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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925화 (925/1,270)

프랜차이즈 갓 925화

222장 청담에 맞선 결과 (2)

"서울에서 왔다고?"

"검사 나리라고?"

"어민 회장님이 키우시는 검사인가 보구먼."

"근데 검사들은 원래 죄다 자기 출세나 축재 위해서 재벌 회장들 봐주는 그런 것들 아닌가?"

"어민 회장님이 밀어주시는 거 보면 그런 썩은 검사들하고는 다른 무리인가 보이."

"아무렴. 우리 어민 회장님이 아무나 함부로 밀어주시 것능가. 다 인품이 검증되고 그런 인물들만 밀어주시는 거것지."

졸지에 마을 잔치가 열렸고, 해산물 요리가 가득가득 나왔다.

조성만과 수산관 일행은 얼떨결에 마을 잔치의 주연으로 앉아, 노인네와 청년들이 권하는 술을 부어라 마셔라 했다.

다들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힘든 지방 출장 근무에서 자기들을 좋게 봐주며 마을 전체가 환대하는 경험을, 어디 가서 해보겠는가.

"저, 검사님. 정말 이렇게 마셔도 됩니까?"

"마셔요, 마셔. 어차피 지금 퇴근시간 지났습니다."

"아이고, 그럼. 검사님도 한 잔 더 드십시오. 제가 올리겠습니다."

수사관은 조성만보다 나이가 많았지만 깍듯하게 대했고, 조성만 역시 그를 존중하는 태도로 대했다.

서로 나이와 직급을 상호 존중하면서 예의 바르게 대하는 모습에, 마을 노인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우리 어민 회장님께서 밀어주는 검사 나리답네그려."

"내가 저번에 봤던 그 검사는 지아비뻘 되는 수사관한테도 반말 찍찍 뱉어쌌는다. 저 양반은 다르구먼."

"생각해 보면 처음부터 우리 대할 때도 되게 조심스럽게 대했잖여."

"술 잔뜩 먹였으니 이제 우리가 물어보자고."

마을을 이끌어 가는 노인들이 조성만 앞이 다시 앉으며 술을 따랐다.

"그래요, 검사 나리. 이 외딴 어촌동네는 무슨 일로 오셨소?"

"아, 예. 혹시 근래에 수상한 외지 사람들이 마을 근처나 바깥에서 목격된 걸 본 적이 없으신가 해서요."

"수상한 외지 사람? 마을 밖에서 돌아다니는 외지 사람들이 한둘도 아니고,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서 그들이 죄다 수상할 수도 있지요."

"그, 송전탑이나 송전선, 전봇대 주변에서 서성거리지 않았느냐 해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글쎄요. 난 그런 이야기 못 들었는다."

"동네 젊은것들한테 한 번 물어봐주겠소. 덤이야."

-예, 주인님. 즉시 설문 돌리겠습니다.

그리고 몇 분 후, 웬 피부가 그을린 청년 한 명이 머리를 긁적이며 나타났다.

"장술아. 뭐 본 거 있어?"

"네, 이장님. 며칠 전 비가 겁나게 왔잖아요? 그때 마침 제가 봉고 타고 집으로 오던 중이었는데, 저쪽 송전탑 근처에서 서성거리는 몇 사람을 봤습니다."

조성만과 수사관들은 취한 와중에도 눈을 빛내며 물었다.

"인상착의가 어땠습니까? 무언가 특별히 이상했던 점은요?"

"우의 입고 있어서 인상착의는 모르겠고, 여자는 없는 거 같았어요. 무슨 작업을 하는 거 같았는데, 미친놈들인가 보다 하고 생각했죠."

"어째서요?"

"그렇게 비 쏟아지는 날에 송전탑 근처 잘못 갔다가는 감전돼서 죽거든요. 송전탑이야 피뢰가 잘 되어 있지만, 땅이 젖어 있어서 근처 땅에 서 있다가는 고압 전류에 타버릴 수 있어서요."

"혹시 폰에 사진이나 로그 같은 기록들은 없습니까?"

"그때 제가 폰을 주머니에 넣어놔서요. 딱히 사진을 찍어야겠다, 그런 생각 자체를 안 했습니다. 근데 그 사람들이 뭐 잘못이라도 저질렀나요?"

"감사합니다. 혹 누가 찾아와서 저희 이야기를 묻거든 모른다고 해주시고, 여기로 바로 연락을 주십시오."

