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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951화 (951/1,270)

프랜차이즈 갓 951화

227장 무선을 무선이라 부르지 못하고 (1)

고리원전이 무기한 정지에 들어간 사이, 수영조명은 기민하게 움직였다.

고리원전이 공급하던 전력 파이를 잠식해 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울산의 각 가입자들은 '수소발전기 사용료'라는 명목으로 돈을 냈다.

원래 내던 전기료보다 10% 정도 저렴했기에 기업, 공장, 가정들은 불만이 없었다.

민간 전기 장사는 명백한 계약 위반.

하지만 한국전력은 애끓는 가슴을 끌어안고 지켜보기만 해야 했다.

-너네 지금 계약 위반이야! 발전소 전기를 팔고 있잖아?

-우리가 무선 전기라도 있다는 거야? 너희 송전망 없이 어떻게 발전소 전기를 파는데?

라는 자폭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무선 전기가 드러나면, 구 전력 시장은 모두 파산이다.

수영조명이 무선 전기를 드러내지 않는 것을 감사히 여기며 굽신거려야 하는 처지.

진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

대통령은 국정원장으로부터 2차 보고를 받고 있었다.

"수영발전소를 둘러싸고 각국 첩보부의 감시가 짙어지고 있습니다."

"보안은 문제가 없겠지요?"

"네. 직원으로 위장한 요원 20명을 투입했고, 국내를 출입하는 해외 요원 후보자들을 실시간으로 감시 중입니다."

"다른 나라는 어떻습니까? 무, 아니, 볼드모트를 눈치챈 것 같습니까?"

"그것은 저희로서도 확언할 수 없습니다. 연료보급 차량이 없다는 것을 놈들이 눈치챘는지 아닌지는 알길이 없습니다."

"눈치를 챘다면 곧 입질이 오겠죠.

기다려 봅시다."

가짜 수소보급차량을 활용해 볼까도 생각을 해봤다.

하지만 물량이나 비용 면에서 너무 어설픈 쇼가 된다는 보고에 포기했다.

당장 충분한 대수의 수소보급차량을 갖추고 있지도 않았다.

보고를 마친 국정원장이 나가고 정영술 과학수석이 들어왔다.

"대통령님, 발전소 특별법을 저대로 두어서는 안 됩니다."

"이미 국회에서 통과까지 된 법을 내가 무슨 재주로 건드리겠습니까?"

"우마와 나룻배로 사람과 물자를 옮기는 시대에 고속열차가 등장했습니다. 그런데 삯꾼들 생계를 위해서 강제 쿼터를 할당하는 것은 발전을 지나치게 저해합니다."

"정치라는 것이 그래요. 때로는 사회를 위해서 비효율도 감안해야 하는 법입니다. 이미 내 임기 내에서 뭔기를 고치기에는 늦었어요."

"하지만 대통령님."

정영술 과학수석은 갈 데까지 가버린 지금의 판이 너무 안타까웠다.

비용, 안전, 환경을 위해 완벽한 핵융합 무선 전기를 확장하기 위해서, 앞으로 발전소 특별법이라는 저 악법에 거세게 저항해야 한다.

'병신 같은 머저리들이 밀어붙인 게임 셧다운제를 폐지하는 데도 10년이나 걸렸다.'

하물며 무수한 이권이 걸려 있는 발전소 특별법, 퇴출되어야 하는 구형 발전소의 존속을 보장해 주는 이 말도 안 되는 법.

이 법을 폐지하는 데에는 앞으로 얼마나 시간이 걸릴까?

'적어도 10년 내에는 절대 힘들겠지.'

전력산업에 종사하는 기업, 직원, 그 가족들.

그 무수한 표들이 힘을 합쳐서 거세게 저항을 할 테니까.

애초에 통과시켜서는 안 되는 법이었다.

'원자력 카르텔은 정말이지 마지막까지 아주 시원하게 똥을 싸지르고 산화했군.'

자기들이 살기 위해 만들어낸 악법.

발전소 쿼터제 특별법은 그들의 숨을 붙여 놓을 것이다.

국민들이 편리와 안전, 깨끗한 환경을 누릴 권리를 갈취해서.

***

정영술 과학수석은 수영조명을 직접 찾아갔다.

한쪽은 정부를, 다른 한쪽은 하수영을 대리하는 실무장.

"서로가 알 거 다 알고 있으니, 비효율적인 우회를 피하고 솔직하게 모든 흉금을 터놓았으면 합니다."

"우리 수영조명은 굳이 숨길 이유가 없습니다."

"네, 수소 보급차량을 허위로도 운영하지 않는 것을 보고 확실히 느꼈습니다."

"좀 더 빨리 알아주기를 바랐죠. 한국이든, 전 세계든."

"엄정난 압박이 쏟아질 텐데, 감당하실 수 있겠습니까?"

