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912화
220장 수영한우 1호점 (3)
수영한우 1호점은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개시 손님으로 유명 연예인 단체를 받은 것은 탁월한 홍보 효과를 가져왔다.
연예인들은 얻어먹은 것에 대한 보답을 하려는 듯이 SNS 등을 통해서 적극적으로 홍보를 했다.
매장 밖에서 좋아하는 스타와 눈이라도 한 번 마주쳐보려고 기다렸던 수많은 팬들도 SNS에서 유명세를 탔다.
덕분에 오픈 첫날부터 예약 문의가 밀물처럼 쏟아져 들어왔다.
수영한우 1호점은 하루아침에 전국적인 유명세를 얻게 된 것이다.
[진짜 최고의 맛. 이보다 더 맛있는 소고기는 존재할 수 없다.]
[지금까지 먹었던 소고기들은 소고기가 아니었어요. 이걸로 스테이크를 해서 먹으면 얼마나 맛이 있을까?]
[대충 구워도 일어나는 마이야르반응. 전자렌지로 한 번 실험을 해볼 생각.]
[이 맛있는 걸 청담수영마트에서만 팔았다고? 진짜 너무하다.]
2개월 치 예약이 오픈 첫날에 꽉찼다.
프리덤은 테이블당 식사시간을 4시간으로 잡아서 예약을 편성했다.
그리고 2일 차 되는 날, 양희진은 가게 오픈 전부터 줄을 서 있는 손님들을 볼 수 있었다.
오늘도 가게는 하루 종일 정신없는 시간을 보냈다.
포장매출은 어제에 비해 적었지만, 대신 홀 매출은 무려 8,000만 원이 넘었다.
빈 테이블이 나올 틈이 없었다.
손님이 일어나면 곧바로 테이블을 치우고, 새 손님이 앉고, 다시 자리가 나고…….
매장을 찾은 손님들은 하나같이 호평을 넘어서서 감동을 보였다.
"미쳤다. 미쳤어. 이렇게 맛있는데 겨우 39,000원밖에 안 한다고?"
"인당 7~9만 원씩 이상씩 하는 소고깃집은 이제 죄다 망하겠는데?"
"가장 큰 목장 가진 사람이 고깃집프랜차이즈 차리니까 가격이 정말 장난 없구나. 이게 겨우 1인분에 39,000원이라니……."
"이 정도면 미쉐린 별 3개는 받아야 하는 거 아니냐?"
"이건 뭐 고기 하나만으로도 별 3개는 그냥 나올 듯."
"비행기 타고 멀리 해외에서 일부러 찾아올 만큼 훌륭한 맛이야."
3일 차, 4일 차, 5일 차…….
어느덧 10일이 그렇게 지나갔고, 총 매출은 7억 원을 찍었다.
양희진은 진정으로 신분이 바뀌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친척, 지인으로부터 온갖 연락이 쏟아지고 있었다.
2호점 오픈을 도와달라는 것부터, 가게에서 일하게 해줄 수 없냐는 청탁까지.
심지어는 금전적 도움을 바라는 이들도 있었다.
물론 양희진은 모두 칼같이 잘라냈다.
"2호점은 내가 뭐라고 말할 수 있는 게 전혀 없고요, 아는 사람을 가게 직원으로 쓰면 좋을 게 없어서 곤란해요."
-열심히 할게. 홀 매니저 자리 하나만 만들어 줘. 응?
"직원들이 눈치 볼 게 뻔해서 안돼요. 손님으로 오면 고기는 넉넉하게 더 얹어 드릴 수 있어요."
-아, 거기 가게 비싸서 어떻게 가!!
"너무하시네. 그래도 조카가 음식 점 열었는데 찾아오셔서 한 번 팔아주기라도 하시고는 부탁을 하면 몰라."
-희진아, 양희진!
-주인님, 임탁정 님께 임대료 명목으로 돈을 지불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임대료를 왜? 어차피 우리 건물이잖아?"
-하지만 빌딩 소유권은 임탁정 님단독으로 되어 있죠. 이러면 면제해 준 임대료만큼 임탁정 님이 주인님께 무상증여 해준 것으로 간주됩니다.
"아, 차장 검사라서 나중에 감사에서 문제가 될 수도 있겠구나."
-그렇습니다.
"그럼 그이한테 임대료를 일단 주긴 해야겠네."
그래서 임탁정에게 연락을 했는데, 오히려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굳이 그럴 필요 있어? 내가 당신한테 임대료만큼 증여해 준 셈으로 치면 되잖아.
"그게 나중에 당신 공직 생활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데?"
