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910화
220장 수영한우 1호점 (1)
하수영은 인수한 비행장 관리운영을 종속대에 떠넘겼다.
"제 운영 방식이 조금 빡셀 겁니다. 하지만 지침을 어기지만 않으면 큰일은 없을 겁니다."
그리고 태안의 '수영 비행교육원'에도 로봇 하수영을 보냈다.
"어느 가게든지 주인이 없으면 돈이 비는 법이지."
종속대는 로봇 하수영을 하수영 본인이라고 생각했다.
하루 종일 뽈뽈거리고 돌아다니면서 감시하는 로봇 하수영은 종속대 항공운항학과 교직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존재가 되었다.
-학생 여러분. 구타, 가혹 행위, 괴롭힘 등. 하지 말아야 할 짓은 하지 마십시오.
-수영 비행교육원은 그런 행위를 일절 봐주지 않습니다.
-지금 이 경고 이후로 일어나는 모든 결과는 본인의 책임입니다.
항공운항학과 학생들은 위계서열과 군기가 엄중하고, 폐쇄성이 강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로봇 하수영의 날카로운 감시를 피할 순 없었다.
[공고 : 퇴소 조치
조해선, 최정유, 조석하, 양보희, 채시화.
상기 학생들을 본 비행교육원에서 퇴소 조치한다.]
평소 하던 대로 엄중하게 군기를 잡다가 후배 한 명이 부상을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로봇 하수영은 즉각 자체적인 조사에 나섰으며, 하루도 지나지 않아 퇴소 조치를 내렸다.
종속대 학생 신분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제는 대학 비행장이 아니라 사유지가 된 이곳에 더 이상 머무를 수 없게 한 것이다.
"한 번만 봐주십시오! 앞으로 다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 제발 부탁드립니다!"
-숙소 구타 범죄자들을 내 돈 주고 먹이고 훈련시킬 순 없습니다. 내 비행장에서 모두 나가 주십시오.
퇴소 조치가 학적에 영향을 주지는 못한다.
하지만 종속대 항공운항학과는 앞으로도 계속 태안 비행장에서 조종사 양성 코스를 운영한다.
이곳에 들어오지 못한다는 것은, 훈련을 받을 수 없다는 뜻이다.
5인의 학생은 사실상 종속대에서 조종사가 되기는 그른 것이다.
하수영은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피해 학생을 설득해서 형사 조치를 하게 만들었다.
박호진 변호사 사무실이 움직였고, 피해 학생은 합의금으로 수천만 원을 받았다.
-비행은 위험하니만큼 엄격한 건 좋습니다. 하지만 훈련이 끝난 이후까지 그래서는 안 됩니다.
모든 것을 지켜본 학생들은 바짝 긴장했다.
이곳은 하수영 개인의 비행교육원이며, 이전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로 운영됨을 실감했다.
***
일반 훈련생들도 속속들이 입소를 시작했다.
당연하지만 그들은 종속대 학생들보다 나이가 많았다.
가장 젊은 사람도 20대 후반이었으며, 40대 초반도 있었다.
교육 비용이 모두 무료인 데다가, 부양가족 수에 맞춰서 생활비까지 지원해 준 덕분에, 가정이 있는 이들도 용기를 내어 교육원의 문을 두드릴 수 있었다.
일반 출신의 훈련생들과 같이 교육을 받게 되자 항운학과 학생들의 분위기도 달라졌다.
사회 물을 먹을 만큼 먹은 사람들이 섞임으로써 이전의 폐쇄성이 걷어진 것이다.
"너희들, 나중에 미국 수영목장 파일럿으로 취직하고 싶으면 그 되도 않는 똥군기부터 버려야 돼. 교육원장님이 제일 싫어하는 게 그거야."
"어디 예비역 해군원수 앞에서 같잖은 똥군기를 잡고 있어? 그러다가 불호령 맞는다."
"원수님이 군인 인권에 또 얼마나 관심이 많으신데, 군대도 안 간 조종사 훈련생들이 전방 사단처럼 그러고 있는 거 보면 기가 찬 게 당연하죠."
미필 어린 학생들만 모인 곳에 만학도들이 잔뜩 쏟아지니, 학습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부드럽게 변했다.
***
그러는 동안 세스나기 2차, 3차가 계속해서 들어오며 훈련기가 늘어났다.
공항 외곽에는 활주로 확장 공사가 한창이었고, 새로이 올라가는 격납고도 눈에 띄었다.
비행장 소유가 바뀌면서 학생들도 이득이 있었다.
먼저 등록금이 전액 면제되었다.
이미 낸 것을 반환해 주지는 않지만, 앞으로는 등록금이 0원이라는 소식에 학생들은 환호했다.
