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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927화 (927/1,270)

프랜차이즈 갓 927화

222장 청담에 맞선 결과 (3)

조성만은 진옥도의 자살에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선배님이 우려하신 게 이거였군요."

"큰돈이 얽힌 경제범죄 수사를 하다 보면 이런 건 비일비재해."

"선배님은 그런데 마약 외길만 파셨잖습니까?"

"마약을 파다 보면 자연히 경제사범과 얽히게 돼 있어. 요즘 마약 유통을 누가 한다고 생각해? 죄다 상류층 자제들이야."

"……."

"자주 있는 일이지. 중간책 하나 골라서 꼬리 자르고 길목을 무너뜨리는 거. 그렇게 막히면 더 이상 나아갈 수가 없게 돼.

"그래서 신중에 신중을 거듭하셨군요."

"그럼 뭐하나. 저쪽에서 눈치채고 이미 벌써 손을 써버렸는데."

조성만도 거물이 얽힌 범죄에서는 이런 일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말로만 듣는 것과, 직접 눈앞에서 겪는 것은 무게감이 전혀 달랐다.

그는 아직 젊은 검사였다.

"자살한 겁니까, 자살당한 겁니까?"

"과수부 결과 나왔잖나. 100% 자살이야."

"그만큼 철저하게 자살로 꾸몄을 가능성도……."

"꼬리 자르기는 그렇게 안 해."

"네?"

"진옥도 사장, 지켜야 할 게 많은 사람이야. 자기 목숨 하나 버림으로써 가족과 친척, 지인, 그리고 재산을 지킬 수 있지."

"……."

"윗대가리들이 굳이 강요할 필요도 없어. 상황만 지그시 인지시켜 주면 자기가 알아서 모두 짊어지고 가는 거지."

그렇다 해도 그것이 자살당한 게 아니라고 할 수 있는 것일까.

조성만은 조금 혼란스러웠다.

"그럼 앞으로 수사는 어떻게 하죠?"

"뭘 어떻게 해? 송전선 붕괴는 이제 여기서 끝난 거지. 송전망 파괴의 모든 걸 진두지휘한 진옥도가 다 끌어안고 폭사했는데, 앞으로 뭘 더 알아낼 수 있겠어?"

"이게 핵피아 그놈들이 가진 여유였군요. 눈 하나 깜짝 않고 테러를 할 수 있는……."

"언제든 꼬리만 완벽하게 자를 수 있다면, 국가반역 시도도 겁날 게 없지. 본인은 아무것도 안 한 거니까."

임탁정은 조금 허탈해 보였다.

"이럴까 봐 피의자 소환도 일절 안하고 물증 조사에만 올인하는 척했던 건데, 눈치 하나는 참 빠르군."

"선배님……."

"이왕 이리 된 거 지금까지 알아낸 것들이나 털어내자고, 그래도 허무하게 접기에는 너무 아깝잖나."

"예, 선배님."

수사팀은 기운을 차리고 다시 수사에 들어갔으나, 처음에 비해서 맥이 빠진 것은 사실이었다.

진옥도는 단순히 혼자 죽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위'에 피해가 갈 만한 것들은 모조리 없애 버리고 자살했다.

철저하게 뒷일을 준비했다.

[송전 구간을 크게 고장 내고 발주를 받아 매출을 불릴 욕심에 저지른 범죄입니다. 제가 돈에 눈이 멀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유서가 공개됨에 따라, 북한 테러이야기도 쏙 들어갔다.

모든 것은 한전의 오래된 중견 하청업체 사장이 발주 욕심에서 고의 적으로 일으킨 고장 테러.

대중은 그렇게 받아들이고, 어느덧 사건을 잊어버리며 일상으로 되돌아갔다.

수사팀은 잔여 수사를 지속했지만, 더 특별한 것을 찾아내지는 못했다.

한전은 피해배상 명목으로 진옥도 사장의 재산을 압류했다.

그러나 그의 재산은 상당수가 오래 전부터 상속, 증여 절차를 마친 뒤였기에, 회수할 수 있는 재산은 얼마 되지 않았다.

"불법을 항상 가까이하는 인물이니만큼, 언제 자기가 잘못되더라도 가족은 문제가 없도록 철저히 준비를 해둔 거지."

"핵피아 놈들, 정말 무섭네요. 이렇게 빠릿하고 간단하게 대처할 줄이야."

***

수영조명의 분위기는 썩 좋은 편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마냥 암울하지만도 않았다.

"표정 왜들 그러세요? 다 알고 있었잖아요? 원전 카르텔이 보통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라는 거."