-당신이 그만큼 증여 신고하고 증여세 내면 문제없지. 안 그래?
"……아."
-정 없게 무슨 와이프한테 임대료를 받고 그래. 그게 더 보기 안 좋아. 그냥 임대료만큼 증여받은 거라치고, 세금 내. 참, 10년마다 6억원까지 공제되는 거 알지?
"알았어. 고마워."
사근사근한 목소리로 전화를 끊은 뒤 양희진의 표정이 갑자기 차가워졌다.
"이 인간이 뭐 사고 쳤나? 갑자기 왜 이렇게 저자세로 나와?"
-그냥 순수한 마음에서 베푼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럴 리가. 이거 임대료 제대로 받으면 돈이 월에 몇천인데, 이 인간이 그걸 포기한다고?"
-…….
"분명히 뭔가 또 챙긴 게 있어. 저번에 로또 9게임 비자금으로 챙긴 것처럼, 알아내야 해."
임탁정은 기분이 좋았다.
"집사람이 좋아하겠지?"
-좋아할 겁니다. 다만…….
"다만, 뭐?"
-아닙니다. 주인님이 순수한 호의에서 주는 선물이라는 것을 언젠가는 이해하실 겁니다.
"언젠가는? 그게 무슨 말이냐? 갑자기 그 단어가 왜 들어가?"
-언어 구사 오류입니다. 반영하겠습니다.
임탁정은 잠시 이상함을 느꼈으나, 다시 흐뭇한 기분에 젖어들었다.
"임대로 몇천 그까짓 거 받아먹어서 뭐해. 그냥 마누라 생활비다 생각하고 주는 게 낫지."
-지당하십니다.
"그리고 봐봐라. 내 빌딩에서 배우자가 장사하는데 임대료까지 따박따박 받아먹는 검사라니. 이 얼마나 차가워 보이냐? 증여한 셈 치고 증여세 내는 게 낫지."
-물론입니다.
프리덤은 양희진이 쓸데없는 의심을 품고 있다는 점을 알리지 않기로 했다.
당연하지만, 개인정보보호를 위해서다.
의심의 눈초리를 받고 있다는 점을 암시하고 싶지만, 그래서도 안 된다.
'언젠가는 양희진 고객님도 이해하시겠지.'
***
수영한우 1호점은 대성황을 이뤘다.
한 번 수영한우를 맛본 이들은 다른 소고기에 손을 대지 못했다.
마이야르 반응으로 범벅이 된 그 강렬한 맛의 압축이 혀의 기대치를 한껏 올려놔 버렸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났고, 1호점은 월 매출 21억 원이라는 경이로운 결과를 낳았다.
"월 매출이 21억 원이라고? 아니, 그래 봐야 소고깃집이잖아? 그럼 대체 얼마나 남는 거야?"
"식자재비, 인건비, 운영잡비 다 빼도 14억은 남지 않을까?"
"그럼 연수익이 대충 170억 가까이 된다는 건데, 이 정도면 웬만한 중견기업 수준 아닌가?"
"지금도 석 달 이상 예약이 꽉 차있다는데, 테이블이 쉴 틈이 없대."
"완전 초대박이네. 수영레스토랑은 비교도 안 되겠어."
"에이, 수영레스토랑하고 비교하면 안 되지. 애초에 거기는 회전율 엄청 빠르고 가볍게 한 그릇 후딱 먹고 일어나는 곳인데."
"아, 그렇네. 분식집하고 파인 다이닝을 비교하면 안 되겠지."
애초에 카테고리 자체가 다른 영역이다.
"거기 음식점이 입주한 빌딩 월세가 아마 4억이 안 될걸?"
"이야, 건물주보다 세입자가 훨씬 더 많이 버는구나. 이거 건물주가 낼름 뺏으려고 드는 거 아니야?"
"건물주가 점주 남편이래."
"완전 대박이네. 그럼 임대료도 안내고 개꿀이겠어."
1호점이 초대박을 치자, 자연스럽게 2호점을 노리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어떡하면 2호점을 낼 수 있을지, 인맥을 총동원해서 하수영한테 접근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아이구, 우리 하수영 의원님. 오늘 따라 신수가 아주 원하십니다."
"고맙습니다, 의장님, 의장님도 오늘 유독 표정이 좋으십니다."
"허허, 소식 들었어요. 1호점이 그렇게 장사가 잘된다면서?"
"네, 모두 제가 소를 건강하고 맛있게 키운 덕분이죠."
"1호점이 그렇게 대박을 쳤으니, 이제 슬슬 2호점도 생각을 하고 있겠군요?"
