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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950화 (950/1,270)

프랜차이즈 갓 950화

226장 원수가 심심함을 품으면 (8)

최근 국정원은 핵융합 발전소의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나름대로 동분서주하고 있었다.

누가 뭐라 해도 미래를 주도할 기술 아닌가.

다만 하수영의 습격은 사전에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는 해군 원수이기에 경호 문제를 해군에 맡기고 있기 때문이었다.

뒤늦게 하수영이 비밀경호조차 없이 정말로 혼자 다녔으며, 청부업자들을 혼자 힘으로 제압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군함 CIWS 발칸포를 한 손으로 들고 포탄을 갈겨댔다고? 무슨 터미네이터야?"

"근데 사실입니다. 하수영 의원이 겉보기와는 다르게 힘이 정말 무지막지하게 세다는 정황은 이미 여러번이나 나왔습니다."

수백kg는 되어 보이는 쌀포대를 배달음식 들 듯이 가뿐하게 들어 올리는 사진을 보고, 간부들은 입을 다물었다.

다음 보고가 이어졌다.

"볼드모트? 이게 뭔가?"

"원자력 카르텔 핵심층 사이에서 은밀히 돌고 있는 용어입니다."

"이게 무슨 뜻이지?"

"무선 전기를 돌려서 부르는 겁니다."

"……."

"……."

짜릿한 정적이 잠시 흐른 후, 국정원장이 입을 열었다.

"자네, 지금 뭐라고 했나?"

"수영조명에서 무선 전기를 개발했습니다. 이미 대통령께서는 알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강길 부회장이 무리해서 에릭 로한과 하수영 의원을 암살하려고 했던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었습니다."

이어지는 보고에 국정원장, 부원장, 타부서 국장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 황금으로 이뤄진 안테나 탑이 무선 전기를 내보내는 송전탑으로 생각됩니다. 수영조명에서 전국에 뿌린 수소발전기는 위장이고, 실제로는 전기 수신 장치입니다."

강릉에서 생산된 전기가 제주도보다 남쪽인 마라도까지 들어온다는 설명에, 국정원장은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대통령께서는 아무래도 전전긍긍하고 계신 거 같습니다. 무선 전기를 공식 인정하고 도입하게 되면, 사돈인 닷케이통신사에 타격이 크겠죠."

"아! 그렇지! 무선 전기면 통신으로도 활용을 할 수가 있겠어!"

"기존의 전파, 자기장을 전혀 이용하지 않는 방식의 새로운 전송이기에 검증이 늦었습니다."

국정원장은 이게 보통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핵융합 상용화 하나만 해도 한반도를 전화에 휩쓸리게 할 수 있는 대형 사고인데, 여기에 무선 송전까지 더해지다니.

"송전 범위는 정확하진 않으나 최소 150km 이상인 것으로 보입니다. 중계기 위치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습니다."

현장요원들은 분명히 중계기를 이용했을 거라고 보고 열심히 뒤지고 있다.

강릉에서 중계기 없이 송전탑으로 한반도 전체를 커버한다는 걸 알아도, 쉽게 믿지 못할 것이다.

"150km라…… 그거 하나만 해도 실용성이 어마어마한데?"

"전선 케이블, 통신 케이블이 전혀 필요 없어지는 시대가 열리겠군요."

"허허…… 에릭 로한이 정말로 천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이기는 한가 봅니다."

"태양계라는 메타버스가 발전 속도가 너무 느려 답답해진 관리자가 잠시 현신을 한 거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입니다."

국정원장은 잠시 손등을 만지작거리다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주변을 훑었다.

"글쎄, 정말로 마냥 좋기만 할까?"

"……."

"보물은 지킬 힘이 있는 자가 가지고 있어야 보물이지. 핵융합 무선 전기라니, 우리나라가 소화하기에는 너무 거대한 음식이야."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등…….

비단 그들뿐만이 아니다.

EU에서도 체면을 불사하고 핵융합무선 전기를 가지려고 손을 뻗어올것이다.

전 세계가 작심하고 뜯어먹기 위해 달려드는 상황에서, 과연 한국은 보물을 온전히 지킬 수 있을 것인가?

"내가 하수영 의원이라면 미국의 품에 뛰어들어서 영광을 누리겠네. 다른 나라는 몰라도 미국이라면 안심할 수 있겠지."

부원장과 국장들도 그 말에는 동의 했다.

"하수영 의원과 에릭 로한 박사가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부터 확인하는 게 우선입니다."

"네, 그들이 우리나라와 협조해서 한국에 계속 남을 것인지, 아니면 미국의 품으로 들어갈 것인지를 먼저 알아야 합니다."

"그 부분은 부원장께서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 보시오. 난 대통령께 보고를 드려야겠소."

"알겠습니다. 원장님."

대통령이 이미 알고 있다지만, 국정원으로서 보고는 안 할 수 없다.

"다른 나라 정보부에서는 어느 정도까지 파악하고 있지?"

"핵융합이 워낙 충격적이라서 다들 그쪽에 쏠려 있는 듯합니다. 대부분 무선 전기까지는 아직 눈치채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부분이라. 예외도 있다는 건가?"

