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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914화 (914/1,270)

프랜차이즈 갓 914화

221장 청담의 빛 (1)

수영한우 3호점도 곧바로 런칭에 들어갔다.

3호점주는 바로 정서희였다.

그녀는 순번이 장효주보다 밀린 것이 내심 서운했지만, 드러내지는 않았다.

정서희는 3호점을 1호점 못지않은 큰 규모로 차렸다.

인테리어가 한창인 가게를 찾은 하수영이 이렇게 말했다.

"테이블이 너무 많은데요.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당분간 2호점 수준으로밖에는 고기를 납품할 수가 없다고요."

"어쩔 수 없죠. 그렇다고 제 빌딩 1층 비어 있는데 그거 놔두고 다른 곳에 차리기는 좀 그랬어요. 빌딩주 마음 바꾸면 나가야 하잖아요."

"음식점은 내 빌딩에 차려야 한다. 맞는 말이긴 합니다."

"당분간은 2호점 수준으로 고기 양맞춰 주셔도 돼요. 하루에 10팀 정도만 받으면 되겠죠. 테이블 풀가동은 목장 풀가동하면 그때 하면 되고요."

"꽤 걸릴 텐데요. 100만 두를 다 갖춘다고 해서 바로 풀가동이 되는 게 아닙니다. 도축하지 않는, 송아지를 낳는 암소의 머릿수가 100만 두가 되어야 한다는 의미예요."

암소 100만 마리는 절대 도축하지 않고 상시 유지하고, 새로 태어나는 송아지들만 성장을 기다려서 도축한다는 밑그림이다.

당연히 아직 한참 멀었다.

"뭐, 그동안은 그럼 가족하고 지인들만 모이는 파티 장소로 쓰면 되겠네요. 2호점처럼 말이죠."

"이해해 주세요. 지금은 1호점, 수영마트, 펜션에 들어가는 고기만으로도 벅차서요."

"네, 괜찮아요."

정서희는 한창 인테리어 중인 매을 쓱쓱 둘러보고는 물었다.

"요즘 국회고 법원이고 검찰이고 간에 다들 엉덩이 들썩거리는 거 알고 있어요?"

"네. 이보다 합법적이고 지속적인 뇌물은 없으니까요."

수영한우 1호점이 무시무시한 기세로 돈을 버는 것은 이미 다들 봤다.

가맹점주가 되기만 하면 일 년에 이익 백억 이상이 우스울 정도.

심지어 가게를 차려주는 것은 어떤 청탁금지법에도 걸리지 않는, 지극히 합법적인 비즈니스다.

프랜차이즈 오너가 자기 마음대로 가맹점주를 선정하는데, 뭐 거리낄게 있겠는가?

이렇다 보니 권력자들이 침을 흘리고 있었다.

아내 등 가족의 명의를 통해 가게 운영권을 받기만 하면, 연간 100억이상이 합법적으로 굴러들어오는 셈이니까.

권력을 가진 사람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알찬 선물이 없었다.

"알고 있는 거 보니, 수영 씨한테도 직접 청탁이 오고 그러나 봐요?"

"아뇨, 전 아직 직접적으로 그런 이야기는 한 번도 못 들어봤습니다."

"그럼 간접적으로는 들어보셨어요?"

"지금 서희 씨 같은 이야기는 다들 하더군요. 그런 연락 때문에 곤란하지 않느냐고 한마디씩 물어봅니다. 특히 후원회 분들께서요."

"그분들은 관심 없으시죠?"

"알아서 돈 잘 버시는 분들입니다. 한 분 한 분이 기업가나 마찬가지죠."

"하긴, 그분들이 고깃집 가맹점을 탐낼 동기는 없겠네요."

본인이 스스로 자산을 불릴 기반을 갖춘 이들에게는 꽤 쏠쏠한 자영업' 정도일 뿐이리라.

정당하게 돈 버는 방법을 모르는 권력층이야 환장을 하겠지만.

"근데 진짜 앞으로 다른 소고깃집들은 다 어떻게 되는 걸까요?"

"제 프랜차이즈가 아니라고 해서 말려 죽일 생각은 없습니다. 제가 CD1 말고 다른 편의점이나 마트를 어떻게 대하는지 보셨죠?"

"아, 알죠."

"사장님들이 원한다면 얼마든지 제 고기를 납품해 줄 겁니다. 물론 목장 풀가동 이후지만요."

어차피 그 전에는 납품을 하고 싶어도 물량 자체가 없으니.

원래부터 작은 슈퍼마켓 등을 운영하던 자영업자들은 CD1이 유일무이한 편의점 브랜드가 되었음에도, 전혀 피해를 입지 않았다.

