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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933화 (933/1,270)

프랜차이즈 갓 933화

223장 청담동 평화주의자 (4)

산자부 제2차관은 은밀한 조사에 나섰다.

정보 유출을 최대한 피하려다 보니 시간이 걸렸지만, 그래도 원하는 성과는 얻을 수 있었다.

그게 납득이 가는 것은 아니었지만,그는 다시 강성경 실장을 은밀히 불렀다.

"일단 무선 송전은 아닌 게 확실해."

"그렇습니까?"

"주파수 대역에 이상이 있는지 조사를 했는데, 그런 현상은 없다고 하네. 정부가 알아차리지 못하게 교란을 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거 같아."

"저도 교란으로 속일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무선 송전말고는 답이 보이지 않다 보니……."

전자기파에 에너지를 실어 보내면, 수신처에서 그것을 전력으로 바꿔서 사용한다는 원리.

그러나 이 기술은 아직 완성되지도 않았고, 무엇보다 인체에 해롭다.

'설마 자기장 방식인가? 아니, 둘중 어느 쪽이든 간에 들키지 않고 전력을 보낼 순 없어.'

"나는 그 수소발전기를 위장한 물건이 수소가 아닌 것을 이용한 발전기, 혹은 전지가 아닐까 생각하는데."

"차관님, 하수영 의원님을 한번 만나보는 건 어떻습니까?"

"하수영 의원을?"

"네. 생각해 보니 뭔가 이상합니다."

"뭐가 이상하다는 건가?"

"그분이 정말 완벽하게 감추고 싶었다면, 수소연료 매입을 기록으로나마 남겨야 합니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고, 이렇게 우리가 알아차리게 되었습니다."

"굳이 거기까지는 신경을 쓰지 않은 건 아닐까?"

"그렇게 허술하게 처리를 했을 거 같진 않고, 어떤 노림수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2차관은 턱을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노림수라."

"우리가 알아차리는 것을 방관했을지도 모릅니다."

"설마. 말도 안 돼. 굳이 그런 리스크를 짊어질 필요가……."

"진짜 무선 송전인지, 차세대 발전기인지, 아니면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다른 뭔가가 있는지, 지금으로써는 알 수가 없습니다."

한전 매수 의혹은 조사 끝에 가능성이 없다고 결론이 났다.

결론은 하나다.

하수영은 어딘가에서 전기를 가져다가 펑펑 쓰고 있는데, 그게 수소발전기는 아니다.

"차관님은 꾸준히 탈원전을 주장하신 분입니다. 원전 카르텔 세력과는 반대쪽에 서 계시죠. 하수영 의원님도 내치지는 않을 거 같습니다만."

"……좋아. 내가 한번 자리를 만들어보지. 대신 강 실장, 자네도 같이 가야 해."

"알겠습니다."

희대의 인물, 하수영을 직접 만나게 되다니.

강성경 실장은 기대감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

"무슨 말씀이시죠? 저희는 수소연료발전기로 전력 자급화를 하고 있습니다."

하수영은 낯빛 하나 안 바뀌고 태연하게 그렇게 말했다.

순간 2차관과 강성경 실장은 조사데이터가 잘못된 게 아닌가 의심했을 정도였다.

"의원님, 하지만 저희가 알기로 수소연료 매입을 전혀 하지 않은 것으로……."

"그럼 잘못 아신 겁니다. 제가 수소연료 사느라고 돈을 얼마나 쓰고 있는데요. 아유, 얄미운 한전에 돈갖다 바치기 싫어서 수소연료 사는 데만 한 달에 수천억 원은 쓰는 거 같습니다."

한 달에 수천억이 오고 가는데 전혀 모를 리가 있나?

너무 태연하게 말을 하니까, 2차관은 정말 조사 결과가 잘못된 건가 하고 생각했다.

'어쩌면 처음부터 잘못된 정보였나?'

수소연료 매입 기록이 없다는 것 자체가 오류였나?

둘의 얼굴이 빨개졌다.

그렇다면 말도 안 되는 기가 막힌 실수를 저지른 셈이 되는데.

"……실례했습니다."

"네, 편히 들어가세요."

도망치듯이 그 자리를 벗어난 2차관은 강성경 실장에게 씩씩거리며 말했다.

"반응 봤어? 너희가 잘못 알아도 크게 잘못 알았다는 표정이셨다."

"죄송합니다. 제가 다시 한번 철저히 조사를 해보겠습니다."

"진짜, 진짜 그 첫 단추부터가 잘못된 거라면 자네나 나나 큰 망신이야."

"네, 차관님."

강성경은 머릿속으로는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을 했다.

수소연료 매입 기록이 없다는 보고를 받았을 때만 해도, 서너 번 이상 교차 검증을 했다.

