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942화
225 장 해군 팰렁스가 무슨 문제? (3)
핵융합 상용화가 확실시된 이후, 미국은 은밀하면서도 다급하게 움직였다.
미국은 로한과 하수영의 안전을 염려했다.
핵융합이라면 눈이 뒤집어진 중국, 제3세계 테러조직이 얼마든지 둘을 납치하려고 들 수 있지 않겠는가.
그래서 미국의 자체적인 경호를 붙이려고 했고, 한국 정부와 협의도 했다.
미국의 요구를 거절할 명분이 없었던 한국은 '백지양해각서'에 동의를 해주었다.
백지양해각서라고 해봐야 대단한건 아니고, 둘의 경호를 위해 미국의 활동을 광범위하고 포괄적으로 허용해 준 것뿐이다.
문제는 경호당사자들이었다.
로한은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느라고 아예 만나보는 것조차 힘들었다.
겨우 만나서 이야기를 하려고 하다보면, 어느새인가 그는 다른 곳으로 사라져 있었다.
그리고 하수영은 다른 의미로 어려웠다.
-경호원은 무슨. 오히려 그런 거주렁주렁 달고 다니면 더 눈에 띕니다.
-하지만 의원님. 의원님을 노리는 국제 세력들이 분명히 움직일 겁니다.
-제 한 몸 지킬 수 있으니까 걱정마세요. 정 염려되신다면 호신용 무기나 제공해 주시죠.
-그거라도 좋습니다! 얼마든지 해드리겠습니다! 원하는 대로 가져가 십시오!
첩보 요원들이 쓰는,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특수무기들을 생각했는데.
하지만 하수영은 전혀 이상한 것들을 골랐다.
-팰렁스 포신을 개조해서 휴대용 발칸포를 만들어주십시오. 반드시 팰렁스여야만 합니다.
-의원님? 그런 것은 사람의 힘으로 다룰 수 없을 정도로 무겁습니다!
-그럴까요?
100kg이 넘어가는 M61 발칸포를 거뜬히 다루는 모습을 보고, 미군 고위직들은 경악하고 말았다.
하수영 경호를 위한 미군의 국내작전활동은 포괄적으로 승인된 상황.
그렇게 개조 발칸포가 캠핑카에 실리게 된 것이다.
-그런데 왜 하필 팰렁스입니까?
-팰렁스는 사랑이거든요. 청담함(경항모)에도 달려 있고요.
-…….
출동한 모든 이들이 계를 탔다.
동경하던 여배우, 장효주와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효주 씨, 다들 팬이라고 하는데 같이 사진 좀 찍어줘요."
"어려울 것 없죠. 팬분들이신데. 다들 이리 오라고 해요."
그리하여 출동한 이들은 헤벌쭉 웃음을 가득 지은 채 장효주와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물론 해군과 경찰특공대는 각각 따로따로 찍었다.
특공대는 용기를 내어 하수영과 함께 찍었지만, 해군 군사경찰은 그러지 못했다.
해신 같은 원수님에게 사진을 찍어 달라고 요청한 게 퍼지면 내리갈굼이다.
아마 군생활이 끝장날지도 모른다.
'뭐? 대령 따위가 감히 5스타한테 같이 사진 찍어달라고 부탁했다고?'
'미친 거 아니야? 내 밑으로 죄다 집합!'
참모총장이 당장 불같이 노해서 저런 명령을 내리지 않을까?
그래서 해군군사경찰단은 특공대와 미군이 하수영과 사진을 찍는 걸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기만 했다.
사진 촬영까지 마치고, 모두 철수했다.
특공대는 하수영의 신신당부와 함께 조선족 일당 신병을 넘겨받았다.
"체포 사실은 극비로 해야 합니다. 사주한 재벌 회장이 눈치챌 수 있으니까요."
"재재벌 회장이 사주했다는 말씀이십니까?"
"네, 그것도 아주 짠돌이 재벌이죠. 아니, 500만 원이 뭐야, 도대체?"
"……."
"살인청탁까지 할 정도로 저를 죽이고 싶은 사람은 재벌밖에 없을 거 거든요."
정치인 중에 하수영과 크게 척을 진 이는 없다.
가장 큰 원한을 가진 정치인이라고 해봐야, 지방선거에서 패배한 울릉도 전 군수와 군의원 정도?
핵융합 발전으로 원전 산업계가 위기에 처했다지만, 자신을 죽이고 싶을 만큼 손해를 본 이들은 오히려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특공대장은 섬뜩한 느낌을 받았다.
왠지 끼어들어서는 안 될 판에 자기도 모르게 끌려 들어온 느낌이었다.
"염려하지 마십시오. 절대로 새어 나가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하겠습니다."
