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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 949화

226장 원수가 심심함을 품으면 (7)

이강길은 꾸준히 바깥소식을 듣고 있었다.

모든 게 절망적이었다.

굳건했던 원전 카르텔은 사방팔방 흩어지고 있었다.

난파하는 배에서 조금이라도 먼저 내리려고 모두가 아우성이었다.

그간 카르텔과 이익을 나눈, 철밥통 고위공무원들은 하수영이 일으킨 지진에 휩쓸리지 않으려고 필사적이었다.

"징역 20년이면 난 거진 죽을 때까지 감옥에서 살아야 하는 처지인데, 건설까지 떼어주면 무슨 의미가 있겠소?"

"설마요.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나오겠죠."

"검찰과 법원에 손을 써주겠다는 뜻이오?"

"그럴 리가. 난 사람 아닌 것들은 상종 안 합니다. 뇌물 준다고 형량을 조절하는 판검사가 어디 사람입니까?"

"그럼 무슨 이유로 집행유예를 자신하는 거요?"

"건설 사업을 떼어주면 이서환 의원이 대호그룹의 일가로 인정을 받는 것으로 보이죠. 법조계는 우리가 화해, 최소한 합의조정은 했다고 판단할 겁니다."

자기들끼리 판단하고, 자기들끼리 눈치 보고, 그래서 형량을 알아서 조절해 줄 것이다.

"……예리한 판단이군."

"이서환 의원과 태호그룹,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화해죠."

"하 의원, 당신에게는 가장 큰 이익이 떨어지겠군. 우리나라 전력사업의 독점이라는, 무엇보다 큰 과실 말이오."

하수영은 히죽 웃었다.

"글쎄요. 난 딱히 핵융합 전기를 널리 팔지 않아도 상관없는데."

"……."

"애초에 내 개인 발전소가 필요했을 뿐이니까. 전기 시장까지 너무 건드리면 오히려 농업에 방해됩니다. 국제 원전 카르텔은 이익을 침해당하면 전쟁까지도 불사할 테니까요."

"그래도 당신이 우리나라 전력 시장은 독점하려고 하지 않겠소?"

"그건 경영진 역량에 달렸을 뿐, 내가 신경 쓸 문제는 아닙니다."

"……."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

만약 이강길 자신이 그의 입장이었으면 국내 전력 시장은 물론이고, 무리가 되더라도 해외 시장까지 차근차근 진출해서 모든 것을 움켜쥐려고 했을 것이다.

핵융합 무선 전기는 그만한 잠재력이 있으니까.

편리하고, 값싸고, 무엇보다 환경오염이 없다는, 만능 그 자체니까..

"지금 바로 결정하세요. 두 번 찾아올 일은 없습니다."

"……그렇게 하리다."

아무리 생각해도 감옥에서 죽을 때까지 썩는 것은 버틸 수 없었다.

그건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차라리 회사를 빼앗기는 한이 있더라도, 밖에서 자유롭게 살고 싶었다.

이강길은 몇 번이고 입술을 달싹이다가 힘들게 말했다.

"날 무척 싫어하는 걸 알고 있소. 하지만…… 상속재산 분할과 건설인수인계를 문제없이 할 테니, 이것으로 전부 잊어주면 고맙겠소."

"싫어하다니? 내가 이강길 부회장님을요? 왜 그렇게 생각합니까?"

"그야 당연히 발전소를 견제했으니……."

"느슨해진 내 일상에 잠시나마 활력을 불어넣어준 고마운 사람을 왜 싫어합니까?"

"……."

"다 끝난 지금은 고마운 마음과 벌써라는 아쉬움만 있을 뿐입니다."

사무실에 쳐들어와서 골프채를 휘두르며 분노를 터뜨리던 그 사람이 정말 맞는 건가?

분노가 가득하던 얼굴과 평온이 가득한 지금 눈빛, 어느 것이 진짜인지 이강길은 혼란스러웠다.

"부회장님은 순순히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그러나 나는 관대합니다. 10억은 남겨드리죠. 아파트 한 채는 가질 수 있을 겁니다."

10억을 제외하고 전부 다 뺏어가겠다는 말.

"자녀와 배우자 몫도 건드리지 않겠습니다. 아, 태호그룹 지분은 빼고요."

지분을 제외하면, 배우자와 자식들 몫으로 그래도 100억 상당은 될 것이다.

재산의 대부분이 회사 지분으로 되어 있으니,

"긍정적으로 생각하세요. 완전히 다른 인생으로 새 삶을 사는 겁니다. 보통 사람들이 늘 꿈꾸는 마법같은 일이죠."

앞으로 이강길은 재벌이 아닌, 평범한 야인으로서 살아가야 하리라.