하수영은 그들의 상권을 존중해서 일정 거리 안에 편의점을 새로 차리지 않았다.

또한 가맹점과 같은 조건으로 자영업 마트에도 모든 상품을 공급해 주었다.

덕분에 자영업 마트들은 오히려 이전보다 더 매출이 늘었다며, CD1에 매우 호의적이었다.

"축산농가는 고깃집 사장이든 마찬가집니다. 소속이나 공급 형태가 바뀔 뿐, 시장에서 퇴출되는 게 아니죠. 제가 그렇게 안 둡니다."

"수영 씨가 만약 독한 기업가였으면 정말 국내 시장이 난리가 났겠어요."

"돈도 생태계가 유지되어야 벌 수 있습니다. 지금 재벌 기업들 방식은… 생태계를 조금씩 목 조르는 식이죠. 그리고 저는."

하수영은 어깨를 으쓱한 뒤 말했다.

"돈에 별로 흥미 없습니다."

"원래 돈에 관심 없다는 사람을 조심하랬는데. 그 사람은 돈에 진짜 미친 거라고요."

정서희는 키득거리며 덧붙였다.

"근데 수영 씨는 보면 볼수록 진짜 돈에 초탈한 사람 같아서 이상하다니까요. 어떻게 사람이 그럴 수가 있어요?"

"돈은 언제 어느 때든 목적이 될 수 없죠. 그저 아주 유용한 수단일 뿐이죠. 그걸 알고 있을 뿐입니다."

"그럼 그 목적이라는 게 뭐예요? 수영 씨가 가진 가장 큰 목적."

"농사로 마음을 힐링하고, 겸사겸사 세계도 제패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그냥 '세계 제패'가 아니라 '농사로 세계 제패'라는 거 죠? 그것도 겸사겸사?"

"네, 맞습니다."

"농사 아닌 다른 수단으로 세계를 제패하는 것은……."

"흥미 없습니다."

왜냐면 이미 질리도록 실컷 해봤기 때문이다.

무력, 금력, 선동, 의술 등등 종류를 가리지 않고,

***

하수영은 수영한우 관련으로 첫 청탁 전화를 받았다.

원수 진급식 때 국회에서 인사를 나눈 3선 국회의원이었다.

그는 미안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아마 여기저기서 가맹점 부탁을 받아서 귀찮을 거라고 생각해요. 나도 미안하지만, 그래도 가맹점 내달라는 부탁은 아니니 양해를 바랍니다.

"편히 말씀하세요. 귀 활짝 열어드리는 거야 뭐가 대수겠어요?"

-혹시 국회 구내식당에 수영한우를 납품할 생각은 없습니까?

"……."

-아니면 여의도 국회의사당 가까운 곳에 직영점이라도 내줄 순 없나요? 허허, 이거 참…… 나도 민망하네요.

"민망해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정말로 건전한 부탁이신데요."

농담이 아니라 진심이었다.

그저 고기를 자주 맛보고 싶은 마음에서 한 부탁이었으니.

"여의도는 파인 다이닝에 대한 수요도 충분하니, 저도 진지하게 2호 점 다음으로 여의도 지점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렇지요. 여의도에 가맹점을 내도 아주 잘 나갈 겁니다.

"다만 지금 수량이 딸리는 관계로, 여의도에 새 매장을 차리는 것은 당분간 어렵겠습니다. 좀 많이 기다려야 할 겁니다."

-그럼 국회의사당 구내식당에 소량 납품만이라도 어떻게…….

"그건 절대로 불가능합니다."

-예?

상대는 적지 않게 당황했다.

보통 '절대 불가'라는 말은 정치인이 웬만해서는 쓰지 않는 표현 아닌가.

"수영한우는 시중에 공급하려면 다른 소고기보다 높은 가격으로 팔아야 합니다."

-아, 기억납니다. 이런…….

"지금 제가 책정한 내부용 가격으로는 시중에 공급할 수 없죠. 그렇다고 해서 공급처에 따라 똑같은 고기의 가격을 달리할 수도 없습니다."

-농식품부가 결국 발목을 잡고 있군요.

"괜찮습니다. 원래 행정기관은 규제의, 규제를 위한, 규제에 의한 곳 아닙니까? 이 정도 규제야 뭐 공기 중의 질소 같은 거죠."

-의원님이 그렇게 말을 하니 내가다 부끄러울 정도입니다. 알겠습니다. 아쉽지만 여의도 지점이 생길 때까지 기다리거나, 소고기 공급 정책에 손을 대거나 해야겠군요.

"가격 제한이 없어지면 국회의사당구내식당에 소량으로 납품하는 것 정도는 가능할 겁니다. 많이는 못풀겠지만요."

