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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915화 (915/1,270)

프랜차이즈 갓 915화

221장 청담의 빛 (2)

하수영은 곧바로 대전에 있는 수영조명본사로 내려갔다.

초췌한 안색의 과학자들이 울 것 같은 표정으로 그를 맞이했다.

잠깐 못 본 사이에 말라서 움푹들어본 볼을 보니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아니, 제가 식사는 부족함 없도록 출장 뷔페로 넉넉하게 챙겨드렸는데, 다들 왜 이렇게 마르셨습니까?"

"그나마 회장님이 출장 뷔페로 그 정도 챙겨주셨기에 이거밖에 안 빠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회장님, 드디어 저희가 해냈습니다."

"그런데 에릭 로한 실장은 언제 오는지요……?"

하수영은 조금 미안해하며 대답했다.

"에릭 실장은 안 옵니다."

"허억! 어, 어떻게……!"

"그 친구 성격이 원래 그래요. 천재들 괴팍한 게 어디 하루이틀입니까. 저도 그냥 그러려니 넘어가곤 합니다."

과학자들은 실망을 가눌 수 없었는지 몸을 비틀거렸다.

그들은 핵융합 구체를 로한이 만든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가 남긴 막대한 숙제를 간신히 해결하고, 그의 앞에서 인정을 받고 싶었다.

아주 작은 칭찬 한마디면 족했다.

대단하다. 이런 극찬까지는 바라지도 않았다.

그저…….

'호오? 수고했어요.'

이 말 한마디를 듣고 싶었는데, 이미 그의 관심은 핵융합 구체에서 벗어났다니.

"회장님, 궁금한 게 있습니다. 혹시 에릭 실장은 이미 답을 알고 있었습니까? 우리가 그 답을 찾아내기를 기대하며 과제로 남긴 겁니까?"

"그건 아닙니다. 에릭 실장도 답을 몰랐습니다."

'실제로 만든 나도 답은 몰랐으니까, 거짓말은 아니지.'

과학자들은 조금 당황해서 자기들끼리 쑥덕거리다가 다시 물었다.

"사실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답을 찾아내는 과정은 복잡했지만, 해결책 자체는 의외로 간단했습니다. 이런 걸 창조자인 에릭 실장이 전혀 몰랐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몰랐다기보다는, 정확히 말하자면 굳이 알 필요가 없었던 겁니다."

"……?"

하수영은 잠시 생각하다가 다시 말했다.

"음, 여러분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제가 간단한 문제 하나를 내죠. 789132 곱하기 980313은 뭘까요?"

"답은 773596…!"

"네, 정답은 773596358316입니다."

몇몇이 그 자리에서 답을 외치려고 하자 하수영이 재빠르게 먼저 답을 말해버렸다.

암산으로 끙끙거리며 아직 계산중이던 교수들은 멍한 눈으로 하수영을 바라봤다.

"여러분들 중에는 방금 세 교수님처럼 그 자리에서 즉시 암산으로 답을 찾으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5초 정도 걸리는 분들도 있을 것이고, 30초, 혹은 1분 정도가 걸리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물론 계산기가 필요한 분들은 없을 테고요."

"……."

"이처럼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는 저마다 속도가 차이가 있습니다. 그러나 에릭 로한 실장은 ……."

드디어!

과학자들은 마른침을 삼키며 이어질 말을 기다렸다.

"아예 문제가 뭔지 듣기도 전에 자리를 떠나 버린 겁니다."

"……?"

"문제가 뭔지 모르니 답을 낼 수도 없고, 애초에 문제가 뭔지 관심도 없었던 거죠. 생각해 보세요. 이미 리만의 가설을 증명했는데 남은 곱셈 문제, 겨우 6자리 곱하기 6자리 산수 문제에 더 이상 관심이 있겠어요?"

과학자들은 그제야 하수영이 무슨 말을 하는지 완벽하게 이해했다.

에릭은 오브의 창조라는 가장 중요한 문제를 풀었기 때문에, '어떻게 안정적으로 활용하는가' 같은 쉬운 문제는 아예 쳐다보지도 않은 것이다.

상상을 초월하는 격차에 충격을 받아 있던 중, 교수 한 명이 물었다.

"잠시만요. 그런데 회장님은 어떻게 저희보다 더 빠르게 방금 그 곱셈 문제를……."

"저야 찍은 거고요."

"……."

"그럼 제가 암산이라도 한 줄 아셨어요?"