"오너께서 알아서 처리해 주실 겁니다. 우리 오너께서는 미국과도 매우 친하시죠. 무엇보다 평화주의자입니다."

평화주의자라는 말에 정영술은 잠시 뿜을 뻔했지만, 가까스로 참아냈다.

"핵융합 무선 전기의 정확한 스펙을 알고 싶습니다."

"당장의 수준을 말합니까, 미래의 가능성을 말합니까?"

"둘 다요. 지금 당장은 어떤 수준이고, 나중에는 어디까지 성장할지, 모두 알고 싶습니다."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수석님?"

정운원이 묘한 미소를 짓고 바라보자 정영술은 흠칫했다.

왠지 열어서는 안 되는 상자에 손을 대고 있는 기분이다.

"감당…… 해야지요."

"발전소 악법을 통과시킨 무리들을 저주하시게 될 겁니다."

정운원은 얼마 전 캠핑카에서 발칸포를 꺼내어 보여준 하수영이 생각났다.

한껏 즐거워하며 자랑하던 그 해맑은 모습.

지금 자신도 같은 표정을 하고 있지 않을까??

그는 황금송전탑으로 정영술 과학수석을 안내했다.

다른 수행원들은 멀리 떨어뜨린 채, 정영술만 보고 들을 수 있도록 했다.

"저게 무선송전탑들입니다. 모두 7개가 있죠. 우리 발전소에서 생산된 모든 전력은 1차적으로 저 송전탑을 거쳐, 전국 구석구석으로 뻗어 나갑니다."

"전자기파와 자기장은 왜 전혀 반응이 없는 겁니까?"

"원리가 다르니까요. 수신장치를 두꺼운 납 상자 안에 넣어두어도 전력은 전달됩니다."

"……정말 무서운 물건을 만들었군요."

주파수 경매 등으로 정부에서 기술적으로 견제할 여지 자체가 없어 보인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어떤 원리인지 모르겠다.

"혹시 양자 얽힘……."

"저도 그렇게 의심했죠. 하지만 아니라고 하더군요."

"……."

"에릭 로한 박사의 스탠스는 확고 합니다. 스펙은 설명해 주지만, 과학기술적 원리는 일절 답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잘 알고 있습니다. 반수성 금속처리기술 때에도 그랬었지요."

-성능과 스펙은 보장한다. 하지만 원리는 절대로 못 알려준다.

이제는 로한의 정체성으로 굳어진 스탠스다.

경쟁업체들은 선특허로 도둑질을 하고 싶어도, 기술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니 불가능.

중세 상인들이 F-22 전투기 기술을 훔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것처럼.

"이 송전탑의 커버 범위는 어느 정도입니까? 중계탑은 총 몇 개나, 어디에 있나요? 어느 정도 크기입니까?"

"송전탑은 여기 있는 7개가 전부입니다. 중계탑 같은 건 없습니다."

"하하하, 그럴 리가요. 설마 이 송전탑들만으로 전국을 커버한다는…… 아니겠죠? 아니라고 해주십시오. 제발!"

정영술은 희희낙락 미소를 유지하는 정운원을 보면서 표정이 점점 썩어갔다.

수영발전소에서 마라도 남쪽 끝자락까지는 약 580km, 송전 범위가 반경 580km 이상이라고?

"동시에 999억 개 이상의 대상에 안정적인 송전이 가능하며, 이 7개의 탑으로 우리나라 전체 소비전력의 약 10%를 감당할 수 있습니다."

정영술은 입만 뻐끔거리다가 저도 모르게 비틀거렸다.

잔인한 팩트 폭격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지금 울산공업단지 일부, 광운제철소와 인근 철강업체, 조선소, 그리고 수영그룹 계열사 및 모든 프랜차이즈 가맹점에 전기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한계에 이르렀죠."

정영술은 한계라는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 말씀은?"

"발전소 출력과 송전탑을 더 늘려야 합니다. 발전소야 열에너지는 무한하니 터빈만 계속 증설하면 되는 데, 문제는 송전탑입니다."

"왜 문제가 됩니까?"

"저거 도금 아닙니다. 통짜 황금입니다."

"도, 도금이 아니라고요?"

"네. 저 탑은 통짜 황금입니다."

높이가 4미터는 되어 보이는데, 저게 아예 통짜 황금이라고?

정영술 과학수석은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아니, 저 탑 하나를 만드는 데 그럼 대체 얼마나 많은 황금이 들어간거야?

"아이고, 저 탑 하나 짓는 데만 금값만 조 단위로 깨졌죠. 광운제철소, 울산, 조선소 등등 송전 지역이 늘어남에 따라 부라부랴 탑을 더 늘려야 했습니다. 경기도에 수백 톤짜리 금맥이 한창 채굴 중이어서 다행이었습니다."