"미국이나 일본이라면 수소발전기에 뭔가 이상한 점을 의심하고 캐내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수영조명이 무선 전기를 끝까지 숨길 마음이 있는지도 의심스럽습니다."

"적당한 시점에서 우리가 알아채주기를 바란 거겠지. 그렇지 않았다면 위장 연료차량을 운용해서 감췄을 테니."

국정원이 타국의 정보부에 비해 유리한 것은 첩보 무대가 100% 한반도라는 점 덕분이다.

그래도 방심은 금물.

"하지만 시간문제일 뿐이야. 수영조명이 계속 이런 식으로 나오면 타국 정보부도 의심이 생길 테고, 무선 송전이라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어."

"네, 그러니 수영조명, 아니, 하수영 의원을 설득해야 합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지. 난 청와대에 다녀오겠네. 부원장은 청담동에 좀 다녀오시오."

"알겠습니다. 원장님."

보고회의는 그렇게 끝났다.

***

부원장은 청담동에서 하수영을 독대하고 있었다.

적당히 분위기를 가다듬은 후, 부원장은 핵심부터 찔렀다.

"의원님이 그리시는 핵융합 무선 전기 사업의 최종 구상이 어떻게 되는지 듣고 싶습니다."

"좀 늦게 아셨네요. 전 더 빨리 깨달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부정하지 않으시는군요."

"그렇게 대놓고 여기저기에 전기를 팔고 있는데, 국정원이 아직도 모른다면 말이 안 되죠. 설마 핵피아보다 늦게 알 줄은 몰랐습니다."

"……변명 같지만, 저희는 핵융합발전소에 잠입하려는 움직임을 막느라 혈안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래도 연료보급 차량 한 대도 안굴렸는데, 좀 많이 늦지 않았어요?"

살살 웃으며 묘한 압박을 넣는다.

부원장은 듣던 대로 쉽지 않은 인물이라고 느꼈다.

"최종 구상이라. 글쎄요. 일단 지식은 독점을 할 겁니다."

"특허를 내지 않으시는 겁니까?"

"네. 로한 박사도 그 어떤 기술적 설명 요구에도 대답하지 않을 겁니다. 그래야 할 이유가 없으니까요."

"그럼 해외 수출이 쉽지 않을 겁니다. 선진국들은 사회적 안전 기준에 부합하는지를 엄중하게 따집니다."

"수출 안 하면 되죠. 전기 팔아서 큰돈 벌 마음 없어요. 경영진 생각은 좀 다른 거 같지만."

부원장은 잠시 의도를 생각하다가 다시 질문을 꺼냈다.

"그 말씀은, 해외로 떠나실 마음이 없으시다는 겁니까?"

"제 집은 청담동에 있습니다. 제가 왜 해외로 떠납니까?"

"하지만 외부의 위협에서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서는……."

"대한민국 국방력이 그렇게나 허약합니까? 아니잖아요."

"……전 세계가 야합해서 압박을 가하면 한국은 도리가 없습니다."

"부원장님. 그거 아세요? 지금 유럽, 중국, 러시아, 미국에서 소비되는 생선의 70% 이상이 수영양식장산입니다."

"……그 정도였습니까?"

부원장은 처음 듣는 이야기에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네, 바다가 텅텅 비어서 이제 바다에서는 물고기가 잡히지 않으니까요. 원양 어획 활동을 세계적으로 금지하기도 했고요."

해양 자원 복원을 위해 세계적으로 원양 어업을 금지했다.

그래서 전 세계적으로 생선 소비량이 극단적으로 줄어든 상태다.

먹고 싶어도 당장 시중에 생선이 거의 없으니 어쩔 수 없는 상황.

그나마 생선만 결핍이고 식량 자제가 부족한 것은 아니기에, 육류와 양식어종 가격이 오르는 것 이상의 문제는 없었다.

"그리고 29%는 노르웨이 양식어들입니다."

"으음, 역시 노르웨이는 양식업의 강자로군요. 그 와중에 아직도 굳건히 버티고 있다니……."

"그리고 노르웨이 양식장들은 양식 사료를 100% 우리 수영농장에서 구매하고 있고요."

여기서 부원장은 다시 한번 놀라서 표정 관리에 실패했다.

하수영은 조소를 지으며 덧붙였다.

"즉, 유통되는 생선의 99%는 우리 수영농장이 통제하고 있는 겁니다. 나머지 1%는 몰래 남획한 해산어와 강과 호수에서 잡은 민물고기고요."

전 세계적으로 생선 유통량은 씨가 말랐다.

먹고 싶어도 먹을 수가 없고, 그나마 시중에 나온 것들은 엄청나게 폭등했으며, 그것도 수영농장이 99%를 통제한다.

때문에 생선 결핍에 대한 세계 시민의 욕구불만은 터지기 직전이나 마찬가지.

"다행히 우리 수영양식장의 생산량이 계속 폭증하고 있어서, 머지않아 안정적으로 전 세계 소비자들의 입맛을 충족시켜줄 수 있을 겁니다."