자녀들도 마찬가지.

하지만 이 딜을 받아야 자신이 감옥에서 죽을 때까지 썩지 않을 수 있다.

"승자의 배려에, 패자가 그저 감사하는 것 말고 뭐가 더 있겠소? 고맙소."

***

이강길은 딜을 받았다.

태호그룹에 대대적인 지분 조정이 일어났다.

오너 일가가 보유한, 건설 관련 지분은 전부 이서환에게 이동했다.

선대 회장이 죽고 분배된 유산 중에서 건설 관련 지분이 전부 이서환에게 이동했다.

이미 상속세는 나갔고, 정당한 자기 몫을 찾은 것이기에 이서환은 추가 세금을 내지 않았다.

이강길은 지분 외에도 300억 원에 상당하는 개인 재산을 하수영에게 넘겼다.

그 모습은 이강길이 하수영에게 배상금을 바치고 용서를 구한 것으로 비쳤다.

또, 처자식이 보유한 재산은 지분외에는 전혀 건드리지 않았다.

"아무래도 화해를 했나 본데."

"그럼 이강길 부회장을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것은 좀 부담스러운데."

"적당히 형량 조절하는 게 낫겠어."

그간 이강길 부회장으로부터 받아 먹은 게 많은 법조계 인사들은 부지런히 움직일 명분이 생긴 셈.

받아먹은 게 많은데 무작정 모른 체만 했다가는 아무래도 부담스럽다.

다른 재벌 회장들이 '진짜 급할 때는 도움 안 되고 무자비한 의리 없는 놈들'이란 인식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조용해진 틈을 타서, 2심에서는 형량을 크게 깎고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이서환의 배다른 형제는 총 넷.

형제라고는 하지만, 나이 차이가 죄다 아버지뻘이지만, 이서환은 건설과 시멘트, 중화학사업을 챙겼다.

20%를 조금 초과한 몫이지만, 배다른 형제들은 감히 항의할 순 없었다.

***

이서환은 건설을 지배하자마자 칼을 휘둘렀다.

이강길의 입감이 닿은 임원들은 모조리 쳐냈다.

그 공석은 자리가 없어 올라가지 못하고 정체돼 있던 부장급 인사들을 대거 승진시켰다.

권력 구도가 바뀌자 신임 임원들이 이서환에게 인사하기 위해 부산까지 내려왔다.

"난 건설 경영에는 관심 없습니다. 앞으로도 주주로만 남아 있을 겁니다."

시의회에서 가장 부유한 의원으로서 대접을 받다 보니, 이서환의 태도에도 이제 제법 여유와 관록이 붙었다.

"여러분은 새로 태어난 태호건설의 임원들이라는 것을 항상 명심하십시오."

쫓겨난 퇴물이나 배다른 형제 오너들과 붙어먹었다가는 가만두지 않겠다는 경고이리라…….

그 점을 명심하며, 신임 임원들은 조용히 고개를 숙여 충성을 다짐했다.

하수영 계파원이자 부산시의원이며, 새 오너인 이의 심기를 거스를 이는 없었다.

***

고리원전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놓고, 사회가 시끄러웠다.

부산, 울산, 포항 등에 거주하는 시민들은 당연히 폐기해야 한다고 외쳤다.

"아니, 이번에 지진 나서 떼몰살당할 뻔한 걸 보고도 그 소리가 나와?"

"저걸 수리해서 다시 쓰자고? X 발, 서울 경기도 사는 놈들이야 그렇게 속 편하게 말하겠지!"

"어차피 고리원전 전기는 니들 동네까지 들어가지도 않아! 죄다 울산으로 들어간다고!"

울산공업단지에 지분이 있지만 멀리 타지방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수리해서 재가동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기 당장 가동 안 하면, 그럼 동해 쪽 공업단지들은 어떻게 할 건데? 대책 있나?"

"1년에 11만 GWh를 생산 가능한 우리나라 최대 원전이야! 그걸 없애면, 뭐 대책이라도 있어? 당장 어디서 전기를 끌어올 건데?"

"지금 울산공업단지에서 값비싼 수소 발전기로 겨우겨우 버티고 있는거 안 보입니까?"

그렇게 티격태격하던 중, 사람들은 슬슬 이상한 점을 발견하기 시작했다.

"응? 근데 울산공업단지 잘 돌아가네?"

"고리원전에 그 큰 문제가 생겼으면 당연히 도시 전체가 블랙아웃 되어야 하는 거 아니야?"

"수소발전기로 공장들 버틴다고 하지만, 그 많은 수소발전기를 한 번에 보급할 수는 없을 텐데?""

