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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940화 (940/1,270)

프랜차이즈 갓 940화

225 장 해군 팰렁스가 무슨 문제? (1)

20억 원.

선금 5억에 잔금 15억.

오춘정은 이 의뢰가 무척 기꺼웠다.

사람 한 명만 담가주면 20억 원을 준다니.

심지어 자신에게 오롯이 주는 금액이고, 부하들은 정확히 얼마를 받는지 모른다.

대충 몇백씩 쥐여주고 밀항선을 타고 모국으로 도주하면 그만이다.

그리고 다시는 한국에 발을 들이지 않으리라.

20억을 받았는데 뭐하러 위험을 무릅쓰고 다시 한국에 올까.

부하라고는 하지만, 그리 끈끈하게 결속된 사이는 아니다.

이번 건을 끝내고 돈을 주면 다시 뿔뿔이 흩어질 사이.

의뢰금이 20억이나 되는 걸 보면 꽤나 거물인가 싶기도 했다.

그런 거물이 경호원 한 명 안 거느리고 다니는 걸 보면, 한국은 확실히 안전불감증에 푹 빠진 나라다.

물론 오춘정은 몇 년간 한국 생활을 봐서, 한국인들의 그런 안일함을 이해했다.

여기는 돈 있는 자들이 정말 안전하게 살기 좋은 나라다.

명품과 귀금속을 온몸에 잔뜩 두르고 다녀도 소매치기나 강도를 당할 일이 일절 없으니.

'20억!'

이렇게 앞뒤로 포위망을 깔아놨는 데, 멍청하게 차에서 내리는 꼴을 보라.

아마도 무슨 일이냐고 묻거나, 지금 뭐 하는 짓이냐고 따지려고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서 내리는 멍청한 놈……….

철컥! 위잉!

두두두두두! 두두두두! 두두두두두!

"앞쪽만 편애하면 못쓰니까 뒤쪽에도."

철컥! 위잉!

두두두두두! 두두두두! 두두두두두!

"……."

"……."

귀청이 찢어질 것 같은 발칸포 소리에 다들 그만 굳어버렸다.

상대는 웬 거대한 총기를 들고, 무리의 발 앞에 시원하게 위협사격을 가했다.

한동안 굳어 있던 무리 중 한 명이 뻐끔거리며 겨우 말했다.

"기관…… 총? 한국에서……?"

"설마…… 장난이지?"

"저건 기관총이 아냐! 무슨 기관총이 총신이 여러 개가 뭉쳐 있냐고!"

회칼을 쥔 손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으아아악!"

순간 한 명이 공포를 참지 못하고 등을 돌리며 달아나기 시작했다.

"어딜 도망가!"

철컥!

두두두!

순간 짧게 끊어 쏜 포탄이 쏟아졌다.

포탄은 도주자의 발을 스치고 지나갔다.

딱 근육에서 피가 흐르고 고통을 느낄 만큼의 부상만 입혔고, 도주자는 총에 맞았다는 공포감 때문에 놀라서 바닥에 쓰러졌다.

피를 철철 흘리는 모습에, 다들 총을 맞았다고 생각했다.

발칸포가 워낙 위력적이라서 스치 기만 해도 심한 외상을 입는 것인데, 발칸포 사격을 그들이 실제로 봤을 리가 없잖은가.

"다, 다들 덮쳐! 한꺼번에 간다! 어차피 놈은 혼자야!"

"으아아아!"

오춘정은 이를 악물고 외쳤다.

기관총도 아니고 발칸포.

그걸 혼자서 들고 다니는 저런 미친놈이었을 줄이야.

앞뒤로 뚫린 이런 장소에서 도주해 봤자 몇 초 사격이면 온몸이 걸레가 될 것이다.

오춘정은 놈에게서 자비를 기대하기는 틀렸다고 생각했고, 공격 명령을 내렸다.

그리고 본인은 부하들이 일제히 달려드는 틈을 타서, 슬금슬금 눈치를 보고 있었다.

'차에 여자가 있다!'

저 여자를 인질로 잡으면 어떨까?

그는 뒷주머니에 숨겨놓은 권총을 만지작거렸다.

어렵게 밀수한 권총이다.

일이 너무 시끄러워지기에, 가능하면 권총은 쓰고 싶지 않았다.

'이미 발칸포까지 나온 마당에, 더 시끄러워질 게 뭐가 있어!'

그는 슬금슬금, 사각지대로 이동하며 캠핑카와의 거리를 좁혔다.

"이야아아아!"

두두두!

"끄아아아악!"

가장 앞장서서 회칼을 들고 달리던 놈은, 오른손에 끔찍한 고통을 느끼고는 쓰러졌다.

피가 철철 흐르는 손목은 다행히 붙어 있었다.

놈은 몰랐다.

만약 발칸포탄이 관통했다면, 아예 손목이 형체도 없이 날아가 버렸으리라는 것을.

"끼야후오우아아아으아!"

두 번째 놈이 죽을 것 같은 표정으로 괴상한 비명을 지르며 칼을 던졌다.

