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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935화 (935/1,270)

프랜차이즈 갓 935화

224장 강릉이 이상하다 (1)

수영 발전소 직원들은 서울행 송전선이 무너지고, 복구가 지지부진한 것 때문에 처음에는 걱정했다.

구 태웅 발전소가 수영농장에 인수되면서 겨우 살아나나 싶었는데, 서울에 전기를 못 보내게 생겼으니.

"그래도 포항 쪽 송전 라인은 건재해서 다행이네."

광운제철소가 다행히도 전력을 쭉쭉 뽑아 먹어주면서, 직원들도 다시 안도했다.

그런데 뭔가 돌아가는 게 이상했다.

"광운제철소가 전기를 이렇게 많이 먹어?"

"아무리 리나라 최대 제철소라지만, 이 정도는 아닌 거 같은데?"

"이 정도면 거의 백두그룹 전체가 소비하는 전력량에 맞먹는 거 같은데?"

"아니야. 그 이상인 거 같은데?"

생산전력량이 많아도 너무 많았다.

손실량을 고려해도, 제철소 하나가 먹는다기에는 지나친 양이었다.

수영그룹의 모든 계열사, 제조공장, 하수영의 빌딩들, 그리고 10만 개가 넘어가는 가맹점들까지 합쳐졌으니.

"그리고 그 금색 변압탑 봤어?"

"그거 변압탑이 맞긴 해? 생긴 건 꼭 전파탑처럼 생겼던데."

직원들 사이에서 무선송전탑은 거 대변압시설로 알려져 있었다.

발전소에서 생산된 모든 전력이 최종적으로 무선송전탑에 모여서 외부로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물론 직원들을 속이기 위한 위장이었다.

"내가 그거 가까이서 봤는데, 아무리 봐도 겉표면이 황금이거든?"

"도금을 했겠지. 우리 오너께서 황금을 그렇게나 좋아하신다던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변압기탑을 황금으로 도금을 한다고? 그건 좀 이상한데."

"변압시설을 왜 탑처럼 만들었는지도 이해가 안 가네. 그리고 원래 있던 변압시설은 또 왜 같이 가동하는 거지? 이러면 비효율이잖아?"

광운제철소에 들어가는 전력은 재래식 송전선을 거치기에, 당연히 기존 변압시설을 거친다.

"우리 발전소, 뭔가 이상한데."

***

핵피아 내에서, 무선 송전의 비밀을 아는 이가 어느덧 열 명 가까이 늘어났다.

1차관이 반드시 알아야 하는 이들에게 비밀을 공유한 것이다.

그들 역시 처음에는 믿지 못했다.

"안 되겠소. 내가 하수영 의원을 직접 찾아가서 떠봐야겠습니다."

"절대로 안 됩니다! 그랬다가는 온 세상에 퍼지고 말아요!"

"참으세요. 지금은 숨을 죽이고 지켜볼 때입니다."

비밀을 공유하는 자들 중에는 핵피아 초대형 거물은 오히려 빠져 있었다.

산자중기위원장 안필성(4선), 태호 건설 이강길 부회장 같은 인물들 말이다.

무선 송전으로 큰 손해를 보게 될 이들에게는, 의도적으로 공유하지 않았다.

어디로 튈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건 우리 힘으로 풀기에는 사이즈가 너무 커졌습니다. 정치권, 아니, 청와대의 힘을 빌려야 합니다."

"정치권에 말 흘리는 순간 온 세상에 퍼져 나간다는 걸 알아두십시오."

"당분간 기자들 앞에서 조심해야 합니다. 무선이라는 단어 자체도 입에 담지 마십시오."

"지금 신 실장 자네가 입에 담았는데?"

"죄송합니다."

수영 발전소는 무선 송전 기술을 완성하고, 실전에서 써먹고 있다.

그리고 굳이 완벽하게 감추려는 의지는 없어 보인다는 것을 확인했다.

비밀을 공유하는 핵피아 일원들은 대부분 큰 힘은 없는, 참모 격에 달하는 이들이었다.

산자부 1차관, 기조실장, 수영조명에 입사하지 않은 원자핵공학 교수, 한국전력 부사장…….

한국전력 홍웅기 사장이 빠져 있는 것은, 그가 알면 안필성 위원장, 이강길 부회장도 자연히 알게 되기 때문이었다.

이들은 먼저 자신들이 살길부터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적어도 송전 범위가 560m는 되는 거 같습니다. 송전탑 하나로 제주도 최하단에 있는 수영치킨 가맹점까지 전력이 닿고 있어요."

