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924화
222장 청담에 맞선 결과 (1)
올해도 변치 않는 물난리.
농식품부는 농가 피해 크기를 집계하고, 대책을 세우느라고 밤낮으로 불이 꺼지지 않았다.
"국장님, 일반 농가고 축산 농가고 간에 피해가 너무 큽니다. 농사는 모조리 망쳤고, 소와 돼지, 닭들이 떼죽음을 당했습니다."
"수영농장, 수영목장은 피해를 전혀 입지 않았습니다."
"담배농사를 하다가 수영농장의 지원으로 작물을 전환한 농가도 피해가 없었습니다. 채소류 작물들이라서 물난리 직전에 전부 렌탈 로봇들이 수확을 한 덕분입니다."
"물이 빠진 뒤에 수영농장에서 트랙터와 농장비를 보내줘서 하루만에 금방 복구하고, 다시 로봇들이 채소를 심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벼농가와 축산 농가의 피해가 매우 극심하다는 것으로 집계 되었다.
그러나 추가 정보가 들어올수록 상황이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폐사된 소가 겨우 30만 마리도 안 된다고? 뭐야, 축산 농가 대부분이 가진 소를 잃었다고 하지 않았나?"
"그게, 사실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답니다."
"대체 무슨 말이야, 그게?"
"많은 축산 농가들이 보유한 가축대부분을 잃은 건 사실입니다. 그런데 물난리 직전에 이미 대부분의 가축을 팔아치웠다고 합니다."
"뭐야? 설마 또 수영농장이?"
"네. 비 오는 게 심상치 않자 수영농장에서 '제값 주고', 가축을 거의 몽땅 사들여서 근처에 있는 자기네 축사장으로 옮겼다고 합니다."
"……."
"수영목장은 크고 작은 축사장이 전국 곳곳에 흩어져 있어서 쉽게 옮길 수 있었다고 합니다."
"물난리 직전이면 하루 이틀 안에 옮겨야 했을 텐데, 대체 어떻게 그게 가능했지?"
"수영농장에서 굴리는 볼보 트럭만 1,000대에, 람보르기니 트랙터가 5,000대입니다."
식량정책국 복상익 국장은 붕어처럼 입만 뻐끔거렸다.
하수영이 람보르기니 트랙터 5,000대를 수입할 거라는 말은 전에 들어 본 거 같다.
근데 벌써 국내에 다 들여왔다고?
람보르기니 트랙터 수백 대 반입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게 얼마 되지 않은 거 같은데?
"8기통 람보르기니 트랙터면 소를 가득 실은 트레일러를 끌고 움직일 수 있죠. 볼보 트럭은 소를 잔뜩 태운 트레일러 6개를 동시에 끌고 운송할 수 있습니다."
"아니…… 그만한 운전수가 있기는 한 건가?"
"수영농장이 유지하는 고용기사 숫자만 근 2만 명입니다. 트랙터와 볼보 트럭을 굴리기 위해서죠."
"그, 트랙터는 프리덤과 연동해서 자율주행으로 굴린다고 들은 거 같은데……."
"무인농장과 일부 필요할 지역에서만 가끔 그렇게 굴리고, 대부분은 고용기사를 씁니다. 운송업 생태계 보존을 위해서라고 했습니다."
"……."
짧은 시간 안에 어떻게 가축을 사들이고, 또 안전한 축사장으로 바로 바로 옮겼는지 이해가 갔다.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프리덤의 대활약은, 중앙부처 공무원이라면 모를 수가 없으니.
-주인님, 앞으로 8시간 후면 축사장 일대가 완전히 물에 잠기게 됩니다. 소들을 안전한 곳으로 피신시키십시오.
'하이고! 저 많은 소들을 어디로 다 피신시켜! 그럴 정신이 어딨나! 지금 우리 집도 물에 잠길 판인디!'
-수영목장에 파시거나, 보호 서비스를 신청하십시오. 각기 서로 다른 장점이 있습니다.
'뭐가 좋고, 뭐가 나쁜디?'
-파신다면 지금 즉시 입금을 해드리고, 소들을 데리러 옵니다. 회수전에 소들이 홍수 피해를 입어도 환불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나쁜 게 없는 거 같은데. 보호 써비스는?'
-6마리당 비용이 30만 원입니다. 운송비 때문입니다. 데리러 오기 전에 홍수 피해를 입어도 당연히 책임지지 않습니다.
'아, 지금 당장 떠내려가게 생겼는데 그럼 팔아치워야지! 팔아! 얼른 팔아!'
-알겠습니다. 가격은 에누리 없이 저번 도매판매 정가로 매깁니다.
