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랜차이즈 갓-936화 (936/1,270)

프랜차이즈 갓 936화

224장 강릉이 이상하다 (2)

통신 재벌 사돈이기 때문이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대통령은 가슴이 콱 막히는 듯했다.

그제야 깨달았다.

무선으로 전기를 제한 없이 보낸다는 것은, 데이터 또한 제한 없이 보낼 수 있으며, 기존의 통신망을 완벽하게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을.

"대통령님, 무선 전기가 공식적으로 성장하면 국내 통신 재벌들은 다 잡아먹힐 텐데, 그걸 용납할 수 있겠습니까? 대통령님의 사돈은 말 그대로 모든 사업을 접어야 됩니다."

"그건…… 하수영 원수께서 조금이라도 양보를 하신다면……."

"제가 왜요?"

"……."

"대통령님이라면, 대통령님의 사돈재벌가라면, 본인이 쥔 것을 생면부지의 타인과 선뜻 나눌 수 있겠습니까?"

당연히 그럴 수 없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대답을 해서는 안 된다.

"수만이 넘는 직원들은 죄가 없습니다. 그 직원들, 그리고 가족들의 미래를 너그러이 생각해 주시면……."

"제가 그 직원들 전부 승계 고용하면 그럼 괜찮은가요?"

"……."

"대통령님, 여기는 우리 둘밖에 없습니다. 제 앞에서는 인정하셔야 합니다. 재벌가 사돈이 지금처럼 기간 통신산업을 꽉 쥐고 잘 먹고 잘살기를 바라시잖아요?"

한 마디 한 마디가 정말이지 아프게 정곡을 찔러 온다.

마음 같아서는 나눠달라고 하고 싶다.

그러기에는 이권의 크기도 너무 방대하고, 권리자 개인의 힘도 강하다.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들었다.

저렇게 대놓고 말하는 것 자체가, 통신사업에 무관심하다는 증거가 아닐까?

"제가 원하는 건 단 하나였습니다. 전 국민의 신탁, 그리고 나아가 전 세계인의 식탁을 모조리 수영농장산으로 채우는 겁니다."

"……."

"80억 인구가 먹고 마시는 모든 식료품과 기호품을 전부 제가 만들어내는 것, 이 소박한 꿈이 저의 유일한 삶의 목표였습니다."

"……."

"그런데 원자력 카르텔은 저의 이런 소박한 꿈을 기어이 박살을 내려고 합니다."

대통령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핵피아가 수영농장의 꿈을 박살 내려고 한다니.

"수영농장은 전기를 많이 씁니다. 웬만한 대형 제조공장 이상입니다."

"그렇습니까?"

"네, 수천 대의 로봇들이 24시간 농장을 가꾸고 있고, 그 로봇들은 전기로 움직이니까요. 로봇들을 통제하는 슈퍼컴퓨터가 수만 가구 아파트단지 이상의 전력을 씁니다."

"……."

"앞으로 농장 확장도 생각해서 핵융합에 투자했고, 성과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원전 카르텔은 자기들 밥그릇이 깨질까 두려워 훼방을 놨습니다."

송전선 테러…….

대통령도 내부적으로는 핵피아들의 자작극이라는 것을 보고받았다.

실제로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진옥도 사장이 모든 걸 안고 폭사했기 때문에, 더 이상 수사가 진행될 수 없는 상태.

그들에게 법적 책임을 지우기 위해서는 법을 무시하거나, 초월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통령님. 저는 그냥 조용히 농사만 짓고 싶습니다……."

대통령은 저 눈이 그렇게 슬퍼 보일 수가 없었다.

"전기 사업, 통신 사업은 관심 없습니다. 반도체 사업도 마찬가집니다. 반도체 대란에 로봇 부품 수급이 문제를 겪을까 봐 예방 차원에서 진출했던 것뿐입니다."

대통령이 실제로 보고받은 것은, 하수영이 돈 버리는 기분으로 투자한 10조 원이 초대박이 났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왠지 이쪽이 더 진실일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무선 전기 공개는 두렵습니다. 대통령님도 이렇게 안달이 나셔서 신성한 병원선 출항식을 빌어 비밀독대를 하고 싶어하시는데, 우리나라 주변을 둘러싼 강국들은 어떻게 나올까요?"

"하수영 원수님."

"정말 전쟁이라도 나지는 않을지, 일본과 중국, 미국, 이스라엘, 프랑스, 이런 나라들이 절 납치하거나 암살하려고 하지는 않을지 무섭습니다."

"그만큼 충분한 경호를 갖추면 됩니다. 거물일수록 원래 그런 위협을 안고 사는 겁니다."