이장 노인이 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이거 검사 나리 말하는 거 보니까 보통 일은 아닌 거 같소만."

조성만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보통 일이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조사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래도 서울에서 이런 어촌까지 직접 내려와서 조사하는 검사는 내가 처음 보는 거 같소. 보통은 자기 사무실에 앉아서 보고만 받고, 취조실에서 윽박지르기만 하는데……."

"실체를 파악하고 싶다면 발로 뛰어야지요."

수영 발전소는 터빈증설공사에 한 창 열중하고 있었다.

발전소 건설업체와 터빈제조업체들은 연합을 이뤄, 착실하게 터빈증설공사를 해나갔다.

그러던 어느 날, 건설업체 사장 둘이 노교수 유진중 상무를 찾아왔다.

"무슨 일들이신가?"

"저, 교수님. 아니, 상무님."

"편한 대로 부르시게들."

"면목이 없지만…… 공사대금 좀 당겨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얼마가 필요한가?"

"한 90억 정도……."

말을 하면서도 둘은 민망해하는 표정이었다.

유진중 교수는 곧바로 스마트폰을 꺼내 프리덤을 불렀다.

"프리덤, 지금 바로 90억 집행해다오."

-네, 주인님. 회사 자금 집행하겠습니다. 지금 입금 완료되었습니다.

유진중은 둘을 다시 돌아보고는 말했다.

"지금 넣었다고 하는군. 확인들 해보시게."

"아이고, 교수님. 정말 감사합니다."

"뭐, 90억 그게 얼마나 된다고, 그럼 이제 이유를 말해줄 수 있겠나?"

두 사장은 유진중의 조용한 배려에 가슴이 살짝 따뜻해졌다.

입금 전에 이유를 먼저 물었으면, 구구절절 이런저런 변명을 부담스럽게 길게 풀어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돈을 먼저 받고 나니 부담없이 편안하게 말할 수 있었다.

"회사 재정에 갑자기 문제가 생겼습니다. 은행에서 어음을 받아주지 않아서요."

"어음을?"

"네. 1년짜리 어음 9개월 남은 게 있는데, 이번에 돈이 필요해서 은행에 할인 판매를 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받아주지를 않아서요."

"요즘 전자어음은 만기 3개월이 강제 아닌가?"

"전자어음이 아니고 일반어음입니다."

"허허, 아직도 일반어음을 발행하는 곳이 있나?"

"이런저런 목적으로 일반어음도 제법 발행되고 있습니다."

두 사장은 더는 설명하지 않았지만, 유진중 교수는 대충 이해했다.

대기업들이 까라고 하면 까야지, 하청업체가 무슨 거부할 힘이 있을까.

다만 뭔가 마음에 걸렸다.

"어디 어음이기에 은행이 거부했나?"

"대진건설에서 발행한 어음입니다. 태호건설 자회사입니다."

태호건설이라면 10대 순위에 이름을 올린 재벌 기업이다.

"자회사라… 비자금 만들기에는 좋겠군."

"……은행도 그래서 일반어음은 거절한 거 같습니다. 보증이 확실한 전자어음이라면 받아줬겠지만요."

"그럼 자네들은 왜…… 아니네. 내가 너무 당연한 걸 물었군."

두 사장은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원청에서 이거 받으라고 하면 '네, 감사합니다.'하고 공손히 받아야 하는 게 하청의 운명 아닌가.

"알겠네. 혹시라도 회사 재정에 문제 생기면 언제든 말하게."

"정말 …… 감사합니다."

"빨리 증설을 하고 싶어서 그러는 거니 너무 고마워할 필요는 없다네. 결국 우리 회사를 위해서 그런 거니."

유진중 교수는 국내 발전소 업계의원로 격인 인물이었다.

그렇다 보니 두 업체 사장도 그를 은사 대하듯이 구는 것이다.

***

저녁, 퇴근할 시간이 되었다.

정운원은 이동식 호텔 뷔페 차량에서 오늘은 무얼 먹을지를 고민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인님, 지금 조용히 찾는 분이 있습니다.

"나를? 이렇게 갑자기?"

-네, 중요한 용무인데 시간을 내주시지요. 서울에서 온 조성만 검사입니다.

정운원으로서는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그는 판검사 쪽과는 그리 인맥이 두텁지 않았다.

