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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931화 (931/1,270)

프랜차이즈 갓 931화

223장 청담동 평화주의자 (2)

김항철 사장은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마피아와 바이어 사이일 뿐입니다. 제철업계는 가장 전기를 많이 쓰는 산업체니까요."

김항철은 순순히 사실관계를 인정했다.

전력 시장의 큰손이니만큼, 포스코는 한전과 친분 관계를 유지한다.

한전의 대기업 전기료 특혜 몰아주기, 이런 이슈가 심심하면 터져 나오는 걸 이해하면 된다.

"그래도 저희는 순수한 구매자일 뿐이기에, 핵피아 카르텔이라고 보시는 것은 억울합니다. 싸고 좋은 상품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VIP일 뿐입니다."

당연히 제철업계는 핵융합 발전을 크게 반긴다.

하지만 그간 꾸준히 거래해 온 핵피아들의 눈치가 보여서 대놓고 나서지는 못한다.

핵피아들은 당장의 전력공급을 가지고 얼마든지 명줄을 쥘 수 있으니까.

마음속으로 응원만 할 뿐이다.

하수영이 물었다.

"그럼 수영 발전소 전기를 쓴다고 한전이 간섭을 할 수도 있겠네요?"

"아, 걱정 마십시오. 그건……."

"하긴, 지금 광운제철소 매출이 폭발하고 있는데 전기를 끊었다가는 한전이 대폭발하겠군요. 되도 않는 걸로는 못 건드리겠어요."

김항철 사장은 그만 웃고 말았다.

본인이 묻고, 본인이 답하다니.

"전기료는 한전에 내던 것의 90%로 책정하겠습니다."

"정말이십니까?"

김항철 사장은 반색을 했다.

10%가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광운제철소만 해도 월 수십억 원을 아낄 수 있다.

"혹시 포항제철소에서도 전기를 구매할 순 없을까요?"

"지금은 곤란하니 기다려 주십시오. 거기는 대놓고 판매하는 게 돼버려서 한전이 조항 위반을 들고 나올 겁니다. 그 발작 버튼은 나중에 누르는 걸로 하죠."

"발작 버튼입니까?"

포항제철소는 누르면 한전이 발작하는 그런 버튼이란 의미인가 보다.

"약속 어기고 파는 건데, 아등바등 눈속임이라도 해야죠."

그래서 수영사채에 계좌를 개설하고, 매달 적금 형식으로 전기료를 입금해 두라는 것이다.

훗날 상황이 해결되면 한꺼번에 가져갈 수 있도록.

***

송전선 복구공사는 여전히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늑장을 부리고 있었다.

산자부에서는 핵피아 장학생들이 발전소 특별법을 올리니 마니 하면서, 반대세력들과 한창 힘싸움 중이었다.

그래도 핵피아 세력들이 유리했다.

이쪽은 이익을 중심으로 단단히 뭉쳐 있지만, 저쪽은 결집력이 그리 높지 않았다.

하수영이 딱히 그들을 위해서 뭔가를 지원해 주는 아니고, 핵융합 발전소가 한국과 인류에 가져다줄 희망을 중요시하는 이들이기 때문이다.

"오늘도 분위기 한 번 살벌하네."

"양 국장님과 김 국장님이 벌써 한 판 뜨신 거 같더라고."

"양 국장님도 조금만 굽히시면 편안하게 갈 수 있을 텐데, 신념이 대단하셔."

"그러게 말이야. 오죽하면 김 국장님이 수영 발전소에 한 자리 맡아놨냐고 비아냥거릴 정도겠어?"

"원전위원회 쪽에 한 자리 맡아놓은 것은 오히려 김 국장님 아닌가?"

"하수영 의원님이 양 국장님 조금만 밀어주면 일이 더 쉬워질 텐데 말이야."

"그분은 정치적 영향력이 강남구의회를 넘어서는 걸 경계하시더라고. 기초의원으로만 남으실 모양이야."

"그러기에는 너무 아까운데?"

"애초에 기초의원도 자기 동네 관리 때문에 할 수 없이 나선 거니까. 농사 하나에 얼마나 진심이신 분인데."

진통 끝에 법령안이 완성되고, 협의와 입법예고를 거쳐 법제처 심사에 들어갔다.

이 정도까지 왔으면 구부능선은 넘은 셈이다.

***

홍웅기 사장은 입맛이 썼다.

당장 전기요금 매출이 크게 줄어든게 눈에 보였기 때문이었다.

"수영그룹의 반격이 시작됐군."

이번 달에만 최소 800억 원 이상의 전기료 수입이 줄어들었다.