구의회에서도.
"2호점은 언제쯤 낼 생각이세요? 2호점도 가맹점으로 하실 건가요, 아니면 직영으로?"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는 직영으로 운영한다는 게 원칙입니다. 1호점의 경우는 임 차장님에게 드리는 선물이라는 의미도 있고요."
"그래서 가맹점으로 하셨구나."
부회장 정서희도.
"하 회장, 내가 염치가 없는데…… 나도 수영한우 매장 하나만 운영할 수 없을까? 내가 할 건 아니고 집 사람이 하고 싶어하는데……."
"이미 수영레스토랑도 하시는데, 수영한우까지 하실 수 있겠어요?"
"응, 레스토랑은 잘 돌아가게 만들어놔서 별로 신경 쓸 건 없나 봐. 내가 염치가 없지만……."
"지인 찬스라는 건 이럴 때 쓰는 거죠. 순번은 보장 못 하지만 목장이 궤도에 올라가는 대로 가맹점권 하나 드리겠습니다."
"고마워."
전성렬 회장도.
"회장님, 정말 염치가 없지만 고깃집 가맹점 낼 수 있게 허락해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제 안사람이 인스타에서 수영한우 보더니 거기에 완전히 꽂혀서 매일 노래를 부릅니다."
"목장 CEO가 직속 고깃집 하나 없다는 건 말이 안 되죠. 당연히 허가해 주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덕분에 집사람 앞에서 체면이 좀 설 거 같습니다."
목장 CEO 최진국도.
"수영 씨. 나 수영한우 작은 가게 하나 차리면 안 돼요? 테이블은 10개 정도로 작게 해서."
"그럼 돈은 얼마 안 벌릴 텐데요."
"돈 벌려고 하나요. 눈치 안 보고 마음껏 먹고 싶어서 그러는 거죠. 키스도 한 사이인데 부탁해요. 네?"
"좋습니다. 그럼 효주 씨는 사이즈가 작으니까 우선적으로 열어드릴게요."
"앗, 그럼 제가 2호점이 되는 거예요?"
심지어는 장효주도 부탁을 해올 정도였다.
하수영이 전혀 모르는 이들이 간접 인맥을 통해서 부탁을 해오는 경우도 있었다.
주로 거대 양당의 정치인, 혹은 차관급 이상의 고위공무원들이었다.
'내가 이렇게 당신의 편의를 봐줄 수 있다.'
'난 앞으로도 당신을 여러모로 도울 수 있다.'
'그러니 서로 나눠가면서 살자.'
그런 청탁의 뜻을 은근히 내비친것이다.
그중 한 번이라도 하수영과 업무로 엮인 일은 단 한 명도 없었다는 게 넌센스이지만, 물론 하수영은 그런 당돌한 요구들을 칼같이 무시했다.
"제가 그분하고 전혀 친분이 있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국장님 통해서 말이 들어오는 게 몹시 불쾌하네요."
"죄송합니다. 어떻게 말 한 번만 전달해 달라고 하는데 저로서도 그분에게 은혜를 입은 터라 어떻게 거절을 할 수가 없어서……."
"그래도 제가 그동안 국장님 밥 많이 사드렸는데 이런 귀찮은 먼지를 가져옵니까? 국장님, 정말 실망입니다."
"의, 의원님! 죄송합니다! 전 그냥 가볍게 말만 전달을 하려고……!"
"알아서 하세요. 제가 버럭해서 '3선 따위가 어디 감히 가맹점 청탁이냐!' 라고 격노했다고 전달하셔도 전 환영입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제가! 아, 아무 일 없도록 잘 마무리 짓겠습니다!"
"이간질 씨게 해도 괜찮다니까요. 심심할 때는 3선 중진과 잽 몇 번주고받는 것도 좋죠."
수영한우 2호점은 오픈하기만 하면 월 10억 이상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정치인 가족에게 가맹점을 내주는 것만으로도, 합법적인 뇌물 상납이 되는 것이다.
때문에 주로 고위공직자들이 고정수입을 노리고 은근히 접근했지만, 바늘 하나 들어갈 틈도 내주지 않았다.
***
임탁정은 법무부 차관을 만나고 있었다.
그는 물차장인 자신보다 나이도 경력도 많은 차관을 예의 바르게 대했으며, 차관도 그에게 존댓말을 썼다.
"법무부에서 차장님의 서울 발령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혹시 원하시는 청사가 있으십니까?"
"좌천된 지 아직 1년도 안 됐는데, 벌써 옮기란 말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