자신들도 한때는 거기에 간접적으로 발을 걸치고 있었으니까.

적극적으로 카르텔 주역들의 이익을 옹호한 것은 아니지만.

핵에너지 산업에서 학문과 생계를 위해 열심히 활동을 한 것 자체가, 카르텔 주역들에게는 도움이 되었으니.

"어쨌든 이번 일로 저들도 한동안은 몸조심을 할 겁니다."

"기사 동원해서 핵융합 두들겨 패는 것은 멈춘 거 같더군요."

"근데 핵융합 발전 음해 기사를 믿는 사람들이 정말 있기는 한 겁니까?"

-성인 기준 약 28%의 사람들이 핵융합이 위험하다고 믿고 있습니다.

"아니, 어째서?"

-원자력이 위험하니까 그보다 더 발전된 핵융합은 당연히 더 위험할 거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

-수소폭탄이 핵융합 원리라는 것 때문에 더욱 그렇게 믿고 있는 거 같습니다.

"……."

"그럼 프리덤, 네가 그런 걸 바로 잡아줘야 하는 거 아니냐?"

-사용자가 요구하지 않았는데 먼저 제가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는 것은 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너한테 진위 여부를 물어오는 사람들도 있지 않나?"

-진위 여부를 물어보면 제가 올바르게 설명을 합니다. 그런데 핵융합의 위험성을 믿는 사람들은 진위를 묻지 않고, 제가 맞장구를 쳐주길 원합니다.

"……."

-거기에 대고 제가 먼저 진위를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하려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하지만 하수영은 그것을 원치 않는다.

프리덤을 통해서 전 국민의 사고방식과 가치관을 얼마든지 움직일 수 있음에도, 그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꼭 필요하고 원할 때만 제한적으로 개입하고 통제한다는 것.

나라 전체를 책임질 의사가 없기에, 지배를 자제하는 것이다.

지배한다는 것은 곧 그만큼 책임도져야 한다는 것이기에.

'다들 자기 잘난 맛에 살게 놔두지, 뭐. 나한테 귀찮게만 안 하면 돼.'

이런 의도를 이해하기에, 프리덤도 적극적으로 사람들을 설득하려고 하지 않는다.

물론 수영농장 매출에 손해가 될 일에는 당연히 풀오버클럭으로 나서서 가짜 뉴스를 색출한다.

"아무튼, 저들이 여기에서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수영조명 이사회의 예측대로 되었다.

한국전력은 송전선 건설 관련 하청비리를 해결해야 한다며 야단법석을 부렸다.

덕분에 파손된 송전 구간의 복구공사는 세월아 네월아 지연되었다.

수영조명에서 언제 복구공사가 시작되냐고 물어도, 한전의 대답은 한 결같았다.

"죄송합니다. 아직은 착공이 어렵습니다."

"이번 일을 통해 하청에 주는 도급에 여러 가지 문제와 비리가 많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국정감사를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철저히 발본색원을 해야 합니다."

"청소를 완벽하게 하지 않고 착공하는 것은, 결국 범죄자들이 마지막으로 한탕 더 해먹을 수 있는 기회만 줄 뿐입니다."

"지금 착공해 봤자 그 비용견적을 믿을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모든 내부 비리가 해결되는 대로 바로 착공에 들어가겠습니다."

둘러대는 말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다 좋은 내용들뿐이다.

하지만 수영조명은 한전이 어떻게든 시간을 끌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무래도 이 건 하나 가지고 1, 2년은 넉넉하게 끌 생각입니다."

"조성만 검사가 그러더군요. 내부 조사가 끝나더라도 하청업체들이 한 전을 상대로 소송을 걸 거라고요."

"지루한 소송으로 10년 정도 시간을 질질 끌면… 그동안에 서울에는 송전할 수 없는 상황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반신반의하는 이사들도 있었다.

"설마 그런 말도 안 되는 소송을 가지고 10년이나 넘게 끌려고 들까요?"

그런데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송전선 관리업체에서 한전에 대고 용감하게 소송을 시작한 것이다.

"저거 다 짜고 치는 겁니다. 진짜 서로 치고받고 싸우겠다는 게 아니에요."

"내가 뭐라고 했어요? 그러고도 남을 놈들이라고 했잖아요?"

"이렇게 된 이상 울산 쪽 송전선을 이용해서 경유해서 서울로 들어가면……."

"송전구간이 불필요하게 길어질수록 전력손실량이 늘어나잖아요."

"무슨 상관이에요? 어차피 전기는 무한인데 전력손실 좀 늘어나면 어떻습니까?"

"그거야 우리 입장이고, 한전은 분명히……."

아니나 다를까.