"수영그룹에서 수소발전기를 전격적으로 도입을 했습니다. 프라임컴퍼니, 프라임오일, 프라임웰빙, 서진 파운드리, 그리고 전국의 그 수많은 편의점과 개인 빌딩들이 자체적으로 전기를 생산해서 쓰고 있습니다."

"치킨, 참치, 라면 등 하수영 프랜차이즈 가맹점 수는 거의 10만 개에 달합니다. 이 가맹점까지 가세한다면 우리 한전 손실은 수백억 원이 추가될 수 있습니다."

"그렇지는 않을 거야. 수소발전기 가격과 유지비가 얼마인데, 설마 그렇게까지 하겠어?"

홍웅기 사장은 냉정하게 고개를 저었다.

수소발전기로 자급화하겠다는 것은 대출혈을 자처하는 짓이다.

자기 살을 깎고 피를 흘려가면서, 한전에 돈을 주지 않겠다는 것.

한전이 800억가량의 손해를 봤다면, 하수영은 그 수십 배 이상의 손해를 봤을 것이다.

"그보다 수영 발전소에서 전기를 공급받는 건 아닌지 확실하게 체크해."

"걱정하지 마십시오. 우리 송전선 없이는 아무리 전기가 펑펑 남아돌아도 그 많은 빌딩에 공급할 수 없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전기를 팔거나 멀리 보내려면, 그 누구도 한전의 눈을 피할 수 없다.

한전은 국가 송전 플래폼을 독점하고 있으니.

"수소발전기는 눈으로 확실하게 확인했지?"

"청담동 빌딩 세 곳에서 방문 확인했고, 다른 빌딩에도 수소발전기가 설치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전국에서 무작위로 찍은 50군데에 모두 수소발전기가 들어갔습니다."

"좋아."

홍웅기 사장과 부하들은 전혀 몰랐다.

그게 껍데기를 수소발전기로 위장한 무선전기 두꺼비집이라는 것을.

"사장님, 광운제철소에서 수영발전소 전기를 공급받겠다고 통보를 해왔습니다."

"뭐, 광운제철소에서?"

홍웅기는 깜짝 놀랐다.

광운제철소에서 나오는 연간 전기로 수입이 수천억 원.

쉽게 놓을 수 없는 고객이다.

"네, 앞으로 전기료는 내지 않을테니, 자기들 소비량의 110%를 수영 발전소로부터 받으라고 통보를 해왔습니다."

"으음…… 그쪽으로 들어가는 전기는 손실저하 핑계를 댈 수 없지?"

"예. 위치상 아무래도……."

"광운제철소 절반이 하수영 의원 소유였나?"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반수성 금속처리 독점생산을 대가로 지분을 받았습니다."

홍웅기는 갑자기 배가 아팠다.

전 세계 선주들이 반수성 처리가 된 철판만을 찾는 바람에, 지금 광운제철소는 선박용 철판 매출이 폭발했다.

수영그룹은 제철소 지분도 받았고, 특허 로열티도 비율로 꾸준히 받고 있으며, 판매이익에 대한 배당금도 받을 것이다.

'식탁과 반도체, 철강을 잠식한 것도 모자라 이제는 전기까지 먹어치 우겠다고? 거, 너무 욕심이 심한 것 아니오, 하수영 의원?'

"광운제철소에 하수영 의원 지분이 절반이나 있으니까 우리가 막을 수는 없겠지. 대신 포항제철소 전력공급은 철저히 막아."

"50% 지분이니까 50%만큼만 전기 료를 면제해 준다고 하면 어떨까요?"

"……그냥 면제해 줘."

"그럼 매출 손실이 너무 큽니다. 광운제철소에서만 월 수백억 원의 손실이 추가로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해줘."

너무 궁지에 몰아가는 것도 좋지는 않다.

지금은 발전소 특별법 통과가 가장 우선이다.

안필성 산자중기위원장도, 태호건설 이강기 부회장도 신신당부했다.

발전소 특별법 통과가 가장 우선이라고, 법으로 강제할당량을 만들어놔야, 그 뒤에 수영 발전소가 날뛰어도 합법적이고 효율적인 견제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너무 궁지에 몰면 좋지 않지. 그 정도 숨통은 풀어줘야 수영조명도 될 대로 되라 식으로 나오지 못하겠지."

발전소 특별법이라는 기울어진 운동장.

그 무대를 만들어놓는 게 최우선이다.

하수영이 중앙정치와 청와대에 아무런 로비를 하지 않는 지금이, 부지런히 움직여야 할 때였다.

'수영조명 이사회 목소리가 하수영의원한테 제대로 닿지 않는 것 같은데… 농사꾼이라서 전력시장에 크게 관심이 없는 게 우리한텐 다행이야.'