거리 때문에 발칸포에 맞기 전 제압한다는 생각이었다.

빙글빙글 회전하며 날아간 회칼의 날이 하수영의 어깨에 정확히 박혔다.

까강!

'사람 몸에 칼이 박혔는데 왜 저런 소리가?'라고 생각할 틈도 없이, 칼을 던진 놈의 눈동자에 힘없이 떨어지는 칼이 비춰졌다.

"아그야! 이 악물고 죽지 마라!"

하수영은 땅에 박힌 회칼을 오른발로 힘껏 걷어찼다.

발사되듯이 날아간 회칼의 칼등이 놈의 안면을 정확히 강타했다.

놈은 이빨이 우수수 부서진 채 기절했다.

"스트라이크!"

"우아아아!"

그 참혹한 광경에 앞쪽 무리 나머지는 얼어붙어서 브레이크를 밟듯이 멈춰 섰다.

그사이 어느새 거리를 바짝 좁힌, 뒤쪽의 무리들이 회칼을 높이 들며 달려들었다.

불과 몇 미터.

하수영은 주저 없이 포신을 뒤로 돌렸다.

그리고 두 눈을 꼭 감고, 쩌렁쩌렁하게 외쳤다.

"무명잡초들아! 반드시 살아남아야 한다!"

"으아아아! 저놈이 눈감고 쏜다!"

"무, 무차별 사격이다!"

"엎드려! 엎드려!"

위잉!

두두두두! 두두두두! 두두두두!

포신이 회전하며 포탄을 쏟아냈다.

포탄의 비는 정확하게 놈들의 이곳 저곳을 스치고 지나가며, 딱 절뚝거리기 좋을 만큼의 부상만 입혔다.

하수영의 반드시 살아남으라는 주문 덕분이지만, 놈들은 그걸 몰랐다.

"초, 총에 맞았어……."

"죽을 거야. 죽을 거야……."

"으아아아! 으아아!"

순식간에 상황이 정리되었다.

하수영은 고개를 돌렸다.

아직 항복하지 않은 오춘정이 어느새 캠핑카에 바짝 붙어 몸을 가리고 있었다.

"쓸 거면 쏴봐라! 여자도 죽는다!"

기관총도 아니고 발칸포.

이런 캠핑카쯤은 내부는 물론이고 반대쪽까지 완전히 관통될 것이다.

자기 여자가 타고 있는데 그렇게 하지는 못하리라.

그렇게 믿은 오춘정은 주저 없이 조수석 유리창에 권총을 쏘았다.

탕! 탕! 탕!

이제 창문이 깨지면 손을 넣어서 잠금장치를 풀고…… 풀어야 하는데? 창문이 깨지면?

"으아아악! 왜! 왜 안 깨져!"

"응, 10㎝짜리 방탄."

하수영은 유리창을 부수려고 발악을 하는 놈을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등 뒤에서 벌벌 떨고 있던 놈들 몇 몇이 슬쩍 머리를 들었다.

하수영은 등을 돌린 자세 그대로, 발칸포만 뒤로 돌려서 격발했다.

두두두! 두두두!

"으아아아악!"

"지금까진 스쳤지만, 이제부터 머리 들면 관통이다."

스치기만 해도 살점이 떨어져 나갈 것 같은 부상이 새겨진다.

"눈 감고 대가리 땅에 박고 두 손은 뒤통수에. 실시."

놈들은 머리를 움켜쥔 채, 시킨 대로 땅에 얼굴을 박고 뒤통수에 깍지 낀 두 손을 올렸다.

벌벌 떠는 오춘정을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놈은 달아날 생각도 하지 못했다.

하수영이 한손에 쥐고 있는 거대한 발칸포의 위압감에 짓눌렸다.

그러고 보니, 저 무거운 걸 한 손으로 쥐고 있어?

심지어 끝부분만 잡고 수평 조준을?

저게 사람 힘으로 정말 가능한 것인가?

걷잡을 수 없는 공포가 이성을 철저하게 마비시켰다.

"으아아! 으아아아!"

탕탕! 탕탕! 탕탕!

놈은 비명을 지르며 하수영을 향해 쉴 새 없이 총을 쐈다.

그런데 손이 미칠 듯이 떨리면서, 바로 몇 미터 앞인데도 총알이 모조리 빗나갔다.

말도 안 되게 형편없는 명중률에 오춘정은 다리를 덜덜 떨면서 울부 짖었다.

"왜! 왜 안 맞는 거냐!"

"그것이 확률이니까."

하수영은 비릿하게 미소 지으며, 천천히 놈을 향해 다가갔다.

떨리는 손으로 재빠르게 탄창을 갈아 끼운 오춘정은, 이를 악물었다.

불과 1미터.

이 거리라면 절대로 빗나갈 리가 없어! 아무리 손을 떨더라도!

그런 믿음을 갖고 방아쇠를 당겼다.

틱. 틱. 틱.

'초, 총알이 걸렸어!'

하필 이럴 때 실탄에 걸리다니!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나다니!