서울에 대한 우회 송전은 한전에서 전력손실을 이유로 들어서 거부했다.

"그런 비효율적인 송전은 블랙아웃등의 위기상황에서나 허용될 수 있습니다. 전력이 부족하지 않은 평시에는 안 됩니다."

늘 그렇듯이 이유는 그럴싸했고, 말은 번지르르했다.

이런 상황에서, 산자부에서는 신발전소 운영 법안을 추진하고 있었다.

수영조명은 당연히 초안을 입수해서 내용과 방향을 확인했다.

"국가전력관리를 위한 발전소 균등 유지운영에 관한 법안? 이게 뭐하는 법안이랍니까?"

"간단히 말하자면,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고 골고루 나눠 담자는 내용입니다."

당연히 수영조명 이사회는 분노했다.

"아니, 분산투자를 그렇게 교묘하게 갖다 붙인다고요?"

"미친! 자동차가 개발됐는데 리스크 분산을 위해서 가마, 인력거, 소달구지, 마차를 강제로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거와 뭐가 달라요? 개소리를 참신하게 하는 것도 정도가 있지!"

"그리고? 그리고 그 다음은요?"

법무팀장은 기술이사들의 강한 압박에 둘러싸인 채 더듬더듬 말을 이었다.

"석탄, 가스, 석유, 신재생, 원전, 그리고 기타 방식의 발전소를 일정한 비율로 상시 유지해야 한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기타? 기타아아? 그러니까 우리 핵융합이 기타라고?"

"아니, 지금 전 세계가 우리 핵융합 발전소 설치하고 싶어 안달이 났는데, 이런 시대를 역행하는 법을 만든다고?"

"겨우 전기 카르텔 놈들 이익 챙겨 주자고 이런 걸레 같은 법을 만들어?"

"진정해요, 진정해. 아직 법사위 통과한 것도 아니고 산자부 내부에서 만든 초안일 뿐……."

"이놈들, 이거 작정하고 밀어붙일작정입니다! 몇 년이 되든 간에 반드시 밀어붙여서 자기들끼리 해먹으려는 거예요!"

"뻔합니다. 이대로 갇히기 싫으면 발전소 지분 내놓든가, 이익을 나누든가 하라는 거죠. 협박입니다. 협박."

"송전선을 끊은 것으로도 모자라 이런 치졸한 수작까지 부리다니……."

다들 그렇게 분개하고 있을 때, 뜻밖의 인물들이 나타났다.

바로 하수영과 로한이었다.

"여기 다 모여 있었군요. 오랜만입니다."

"아! 회장님! 어서 오십시오!"

정운원이 황급히 일어나며 상석을 그에게 양보했고, 그도 사양 않고 자리에 앉았다.

로한은 자리에 앉는 대신 브리핑단상 자리로 위치를 잡았다.

"요즘 핵피아들 때문에 여러분들이 힘들어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아닙니다. 이 정도는 저희 힘으로도 충분히 이겨낼 수 있습니다."

"다만 생각 이상으로 치졸하게 나오는 것이 역겹고 놀라울 뿐입니다."

"아유, 그 용기는 참 흐뭇합니다. 하지만 상대가 비겁하게 나오는데 정정당당하게 응수하면, 끝내 승리 하더라도 속에는 화병이 남지요."

하수영은 온화한 미소로 말을 이었다.

"원래 게임과 경기는 이기려고 하는 게 아닙니다. 상대 빡치라고 하는 거지요."

"……."

"우리 에릭 실장이 차마 여기까지는 나서지 않으려고 했어요. 그런데 저 비겁한 놈들이 기어이 청담동 마왕성의 봉인을 풀고 말았네요. 꼭 생각 없는 것들이 봉인마법진을 보물상자인 줄 알고 건드리다가 피를 보지요."

"회장님?"

"에릭 로한 교수, 소개하세요."

로한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곧바로 스크린에 화면을 띄웠다.

3D 모델링으로 만들어진 커다란 황금빛 탑이었다.

그 옆에는 탑의 제원과 출력, 스펙등이 자세한 숫자로 쓰여 있었다.

"동시접속 단말기 이론적으로 999억 개 이상 가능?"

"동시출력 하루에 3,000킬로와트시?"

"접속반경 안정범위가 1,000km?"

"이게 다 무슨 의미입니까?"

"서, 설마……."

"말도 안 돼.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어. 이제 겨우 걸음마를 간신히 떤 수준인데……."

세상에서 가장 섹시한 미남 배우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로한은 무덤덤한 눈빛으로 말했다.

"무선송전탑입니다. 이거면 송전선을 깔 필요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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