***

JS중공업은 해운대 수영펜션 해상테마공원 건설을 주도했었다.

물 위에 떠 있는 거대한 복합테마공원이다. 물론 자체 추진동력은 없다.

수영펜션 숙박고객들은 복합테마공원에서 다양한 문화와 레저 컨텐츠를 즐길 수 있었다.

JS중공업 최태현 사장은 해상테마공원 개조 완료 보고를 받았다.

"수중 용접해야 하는 부분이 너무 많았지만, 그래도 무사히 전부 다 끝났습니다. 인명사고는 전혀 없었습니다."

"음, 수고했네."

반수성 처리금속이 나오자마자, 최태현은 해상테마공원 밑면에 반수성철판을 추가로 붙이기로 결정했다.

전 세계 조선업계가 반수성 금속에 열광하는데, 정작 소유주의 해상공원에 그게 붙어 있지 않다면 말이 되겠는가.

"그리고 경기도 금광 말입니다."

"음, 무슨 문제라도 생겼나?"

"앞으로 채굴한 금을 판매하지 말고 회사에 보관해 달라고 하시더군요."

"보관을? 팔지 말고?"

최태현 사장은 의아했다.

수영농장 지하에서 채굴한 금은 하수영이 우선매입권을 갖고 있었다.

물론 진짜 그런 권리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JS중공업은 알음알음 그렇게 움직였다.

하수영이 사지 않은 금은 외부에 팔고 있었는데, 갑자기 판매하지 말라니.

"네, 의원님이 나중에 한꺼번에 살지도 모른다고, 그러니 팔지 말고 당분간 킵해달라고 하시더군요."

"그럼 지금부터 계속 매입을 하시면 될 텐데, 굳이 나중에 사시겠다는 건…… 설마 금값이 하락이라도 하는 건가?"

-그런 건 아닙니다. 그냥 지금 하수영 의원님과 통화를 해보시죠.

"프리덤? 넌 뭐 아는 게 있는 거냐?"

-하수영 의원님 측 프리덤으로부터 온 연락이 있습니다. 지금 통화하셔서 오해를 푸는 게 좋겠습니다.

그리고 최태현은 하수영과 금방 연결이 되었다.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두 손으로 공손히 통화에 임했다.

"네, 의원님. JS중공업 최 사장입니다."

-음, 금값이 나중에 하락한다거나 그런 건 아니고요. 금 거래 부가세가 없어질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그런 겁니다.

"부가세가 없어진다고요? 그게 정말입니까?"

한국에서는 금을 살 때마다 부가세 10%를 내야 한다.

화폐나 마찬가지인 순금에 왜 부가 세가 붙느냐는 불만이 많았지만, 정부에서는 세수 확보를 위해 꿈쩍도 하지 않는다.

"확실한 소스입니까?"

-소스는 아니고요, 제 생각입니다. 아직 대통령이고 국회의원이고 기재부고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걸요?

"……."

공직자 어느 누구도 그런 생각이 없고, 하수영 혼자만 그렇게 생각한다고?

-회사 재정 때문에 그러신다면, 제가 구매계약을 하는 게 어떨까요? 부가세는 일단 빼놓고, 제가 매입가의 70%를 계약금으로 걸겠습니다.

70%를 계약금으로 걸겠다는 것은 무조건 사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

JS중공업으로서는 전혀 손해 볼 게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JS건설,

S칼텍스등 계열사들이 깊은 인연을 맺고 있는 갑이니, 그 정도 배려는 당연히 해줘야 한다.

"알겠습니다. 의원님. 그런데 금 부가세 폐지가 정말이라면 ……."

-소문내지는 마시고 혼자만 알고 계세요. 이거 잘못 퍼지면 전 세계 금값이 폭등할 수도 있어서 그래요.

"그, 그 정도입니까?"

무선송전탑의 주재료는 금이다.

기능적인 역할을 하는 게 아니라 순전히 디자인을 위해서이지만, 세상은 그걸 모른다.

수영조명 이사회도 무선송전탑의 출력 상승을 위해서는 대량의 금이 필요하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

-마스터, 왜 그런 거짓 스펙을 집어넣으신 겁니까?

"일단 금이 들어가야 멋지고, 그리고 금이 많이 들어간다고 해야 희소성을 들먹이기 편하잖아? 만들기 쉬우면 너도 나도 달라고 조르고, 그거 일일이 거절하다가 결국 전쟁 난다."

-마스터는 전쟁을 바라시지 않으셨습니까?

"야, 나만큼 평화주의자가 어디 있다고, 전쟁은 이제 지긋지긋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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