또한 편의시설이 대폭 증가했다.
본래 염전 한복판에 자리 잡은 비행장이다 보니 편의시설이 극히 열악했었는데, 하수영이 먹자골목 자체를 만들어버린 것이다.
가로세로 150미터쯤 되는 부지에 조립식 가건물을 짓고, 아예 통째로 상권을 형성했다.
수영레스토랑 등 자체 프랜차이즈는 말할 것도 없고.
그 밖의 수십 종류가 넘는 다양한 요식업 브랜드도 한꺼번에 들어왔다.
모두 하수영이 프랜차이즈 본사와 계약하여, 가맹점으로서 들여온 것이다.
대부분의 요식업 브랜드가 들어왔지만, 치킨과 참치는 오로지 하수영브랜드만 들어왔다.
또한 고깃집도 일절 들어오지 않아 훈련생들이 의아하게 여겼다.
"다른 건 다 있는데, 왜 고깃집만 없는 거지?"
"곧 수영갈비, 수영한우, 이런 브랜드가 출시된다는 뜻이 아닐까? 원수님은 목장도 갖고 계시잖아."
"아, 그렇겠구나."
"아쉽지만 고깃집은 생길 때까지 그냥 기다려야겠네."
그밖에도 당구장, 코인 노래방, 볼링장, PC방, 제빵류, 심지어 극장까지 들어왔다.
기존의 열악한 편의시설과 대조되는 변화에 종속대 학생들이 크게 감격했다.
"염전 한복판에 아이맥스 극장이 현실인가…… 지금 우리 뇌에 매트릭스 플러그 꽂혀 있는 건 아니겠지?"
"저 아이맥스가 용산 아이맥스하고 똑같은 스크린이래."
똑같은 스크린, 하지만 좌석은 훨씬 적었다.
맨 앞과 양옆 사이드처럼 시청각이 안 좋은 곳은 과감하게 좌석을 잘라낸 덕분이었다.
관람수익을 생각한다면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좌석 배치였다.
그렇게 하수영이 세운 상권은 태안에서 제일 잘나가는 유흥가가 되었다.
***
"보잉 747기도 주문했고, 비행장도 인수했으니, 이제 파일럿들이 쭉쭉뽑아져 나오기만 기다리면 되겠군."
미국 정부에서 보내준 10억 달러짜리 마이너스 통장은 돈이 빠져나가는 족족 채워졌다.
덕분에 하수영은 '적은 한도' 이지만 불편함 없이 경비를 지출할 수 있었다.
비행장 인수와 유흥상권 형성도 모두 미 정부 돈으로 한 것이다.
훈련생 교육경비, 생활비 지원 등도 앞으로 여기에서 나가게 된다.
"그나저나 수영조명은 아직도 소식이 없나?"
-교수님들이 어느 정도 감을 잡은 것 같은데, 결정적인 포착을 못 하고 있는 거 같습니다.
"핵융합 구슬이 이 시대에는 너무 맞지 않는 옷이었나?"
로한의 오브.
수영조명 과학자들이 로한을 통해서 받은, 하수영이 만든 핵융합 에너지 구체로서, 사과만 한 크기의 태양.
한국 전체가 10년 이상 100만 년 이하까지 쓸 수 있는 에너지가 들어있으며, 평소에는 소량의 열에너지를 뿜어낸다.
교수들은 열에너지의 시간당 출력을 원하는 대로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느라고 탈모가 진행되는 중이었다.
"요즘 자꾸 블랙아웃이다 뭐다 말이 많아서 말이지. 빨리 안정적인 나만의 핵융합 발전소를 가져야 하는데."
-저도 불안합니다. 원전 쪽에서 끊임없이 부실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머지않아 가동 중지하고 전수조사에 들어갈지도 모릅니다.
"공기업은 함부로 믿어선 안 되지. 비상발전장치라도 좀 많이 갖춰놔야겠어."
-홍수나 태풍으로 송전탑이 쓰러지기라도 하면 큰일이죠. 우리 농장만의 단독 발전소를 어서 갖추고 싶습니다.
"그나저나 양희진 사장님이 얼른 1호점을 내셔야 내 비행장에도 고깃집을 들여올 텐데."
하수영이 고깃집만 안 들여놓은 이유는 별거 없었다.
임탁정의 아내, 양희진한테 1호점자리를 약속했기 때문.
-마스터, 드디어 양희진 사장님이 빌딩을 구매하셨습니다.
"오, 그래? 얼마짜리?"
