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941화
225 장 해군 팰렁스가 무슨 문제? (2)
"하, 500조 원, 500억 달러, 500억원, 500만 달러도 아니고, 500만 원이라고? 내 목숨값이 겨우 500만 원이라고?"
"진정해요. 수영 씨. 근데 분노하는 포인트는 좀 이상한 거 같아요……."
"분노를 안 할 수가 없잖아요. 이놈들이 받는 500만 원 다 합쳐봐야 1억 원쯤인데, 그걸로는 이 발칸포하나도 못 삽니다!"
"그게 그렇게 비싼 거예요?"
"완제품은 150억 원이에요. 물론 포신만 떼어내서 개조한 거라 그보다는 훨씬 싸지만, 아무튼!"
한참을 씩씩거리며 분노를 가라앉히느라 애써야 했다.
몇 번 더 취조를 한 끝에 하수영은 추가 정보를 얻었다.
이놈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진짜 무지렁이들이었다.
"이 자식들은 SNS도 안 하나. 어떻게 내가 누군지도 몰라?"
-못 배운 조선족 건달 노동자들이라서 충분히 그럴 수 있습니다.
"넌 뭐 아는 거 없어?"
-못 배운 조선족 건달 노동자들이 저를 이용하겠습니까? 심지어 실톡사용자들도 아닙니다. 중국제 메신저로 자기들끼리 소통합니다.
"그러니까 그렇지."
놈들은 우습게도 하수영이 누구인지 몰랐다.
한국에 온 지 얼마 안 돼서 그런 놈들도 있고, TV나 한국 SNS에 전혀 관심이 없어서 그런 놈들도 있었다.
우두머리인 오춘정만 해도 '몇 번 들어는 본 거 같다. 한국 제일 부자 라더라.' 라는 수준으로 인식하고 있었으니.
누가 사주했는지는 오춘정도 몰랐다.
착수금도 현금으로 받았고, 돈을 전달한 사람의 얼굴도 보지 못했다고 한다.
"그럼 그놈을 잡아야지. 네놈들이 수고 좀 해줘야겠다."
그러자 오춘정은 사색이 돼서 가슴을 움켜잡고 싹싹 빌었다.
"아이고! 살려 주십시오! 그랬다가는 저희는 정말 죽은 목숨입니다!"
"이 우둔하고 가련한 것아."
"흐흑…… 제발……."
"고개 들어."
어느새 차갑게 식은 발칸포 끝이 턱을 강제로 들어 올리게 만들었다.
눈물 콧물로 범벅이 된 오춘정은 아무 감정도 보이지 않는 하수영의 눈동자를 보고,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저런 눈빛을 어디서 봤더라?
아, 맞다!
사람고기를 팔던 지인 놈 하나가 부위를 해체할 때 딱 저런 눈빛이었다.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고, 아무렇게나 해체해도 되는 부위로 보던 바로 그 눈빛.
그런 눈으로 자신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협조하면 보잘것없는 네놈들 모가지로 끝나지만, 그렇지 않으면 9족이 멸해질 거다. 내가 네놈들 혈육을 끝까지 추적할 거니까."
"히이익! 제, 제발! 제발!"
"멸족을 선택했군. 먼저 가서 기다려라."
하수영은 아무 동요 없이 발칸포에 다시 줄줄이 연결된 탄환더미를 끼웠다.
철컹! 위이잉!
포신이 회전하며 탄환이 안으로 감겨들어갔고, 하수영은 주저 없이 포구를 오춘정에게 겨눴다.
오춘정은 믿어지지 않았다.
이렇게 주저 없이 쏴버린다고?
더 이상 대화나, 설득 없이?
이 많은 숫자를 전부 다?
저 사람은 충분히 그러고도 남는다!
1초도 안 되는 사이 판단을 마친 오춘정은 빠르게 외쳤다.
"협조! 협조하겠습니다! 전부 협조할 테니 제발!"
두두두두!
'협조!' 라는 순간 발칸포가 발사와 동시에 방향을 아슬아슬하게 틀었고, 다시 '협조하'라는 순간 발사를 멈췄다.
"저런, 더 빨리 말했으면 얼굴 상처는 안 입었을 텐데. 내가 다 안타깝다."
"……."
발칸포는 얼굴에 전혀 닿지 않았다.
아까처럼 주변을 스쳤을 뿐인데, 얼굴이 피범벅이 되어버렸다.
바지는 축축해졌고, 공포심에 짓눌려서 얼굴에 통증이 느껴지지도 않는다.
분명히 죽일 작정이었다.
마지막에 협조라고 말을 한 순간 포구를 살짝 틀었을 뿐이다.
"또 멸문 원하는 사람? 지금 빨리 말하면 편히 보내준다."
도리도리. 도리도리.
눈이 마주칠 때마다 다들 힘차게 고개를 저었다.
절대로 가족까지 함께 죽고 싶지 않다는 간절한 마음이었다.