"새어나가도 괜찮긴 해요. 그 유포자는 아마도 절 죽이려 한 짠돌이 재벌의 하수인이겠죠?"
누구든지 정보를 흘렸다가는 한패로 간주하고 끝까지 치겠다는 경고인가?
특공대장은 결의와 각오를 다진채, 범인들을 연행했다.
그리고 하수영과 장효주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다시 캠핑카를 타고 해운대로 향했다.
***
펜션에서 내리면서, 장효주는 자꾸만 캠핑카가 신경 쓰였다.
"괜찮아요? 그 무서운 무기를 차에 두고 내려도요? 누가 훔쳐 가면 어떡해요?"
"그거 웬만한 사람은 혼자 들지도 못해요. 2인 1조는 되어야 간신히 낑낑거리며 운반할 겁니다. 탄띠 벨트 어떻게 장전하는지도 모를 텐데요."
하수영은 태연했다.
"그리고 제 차 방탄방폭이라서 부수고 꺼내는 것부터가 난관입니다."
"……그렇긴 하겠네요."
장효주는 권총탄에 흠집도 나지 않던 유리창을 떠올렸다.
어쩐지 예전부터 유리창이 이상할 정도로 두껍다 했더니…….
"티타늄이 좋긴 좋나 봐요."
"아주 안전하죠. 화물차와 충돌해도 안에 탄 사람들은 무사합니다."
"저도 벤틀리 말고 이런 차 타고 다닐까 봐요. 교통사고 대비해서."
"차체를 통짜 티타늄 합금으로 만드는 차는 없어요. 주문제작을 해야 합니다. 좀 비싸요."
"하나 해주면 안 돼요? CF 모델료로 계산해서요."
"선물로 그냥 해줄게요. 우리 사이에 이 정도야."
"우리 사이가 어떤 사이인데요?"
장효주가 짓궂은 얼굴로 가까이 들이대며 물었지만, 하수영은 피식 웃기만 했다.
"광고주와 전속 모델?"
"나 전속은 아닌데. 다른 광고는 안 찍긴 하지만."
"종이 호일차 타고 다니다가 사고라도 당하면 내가 가슴 아파할 사이라고 해둡시다. 그럼."
둘은 펜션에 각자 따로 방을 잡았다.
오늘 펜션은 손님을 아무도 받지 않았다.
하수영이 오늘만큼은 조용히, 느긋하게 보내고 싶어 펜션 전체를 비워 둔 것이다.
모처럼 하수영이 솜씨를 마음껏 발휘했고, 장효주는 맛있다를 연발하며 다양한 진미를 즐겼다.
"정말 맛있어요. 수영 씨는 어떻게 이렇게 요리를 잘해요?"
"요리를 잘하는 게 아니라 그냥 재료빨이죠. 아, 칼질은 제가 좀 하지만요."
겸손이 아니라 사실이었다.
굽거나, 찌거나, 볶거나, 끓이거나, 데치거나 등등 기본 요리 스킬은 상급 셰프 이상이다.
그것은 학습이 아니라, 오랜 세월 동안 저절로 몸에 밴 것.
하지만 재료의 품질과 칼질만큼은 인외의 것.
때문에 탄성이 끊이지 않는 훌륭한 요리로 탄생하는 것이다.
그래서 하수영의 요리는 데코레이션의 개념이 없다.
"제가 준비한 재료를 가지고, 김효산 셰프 같은 분이 요리를 하면 더 훌륭한 요리가 될 겁니다."
"근데 그분 요즘 스트리밍이 본업이시잖아요. 주방장도 그만두셨고."
"자본주의가 끼치는 피해죠. 그분은 주방에 계셔야 하는데, 스트리밍이 돈이 더 잘되니, 어쩔 수 없지만요. 이해합니다."
야외 테이블에서 적당한 밤바람을 맞으며, 철썩이는 파도 소리를 듣는다.
식어가는 요리와 붉은 와인 속에서, 장효주는 적당히 취해서 말했다.
"제가 결혼을 할지 안 할지는 모르겠는데, 한다면 수영 씨 말고 다른 남자와는 안 할 거예요."
"왜 그렇죠?"
"내가 이렇게 다가가도 전혀 안 흔들리니까. 오기도 생기고 정복욕도 생기고, 좋아하는 마음도 커지고, 그러네요."
"……."
"저 봐. 이렇게까지 말해도 그냥 웃기만 하잖아. 아으, 자존심 상해."
"저도 500만에 청부받았다는 말듣고 기분이 딱 그랬습니다."
"와, 그런 건 끝까지 담아두네요."
"다음 생에서도, 그 다음 생에서도 절대 못 잊을 겁니다."