"그, 금을 대체 얼마나 잡아먹는 건지……."

"무선 송전을 위해서 금이 필수적인 전도물질로 쓰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동시 연결 수는 의미가 없지만, 더 많은 전력을 보내려면 탑을 더 늘려야 합니다."

송전탑 7개로 대한민국 전체의 10%를 감당한다고 한다.

그럼 63개의 송전탑을 더 지어야 100% 커버가 가능하다는 의미가 된다.

정영술은 손끝을 떨며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이거 송전망 인프라 구축비용만 보면, 유선 방식보다 절대로 싸다고 할 수는 없겠군요."

"그렇게 단순하게 계산을 하시면 안 되죠."

"예?"

"유선 송전탑, 송전 케이블, 기타 등등 부속장비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떨어지죠. 교체할 때마다 유지보수 비용도 그만큼 들고요. 하지만 금은 불변합니다."

금이 탑으로 변했다 한들, 금 자제가 가지는 자산성이 감소하는 것은 아니다.

"기존 유선 인프라는 소비재로서 돈만 잡아먹고 세월에 흩어지지만, 무선송전탑의 금은 영원불변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자산 가치는 오히려 증가하는데, 둘을 비용만 가지고 비교하면 안 되죠."

"그렇군요. 제가 생각이 조금 짧았습니다."

"충격을 받으셨으니까요. 그럴 수도 있습니다."

"이거…… 어떻게 보면 절대로 전기가 싼 것은 아니로군요."

사실 금은 멋지기만 할 뿐, 무선 송전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하지만 하수영은 날파리들이 달라붙지 못하도록 그런 페널티를 걸었다.

눈에 불을 켜고 무선 전기를 도입하려는 국가들은 이제 막대한 청구서 앞에서 깊은 고민을 하게 될 것이다.

'말도 안 되게 편한데, 너무 비싸!'

'오히려 진짜, 정말로 부유한 나라들만 도입할 수 있는 기술이 되겠어.'

정운원은 묘하게 안심이 되었다.

무선 전기를 놓고 벌어질 다툼이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

하수영은 록히드마틴의 코즈펠트이사를 만나고 있었다.

그간 미국에서 도입한 헬기, 공중 급유기, 군함 등을 가지고 즐거운 담소를 풀었다.

화제는 3번째 병원선, 크루즈선으로 만든 퀸 루나 호까지 닿았다.

코즈펠트는 은근히 말을 꺼냈다.

"이거 아쉬우시겠습니다. 핵융합로 가 개발될 줄 알았으면 원자로를 장착하지 않으셨을 텐데요."

"아, 어차피 핵융합로는 배에 달기에는 너무 큽니다. 소형 원자로가 지금 퀸 루나한테는 딱이에요. 여유공간은 넓을수록 좋죠."

"그런가요? 하지만 요즘 에릭 로한 박사가 이룩한 걸 보면, 퀸 루나에 원자로조차도 굳이 달 필요가 없었을 거 같습니다만."

"에이, 그건 아니죠. 퀸 루나는 어쨌든 LPG 추진선박입니다. 선내 전기만이라도 숨통을 트여줘야 LPG 보급을 여유롭게 할 수 있죠."

원자로를 단 덕분에, 퀸 루나의 LPG는 순수한 프로펠러 추진에만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병원 설비들이 사용하는 막대한 전력까지 LPG로 커버해야 한다면, 아무리 연료탱크가 커도 자주 연료 보급을 해줘야 했을 것이다.

"그런가요? 수영조명이라면 퀸 루나 호에 물 건너서 직접 전기를 보급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만."

"……."

"아닙니까?"

"……."

"불쾌하게 생각하지는 말아 주십시오. 의원님과 우리 록히드마틴, 나아가 미 정부는 상당히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습니다. 다만 저희는 의원님과 한국의 안전을 위하여 조심스럽게 질문을 드리는 것뿐입니다."

"저는 긍정도, 부정도 않겠습니다. 이게 제 대답입니다."

"의원님?"

"우리 다른 이야기나 합시다. 카탈 로그 가져온 거 있죠? 빨리 꺼내 봐요."

하수영이 '비싼 장난감'에 관심이 많은 걸 알기에, 코즈펠트는 미 정부의 허락으로 여러 가지 '최신 항공기 및 최신 함정'등등이 담긴 카탈로그를 미끼로 가져오긴 했다.

하지만 원하는 대답을 얻어내지도 못하고 어어 하는 사이에 미끼부터 왕창 풀어야 했다.

"오, 줌왈트 구축함. 역시 함정은 이렇게 미래지향적으로 각지고 깔끔한 모습이 최고라니까. 이것도 정말 파는 거예요?"

"의원님, 무선……."

"NCND, NCND. 무 긍정, 무 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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