"생선이 무기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중국이요? 당장 황비버섯농장 철수하면 인민들이 폭동 일으킬 걸요? 공산당 고위직들도 식탁에서 황비버섯 해물요리가 사라질 텐데, 그거 감당할 수 있겠어요?"

믿는 구석이 있다. 이건가.

부원장은 내심 감탄하면서도 완전히 안도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황비버섯과 생선은 다른 식량으로 대체가 가능합니다. 굶주림 자체를 불러올 순 없습니다."

"전 세계가 담합을 하더라도, 적어도 미국은 거기에 섞이지 않을 겁니다."

"그렇게 확신하시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이미 미국과 지는 이미 채권채무관계가 너무 많이 엮였어요. 그리고 핵융합 무선 전기는 미국 입장에서도 한국 정부 못지않게 부담스러울 겁니다."

"미국한테도 부담스럽다는 건?"

"우리나라 원전 카르텔은 미국의 전력 카르텔에 비하면 보름달 앞의 반딧불입니다. 우리나라의 15배 가까이 되는 소비량…… 세계 2위를 차지하는 그 거대한 시장에 얼마나 많은 기업들과 유권자들이 이해관계나 생계로 얽혀 있겠어요?"

"……."

"무선 전기? 도입하면 전력 시장이 붕괴하고 많은 기업들이 줄도산에, 실업자들이 대량으로 쏟아질 겁니다. 미국은 민주주의라서 그 충격 제대로 감당 못 해요. 무엇보다 미국이 더 잘 알 겁니다."

"그 말씀은 우리나라에도 해당이 되지 않겠습니까?"

"당연히 해당되죠. 사이즈는 차이가 나겠지만요."

"……."

"그나마 충격을 최대한 줄이려면 핵융합 무선 전기를 제 손에서 '공짜로' 가져와야 하는데, 제가 백악관 주인이라면 그런 걸 입안하는 자부터 자를 겁니다. 네 목 위에 있는 것은 장식이니 필요가 없다고 말이죠."

"해고가 아니라 진짜로 목을 치신다는 건 아니시겠죠?"

"진짜로 칠 겁니다. 제가 미 대통령이라면요."

"……."

어디까지가 진심이고 농담인지 구별이 어렵다.

하수영과 진지한 대화를 섞다 보면 정신이 혼란해지는 경험을 겪게 된다고 하는데, 부원장은 왜 그런 평가가 나왔는지 알 것 같았다.

"핵피아 따위가 감히 마피아 앞에서 건방 떨다가 어떻게 되는지는 이미 잘 보셨죠?"

진짜 마피아가 아니라, 마피아 배역을 연기했을 뿐이지 않은가.

하지만 그 말은 부원장의 성대를 탈출하지 못했다.

"그러니 정부와 국정원에서도 신중하게 판단해서 결정하세요. 무선 전기가 공개되면, 피곤해지는 건 제가 아니라는 건 잘 아실 겁니다."

공개를 하겠다는 건지 안 하겠다는 건지.

보안 걱정으로 쩔쩔매야 하는 것은 수영그룹이 아니었나?

왜 국정원이 자기 일처럼 발을 동동 굴러야 하지?

"무선 전기 때문에 시끄러워지는 것은, 진짜 바라지 않아요. 하지만 판이 벌어진다면……."

"벌어진다면?"

"이왕 그렇게 되면 어쩔 수 없이 즐겨야겠죠."

하수영은 어깨를 으쓱했고, 부원장은 저도 모르게 소름이 돋았다.

간신히 마음을 누르고, 부원장이 말했다.

"지, 의원님. 개인적으로 부탁이 있습니다."

"하세요. 듣고 생각해볼게요."

"살인청부업자들을 상대로 사용하셨다는 발칸포를 한 번 보고 싶습니다."

"에이! 그런 거라면 백 번이든 천번이든 들어드릴 수 있죠!"

하수영은 신이 나서 그를 주택 지하실로 안내했다.

대형 관광버스 크기의 캠핑카의 위용에, 부원장은 부럽다는 마음도 들지 않았다.

차량 비밀바닥에서 발칸포를 꺼낸 하수영이 '한 손으로' 들고 왔기 때문이다.

"이겁니다. 멋지죠? 군함 팰렁스에다는 포신을 떼어서 개조한 거예요. 한 번 들어보실래요?"

"바, 바로 넘겨주지 마시고 바닥에 놓아 주십시오. 제가 한 번 들어보겠습니다."

"이거 그렇게 안 무거운데."

하수영이 발칸포를 바닥에 내려놓았고, 부원장은 두 손으로 힘차게 들려고 해봤다.

하지만 100kg이 넘어가는 발칸포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왕 그렇게 되면 어쩔 수 없이 즐겨야겠죠.

칼과 권총을 든 조선족 청부업자들을 상대로 발칸포를 꺼낸 사람이다.

무선 전기를 탐내는 타국을 상대로 과연 어떤 기준으로 즐길 것인가?

아니, 혹시 말은 저렇게 하면서 은근히 판이 깔리길 기대하는 것은 아닐까?

부원장은 더 이상의 상상을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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