-대출 끼고 삼성동에서 1,300억짜리 상가빌딩을 구매하셨습니다. 1층에 계약이 만료되는 대형 고깃집이 있어서 이 빌딩을 선택했습니다.
"나중에 임차인하고 소송 걸리는 아니야?"
-그냥 양희진 사장님이 권리금 주고 가게 인수하기로 했습니다.
"잘했네. 임 차장님 공직 인생에 뿌리지 않으려면 말 나올 일은 애초에 없애는 게 낫지."
-예, 그래서 시세보다 10% 더 프리미엄을 얹어서 권리금을 지급해 줬습니다.
돈이 넘쳐나서가 아니라, 남편이 공직자이다 보니 원한 살 일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 그렇게 한 것이리라.
"기존 가게 인수하면 곧바로 장사시작할 수 있겠네?"
-네, 직원들도 전부 고용 승계해서 최대한 빨리 영업을 시작할 모양입니다. 벌써 인테리어 들어갔습니다.
"좋아. 그럼 나도 수영한우 1호점오픈 준비를 해야겠군."
***
간판 교체 및 인테리어 단장이 전부 다 끝났다.
양희진은 심플하고 단정하면서도 아늑한 느낌의 컨셉으로 매장을 꾸였다.
깨끗한 매장 풍경은 인수한 가게가 아니라 새로 차린 것처럼 말끔했다.
"가게가 오너를 닮아서 아주 단정하군요. 인테리어가 아주 좋습니다."
"아, 회장님. 어서 오세요."
가슴이 희망으로 부풀어 있던 양희진은 얼른 하수영을 반겼다.
하수영은 작은 난초 화분을 내밀었다.
"제가 직접 친 난입니다."
"아, 이런 귀한 선물을, 감사합니다. 건강하게 잘 키울게요."
"대충 일주일에 물만 한 번 주면 알아서 잘 클 겁니다. 건강하고 손이 안 가는 놈이거든요."
"그래요? 알았어요. 가만있자, 어디다가 놔야 사람들 눈에 잘 보일까……."
양희진이 화분을 놓을 자리를 찾아 두리번거렸고, 하수영이 다시 말했다.
"그리고 냉동차도 끌고 왔습니다. 이미 숙성을 다 해놓은 고기들도 있어서 오늘 바로 영업을 시작하셔도 될 정도입니다."
"아, 정말요? 그럼 오늘 바로 영업시작할까요? 사실 고기 빼고 다 갖춰놓기는 했는데."
"그러시죠. 우리가 첫 손님이 되겠습니다."
"회장님이 첫 손님을 해주시면 영광이죠. 그런데 우리라고 하셨나요?"
"네, 우리입니다."
얼마 후 양희진은 우리가 구체적으로 누구인지를 알 수 있었다.
연예인이 타고 다니는 밴들이 줄을 지어 빌딩 지하 주차장에 들어서게나, 지상 출입구 앞에 멈추기 시작한 것이다.
장효주, 주효정, 배영한 등등 '부활의 이순신'과 '맨 프롬 콜롬비아' 주요 출연진들이 가게에 들어왔다.
뿐만 아니라 그들과 친하게 지내는 톱스타들도 가게를 찾았다.
순식간에 매장 안의 테이블이 만석이 되었고, 급히 출근한 서버들이 정신없이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매장 입구 바깥에는 오픈 축하 화환이 가득히 세워졌고, 호기심을 품은 사람들이 몰려들어서 내부를 경하기 시작했다.
"부활의 이순신 배우들이 한데 모였잖아! 와, 오늘 무슨 날이야? 회식인가?"
"나도, 나도 들어가고 싶어!"
"윽, 클로즈드 팻말이잖아! 단체로 가게 대관했나 봐."
"수영한우 1호점? 아, 하수영 의원님이 여기에 고깃집 내셨구나!"
"다들 물러나라, 물러나! 하수영의원님 가게에서 진상 피웠다가는 곱게 파산하지 못할 것이야!"
"무슨 연말 시상식 만찬회 보는 거 같네. 드레스코드는 다르지만."
"와, 하루만이라도 좋으니 이 가게에서 홀서빙 알바를 하고 싶어. 무료로 얼마든지 봉사해 줄 수 있는데."
"수영한우? 좋았어. 내일 친구들하고 여기 꼭 먹으러 와야지."
그렇게 팬을 포함한 구경꾼들은 차마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밖에서 매장 안쪽을 구경만 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저기! 저 서빙하는 사람 좀 봐!
접시를 산처럼 쌓아서 움직이는데 접시들이 전혀 안 흔들리고 있어!"
"와, 대박 신기…… 어? 하수영 배우잖아?"
"하수영 의원님이 왜 저기서 서빙을 하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