화 (954/1,270)

프랜차이즈 갓 954화

227장 무선을 무선이라 부르지 못하고 (4)

미국, 한국, 하수영은 다시 3자계약을 맺었다.

줌왈트 구축함 3척을 하수영이 매입하고, 한국군의 소유로 운영한다는 내용이 추가된 것이다.

국방부 장관 국병호는 하수영 앞에서 감격을 지우지 못했다.

"원수님 덕분에 우리 해군의 군사력이 한층 더 증가하게 되었습니다. 해군을 대표하여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해군 원수가 해군에 신경 쓰는 거야 당연한 기죠. 저도 건강한 몸으로 병역 면제 받은 게 민망해서 이런 식으로라도 보답하려는 겁니다."

"민망하다니요. 원수님이 기여한 군공은 구국에 비견될 만큼 대단합니다."

천문학적인 금액의 식재료를 국군 장병들에게 무상으로 꾸준히 제공하는 것은 둘째치더라도.

미 핵잠수함 2척 도입 중재.

키로프급 미사일 순양함과 북아메리카급 경항모, 세종대왕급 구축함 3척(건조 중)을 무상 제공한 것은, 평시지만 구국의 공에 비견될 만하다.

여기에 세계 최강의 스텔스 구축함 3척이 추가되었다.

그 미국조차도 '가성비가 너무 나빠서' 결국 포기했지만, 그래도 성능 하나만큼은 끝내주는.

"폐기 처분 조항, 다시 한번 확인해 주십시오."

미 협상 책임자는 건조한 목소리로 중요 사항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이전에 판매한 북아메리카급과 동일합니다. 소유권은 한국군에 귀속되지만, 하수영 의원이 원할 시 언제든 퇴역, 해체할 수 있으며, 그 경우는 우리 미국이 책임지고 진행합니다."

"확인했습니다."

키로프급 순양함에도 있는 동일 조항이다.

하수영이 한국에 무상으로 제공했지만, 그래서 운영은 한국군이 마음대로 할 수 있지만, 언제든 하수영이 결심하면 즉시 배를 해체할 수 있다는 것.

이 경우 한국은 고철 한 조각에 대한 권리도 갖지 못한다.

값비싼 선물을 받아먹고 입을 싹씻고 뒤통수를 칠 경우를 대비한, 일종의 킬 스위치다.

극비 조항이라서 대외비다.

"이제 계약 체결되었습니다."

국회 비준이 남았지만, 스텔스 구축함 3척이 한국 정부에 넘어왔다.

'얼마를 지불하셨을까?'

국병호 장관은 내심 궁금했다.

척당 건조비가 무려 3.5조 원.

연구개발비까지 포함하면 실질적으로는 13조 원이 넘을 수도 있다.

그 미국조차도 '도저히 이건 감당안 된다. 우린 탈주하겠어.' 라고 GG를 친 놈들.

그렇다 해도 결코 저렴한 가격에 넘기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 돈이면 차라리 포드 항모를 찍어내는 게 더 나았을 거요. 해군은 멍청이들만 모인 곳입니까?'

라는 의회의 빈정거림을 이기지 못해 결국 접은 사업이니까.

"원수님, 혹시 대가로 무엇을 주기로 했는지 알 수 있겠습니까?"

"싸진 않았습니다. 일단 미국과 500억 달러 이상의 비즈니스를 진행하기로 했다는 점만 알아두시면 됩니다."

"500억 달러 이상. 알겠습니다. 정말 큰 대가를 치러야 했군요."

국병호 장관은 자기 돈이 빠져나간 것처럼 장기가 뚝뚝 끊어지는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물론 실상은 전혀 달랐지만…….

'금 1천 톤이면 500억 달러쯤 하겠지?'

500억 달러 이상 가는 규모의 프로젝트.

거짓말은 안 했다.

***

스텔스 구축함 3척이 줄줄이 조선소에 입항하고 있었다.

국내 최고 F1 레이싱 커뮤니티, '스페이스 포뮬러' 회원들은 앞을 다투어 조선소를 찾았다.

그들은 값비싼 카메라 장비들을 잔뜩 설치하고, 멀리서 차례차례 들어오는 스텔스 구축함을 찍고 환호했다.

"살다 살다 줌왈트 구축함을 다 가져보는구나."

"그나저나 좀 슬픈데, 이제 줌왈트 4번함은 영영 건조가 안 되는 거지?"

"그 미국조차도 너무 비싸다고 비명을 지르며 포기할 정도니까."

"그 미국조차도 포기한 걸 우리 하수영 대원수님께서는 기꺼이 포용하셨지."

"근데 함포 2문은 어디 갔는데 안보이냐?"

"그러게."

본래 함포 2문이 있어야 할 선수갑판은 텅 비어 있었다.