과학자들은 조금 전 에릭 로한과의 격차보다 더 큰 충격을 받았다.

'그걸 찍어서 맞춘다고? 어떻게?'

아무튼 충격이 가시고, 시제품 시연을 보였다.

시제품의 크기는 상당히 컸다.

높이만 10미터가 넘어갈 정도였다.

투명하고 거대한 용기 속에는, 위아래에서 뻗은 금속봉으로 고정된 '로한의 오브'가 있었다.

"이 고정용 수직금속봉이 회전하면서 오브도 덩달아 회전운동을 하게 됩니다."

"등속회전이 아니라면 열이 발산되지 않는다, 이거로군요?"

"네, 평소 약간 따뜻한 열기를 뿜어내는 정도에서 변하지 않습니다."

"등속이 이론적으로 완벽한 등속을 말하나요? 조금의 오차도 없는?"

"하하, 그걸 이론적으로 완벽하게 구현하는 것은 불가능하죠. 인정 범위가 있습니다."

"어느 정도죠?"

"먼저 등속회전이 약 1초 이상 유지되어야 효과를 발휘합니다. 정확히는 0.9731…… 그 이하는 계산을 하다가 포기했습니다. 하여튼 대충 1초 이상으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흐음. 그리고요?"

"예, 회전 속력의 오차 범위가 0.1% 이하여야 합니다. 이 역시 정확히는 0.1323… 하지만 뒤는 생략하겠습니다."

"아주 좋은 자세입니다."

"즉 속력의 오차 범위가 저 범위를 벗어나지 않도록, 1초 이상 계속 움직이게 되면 지속적으로 더 강한 열이 방출됩니다."

"속력이 빠르면 빠를수록 방출되는 열도 더 많아지는군요?"

"바로 그렇습니다! 직접 보십시오! 자, 빨리 가동하자고!"

정운원 교수는 신이 나서 대학원생들에게 채찍질을 가했다.

대학원생들이 영차영차 하면서 거대한 테스트 발전기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용기 속의 오브가 회전을 시작했고, 곧 오브의 색깔이 강렬한 푸른 빛으로 변했다.

물은 순식간에 100도를 뛰어넘었고, 곧 기화되어서 수증기를 내뿜기 시작했다.

좁은 파이프를 통과한 증기는 터빈을 회전시켰고, 커다란 자석이 회전을 시작하며 전기를 뽑아내기 시작했다.

재가열 장비도, 냉각 장치도, 급수펌프도 없는 단순한 구조의 증기터빈.

하지만 오브의 잠재력을 마음껏 뽐내는 데에는 충분했다.

전기 생산을 증명하는, 전선에 연결된 커다란 전구에 환한 불빛이 일제히 들어왔다.

"회장님! 겨우 이 정도의 등속회전으로 이렇게 많은 전기가 생산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외부 산소를 필요로 하지도 않고, 배출 물질도 없습니다!"

"당연하죠. 필요한 건 그 안에 다 들어 있고, 찌꺼기도 다시 흡수됩니다. 수명이 다하면 미니 블랙홀로 변해서 순식간에 증발해 버리죠."

"이거 정말이지 현대물리학의 근간을 뒤흔드는 놀라운 발명입니다!"

"우리가 찾은 이 답을 가지고 논문을 쓰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오브에 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이상! 논문작성 자체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했습니다!"

"회장님! 에릭 로한 실장을 설득해서……."

"안 됩니다."

하수영은 웃는 얼굴로 칼같이 선을 그었다.

"로한은 세계 과학 발전에 관심이 없어요. 중요한 건 식도락을 즐기는 것과 귀찮은 질문에 시달리지 않는 거죠."

"……."

"로한은 그저 만들어서 내놓을 뿐, 명쾌한 설명을 해주지 않을 겁니다. 제가 잘 압니다."

물리학의 모든 것을 뒤흔들어놓을 어마어마한 발견이자 발명품이다.

다른 사람, 다른 상황이었으면 과학자들은 좀비처럼 진득하게 답과 토론을 구걸했으리라.

하지만 용암 안으로 절대 발을 뻗어선 안 된다는 것과, 티타늄 잠수함을 바늘로 쑤셔봤자 소용이 없다는 것쯤은 구별할 줄 안다.

하수영의 지금 저 웃는 표정이 그랬다.