"560km? 그게 말이 되는 출력입니까?"

"송전탑이 강릉에 있는 그거 하나라고만 생각하기는 어렵습니다. 눈에 띄지 않는 중계기가 여러 곳에 흩어져 있을 겁니다."

"다른 걸 다 떠나서 560m는 너무 말이 안 돼요."

무선 송전의 성능과 출력을 놓고 의견이 분분했다.

그러나 한 가지만큼은 모두가 이견없이 일치하고 있었다.

"전기 시장은 이제 망했습니다."

"발전소 특별법도 통과되었으니…… 망조가 더 깊어지는 일만 남았습니다."

"무선 송전을 공개하면, 수영 발전소가 대놓고 계약위반을 해가며 시장을 잡아먹어도 아무도 뭐라고 못할 겁니다."

국제사회에서 미국이 억지를 부려도 제대로 항변 못 하는 것과 같다.

법이나 계약은, 그것을 깨부술 수 있는 힘 앞에서는 한없이 초라하다.

실제로 수영 발전소가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상대로 하는 전력 판매는 엄연한 한전과의 계약 위반이다.

발전소를 매매할 때 한전의 허락없이 내수시장 진출을 하지 않기로 했으니.

그러나 무선 송전 앞에서, 그 조약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지요."

"전력산업 거물 이해관계자들이 이제 몰락하는 걸 지켜보는 일만 남았습니다."

"그런데 아무런 귀띔도 없이 지켜만 보고 있어도 될까요? 나중에 우리에게 뭐라고 하는 게 아닐까요?"

"그러니까 이쯤에서 청와대에 토스하고 얌전히 빠지는 게………."

"헛! 청와대에만 정보를 넘겼다가는 오히려 우리가 보복을 당할 거예요! 태호건설 이강길 부회장 성격이 얼마나 불같은지 모릅니까!"

핵피아의 참모와 브레인 역할을 했던 이들은 하루하루 피 말리는 기분으로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

비밀 공유 기간이 길어지면, 반드시 유출자가 나오는 법이다.

'너만 알아야 돼.' 라는 말처럼 허망한 게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가장 먼저 비밀을 넘겨받은 이는 한전 홍웅기 사장이었다.

홍웅기는 부정, 분노, 타협, 우울, 수용의 5단계를 힘들게 거친 끝에야 겨우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상황 파악이 끝나자마자 그는 살길을 궁리했다.

'일단 내가 갖고 있는 원전 쪽 보유주들 싹 정리하고, 그리고 또……."

키가 고장 난 채 빙하를 향해 직진하는 배에서 어서 탈출해야만 했다.

'위원장님께 언제 보고해야 하지? 이강길 부회장님한테는?'

안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너무 빨리 해버리면 자신이 탈출할 구명정이 없어질 수도 있다.

'이제라도 수영그룹에 줄을 서 봐?'

오죽하면 그런 생각마저 들었다.

하지만 하수영이 자신을 핵피아로 여기고 있는 마당에서, 순순히 투항을 받아줄까?

주변에 자비로운 만큼, 적에게는 사정이 없다고 들었는데.

"젠장! 젠장! 그 망할 게 왜 하필이 타이밍에 튀어나오냐고!"

***

정영술 과학수석은 대통령 독대를 요구했다.

상급자인 정책실장을 거치지 않은 요청에, 대통령은 의아해하면서도 수락했다.

아무도 대화를 엿들을 수 없는 자리에서, 정영술이 당혹스러움이 가득한 채 말을 꺼냈다.

"최대한 아는 사람이 적은 게 좋겠다는 판단하에, 정책실장을 제외하고 독대를 요청하게 된 점 송구하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어진 설명에 대통령은 한참 동안이나 말을 잇지 못했다.

"하수영 원수의 개인 발전소가 그 정도 수준이란 말입니까?"

"예, 대통령님, 백두중공업에서도 문제없이 돌아가자 이제는 다른 제철회사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들은 무선 송전이라는 걸 모를 테고요?"

"한전의 요금보다 저렴하다는 것에만 관심이 있습니다. 철강업체들은 매년 수백억 원에서 많게는 1조 원이 넘는 전기료를 내고 있으니까요."

"명백히 한전과의 계약 위반 아닙니까?"

"들켜도 상관없다는 자신감인 듯합니다. 극단적으로 무선 송전이라면, 그 무엇을 요구하는 들어줘야 합니다."