***
다음 날,
서울로 올라온 하수영은 장효주를 청담동 아파트에 데려다주고는, 곧바로 조선족 일당이 감금된 구치소로 향했다.
구치소에서는 놈들이 무엇 때문에 잡혀 들어왔는지, 누구인지 전혀 몰랐다.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기에, 행안부 장관이 은밀히 하수영을 만나러 구치소로 찾아왔다.
"의원님, 극비리에 보고는 받았습니다. 지금 철저히 보안을 유지하고 있으니, 안심하십시오. 사주한 놈들이 누구인지 반드시 찾아내겠습니다."
"힘들 겁니다. 재벌이 그렇게 꼬리를 밟히게 남겨 두진 않았을 테니까요. 어쩌면 푼돈으로 조선족 킬러를 고용한 것도, 재벌이란 걸 숨기고 싶어서일 수도 있죠."
'그게 아니라 조선족이 킬러로 쓰기에는 좋습니다. 일 벌이고 밀항선 타고 중국으로 튀면 그만이기 때문입니다.'
라는 말은 행안부 장관의 입안에서만 맴돌았다.
"장관님, 놈들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엄벌에 처할 겁니다. 무기징역을 선고해서 죽을 때까지 감옥에서 나오지 못하게 하겠습니다. 충분히 무기 징역을 끌어낼 수 있는 죄질이고요."
"뭐라고요? 5성급 호텔 수준의 외국인 교도소에서 비싼 내 세금으로 스테이크 반찬 삼시 세끼를 죽일 때까지 먹이겠다고요?"
"……."
"돈 아까워요. 그냥 사형시켜 버리세요."
"사, 사형은 어렵습니다. 살인 미수를 가지고 사형 선고는 조금……."
"그럼 5성급 호텔에서 죽을 때까지 먹여살린다는 전개뿐인가요?"
'외국인 교도소가 좋긴 하지만 5성급 호텔까지는 아닙니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그 외의 방법은 없습니다.'
라는 말 역시 입 밖으로 오지 못했다.
하수영은 혀를 차며 말했다.
"사형은 안 되니 죽을 때까지 호텔생활이라. 차마 그 꼴은 못 보겠네 그냥 국내 자산 모두 압류한 다음에 영구 입국 금지 조치하고, 중국으로 범죄인 송환해 버립시다. 그게 놈들에게 가장 최악이 되겠네요."
"적극 검토해 보겠습니다."
장관은 혹시라도 이면에 있을 하수영의 의사를 열심히 해석했다.
'이거 혹시 중국에 보내는 척하면서 바다에 빠뜨려서 다 죽여 버려라, 그런 암시인가? 좋아. 그럼 그걸 검토해 봐야겠군.'
"물론 그전에 놈들을 이용할 곳이 있습니다."
살인청탁자 추적을 말하는 것이리라.
행안부 장관은 힘차게 끄덕였다.
"적극 협조하겠습니다!"
***
메신저를 잡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오춘정을 통해 거짓으로 성공을 알린 뒤 잔금을 요구했다.
펜션에 다른 손님은 없었고, 직원들은 그가 장효주와 함께 왔으니 당연히 입을 다물었고, 그래서 용역업체는 24시간 가까이 하수영의 행적을 알 수가 없었다.
메신저는 전송받은 사진(하수영이 피칠을 하고 죽은 척 찍은 것)을 보고 안심하고 잔금을 치렀다.
선수금과 달리 접촉 없이, 특정 장소에 미리 돈을 갖다 놓은 방식이었다.
하지만 CCTV 등 역추적을 통해 결국 놈을 찾아낼 수 있었다.
"모릅니다. 난 아무것도 몰라요."
온갖 압박에도 불구하고 놈은 끝까지 입을 다물었다.
취조 형사도 난감해했다.
"아무래도 본인과 가족들 목숨까지 걸려 있는 거 같습니다. 발설했다가는 일가족이 다 죽는다는 걸 알고 있는 겁니다."
하수영은 형사에게 건조한 톤으로 물었다.
"사해전문용역이라는 업체에서 3년 전에 독립했다는 건 사실입니까?"
"네, 그렇습니다. 하지만 사해전문용역과 이 사건을 가지고 연결고리를 남겨놓지는 않았을 겁니다."
"물증은 없다는 거군요. 괜찮습니다. 심증만 넘치면 되거든요."
물증은 전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사해전문용역의 지시로 메신저 역할을 수행한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리고 사해전문용역, 조폭 출신이 양지로 나오면서 세운 회사는 태호 건설의 수족이나 다름없다.
태호건설, 원전 카르텔의 왕족.
"고도로 발달한 심증은 물증과 구별이 불가능합니다."
"……."
"그럼요. 이 정도면 유죄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