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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 909화

219장 미국은 돈이 많아요 (6)

새로이 간판을 바꿔 건 수영 비행교육원의 존재는 얼어붙은 취업 시장에 상당한 충격을 주었다.

"수영농장에서 파일럿을 양성한다고?"

"농사짓는 회사에서 무슨 파일럿이 필요하다고? 혹시 항공사 인수를 준비 중인가?"

"수영농장은 돈이 많으니까 항공사를 인수하는 새로 차리는 할 수 있겠지만, 굳이 직접 파일럿을 양성할 필요까지야 있나?"

사람들은 의문을 품었지만, 곧 해결되었다.

앞으로 메탄을 포집할 보잉 항공기를 조종할 인력이 필요해진다는 것이다.

"벌써 대형 항공기를 천 대나 주문을 했다고? 이게 사실이야?"

-네, 주인님. 따라서 수영목장은 최소 3,000명 이상의 소속 파일럿을 양성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3,000명이라……."

-어디까지나 최소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만 명 단위로 넘어갑니다. 수영그룹 스타일이 원래 그렇습니다.

"그래, 거기서 '일단 최소'라고 하면 0 하나 정도는 더 붙여서 가능해야 한다는 말은 자주 들었어."

-주인님도 한 번 지원해 보시죠.

교육비는 무상이고, 소정의 생활비도 지급합니다.

"생활비까지?"

-네, 가장의 경우에는 부양가족 수도 고려해서 생활비가 책정됩니다. 물론 허위 정보 제출은 안 됩니다.

교육비용이 안 드는 데다가, 생활비까지 준다고 하니 많은 취준생들이 귀가 솔깃해져서 문을 두드렸다.

그렇다고 어중이떠중이들이 무분별하게 지원한 것은 아니었다.

일단 합격하면 도시와 멀리 떨어진 태안 비행교육원에서 살아야 했다는 게 컸다.

"뭐? 진짜 거기서 살아야 해?"

-당연합니다, 주인님.

"에이, 생활비나 좀 보태볼까 했는데 그럼 안 되겠네. 그런 허허벌판에서 어떻게 살라고."

조종사 면허 취득에 대한 의욕이 없는, 잿밥에만 관심이 있는 이들을 일차적으로 거를 수 있었고,

"아니! 비행기 조종사 하는데 영어가 대체 왜 필요한 건데!"

-……주인님. 파일럿들은 교신할 때 영어를 사용해야 합니다.

"젠장! 빌어먹을 세상! 불공평한 세상! 영어 못하면 비행기 조종사도 못 한다는 거야, 뭐야! 이런 게 어딨어!"

의욕은 있되 최소한의 실력도 갖추지 못한 이들도 초반에 가벼운 테스트로 걸러냈다.

또한 프리덤이 적극적으로 구독자를 상대로 '표적 영업'을 했다.

-주인님, 부조종사 면허 따는 데 넉넉히 1년하고 2, 3개월이면 충분합니다. 그리고 면허를 따면 자동적으로 수영목장 취직입니다.

"지금 주문한 항공기가 1년 안에 만들어지는 건 아니잖아?"

-그동안은 파견식으로 다른 항공사에서 근무를 시켜줄 겁니다. 비행경험과 감각은 유지해야 하니까요. 걱정하지 마십시오.

"음……."

-수영목장 부조종사가 되면 연봉 1.5억부터 시작합니다. 원하신다면 가족들도 함께 미국에서 생활할 수 있습니다. 체류 비용 역시 가족 단위로 지급될 겁니다.

"내가 파일럿이 될 수 있을까?"

-제가 누구보다 주인님을 잘 압니다. 열심히만 하신다면 주인님은 1년 안에 부조종사 면허를 딸 수 있습니다.

"그래, 해보자. 어차피 돈 드는 것도 아니고 생활비까지도 준다니까."

-가족 몫까지 챙겨서 나오니까 전혀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지금 당장 사표 던지세요.

가족을 위해서 억지로 중견기업을 다니던 40대 초반 가장이 묵은 사표를 과감하게 던졌고,

-주인님, 전역하고 놀면 뭐합니까? 비행 시뮬레이션 게임만 하지 마시고 진짜 비행을 해보세요!

"그거 경쟁률 개빡 텐데 나 같은 게 딸 수나 있겠어?"

-제가 보기엔 충분히 가능성 있습니다! 시뮬레이션 게임이지만 비행도 잘하시고, 그리고 영어도 어느 정도 하시잖아요? 인생의 좋은 경험쌓는다 생각하시고 한 번 도전해보시죠.