'아이구야. 당장 떠내려가게 생겼는데 정가로 사주면 나야 고맙지.'
대홍수에 가축을 잃을까 봐 몽땅 팔아치운 사람도 있고, 일부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남겨둔 이도 있고, 보호 서비스를 신청한 사람도 있었다.
그리고 대홍수에 잃은 가축의 90%는 축사에 남겨둔 가축들이고, 10%는 보호 서비스를 신청했으나 회수 직전에 떠내려간 가축들이었다.
그래도 보호 서비스를 신청한 농가는 상당수의 가축을 지켜낼 수 있었다.
하지만 둘 중 아무것도 택하지 않은 농가는 땅을 치고 후회하는 중이었다.
"……."
복상익 국장은 자세한 상황을 파악하고 나니 이루 말할 수 없는 혼란을 느꼈다.
축산농가가 가축 대부분을 잃어버렸다.
하지만 국가 전체적으로 보면, 가축들 숫자가 크게 줄어든 것은 아니다.
혼란이 걷히고 나서 드러난 진짜 실체는 바로 이것이었다.
"천석꾼은 풍년에 나지만, 만석꾼은 큰 가뭄이 들었을 때 난다고 하더니."
"수영농장을 만석꾼이라고 하기는 좀…… 억석꾼이나 조석꾼으로 해야 하지 않을까요?"
"저는 조석꾼을 뽑겠습니다."
"농부니까 뽑는 게 아니라 심는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요? 저는 조석꾼에 심겠습니다. 결코 제가 탈모라서 뽑는다는 말을 터부시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경석꾼에 심고 싶은데……. 저도 탈모 아닙니다. 이마가 조금 전진했을 뿐……."
재난 상황이니만큼 농식품부도 '프리덤 내셔널' 버전을 이용할 수 있었다.
물론 리소스 관리 문제 때문에 재난관리본부의 양해를 먼저 구해야 했다.
재난관리본부의 허가를 구한 후, 농식품부는 프리덤을 통한 정밀집계에 들어갔다.
"프리덤. 전국 가축의 정확한 피해와 이동, 보유 상황을 요약해다오."
-전체 가축 재산 피해손실은 12.3%입니다. 이번 홍수에서 12.3%의 가축이 폐사하거나 재산 가치를 잃었다는 뜻입니다.
-가축 피해손실액의 75.3%가 소, 19.8%가 돼지, 나머지 4.9%는 염소, 가금류 등입니다.
-덩치가 작고 연약한 가축일수록 물난리 피해를 두려워해서 소유주가 팔아치우는 경향이 높았습니다.
"그럼 수영목장은 지금 소가 몇 마리라는 거지?"
재난 상황에는 어울리지 않지만, 농식품부라면 충분히 의문을 가질만한 사안이었다.
-수영목장이 보유한 소는 암수 구별 없이 3,501,814두입니다. 그 밖에도 돼지와 가금류는 각각…….
"……."
복상익 국장은 한눈에 보기 쉽게 정리된 원형 그래프를 보고 주먹을 꽉 쥐었다.
수영목장은 국내 소, 돼지, 가금류의 90% 이상을 독차지하고야 말았떨떠름하게 경직돼 있던 식량정책국 직원들이 억지웃음을 지으며 한 마디씩 했다.
"그, 그래도 축산농가 피해가 생각보다 적어서 다행입니다."
"그럼 우리는 벼 농가 피해구제에 우선적으로 집중하면 되겠군요."
-수영농장에서 온 연락입니다. 전국의 모든 피해 벼 농가들이 '올해 예상했을 수확량'에 달하는 벼알을 각 농가에 제공하겠다고 합니다.
-피해 농장주에게 10a당 483㎏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이를 농식품부가 수매하는 방식으로 피해 보전을 하자고 합니다.
-편한 계산을 위해 농식품부가 농가에 수매금을 주고, 벼알은 수영농장이 농식품부에 직접 공급하는 식이면 좋겠다고 합니다.
"그럼 농가나 정부는 손해 볼 게 없지만, 수영농장이 손해가 아닌가?"
-농가 생태계를 지키는 게 중요하다는 수영농장 중앙컴퓨터의 판단이 있었습니다. 널리 인간을 살찌우고자 하는 농장 AI의 판단을 긍정적으로 여겨 주십시오.
"이미 확실히 결정이 난 건가?"
-그렇습니다. 9월에 맞춰서 갓 수확한 벼알을 공급할 수 있습니다.
그 작은 실내농장에서 어떻게 그 많은 작물들을 수확할 수 있을까.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 마치 도라O몽의 주머니 같은 존재다.
하지만 농식품부에서는 낱낱이 파고들고자 하는 간 큰 이는 없었다.