다양한 경로로 들어온 정보의 파편들을 하나하나 검증해가면서 짜맞췄고, 그에 대한 결론을 차관에게 보고했었다.

'아예 처음부터 잘못된 거라니. 절대로 그럴 리가 없는데.'

강성경 실장은 야근을 시작했다.

그리고 며칠 후,

강성경은 폐인이 다 된,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것 같은 안색으로 2차관실을 찾았다.

"차, 차관님. 제가 처음부터 끝까지 제 손으로 하나하나, 몇 번씩 다시 검증을 했습니다."

"강 실장? 사람 꼴이 왜 이래?"

"국내 모든 수소연료 생산시설…… 저장고…… 유통…… 반입반출…… 모두 훑어봤지만, 수영그룹에 팔린 것은 단 1g도 없었습니다. 돈이 오간 기록도 전혀 없습니다……."

"강 실장?"

"혹시 친한 회사를 거쳐 들어갔나 싶어, JS그룹과 백두중공업 같은 친한 회사들도 모조리 알아봤지만, 전혀 없었습니다."

강경성 실장은 거의 울먹일 듯한 목소리로 덧붙였다.

"수영그룹은 단 1g의 수소연료도 매입한 적이 없습니다. 정말입니다."

"뭐야? 그럼 그때 하수영 의원님이 우리 앞에서 거짓말을 했다는 거야?"

"거짓말이든 잘못 알고 계셨든, 수영그룹은 수소연료를 매입한 적이 없습니다. 그 수소발전기는 가짜입니다. 가짜!"

강경성 실장은 울분에 차서 덧붙였다.

"그게 아니면 따로 수소를 안전하게 추출하는 생산법을 개발했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건……."

"예, 불법입니다. 수소처럼 위험한 연료를 다루는데 행정기관에 아무것도 신고하지 않았으니까요."

2차관은 주먹을 불끈 쥐며 거듭물었다.

"모든 걸 걸고 자신할 수 있나?"

"네! 수영그룹은 수소연료를 매입한 적이 없습니다!"

하수영은 분명히 말했다.

수소를 사서 전력 자급화를 하느라고 허리가 휘고 있다고.

그렇다면 그 말은 분명 거짓말이 된다.

"좋아. 다시 한번 의원님을 찾아가 보자고!"

"그전에, 그전에…… 잠깐만이라도 수면을 취해야……."

"그럴 시간이 어딨나? 차에서 눈좀 붙이면 되지! 자, 따라오게!"

하수영을 만난 2차관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의원님, 제가 이 친구 도움을 받아서 다시 한번 샅샅이 조사를 했지만, 수영그룹에서 수소연료를 매입한 적은 없습니다."

"잘못 아신 겁니다."

"아니요. 지금 당장 증거를 제시할 수도 있습니다. 수영그룹은 수소연료를 매입한 적이 없습니다. 혹, 아랫사람들이 의원님을 속이고 있는 것은 아닙니까?"

이런 걸 가리켜 초급 정치적 언어라고 한다.

'지금 네가 우리한테 거짓말하는 거지?'라는 말을 부드럽게 돌린 표현이다.

자신만만한 2차관의 표정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하수영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2차관은 '거봐' 하는 표정으로 의기양양해서 바라보다가, '철컥' 하는 소리에 깜짝 놀랐다.

"아, 아니, 의원님? 문은 왜 갑자기 잠그십니까?"

"Manners maketh man."

"의원님?"

"저는 저번에 두 분께 질서의 파란 약을 드렸습니다. 그런데 기어이 빨간 약을 드시고는 다시 찾아오셨군요."

눈은 고정된 채, 입으로만 웃으며 하수영이 천천히 다가왔다.

차관과 강성경은 저도 모르게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곧 차갑고 단단한 벽이 그 둘의 물러남을 차단했다.

"두 분이 핵피아에 반대하는 분들임을 알기에 기회를 드렸던 겁니다. 헌데 기어이 가혹한 현실을 택하시다니."

"의, 의원님……! 대체 왜 이러시는 겁니까?"

어느덧 차관 앞에 똑바로 선 하수영은 비틀린 미소를 지어 보였다.

차관은 마치 썩은 좀비의 기괴한 표정을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우드드득!

그때였다.

하수영이 움켜쥔 책상 모서리에서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얼른 눈동자만 흘끗 굴려보니, 놀랍게도 그의 손가락이 책상을 두부처럼 파고들고 있었다.

둘은 순간 저 손가락이 자신들의 두개골을 파고든다는 끔찍한 상상을 해버렸다.

와들와들 떨고 있는데, 하수영이 차갑게 말했다.

"수소연료 매입. 저는 아무것도 확인해 줄 수 없습니다."