이 남자는 분명히 마지막까지 가족들을 찾아내서 다 죽여 버릴 것이다.
그제야 하수영은 장효주를 돌아보며 밝게 웃었다.
"자, 이제 신고해야겠어요."
귀를 막고 있던 장효주가 조심스레 손을 떼고 되물었다.
"전화해요? 112에?"
"헌병대에 신고해야죠. 아, 지금은 군사경찰이라고 하던가? 프리덤. 전화해라."
-예, 마스터.
신고를 마친 뒤 하수영은 느긋하게 기다렸다.
장효주는 아무렇지 않게 방치된 발칸포에 본인이 마음이 초조해졌다.
"기관총 저렇게 놔둬도 되는 거예요? 다시 숨겨야 하는 거 아니에요?"
"사방에 이렇게 자국이 많은데 숨겨서 뭐하겠어요."
"그, 그렇지만……."
"아, 왔다."
두두두두두!
요란한 헬기 로터음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가장 발 빠른 출동을 위해 헬기를 이용한 모양이다.
"이야, 대한민국 헌병대 좋아졌네. 이것들이 빠져가지고는, 언제부터 헌병대 따위가 헬기를 타고 다녔다고?"
4기의 헬기가 공터를 찾아 착륙하자, 깍지 낀 손을 뒤통수에 대고 무릎 꿇고 있던 칼잡이 무리들의 얼굴에 더욱 공포가 어렸다.
잠시 후 군사경찰(구 헌병)들이 들이닥쳤다.
대령 계급의 군사경찰 지휘관이 하수영을 보고 급히 경례했다.
"필승! 군사경찰단장 전목찬입니다!"
"필승."
해군 군사경찰의 최고계급자가 부하들을 이끌고 직접 왔다.
휘하 장교와 부사관, 병사들은 말로만 듣던 유일 해군 원수 앞에서 잔뜩 긴장했다가, 옆에 서 있는 장효주를 보고 눈이 튀어나올 듯했다.
'원수님이 장효주 배우와 같이 있어?'
'아, 맞다! 두 분이 친한 사이라고 했지!'
열혈팬인 단장 대령은 자꾸만 장효주에게 눈이 가려는 것을 필사적으로 참았다.
"원수님, 테러를 당하셨다 들었습니다."
"음, 이자들입니다. 21명이 뭉쳐서 장애물을 설치하고, 칼과 총으로 나를 죽이려고 했습니다."
소령 한 명이 소스라치게 놀라서 발칸포를 향해 달려갔다.
"아니! 이런 불온망측한 놈들이 있다니! 이건 불법 개조 발칸포가 아닙니까! 이런 것까지 동원해서 원수님을 테러하려고……!"
"아, 그건 내 겁니다만, 소령."
"잘못들었습니다?"
"그건 내 겁니다. 겨우 오백만 원에 사람 죽이려는 이런 거지들이 그런 비싼 무기를 갖고 있을 리가 없잖습니까."
"……."
"……."
"오백만 원이라고 하셨습니까? 설마 이놈들, 겨우 오백만 원에 감히 원수님을 노렸다는 뜻입니까?"
"역시 대령은 내 분노를 알아주는군요."
"아니, 어떻게 이런 후안무치한 놈들이 있을 수 있는 겁니까!"
"……."
"……."
기묘한 침묵이 썰렁하게 일행을 훑었고, 장효주는 조용히 먼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애애애애애앵! 애애애애애앵!
그때 멀리서 요란한 사이렌 소리가 울렸다.
아무래도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한 모양이었다.
발칸포 소리가 그렇게 요란하게 울렸으니, 아마 아주 멀리서 포성을 듣고 누군가가 신고를 했겠지.
한눈에 보기에도 지역 경찰은 아니고, 경찰 무장특공대였다.
검은 수송차량에서 일제히 내린 경찰들은 포위망을 형성하려다가, 이내 조선족들이 무릎 꿇고 있는 걸 보고 긴장을 늦췄다.
책임자인 특공대장이 다가왔다.
"총성이 다수 들렸다는 신고를 받고 왔습니다. 해군 작전활동이었던 거 같은데, 아무래도 훈련은 아닌 모양이군요. 저들은 테러범입니까?"
"네. 우리 해군 원수님의 목숨을 노린 테러범들입니다."
"해군 원수님? 잠깐, 해군 원수라면…… 으어어! 하수영 의원님! 영광입니다!"
하수영을 알아본 특공대장은 황급히 경례를 올렸다.
그제야 경찰들의 시선이 딴청을 피우는 장효주에게 닿았고, 다들 흥분으로 얼굴이 빨개졌다.
'자, 장효주가 여기에!'
'으아! 싸인 받고 싶다! 싸인! 싸인!'
하수영은 조금이나마 흡족해진 표정으로 오춘정의 정수리를 째려보았다.
내가 이렇게 인지도가 높다고, 이 새끼야!
라는 눈빛이지만, 고개를 숙인 그가 볼 수 있을 리가 없다.