-진지하게 고려하겠습니다.

전화를 끊기 전 상대가 작게 투덜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니, 한우농가 망한다고 소고기를 더 비싸게 팔라고 강제하는 게 어딨어. 여기가 무슨 사회주의 국가인가. 나 참…….'

하수영은 통화를 완전히 끊고 중얼거렸다.

"국감 때 좀 까이겠구나. 안됐네."

-수영한우의 파급력이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너무 위력적입니다. 가임 암소 100만 두를 갖추기만 하면, 이제 한국 소고깃집 시장을 완전히 장악하고 그 다음으로 미국 시장을……!

"소고깃집 시장만 시장이냐? 좀 더 생각의 폭을 넓혀봐라."

-마스터? 당연히 국내의 모든 식당에 납품되는 소고기를 제가 차지할 겁니다.

"그러니까 식당 말고."

-마스터?

"패스트푸드는 소고기 안 필요하냐?"

-마스터!

똑같은 '마스터' 세 번이지만, 저마다 억양은 조금씩 달랐다.

이제 프리덤은 그 정도 미묘한 차이쯤은 능숙하게 구현할 수 있었다.

"햄버거 시장, 우리가 먹는다."

-……!

"영세한 수제버거 가게들은 안 건드리겠다만, 맥날드와 버거퀸은 한국에서 철수시켜야겠어. 한 지역에 왕은 하나면 족하니까."

-마스터! 제가 생각이 너무 짧았습니다! 수영한우를 갈아서 만든 패티를 넣은 햄버거라니! 으아니! 시뮬레이션만으로도 회로가 오버히트할 거 같습니다!

"자자, 그럼 뭘 해야 하는지 알겠지?"

-네! 패스트푸드에 필요한 주방도구들을 미리미리 조금씩 주문해서 확보하겠습니다!

"경쟁자 놈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주의하고."

-알겠습니다, 마스터!

"우형식 중개사님 좀 연결해 줘."

잠시 후 우형식 중개사와 연락되자 하수영은 간결하게 상황을 설명했다.

-그럼 매장 수는 대략 몇 개로 생각하십니까?

"일단 전국의 모든 가정집을 수영버거권으로 엮을 생각입니다."

-설마 작은 섬 지역에도……?

"물론이죠."

-역시 그러실 줄 알았습니다. 이제는 놀랍지도 않아요, 허허.

"그리고 전국의 모든 라테리아 매장 바로 옆에 반드시 우리 햄버거매장이 하나씩 들어서야 합니다. 아주 라테리아 버거가 이 나라에서 팔리지 않도록 해야죠."

-적어도 2천 개 이상의 매장 자리를 확보해야겠군요. 알겠습니다.

초대형 프랜차이즈 햄버거는 이 땅에 발을 붙이지 못하게 될 것이다.

프리덤은 문득 상상을 해보았다.

-수영한우를 갈아서 만든 햄버거패티.

-수영농장에서 키운 밀을 빻은 가루로 만든 햄버거 빵.

- 내 로봇들이 키워낸 전국의 수많은 자영 농가에서 공급받은 채소로 만든 샐러드.

-그리고 엘릭서 고춧가루로 마무리를 하면?

그림이 그려진다.

맥날드, 버거퀸, 라테리아 등등 기존의 햄버거 브랜드들은 통곡을 하며 짐을 싸서 떠나겠지.

그리고 파인 다이닝 햄버거를 값싸게 먹을 수 있게 된 소비자들은 모두 환호를 할 테고, 그들의 혀는 더욱 풍요로워지리라.

-이 나라 국민들은 더 많은 칼로리를 축적하고, 더 위대해질 수 있을 것이다.

아마 피가 흐르는 육신이 있다면, 심장이 미칠 듯이 쿵쾅거렸으리라.

그때 하수영의 전화가 울렸다.

발신자는 수영조명 연구소장이었다.

"웬일로 수영조명이 전화를 다 했지? 예산은 충분할 텐데…… 아, 설마?"

통화를 연결하자마자 다급한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회장님! 회장님! 저희가 마침내 답을 찾았습니다!

"답을 찾았다고요? 그럼?"

-테스트 발전기 제작과 가동에 성공했고, 답도 규명했습니다! 이제'로한의 오브'의 출력을 자유자재로 높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야, 내가 만들었지만 나도 모르는 답을 찾아냈네. 이렇게 빨리.'

하수영이 만든 미래의 핵융합 구체.

결핍된 기반기술을 신어로 대체했기에, 하수영도 어떻게 안전하게 활용하는지는 몰랐다.

무수한 전생을 통틀어서 '이따위 저질 물건'을 만든 건 처음이었으니.

-답은 등속회전운동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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