"아니, 그래도 구축함이 함포가 1기도 없는 것은 좀 그렇지 않아? 스텔스 구조 때문에 미사일도 얼마 많이 못 집어넣었는데."

"듣자니까 하수영 대원수님 요청으로 다 뗐다고 하더라고."

"하수영 대원수님 요청으로?"

"응, 아무래도 에릭 로한 박사가 구축함에 달 만한 신형 함포를 만들려고 하지 않을까?"

"오오, 일리 있는 말이네."

"근데 하수영 의원님도 우리 스페이스 포뮬러 회원이라고 하던데, 누구인지 알 수가 없어."

"월 방문자 숫자만 수십만이 넘는 대형사이트인데 있어도 티가 나겠어?"

"그런데 하수영 의원님이 스페이스포뮬러 사장이라는 말이 있더라고."

"에이, 설마."

"확실한 건 분명 눈팅은 하고 있을 거야. 청담함, 하수영함, 나미호, 나디아호 관련 자료는 우리 스포가 제일 전문적이니까."

"함포 2문 다 제거했고, 조선소 도크에 입항하는 걸 보면……. 개조를 하는 건 확실한데."

"잠깐, 저게 뭐죠?"

갑자기 분위기가 어수선해졌다.

미군 복장을 한 이들이 지상에서 구축함을 향해 접근했다.

그들은 단단한 대형 수송차량을 잔뜩 거느리고 있었다.

"현금 수송차로 보이는데?"

"구축함에서 지게차로 뭘 내리는데? 뭐지?"

"현금 박스라도 되나? 현금 수송차에 전부 싣고 있어."

내용물을 추정하기 어려운 박스가 구축함에서 내려서 수송차량으로 옮겨 실리고 있었다.

미군 호위 헬기까지 따라붙는 걸 보면, 보통 중요한 물자가 아닌 모양이다.

"줌왈트 구축함이 뭔가 엄청 중요한 걸 싣고 온 거 같습니다."

"설마 핵탄두 기폭장치 같은 건 아니겠죠?"

"그러기에는 사이즈가 너무 작은데요."

"뭐지, 뭐야? 대체 뭐야?"

줌왈트 구축함이 싣고 온 것은 바로 2,000톤의 금괴였다.

포트 녹스 미육군 기지에 보관되어 있는 금괴를 반출해서 가져온 것이다.

"미국이 보유한 8,200톤 중 정부 보유량은 2,200톤입니다. 그중 포트녹스에 보관된 양은 2,000톤인데, 그걸 전부 가져왔습니다."

수송책임을 맡은 미 육군 소장은 하수영 앞에서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1,000톤이면 충분한데 싹싹 긁어서 2,000톤을 가져오다니요."

"차후 추가 수송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관계로, 고심 끝에 한 번에 전부 반출하기로 한 겁니다."

미군 소장은 금을 왜 한국으로 옮기는지는 일절 묻지 않았다.

다만 최종 목적지가 수영 발전소인 것으로 미루어, 핵융합 발전소 거래에 관한 중요한 대가라고 추정하고 있었다.

미군 소장은 무선 전기의 존재를 몰랐으니.

-마스터, 미국은 향후 핵융합 무선 전기의 수요가 늘어날 것을 대비해서 미리미리 가져다 놓은 거 같군요.

"뭐, 금 같은 건 한 번에 반출하는 게 편하긴 하지."

호위, 운송비용 등을 고려하면 두번 반출하는 것도 막대한 돈 낭비이니까.

미리 준비한 대로, 수영발전소에는 간이 미군기지가 들어섰다.

약 50명 정도가 상시 주둔하는 기지.

상시 전투력은 얼마 되지 않지만, 수영 발전소를 친다는 것은 미국 본토를 친다는 것과 동등한 의미를 가진다.

금괴 수송을 마치고, 미 에너지부 차관이 조용히 하수영을 찾았다.

"로널드라고 불러 주십시오. '캘리포니아 볼드모트 프로젝트' 책임을 맡았습니다."

"반갑습니다. 앞으로 자주 보겠네요."

"볼드모트 런칭이 무사히 마무리되는 걸 확인할 때까지 한국에 머무를 예정입니다."

2,000톤의 금은 광운제철소에서 미군의 입회하에 모조리 녹인 뒤, 송전탑 형상으로 탄생하게 된다.

그 이후 철저한 관리감시하에 수영발전소로 이동, 그곳에서 다른 설비와 결합하여 송전탑으로 최종 완성된다.

금의 소유권은 물론 미 정부에 있지만, 캘리포니아 송전을 위해 앞으로는 수영발전소에서 반영구적으로 보관하게 된다.

"포트 녹스에 보관된 이후, 단 한번도 외부로 나온 적 없는 녀석들입니다."