로봇들이 농장을 어떻게 가꾸는지, 이미 육안으로 몇 번이나 확인했는데.
'황금알을 낳는 거위 배를 MRI로 찍었으면 충분하지, 배까지 갈라서 확인하는 것은 미친 짓이지.'
벼 농가 구제대책이 손쉽게 해결되자 식량정책국 분위기도 다소 밝아졌다.
그들의 관심은 이제 축산농가로 향했다.
"벼 농가는 100% 수입 보전이 됐으니, 복구 지원만 조금 해주면 되겠습니다. 문제는 앞으로 운영 동력을 잃어버린 축산 농가로군요."
"가축이라는 게 벼처럼 씨 뿌린다고 바로바로 숫자가 채워지는 게 아니니까요."
프리덤(내셔널)이 다시 끼어들었다.
-수영목장에서 축산업 재기를 돕거나, 원한다면 고용 형태로 흡수를 할 계획입니다. 송아지나 새끼 돼지를 무이자 할부로 충분하게 공급하고, 성체가 될 때까지 사료 무상 지원도 고려 중입니다.
"오오, 역시 수영목장."
"역시 우리나라 농가는 농민 회장님께서 살뜰하게 챙겨주시는군요."
-그러니 농식품부에서는 농협은행전산개혁이나 좀 신경 써달라는 게, 하수영 농민 회장님의 깊은 당부입니다.
"……."
"……."
-개인 단말기에서 프리덤이 피싱을 커트해도, 은행 서버 안에서 이체오류가 일어나는 것까지는 어쩔 수가 없습니다. 제발 전산 시스템좀 갈아치우라고 합니다.
***
어촌은 피해가 거의 없었다.
비가 엄청나게 쏟아지긴 했지만, 바람은 크게 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파도가 크게 치지 않으니 부둣가에 묶어놓은 배들은 얌전했고, 며칠 동안 고기잡이를 나가지만 않으면 되었다.
다만 송전탑 피해로 인해 전력이 끊어져서 블랙아웃 고생을 좀 해야 했다.
"대체 전기는 언제 복구되는 거여?"
"이제 경유발전기도 다 되어 가는디……. 경유도 다 떨어져 가고……."
"송전선 끊어진 건 대체 언제 복구하는 거여? 예전에는 하루 이틀이면 뚝딱 복구하더만, 기약이 없어. 기약이……."
"참아 보세나. 이게 우리 마을만 피해 본 게 아니라 전국구 피해라서 변두리다 보니 늦어지는 걸 테지……."
다행스럽게도 오후에는 '어민 회장님'이 보내주신 디젤발전차량이 도착했다.
발전차량은 마을 전력 중앙공급망에 접한 후, 곧바로 발전을 시작했다.
"자, 일단 이걸로 전력망 복구될 때까지는 마을이 버틸 수 있을 겁니다."
"아유, 고마워요. 역시 우리 어촌챙겨주시는 건 어민 회장님밖에 없다니까."
"비도 그쳤고 하니, 이제 안심하고 다시 고기잡이 나가면 되것어."
그렇게 활기를 다시 되찾은 어촌마을로, 웬 도시에서 온 사복 차림의 남자들이 들어섰다.
"어르신, 제가 말씀 좀 묻겠습니다."
"어디서 왔는가? 보아하니 이 근처는 아닌 거 같고."
"서울에서 왔습니다. 몇 가지 질문을 좀 드릴 게 있어서요."
"보아하니 나랏밥 먹는 양반인 거 같은데, 뭐하시는 분인가?"
"검찰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검찰? 혹시 우리 마을에 뭔 범죄자라도 있을까 싶어서 온 건가? 이 사람아! 우리 마을에는 그런 범죄자가 없네! 다들 법 없이도 살 만한 착한 사람들이야!"
"아, 어르신. 그런 게 아니라 그냥이 주변에 관해서 몇 가지 여쭤볼게 있어서 그렇습니다."
"바닷물 먹는 처지에 판검사와 엮여서 좋은 꼴을 내 본 적이 없어!! 난 아무 말도 할 수 없네! 돌아가시게!"
그러자 상대는 어쩔 수 없이 폰으로 사진 여러 장을 보여 주었다.
모두 하수영과 함께 좋은 분위기에서 찍은 사진들이었다.
"으응? 이거는 어민 회장님 아닌가? 그럼 자네?"
"네, 부끄럽게도 하수영 의원님의 격려를 몇 번 받은 적 있습니다. 그래서……."
"이 사람이! 그런 이야기는 가장 먼저 꺼내야지! 어서 이리 오시게!"
조성만 검사는 갑작스럽게 극진한 환대를 받으며 마을로 끌려들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