내가 정치인이라면 개헌도 불사하겠다, 라는 말은 입안으로 삼켰다.

대통령은 더욱 당혹스러워했다.

"무선 전기가 그 정도로 대단합니까?"

"어떤 의미에서는 핵융합보다 더 파급효과가 엄청납니다. 전선 케이 블이 사라진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자원을 아낄 수 있고, 심지어 건물 공기도 단축할 수 있습니다. 배선공사를 생략할 수 있으니까요."

"……이 일을 알고 있는 사람이 몇 명입니까?"

"제가 알기로는 아직 스물이 안 되는 것으로 압니다. 아, 수영그룹 쪽은 제외한 숫자입니다."

"과학수석은 내가 어떻게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합니까?"

"일단 무조건 해외에 감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해외에 감춰요?"

"네. 핵융합 발전소에 무선 송전…… 돈으로 환산하면 1,000조달러 이상의 가치가 있는 기술입니다."

"허, 1,000조 달러라니."

"무조건 숨겨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하수영 의원을 만나서 진솔한 대담을 나눠보시는 게 필수인 듯합니다."

"비서실장에게도 비밀로 하고 말입니까?"

"모르는 사람은 한 명이라도 적게 하는 게 좋습니다. 지금도 너무 많은 이가 알고 있다고 보입니다. 대통령님."

대통령은 장고 끝에 결심했다.

"좋습니다. 만나보겠습니다. 과학수석이 적당한 자리를 만들어 보세요."

"곧 퀸 루나 호가 내부 개조까지 마치고 곧 병원선 출항식을 가집니다. 그 행사에 참여하면 자연스럽게 하수영 의원과 독대할 수 있습니다."

"좋아요. 그리고 이미 알고 있는 사람들도……."

"예. 제가 단단히 함구시키겠습니다."

얼마나 갈지는 모르지만, 이라고 정영술은 속으로만 덧붙였다.

***

원자로 장착과 내부 개조를 마친 퀸 루나호는 병원선 출항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로써 나디아, 나미에 이어 퀸 루나까지, 청담수영병원선은 총 3척이 되었다.

퀸 루나에는 원자로 운용과 관리를 위해 한국해군도 탑승하게 된다.

호텔 객실에서 생활할 수 있는 기회이기에, 해군들 사이에서도 경쟁이 치열했다.

물론 인선은 말단 한 명 한 명까지 하수영이 직접 발탁했다.

대통령도 특별히 참석해서 자리를 빛내 주었고, 원자로실에서 드디어 독대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하수영의 반응은 대통령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확인해 드릴 수 없는 질문입니다. 대통령님."

"하수영 원수. 그러지 마시고……."

"강릉에 이상한 게 있다고요? 황금으로 만든 탑의 정체가 뭐냐고요? 백두조선소에 갖다 놓은 발전기 정체요? 송전망 복구에 적극적이지 않고 있는 이유요? 저는 그 무엇도 대답해 드릴 수 없습니다."

"아니. 저는 수소연료 매입비용이 얼마나 되는지 아직 그거 하나밖에 묻지 않았습니다만………."

"저는 아무것도 확인해 드릴 수 없습니다. 작농법 최고기밀이니 부디 양해해 주십시오, 대통령님."

"대체 무선 송전과 작농법이 무슨 상관이라는 겁니까?"

하도 황당해서 대통령은 저도 모르게 무선 송전이란 단어를 먼저 입에 담고야 말았다.

정치적 어법을 유지해야 하는데, 상대의 화술에 그만 휘말린 셈이다.

무선 송전이란 말이 나오자마자 하수영은 입을 꾹 다물었다.

뺨이 긴장으로 붉게 물들었고, 눈썹이 지나치게 파르르 흔들린다.

마치 결코 들키고 싶지 않았던 비밀을 들켜 버리고 만 자의 표정이다.

그래서는 안 되는데, 대통령은 그런 당혹스러워하는 표정에 그만 정서적 희열을 느껴 버렸다.

그래서 한 발 더 내딛고 말았다.

"이미 다 알고 왔습니다. 무선 송전을 완성하셨고, 그것들을 테스트하고 있는 중이죠?"

"대체, 그걸 어떻게……."

"정부가 도울 수 있습니다. 저를 믿고 말씀해 주십시오."

"아뇨, 죄송하지만 저는 대통령님을 믿을 수 없습니다."

"어째서입니까?"

대통령이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말하자 하수영은 '분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입술을 질끈 깨물고 말했다.

"통신 재벌 사돈이시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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