"그러기에 무선 전기는 너무 크고, 위험합니다. 그래서 저와 로한 박사가 공개하지 않고 사적인 용도로만 쓰려고 했던 겁니다."

정영술 과학수석이 들었다면 입에 게거품을 물었을 것이다.

그렇게 감추고 싶었다면 어째서 수소연료 매입 시늉조차 하지 않았냐고,하지만 대통령은 지금 거기까지 생각하고 있지는 않았다.

무선 전기를 공개하면, 재벌가 사돈이 망한다는 생각뿐이었다.

통신재벌 사돈가는 자신의 든든한 노후 연금이기도 하니까.

그래서 그런지, 하수영의 절절한 마음에 더욱 잘 공감이 되고 있었다.

"핵융합 무선 전기는 아직 인류가 성숙하게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은 발명입니다. 저는 저 때문에 한 반도가 또다시 전장의 포화에 휩쓸리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전쟁이라니. 설마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겠습니까? 누구보다 미국이 허락하지 않을 겁니다."

미국이 그동안 한국에 유무형적으로 투자한 게 얼마인데,

"로한 박사가 핵융합 무선 전기를 들고 미국으로 가지 않는 한, 전쟁의 위험은 피할 수 없습니다."

"……그럴지도 모르겠군요."

정치인의 언어에서, 이건 70% 이상이라는 의미라고 보면 된다.

대통령과 하수영은 그 뒤로도 거의 30분을 더 이야기했다.

대통령은 농사 하나에 진심인 남자의 마음을 구구절절하게 엿볼 수 있었다.

자신이 보기에 저것은 결단코 연기가 아니었다.

저게 연기라면, 이 사람은 천만 관객 블록버스터 영화에 당장 캐스팅되어야 한다.

'잠깐, 무슨 무기 마피아 영화인가에 출연하지 않았었나?'

퍼뜩 든 그 생각은, 하수영의 절절한 일갈에 싹 사라졌다.

"저는 그저 세계 제일의 부농이 되고 싶었을 뿐입니다!"

"하수영 원수."

"그런데 핵피아 그놈들은 이런 저를 훼방했죠. 가만히 놔두지를 않았습니다. 송전선에 고의적으로 타격을 가해서 농장에 해를 끼치다니."

하수영이 이를 바득바득 가는 모습에, 대통령은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무선 전기를 꺼낼 수밖에 없게 됐지만, 저는 암살 위협에 시달리고 싶지 않습니다. 전쟁의 고뇌를 안고 싶지도 않습니다. 그냥 지금 이대로면 족합니다."

"……."

"무선 전기를 널리 퍼뜨려서 문명의 편의를 상승시킨다? 그래서 남는 보람이 과연 암살과 전쟁의 걱정보 다 더 클까요? 돈? 저는 돈이 부족해서 곤란을 겪어본 적은 없습니다."

대통령은 마침내 하수영의 진심에 닿았다.

아니, 닿았다고 혼자서 강하게 자신했다.

"그래요. 하수영 원수. 내 그 마음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나도 이 골치 아픈 대통령직만 내려놓으면 시골에 돌아가서 한가하게 농사나 지어야지, 하는 마음이 있어서요."

"대통령님, 저를 이해하시죠?"

"이해합니다. 이해하고말고요."

재벌가 사돈, 아니, 자신의 은퇴연금이 망하지 않게 하려면 무선 전기가 공개되어선 안 된다.

공개되더라도 적어도 충격을 충분히 대비하고 난 뒤가 되어야 한다.

대통령은 자신의 사익에 충실하기로 했다.

***

청와대는 무선 전기에 눈을 감았다.

대통령은 통신재벌 사돈에게 어떻게 언질을 줘야 할지 고민했다.

누구보다 욕심이 많은 사돈이다.

무선 전기의 존재를 알게 되면, 그리고 통신 사업까지 초토화시킬 수 있음을 알게 되면?

당연히 절대로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사돈이 과연 비밀을 지킬 수 있을까?'

대통령은 스스로 깊이 고민했고, 그럴 리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사돈에게 언질을 주면 거의 즉시 전 재계에 다 퍼진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으리라.

사돈에게 알리지 않은 상황에서, 사돈의 통신사업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조율해야 한다.

갑자기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왔다.

'그게 가능하겠냐고.'

이렇게 되자 새삼 원전 카르텔 놈들이 밉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놈들이 송전망 테러만 하지 않았어도, 로한 박사가 무선 전기를 꺼낼 일은 없었을 텐데!

이 모든 게 핵피아 때문이다.