-하수영 회장님이 친하게 지내는 유이한 검사 중 한 명입니다.

"아, 그럼 만나야지. 근데 중요한 용무라는 게 뭔데?"

-그건 직접 들으셔야 할 거 같습니다. 제가 판단하기에는 놓치면 안됩니다.

"너한테는 이미 설명을 한 거냐?"

-네, 그렇습니다. 주인님께는 말씀드리지 말라고 당부받았습니다.

"……나는 못 믿어도 프리덤 시스템은 어지간히 신뢰하는가 보구나. 그 사람이."

-그렇습니다.

"근데 내 말을 안 듣고 그 사람을 말을 들어도 괜찮은 거냐?"

-상대방이 조건을 걸고 전달한 일종의 '암호화 메시지'라고 생각해 주십시오. 상대가 제공하는 키가 없으면 열어볼 수 없는 것과 비슷한 겁니다. 여기서는 상대방의 승낙이죠.

"그렇게 말하니 나도 괜히 너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는데."

정운원은 프리덤이 알려주는 대로, 회사에서 다소 떨어진 한적한 카페로 향했다.

이곳이라면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이 없을 터였다.

-현금으로 계산해 주십시오.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게 좋습니다.

"위험한 건 아니지?"

-위험하진 않지만, 보안을 위해서입니다.

조성만 검사는 미리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온화한 모범생 이미지를 하고 있었다.

"조성만입니다. 수영조명 대표이사님 되시죠? 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정운원입니다. 처음 뵙습니다."

"용건부터 설명드리겠습니다."

대관절 무슨 이야기이기에.

정운원은 궁금증을 억누른 채 귀를 기울였다.

"이번 홍수 때문에 수영 발전소에서도 제법 피해를 입었다죠?"

"네, 그렇습니다. 50km 넘게 송전구간이 망가지는 바람에 서울 쪽에 전기를 공급할 수 없게 됐어요."

"붕괴 구간에서 한전 직원 두 명이 죽었습니다. 홍수 중에 작업을 하다가 감전돼서 죽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저런…… 애도를 표합니다."

"글쎄요. 애도를 표하기에는 아직 일러서요."

"……예?"

정운원은 순간 얼이 빠질 뻔했다.

사람이 죽었다는데 저 말투는 무엇인가?

"사실 그렇게 홍수 상황에서 송전탑 작업을 한다는 건 말이 안 되는 겁니다. 죽으라고 떠민 거나 다름이 없지요."

"그건 그렇지요."

"그래서 한전 작업 내역을 살폈는 데, 그 시각 그 지역에서 당연히 작업 기록이 없었습니다."

"……."

"그래서 처음에는 한전 관리부서에서 감사장에서 책잡힐 것을 우려해서 기록 없이 작업을 보낸 건가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식으로 업무일지 허위로 작성하는 회사들이 제법 많죠."

"그래서 조사를 했는데, 죽은 직원들은 그 지역 한전지사 소속도 아니었습니다. 부산에 사는 직원들이 강원도 송전 작업을 하러 올라왔다가 사고로 죽은 겁니다."

"……."

"부산지사 쪽을 살펴보니, 두 직원의 출장 내역이 은폐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뒤늦게 회사에서 손을 쓴 거 같은데, 누구 지시인지는 아직 모릅니다."

"조성만 검사님?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만……."

조성만은 굳은 눈빛으로 지그시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그래도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은 받으시죠?"

"……예."

"수영 발전소-서울 송전라인이 입은 피해가 상당히 큽니다. 구간만 따지면, 전국적인 송전 붕괴 피해의 90%가 넘습니다."

"……확실히 이상하네요. 저희는 거기까지는 이상하다고 신경을 못썼습니다."

"홍수로 무너진 송전탑만 5개에다가, 침수로 고장 난 중계기들이 수도 없습니다. 그리고 무너진 송전탑한 곳은 500미터 떨어진 장소에서 무한궤도 자국이 발견되었습니다."

"탱크가 송전탑을 밀기라도 했단 말입니까?"

"탱크보다는 굴착기가 어떻습니까?"

정운원은 참지 못하고 질문을 던졌다.

"누가 비 오는 틈을 타서 우리 발전소 송전라인을 의도적으로 훼손했단 말입니까?"

"하나 더 알려드릴까요? 저는 지금 쓸데없는 조사에서 손 떼고 당장 서울로 복귀하라는 명령을 받고 올라가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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