"이제는 세상이 망할 때까지 강릉에서 머물러야겠군요. 그래도 지하금고보다는 강릉의 풍경이 더 좋을 겁니다."

"그럼 언제부터 캘리포니아 볼드모트가 실행되는 겁니까?"

"금 녹이고 형상 만드는 데 이틀, 옮기는 데 하루, 발전소에서 마저 조립하는 데 하루, 넉넉하게 4, 5일이면 되겠네요."

"수신장치는……."

"아, 그건 이미 완성됐습니다. 발전소에 있으니까 바로 실어가라고 하시죠."

"알겠습니다. 잠시만 양해 부탁드립니다."

차관은 전화기를 들어 곧바로 어딘가에 지시를 내렸다.

"수신장치는 그렇게 중요한 것도 아니고 크게 비싸지도 않으니, 보안에 큰 신경을 쓸 필요가 없어요. 신용카드나 마찬가지예요."

"신용카드?"

"분실하면 신고하고 재발급받으면 그만이니까요."

"아아, 그런 의미로군요."

모든 것은 극비리에 진행되고 있었다.

심지어 한국 정부조차도 자세한 내막을 알지 못했다.

이게 군사적인 행동이라면 문제가 되겠으나, '민간 전력 판매'일 뿐이기에 미 정부에서 한국 대통령에게만 언질을 준 상태다.

"전기요금은 미국에서 받으시겠습니까, 아니면 한국으로?"

"제가 수영사채 때문에 강제 저축을 당하고 있는 상황이라서요. 현금이 빡빡합니다."

"알겠습니다. 송금 문제는 우리가 한국 정부와 이야기해서 문제없도록 하겠습니다."

전력 수출은 한미 간의 국가 간 기밀.

당연히 오가는 돈에 대한 세무 출처를 물을 수 없다.

북미 수영레스토랑이 번 돈으로 적당히 위장해서 들어올 것이다.

"그럼 캘리포니아 볼드모트는 수신장치가 발전소에 설치되는 즉시 이뤄지겠군요."

"네, 그렇겠죠? 아무래도 그게 가장 마지막 단계가 될 테니까요."

볼드모트,

무선 전기를 무선 전기라 함부로 부르지도 못하고 빙빙 돌려 말해야 하는 상황이다.

미연방 금 2,000톤이 한국에 들어와 있는 것조차 극비였으니까.

***

줌왈트 전대를 맞이한 조선소를 찾은 해군 참모총장은 보고를 받고 놀랐다.

"무장을 전부 제거했다고?"

"네, 함포 2문만 제거한 게 아니라 미사일도 전부 제거했습니다. 저 VLS는 그저 껍질일 뿐입니다. 안은 텅 비었습니다."

탑재한 미사일을 전부 싹 비웠다는 말에 해군 참모총장은 어이가 없었다.

"뭐지? 우리 해군 자체 미사일은 호환이 잘 안 맞을 텐데?"

호환도 호환이지만, 성능 면에서 차이가 있기에 참모총장은 입맛이 썼다.

"이 녀석들, 갑자기 왜 이렇게 짜게 구는 거지? 북아메리카급 경항모는 시원하게 제원 그대로 넘겼으면서."

"미사일어뢰 기만 시스템, 전자전장비는 그대로이긴 합니다. 공격 무장만 전부 제거가 된 상태입니다."

"미치겠군, 어쨌든 지금 공격 능력이 전무한 빈껍데기라는 소리잖아?"

차세대 스텔스 구축함이라서 민감한 무장들을 전부 제거한 걸까?

그렇다면 경항모 무장은 왜 그대로 뒀는지 납득이 안 된다.

"총장님, 원수님의 의뢰로 미군이 모든 무장을 제거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뭐? 원수님의 의뢰?"

"네. 어쩌면……."

그때 부관이 헐레벌떡 들어와서는 경례를 하고는 급히 보고했다.

"총장님! 에릭 로한 박사입니다! 로한 박사가 조선소에 나타났습니다!"

"뭐? 로한 박사가?"

참모총장과 수행원들은 재빨리 밖으로 나와서 살폈다.

그들은 커다란 트레일러에 실린 채 천에 덮인 물체를 볼 수 있었다.

크레인 후크가 접근하자 천이 걷어지며, 실린 물체의 모습이 드러났다.

참모총장은 멍하니 중얼거렸다.

"함포? 그런데 왜 포신이 없지?"

"스텔스 때문에 포신 내장형으로 만든 거 같습니다. 사격 시에만 포신이 겉으로 돌출되는 형태로 보입니다."

방산업체 직원들은 로한의 지시를 받으며 부지런히 크레인을 움직여 포신을 장착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흰 가운을 펄럭이며 현장을 감독하는 로한의 옆모습에서, 참모총장은 불현듯 세상이 너무 불공평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그나저나 저게 무슨 함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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