"의원님?"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겠다는 겁니다. 그것이 핵이니까요. Neither Confirm Nor Deny."

얼굴을 바짝 들이댄 하수영으로부터 뜨거운 호흡이 느껴졌다.

차관은 금방이라도 다리에 힘이 풀릴 것만 같았다.

이 사람에게 완전히 찍힌 것은 아닐까?

순간적으로 강성경 실장이 원망스러울 정도였다.

'설마 비밀 유지를 위해서 나와 강실장을 망가뜨리려는 것은…….'

하수영이라면 자신들을 충분히 실각시킬 수 있을 것이다.

아니, 영원히 공직 생활을 하지 못하게끔 만들지도 모른다.

그 전에, 저 우악스러운 손아귀에 머리를 잡혔다가는 두개골이 남아날것 같지 않다.

"원하는 대로 하십시오. 결과도 그대로 돌려받으실 테니."

한참이나 노려보던 하수영이 등을 돌렸다.

둘은 벽에 등을 기댄 채 털썩 미끄러졌다.

식인 맹수 앞에서 겨우 살아 돌아온 듯한 기분이었다.

"차관님, 저거를……."

"……봤네."

원목 책상의 귀퉁이는 곡괭이로 내리친 것처럼 뜯겨져 있었다.

둘은 믿어지지가 않았다.

사람의 손가락 힘으로 저게 가능한가?

"강 실장…… 이거 우리는 그냥 완전히 손 떼는 게 좋겠어."

"네. 자료 전부 폐기하겠습니다."

***

하수영은 도망치듯이 떠나는 두 사람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말했다.

"프리덤, 저 둘이 알아낸 걸 산자부 핵피아 녀석들에게 적당히 흘려 들어가게 해야겠다."

-마스터, 그렇지 않아도 강성경 실장이 뭘 그렇게 집중조사 하는지, 산자부 기획조정실에서 의구심을 품은 인물이 있습니다.

"오, 그래? 그럼 굳이 우리가 나서서 등 떠밀어주지 않아도 되겠네?"

-네, 가만히 놔둬도 알아서 정보가 흘러들어갈 겁니다. 딱 통제 가능할 정도로 극소수만 알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좋았어."

***

2차관은 강성경에게 조사한 내역을 폐기하라고 지시했다.

강성경 역시 하수영을 찾아간 것을 깊이 후회하며, 자료 폐기를 시도했다.

하지만 방해꾼이 나타났다.

"강 실장, 지금 뭘 세절하려는 건가?"

"차, 차관님!"

제1차관이 나타나서 세절하려는 자료를 낚아챈 것이다.

강성경은 뒤쪽에 서 있는 기획조정실장을 원망스러운 눈으로 바라봤다.

아마 기획조정실장이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고, 1차관을 움직인 것 이리라.

세절 직전의 문서를 훑어본 1차관은 강성경을 지그시 바라봤다.

"수영그룹에서 수소연료를 매입한 적이 전혀 없다?"

"……."

"이거,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겠는데. 강 실장, 지금 시간 좀 내게."

산자부의 실세이자 원전 산업의 깊은 이해관계자, 1차관.

강성경은 그의 지시를 거부할 명분이 없었다.

강성경은 문서에 적힌 내용을 최대한 드라이하게 설명했다.

2차관과 함께 하수영을 직접 찾아 갔다는 설명은 쏙 뺐다.

굳이 그걸 설명해서 1차관을 이롭게 만들어줄 필요는 없었으니까.

문서에는 '무선 송전 의심'이란 문구는 없었다.

그러나 국내 송전 시스템, 그리고 전기 에너지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다면, 누구라도 자연스럽게 무선 송전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1차관은 한국대 경영학과 출신이었다.

그는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래서 결론이 뭔가? 수영그룹에서 세상 몰래 지하 송전선이라도 깔았다. 그건가?"

"아닙니다."

"그럼 서진파운드리, 프라임컴퍼니, 그리고 그 많은 빌딩에서 쓰는 전기는 땅에서 솟았나? 하늘에서 떨어졌나? 수소연료는 산 적이 없다며?"

"……."

"자네 결론이 그래서 뭔가?"

"……모르겠습니다."

"모른다고 하면 안 되지. 결론을 말하게. 허무맹랑한 거라도, 이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귀결되는."

"……."

"상관의 지시에 반항할 셈인가?"

뒤에서 눈을 부라리는 기획조정실장의 압박이 느껴진다.

강성경은 힘들게 입을 열었다.

"무선전력송전입니다."

"……!"

"기존의 전자기파, 자기장 방식이 아닌 전혀 새로운 방식의 무선 송전이라면 모든 게 딱 맞아떨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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