"음…… 그럴까?"

제대하고 방구석에서 비행 시뮬 게 임만 하던 청년이 지원 결심을 굳혔고,

"자기야. 나 취업 원서 그만 내고 수영 비행교육원에 들어가기로 했어."

"어머, 왜?"

"생각보다 지원 경쟁률이 낮더라고, 파일럿 되고픈 사람은 이미 자기 갈 길 가고 있으니까 그런가 봐. 교육생 됐으니까 이제 면허만 따면 부조종사로 무조건 취직할 수 있어."

"진짜 무조건 취직할 수 있어?"

"응, 면허만 따면, 나 무조건 면허딸 거야."

기약 없이 취업 시장을 전전하던 이들 중 일부도 마음을 바꾸고 용감히 뛰어 들었다.

대부분 프리덤이 '우량주'로 판별해서 공략한 이들이었다.

***

주문한 훈련용 단발 프로펠러기 세스나 172가 1차로 30대 들어왔다.

선발대이니만큼 하수영이 직접 인수를 위해서 현장으로 향했다.

수령 장소에서 태안의 수영 비행교육원까지는 조종사들이 직접 탑승해서 비행했다.

신형, 그것도 바이어 인도 전 테스트 비행을 막 마친 따끈따끈한 기체들이 연달아 착지하자 운항학과 학생들도 구경을 나왔다.

"역시 택배 오는 날은 언제나 설렌다니까. 어제도 잠을 설쳤네."

줄을 지어 격납고로 들어가는 세스나기들을 흐뭇하게 지켜보고, 하수영은 서울로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곧바로 대전의 관세청을 찾아갔다.

당연히 직원들은 하수영을 알아봤고, 관세청이 발칵 뒤집어졌다.

한걸음에 달려 나온 관세청장이 땀을 닦으며 거듭 허리를 숙였다.

"어서 오십시오, 의원님. 저, 저희 청에는 무슨 일로 오셨는지……."

"아, 세스나기 때문에요. 이번에 30대가 들어왔거든요."

"그, 그렇습니까?"

당연히 관세청장이 그런 것까지 다 꿰고 있을 리가 없었다.

"관세 때문에 확인하러 왔는데요."

"아, 예."

"관세 안 내도 되죠? 0원 통지서만 기다리고 있으면 되나요?"

"예?"

청장은 황당해서 눈을 크게 떴다가, 얼른 정신을 차리고 대답했다.

"그 저…… 제가 잘은 모르겠습니다만, 세스나기가 프로펠러 항공기아닙니까?"

"맞습니다."

"혹시 이번에 세우신다는 비행교육원에서 쓰기 위해서 수입하신 거 아닙니까?"

"그것도 맞습니다."

"저, 의원님. 그럼 어쨌든 해외에서 들여온 상품이므로 관세는 부담을 하셔야 합니다."

"근데 농축산업용 중장비는 관세면제이지 않아요?"

"……예?"

"이거 목장에 필요해서 산 건데요?"

"예?"

"소들이 뿜는 메탄가스 포집에 꼭 필요한 준비 도구라서 산 거예요. 그럼 이거 관세 면제해 줘야 하는거 아닌가요?"

"그, 그런……."

청장은 당황해서 말을 잇지 못했다.

직원들도 숨을 죽인 채 대화가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지켜보고 있었다.

"진짜예요. 수백 장의 서류로 얼마든지 증빙할 수 있습니다."

청장은 겨우 정신을 차리고 직원들에게 눈짓 했고, 눈치 빠른 과장 한 명이 얼른 끼어 들었다.

"저어, 의원님. 그렇지만 세스나기는 엄연한 항공기입니다. 법에서 지정하는 관세 면제 항목 농기구에 속하지 않습니다."

"여기 13조 2항에 보면 단서조항이 있잖아요. '농업, 목축업 관련에 사용할 목적으로 구입한 기타 장비를 포함한다'라고 분명하게 명시돼있는데요?"

"……."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전 명백하게 목장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를 포집하는 인력을 훈련시키기 위해서 세스나기를 구입했습니다."

"……."

조항을 보니 갑자기 할 말이 없어졌다.

어떤 농민들이 어떤 장비를 농사에 새로이 투입할지 정확히 예측할 수 없어서 삽입한 보험용 조항이다.

픽업트럭이나 디젤발전기 따위 등을 고려해서 넣은 조항.

누가 프로펠러 항공기가 농축업에 필요해서 수입할 거라고 예상을 했겠는가?

"의원님…… 이건 제가 섣불리 답변을 드리기 어렵겠습니다."