의심 많은, 발로 뛰는 진짜 기자들이 울산을 직접 찾았다.

그들은 울산의 밤과 낮을 밝혀주는 파워의 비밀을 접할 수 있었다.

"정말 이 수소발전기 하나로 공장전체를 돌린다는 말입니까?"

"우리 공장뿐만 아니라 옆 공장들 몇 개도 묶어서 같이 공급하고 있습니다."

"이, 이런 게 지금 공단 전체에 몇 개나 되죠?"

"글쎄요. 내가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는데."

"발전기 사이즈가 너무 작은데, 정말 겨우 이 정도 크기로 공장 몇 개를 쉬지 않고 돌릴 수 있는 정도입니까?"

"내가 발전소 전문가는 아니라서 그것까지는 잘 몰라요."

"연료 보급은 어떻게 되죠? 보급주기라든가 보급 시간 같은 거 말입니다."

"그건 수영조명에서 알아서 한다고 했는데, 난 잘 모르겠어요. 그러고 보니까 연료차량이 드나드는 걸 한번도 본 적이 없는 거 같고……."

"사장님, 그러고 보니 저도 도시에서 연료차량이 돌아다니는 걸 본 적이 없는 거 같습니다."

사장과 직원들이 나누는 대화에, 취재를 나선 기자들은 정신이 혼미해졌다.

수소발전기의 크기나 대수를 보면, 고리원전을 대체하기에는 너무 터무니없어 보였던 것이다.

"근데 수소발전기면 전기료가 훨씬 비싸지 않습니까? 부담이 되실 텐데요."

"으응? 그렇지 않아요. 오히려 예전보다 전기료가 10% 정도 줄어서 다들 반색합니다."

"고리원전 재가동 안 하고 그냥 앞으로도 쭉 수영조명에서 전기 샀으면 하는데."

"수소 발전이 원래 이렇게 쌌나? 그래서 선진국에서 죽어라 하고 수소 발전을 연구했던 건가?"

"……."

기자들은 울산을 답사하면 할수록 혼란이 가중되고 있었다.

출력, 스펙, 가격.

그 모든 게 말이 안 된다.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 당연하다는 듯이 벌어지고 있었다.

"근데 수영조명은 한전 승인 없이 전기 팔면 안 되는 거 아니야?"

"그건 강릉 핵융합 발전소 생산분이고요. 이건 수소발전기를 대여해서 전기를 파는 거잖아요. 전혀 다릅니다."

"근데 만약에 저 발전기들이 다 껍데기만 있는 거고, 실제로는 수영조명에서 전기를 끌어오는 것이라면?"

"……."

"……."

"아, 그럴 수도 있겠네요."

"상식적으로 그게 더 말이 되네. 저 작은 발전기들로는 도무지 답이 없어 보이는데."

"우리 사흘째 여기서 잠복 취재했는데, 연료차량이 연료 충전하려고 돌아다니는 거 한 번이라도 본 적있어?"

"없습니다."

기자들은 점점 '발전기는 위장이고, 실제로는 수영조명에서 끌어온다.'라는 결론을 단단하게 굳히고 있었다.

"근데 전기 끌어오는 거면 한전에서 모를 수가 없잖아요. 우리나라 지역 간 송전망은 죄다 한전 독점인데."

"묵인하는 걸 수도 있어요. 당장 공단은 돌려야 하잖아요."

"그게 합리적인 판단이죠. 한전이 모르게 강릉에서 여기까지 전기를 끌어올 순 없으니까."

"그런데 굳이 이렇게 숨겨서 진행할 필요가 있나? 비상상황이니까 한 전이든 산자부는 거부할 수가 없을 텐데."

"……."

한 가지 의문이 해소되면 또 다른 의문이 '모순이다. 모순이야!'라며 고개를 쳐드는 상황이었다.

***

한전의 고위 핵심 인사들은 이제 대부분 무선 전기의 존재를 안다.

차마 대놓고 부를 수가 없어서 '볼드모트'나, 줄여서 '볼트'라고 돌려지칭할 뿐, 한전 입장에선 명백한 계약 위반이다.

한전의 허가 없이 민간시장에 멋대로 강릉 수영발전소 전기를 팔고 있으니, 하지만 그걸 추궁하기 위해서는 무선 전기의 존재를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추궁을 해서 계약 위반을 실토하게 만들어서 무슨 이익이 있을까?

'자! 여러분! 여기 싸고 안전하고 편리한 핵융합 무선 전기가 있습니다! 한전은 폐업처리 하고 앞으로 우리 수영조명이 한전을 대신하겠습니다! 전기의 완전 민영화, 만세!'

이런 꼴만 벌어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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