"잠깐? 저건 발칸포 아닙니까? 아니, 잠깐. 평범한 M61발칸포는 아닌 거 같고, 뭔가 특수한 발칸포 같은데……."
그때 하수영이 얼른 으스대듯이 말했다.
"팰렁스를 아십니까?"
"아! 당연히 알고 있습니다! 군함에 장착되는 CIWS 요격무기…… 허억! 설마!"
"M61 발칸포와는 엄밀히 계보가 다르지만, 아무튼 팰렁스 포신으로 만든 놈입니다. 하하."
"이야, 해군은 테러범 진압으로 저런 무기를 쓰는군요. 대단합니다."
특공대장과 대원들의 눈에는 이내 부러운 기색이 깃들었다.
기관단총(권총탄을 쓴다)으로 무장한 자신들에 비하면 대단한 무기다.
화력만으로 치면 저 발칸포 하나가 자신들 전체를 뛰어넘을 테니.
"제가 비상용으로 갖고 다녔는데, 저 개조 발칸포 덕분에 전부 살 수 있었죠."
여기서 말하는 전부는 '하수영과장효주가 아니라 '조선족 일당'을 뜻한다.
하지만 장효주 말고는 모두 반대로 받아들였다.
이게 상식적인 판단이기도 하고.
"정말 천운이시군요. 아, 어…… 그런데…… 원수님은 예비역이 아니십니까?"
"네, 맞습니다."
"예비역 군인은 장성이라 해도, 아니, 현역이라 해도 사적 차량에 저런 무기를 싣고 다니는 것은 총포관리법 위반입니다……."
특공대장은 말을 흐렸다.
지금 하수영은 엄밀히 말해 현행법위반을 했으며, 스스로 그것을 밝힌 상황.
경찰로서 당연히 현장체포를 해야 하지만, 섣불리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아니, 말이 나오지도 않았다.
'차라리 자수로 간주해서? 아, 아니야! 어쨌든 간에 내 손으로 의원님을 연행해야 돼! 아, 신이시여! 어째서 저에게 이런 시련을!'
특공대장은 속으로 군사경찰단장대령을 마구마구 욕했다.
저 눈치 없는 녀석!!
이 상황에서 얼른 저 무기는 해군 소유물이라고 말을 해야지!
그래야 '아, 오해가 있었군요.' 하고 자신도 웃으면서 돌아갈 게 아닌가!
그런데 마음이 통했는지, 대령이 얼른 나섰다.
"아닙니다. 이거 오해가 있습니다.
저 발칸포는 엄연히 해군 소유물이고, 팰렁스를 개조한 거지 않습니까.
팰렁스는 우리 해군이 공식적으로 채택한 CIWS 중 하나……."
"원래 해군은 골키퍼 달잖아요. 네덜란드제."
"아, 아닙니다! 최근에는 팰렁스도 도입을 했습니다. 원수님!"
얼굴이 밝아지려던 특공대장은 하수영이 딴지를 걸고 나서자 답답해졌다.
이대로 경찰이 물러나면 됐는데, 의원님은 왜 대령의 말을 부정한단 말인가.
대령도 마찬가지 마음이었다.
'절대로 원수님이 체포되게 둘 순없다!'
발칸포 처분은 일단 나중에.
원수님을 제대로 보필하지 못한 죄로 해군참모총장이 싹싹 빌어서 발칸포를 '진짜 정중하게' 접수하면 되니까, 일단은 이 자리를 벗어나는 게 우선이다.
"해군 소유라니요. 이 발칸포는 해군 소유물이 아닙니다. 단장님이 뭔가 착각하고 있군요."
"원수님!"
상황이 예비역 해군 원수의 총포법위반으로 굳어질수록, 단장과 경찰의 안색이 파리해져만 갔다.
그때였다.
두두두두두두!
요란한 로터음이 울리며, 또 다른 헬기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바로 미군 마크를 단 아파치 헬기였다.
한국계 미군 장교 한 명이 레펠강하로 빠르게 땅으로 내려왔다.
그는 다급한 표정으로 특공대장한테 말했다.
"주한미군 소속 레널드 소령입니다. 오해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급히 날아왔습니다."
숨을 고르기도 전에, 그는 빠르게 말을 쏟아냈다.
"저 개조 발칸포는 주한미군 소유물입니다. 그러니 두 분은 이쯤에서 모른 체해주시면 됩니다."
"하지만……."
"이건 행정안전이 아닌, 외교의 영역입니다. 죄송하지만 한국 경찰이 간섭할 문제가 아닙니다. 돌아가셔서 상부에 정식으로 보고하십시오.
아무 일 없을 겁니다."
마법의 단어, '외교'.
대령과 특공대장은 속으로 '아싸, 미국 만세'를 외쳤다.
원수님(의원님)을 체포하지 않아도 된다!
대령도, 특공대장도, 그리고 기타 대원들도, 그렇게 모두가 해피엔딩을 맞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