한 번 밉게 보기 시작하니, 모든게 그저 밉게만 느껴졌다.

"장 수석."

"예, 대통령님."

은밀히 대통령의 호출을 받은 정영술 과학수석은 고개를 숙였다.

"원전산업의 거물 이해당사자들 있지 않소?"

"거물이라고 하시면 어디까지인지……."

"그건 장 수석이 알아서 선을 긋고, 그들에게 절대로 무선 전기 정보가 들어가지 않도록 하시오."

"아, 하수영 의원이 결국 인정을 한 겁니까?"

대통령은 육성 대신 침묵으로 대답을 했다.

"그리고 이번에 심의 마친 발전소특별법 있지 않소? 어떻소? 그 법이 원전 거물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 것 같소?"

"모두에게 악재입니다. 무선 전기가 알려지면 국민들은 앞을 다투어 보급을 요구할 거고, 그 흐름은 결코 저항할 수 없습니다. 이미 수영그룹의 모든 건축물은 무리 없이 무선 전기를 받아서 쓰고 있습니다."

필요하지도 않은 재래식 발전소를, 핵피아들을 위해서 강제로 유지해야 한다는 법.

하지만 그렇게 폐기 시기를 놓친 발전소들은, 핵피아들에게도 유지보수와 감가상각이라는 손실을 떠넘길것이다.

"그럼 그 법안을 막을 방법은? 무선 전기를 공개하지 않고."

"네? 공개하지 않고요? 그래서야 국회를 설득할 수 없습니다."

"정말이지 핵피아놈들은 하나부터 열까지 도움이 안 되는군."

그러는 대통령 본인도 토목과 통신 카르텔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지만, 모두가 사이좋게 부패한 정계에서 그런 건 대단한 홈이 아니다.

'임기가 이제 2년인가…….'

내년이면 이제 레임덕의 시작이다.

적극적으로 뭔가를 밀어붙일 수 있는 실제 임기는 1년 정도.

그 1년을 어떻게 알차게 써야 할까?

1년간 자신은 안정적인 은퇴를 위해 무선 전기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정 수석. 무선 전기에 관한 모든 내용은 철저히 폐기하시오. 메모 한 장이라도 남으면 안 되오."

"예?"

"지시대로 행동하세요. 하수영 원수와 이야기가 되어 있습니다."

"아.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그 말에 정영술은 안도해서 시원스럽게 대답했다.

'이번 5G 주파수 경매에서는 누가 뭐라고 해도 사돈을 밀어줘야겠군.'

사양산업이 되기 전에 몸값을 가장 크게 부풀리고 팔아치운다.

그리고 무선 전기에 기생할 수 있는 하위 산업에 진출한다. 또 무선 전기에 피해를 입지 않는 다른 재벌산업을 인수한다.

사돈에게 무선 전기의 존재를 숨기면서 이 빅딜을 추진하고, 조율해야 한다.

대통령은 갑작스러운 은퇴 계획 수정으로 인해 머리가 쉴 새 없이 바빴다.

***

핵피아 카르텔에도 등급이 있다.

산자중기위 안필성 위원장, 태호건설 등은 왕족으로 비유할 수 있다.

한전 홍웅기 사장, 산자부 제1차관등은 대귀족.

산자부 기조실장, 강성경 에너지산업 실장 등 무선 전기를 알고 있는 대부분은 그 아래 중소 귀족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산자부 1차관과 그 아래 중소 귀족들을 중심으로, 핵피아 그룹에서 조용한 분열이 시작되었다.

무선 전기의 존재를 인지한 이들이 침몰하는 배에서 소리 없는 탈출을 진행하기 시작한 것이다.

혼자만 탈출하기에는 야박하니, 친지나 밑에 거느린 부하들을 가능한 챙겨주었다.

물론 보안 때문에 모든 것을 알려 주지는 않는다.

"김 서방, 자네가 굴리는 송전설비회사 말이야."

"네, 장인어른, 말씀하십시오."

"최대한 받을 수 있을 만큼 받고 팔아넘겨. 사업 정리하고 딴 일 찾아보게."

"아…… 무슨 정보가 있습니까, 장인어른?"

"수영그룹이 한전 때문에 화나서 단단히 한 판 붙으려나 봐. 자세한건 말할 수 없고,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질 수 있으니 정리하라는 거야.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장인어른이 주시는 소스야 확실하겠죠. 알겠습니다. 최대한 비싸게 팔아치우고 정리하겠습니다."

"그래. 어디 가서 말하진 말고."

왕족 그 누구도 모르는 사이, 일부 중소 귀족들의 대탈출 러시가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