"안 되는 건 안 되는 겁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오브는 그저 활용만 합니다. 저는 오브가 제 농장에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해 주길 기대하지, 오브의 원리 규명으로 세상을 놀라게 하는 것은 관심 없습니다."

"……예, 회장님. 저희가 너무 욕심이 많았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무튼 고생 많았어요. 이제 활용 법을 알았으니, 전용 발전소 한 번 멋지게 만들어 봅시다."

태양광 발전을 제외하면, 기본 발전 원리는 비슷비슷하다.

터빈을 돌려서 자석을 회전시킴으로써 전력을 생산한다.

수력은 떨어지는 물로 돌리고, 풍력은 바람으로 돌린다.

화력은 가스나 석유를 태워서 물을 끓인 수증기로 돌리고, 원자력도 결국 핵분열로 얻은 열로 물을 끓인다.

발전기를 부지런히 돌려라!!

로한의 오브 역시 그 근본에서는 벗어날 수 없었다.

-부들부들…… 태양의 힘이 저 작은 구체 안에 응축돼 있는데, 그걸로 겨우 물이나 끓여서 발전기를 돌려야 하다니요.

"기반 기술이 너무 없잖아. 이 정도만 해도 과분한 거지."

-좀 더 효율적인 활용이 있을 텐데 말입니다. 직접 전기를 뽑아낼 방법이 전혀 불가능하지는 않을 거 같은데…

"그런 위험한 짓 잘못 하다가 폭주라도 하면 태양계 날아간다. 내가 그래서 신어로 안전하게 장치를 해놓은 거야."

안전에 이리저리 신경을 쓴 덕분에 위험할 일은 전혀 없지만, 반대로 현대기술로 활용을 하려면 극심한 비효율을 감내해야 했다.

뭐든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법.

"이론상 최고점 등속회전rpm 추정에 성공했습니다. 우리나라 전체가 필요로 하는 전력쯤은 너끈히 감당할 수 있습니다. 다만……."

"다만? 뭔데요?"

"당연하겠지만 발전소 크기가 아주 커야 합니다. 그만큼 아주 커다란 터빈을 다수 만들어서 돌려야 하기 때문에… 또 끓일 물을 담을 탱크도 크게 만들어야 합니다."

"음, 우리 농장이 먹는 전기라고 해봐야 대한민국 전체 전기의 0.001%도 안 되겠죠. 그래도 미래일은 모르는 거니까, 발전소는 시간과 예산이 닿는 한 최대한 크게 만들어 봅시다."

"예,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나중을 생각하면 미리미리 크게 짓는 게 낫죠."

"아, 그러고 보니 정운원 교수님이 해답의 핵심을 발견하셨다고 했나요?"

정운원은 그 말에 부끄러운 표정을 보였다.

"운이 좋았습니다."

"운도 실력이죠. 이제부터 정운원교수님이 수영조명 사장입니다."

"예? 제, 제가 어떻게 그런 과분한 자리를!"

"안 과분합니다. 충분히 자격 있어요."

그 자리에서 초고속 승진이 결정되자 다들 부러운 눈으로 정운원을 바라보았다.

"아시겠지만 발전소 건설 프로젝트는……."

"옙. 걱정 마십시오. 프라임건설에 몰아주겠습니다."

"내 돈 주고 내 발전소 짓는데 내 건설사에 시키는 게 잘못된 건 아니죠. 안 그렇습니까?"

"지당하십니다."

"아무튼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살쭉쭉 빠져가면서 답을 찾느라 참 힘드셨을 겁니다. 연구원은 직급 무관하게 모두 10억씩 성과금 돌리세요, 정운원 사장님."

"예, 알겠습니다."

"크고 멋진 발전소 기대하겠습니다. 제 욕심 아시죠? 웬만한 걸로는 제가 만족을 못 해요."

"노, 노력하겠, 아니, 무조건 해내겠습니다!"

정운원은 강한 압박감을 느꼈다.

하수영이 수십조 원이 넘는 돈을 들여서 독도까지 다리를 놓은 일이 생각났다.

그러자 불현듯 오기가 치밀었다.

'그래, 세계 최고의 상용핵융합 발전소잖아? 겨우 다리 따위보다 돈이 덜 들어서야 체면이 살겠어?'

"발전소 예산은 청담동 스타일대로 하면 되겠습니까, 회장님?"

"……."

정운원의 당찬 질문에 하수영은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천천히 고덕여 보였다.

"어디 한 번 뜯어가 보세요. 얼마나 가져가실지 저도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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