"담수헬기들은 전부 관세를 면제해 주셨잖아요. 그것들이 훨씬 더 비싼데."

"그, 그거야 명백하게 농촌에서 물공급이나 화재 진압용으로 사용할게 분명했으니까 면제될 수 있었던 겁니다만."

"이것도 명백하게 목장에서 일할 인력을 키우기 위해서 구입한 훈련장비인데요. 미국 농장에서 일 시킬 거라서 안 되는 겁니까?"

"그건 아닙니다. 하지만 이건……."

"일반 항공사에 취직시킬 것도 아니고, 제가 항공운수업을 할 것도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목장에서 발생하는 메탄만 포집할 겁니다. 물론 겸사겸사 다른 목장들 메탄도 포집해줄 거지만요."

"……."

"이렇게 부탁드릴 테니까, 법 조항적용 철저하게 검토해 주세요."

그렇게 하수영은 아주 무거운 숙제를 관세청에 남기고, 즐거운 마음으로 청담동으로 올라갔다.

***

-마스터, 현실적으로 세스나기 관세 면제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안 되면 할 수 없고, 되면 좋고."

-관세라고 해봐야 얼마 안 될 텐데 굳이 관세청을 들리는 수고가 의미 있을까요?

"챙길 수 있는 거, 챙길 수 있겠다 싶은 거, 그런 거 하나하나 전부 다 챙겨야 해. 승인이 안 되더라도 찔러는 봐야 해."

어느덧 닥터헬기는 서울 상공을 지나고 있었다.

"그래야 나중에 진짜 필요한 걸 얻어낼 때 기싸움을 피할 수 있어. 피곤함을 덜 수 있지."

-제 생각에는 이미 진짜 필요한 것은 기싸움 없이 말 한마디만 해도 알아서 정리될 것으로 보입니다만.

"만족하는 순간 정체된다. 인생도 재미가 없어지고, 하지만 이런 소소한 입씨름은 나중에 도움도 되고, 당장에 삶의 활력도 되어주지."

-그렇군요. 참, 그리고 백악관에서 세스나기 관련으로 메일이 왔습니다.

"설마 왜 그런 것까지 비용처리를 떠넘기느냐고 항의하는 건 아니지?"

-아닙니다. 겨우 500대 가지고 되겠느냐고 우려하는 내용이었습니다.

"많이 있으면 단기간에 육성하기에는 좋지만, 어차피 시간 지나면 대부분은 놀게 되잖아. 말만이라도 고맙다고 답신해."

-그렇게 답신하겠습니다. 그리고 조만간 캠프데이비드에 초청하고 싶다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가 줘야지. 순록도 사냥해서 순록스테이크도 좀 썰어보고."

-그리고 조만간 연방정부 명의로 상시 자유 대출 계좌, 그러니까 마이너스 통장 같은 걸 개설해 준다고 합니다.

"오. 웬일이래."

-앞으로 메탄 포집에 필요한 모든 비용은 그때그때 자유롭게 빼내 쓰고, 영수증만 정확하게 맞춰서 보내 달라고 합니다.

"이야. 아이디어 좋네. 누구인지 몰라도 아주 센스가 있어."

간단한 발상이지만, 무에서 그것을 가장 먼저 떠올렸다는 것이 바로 센스를 증명하는 것이다.

"교육 비용이고 생활비 지원이고 이거저거 돈 나갈 데 산더미인데, 매번 청구해서 받아내는 것도 번거롭지. 잘됐다. 네가 알아서 관리해라."

-캘리포니아 목장과 포집 안테나 설치처럼 마진을 극대화할까요?

"됐어. 그건 마진율을 솔직하게 밝힌 정당한 거래였지만, 비행장 운영비를 그렇게 청구하면 사기가 되잖아. 비행장 운영비는 정확하게 영수증 발행해 줘."

-알겠습니다.

"참, 한도는 얼마래?"

-일단 10억 달러까지는 제한 없이 빼 쓸 수 있는 계좌라고 합니다.

"뭐? 겨우 10억 달러?"

기분 좋게 듣고 있던 하수영은 눈썹을 살짝 찡그렸다.

"돈도 많으면서 마통 겨우 10억달러짜리 하나 주다니. 비행장 운영하는데 돈이 얼마나 들어갈지 알고.

-영수증 보내는 대로 바로바로 메꿔준다고 하니 일단 한 번 믿어 보시죠.

"돈도 많으면서 너무 짜게 구네. 내가 그동안 미국에서 지른 것만 해도 수십 배는 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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