하수영은 발칸포를 한 손으로 가볍게 들어 놈의 가슴팍에 댔다.

뜨겁게 달궈진 포신의 열기가 화상을 입혔고, 놈은 게거품을 물면서 뒤로 넘어졌다.

"총알 걸린 걸로 끝난 게 다행인 줄 알아. 날벼락이 떨어질 수도 있었는데."

뜻 모를 소리는, 화상의 아픔에 고통스러워하는 오춘정의 귓가에 닿지 않았다.

하수영은 권총을 줍고, 빈손으로 오춘정을 들어서 무리 가운데로 집어던졌다.

"모두 2열 횡대로 무릎 꿇는다. 실시."

무리들은 얼른 후다닥 일어나서 하수영 앞에 2줄로 길게 펼쳐져 무릎을 꿇었다.

오춘정도 끙끙거리며 기다시피 무릎을 꿇고 자리를 잡았다.

그때 뒤에서 경악한 목소리가 들렸다.

"진짜 기관총이었어요? 모델건이 아니구요?"

"기관총 아니라 발칸포라니까요."

"무슨 차이인데요?"

"얘 보세요. 포구 6개가 원형으로 뭉쳐져 있죠? 이게 회전하면서 순차적 포탄 발사로 화력을 극대화하는 겁니다. CIWS라는 거예요."

"CIWS요.?"

"원래 함대 방공시스템이 요격에 실패했을 때, 군함이 최후의 방어수단으로 사용하는 무기 시스템이죠. 미사일이나 어뢰를 요격하기 위한."

"……그러니까 그게 왜 캠핑카에서 나오는 건데요?"

"해군 원수가 팰렁스 좀 싣고 다니는 게 무슨 문제라도 되나요? 팰렁스는 혈맹인 미국이 만든 무기인데요."

정확히는 팰렁스에서 포신만 뚝 떼어내서 휴대용으로 개조한 것이지만, 장효주가 팰렁스 원형을 알 리가 없었다.

"……보통 대화할 생각으로 기관총, 아니, 군함 발칸포를 들고 나가는 사람은 없어요."

"대화할 생각이니까 발칸포를 들고 나온 겁니다."

"……네?"

"다 죽일 생각이었으면 맨손으로 나갔죠."

하수영이 돌아보며 싱긋 웃음을 지었다.

장효주는 그 미소에 뭔가 치명적인 충격을 느꼈다.

맨 프롬 콜롬비아.

마피아 마약무기상으로 함께 연기호흡을 맞출 때 봤던 그 웃음이었다.

그때는 메소드 연기를 정말 잘하는구나, 배우를 했어도 대성공을 했겠구나, 하고만 생각했었다.

그런데 지금 보니…….

'연기가 아니었어?'

자신보다 약간 어리고, 한국에 태어나 한국에서만 살아온 사람이라고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을 전혀 아무렇지 않게 여길 경험과 관록은 대관절 어디에서 쌓은 것일까.

"저, 아까 칼에 맞은 거 같았는데. 괜찮은 거예요?"

"방검복 입어서 괜찮습니다."

"권총에도 맞은 거 같았는데……."

"저놈이 벌벌 떠느라고 다 빗나갔어요."

"안 무서웠어요?"

"총구를 보고 있었어서 괜찮았습니다. 여차하면 피하면 되니까요. 근데, 몸통을 향하고 있길래 방탄복 믿고 놔뒀는데, 그마저도 다 빗나가네요."

"방검복이라면서요?"

"방탄방검복이죠."

아무리 봐도 그냥 평범한 옷으로 보이는데?

장효주는 그제야 겨우 손끝의 떨림이 완전히 잦아든 것을 느꼈다.

이루 말할 수 없는 든든함.

회칼과 권총을 든 수십 명을 상대로도 전혀 긴장하지 않고 태연한 이 사람의 자신감은 대체 어디서 기원한 것일까.

"이제 경찰에 신고할 거죠?"

"그전에 취조 좀 하고요. 이놈들, 내가 누군지도 모르는데 달려든 거 같아서요. 야. 너희 얼마 받기로 했냐?"

"오, 오백 받기로 했습니다!"

"오백억 달러? 흐음, 나쁘지는 않지만 너무 적네. 그리고 네놈들, 오백억 달러나 받기로 했으면서 무장이 그게 뭐냐?"

"오, 오백만 원입니다!"

"뭐? 내 몸값이 겨우 오백만 원이라고? 아오! 어떤 놈이 시켰는지 안불면 네놈들 이 자리에 호흡기 끼고 산 채로 매장당해서 굶어 죽을 줄 알아!"

"모릅니다! 우린 아무것도 모릅니다!"

"제발 살려주세요!"

"흐흑…… 살려주십시오……."

"뭐? 오백만 원? 내가 오백만 원이라고?"

장효주는 이 상황에서 '경찰이 발칸포 보고 오히려 수영 씨를 잡아가면 어떡하지?' 라는 걱정에 빠져 있는 자신만 바보가 된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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