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랜차이즈 갓-908화 (908/1,270)

프랜차이즈 갓 908화

219장 미국은 돈이 많아요 (5)

종속대학교 태안비행장 교육원.

비행장 전체가 항공운항학과 캠퍼스 시설이다.

파일럿을 양성하기 위한 대학 캠퍼스이며, 유라시아항공과 협력해서 운영을 해왔다.

하수영과 인연이 전혀 없는 대학이지만, 만나자는 의사를 전달하자 득달같이 관계자가 달려왔다.

머리가 벗겨진 항공부총장이었다.

"안녕하십니까. 종속대학교 항공부 총장 김항수라고 합니다."

"혹시 공군 출신이세요?"

"맞습니다. 대령으로 전역했습니다."

"공군이면 그래도 저와 인연이 아주 없지는 않네요. 반가워요."

"옙. 원수님께서 공군 F35 도입을 적극 거들어주셨단 말은 들었습니다. 공군 내부에서도 대단히 감사하게 생각하는 분위기입니다."

전역을 했어도, 편제가 달라도, 그래도 계급은 어디 가지 않는다.

무려 5계급이나 높은 하수영 앞에서 김항수는 나이는 전혀 잊은 채, 한껏 공손하게 굴었다.

"태안에 있는 비행교육원을 정리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네, 맞습니다."

"왜 그러는 거죠? 항공운항학과를 아예 없애려는 건가요?"

김항수는 마른침을 삼키고 말을 이었다.

"잠시 브리핑 드리겠습니다."

"시작하시죠."

예비역 해군원수 앞에서 예비역 공군대령이 브리핑을 시작했다.

"저희 종속대학교는 한국 대학 최초로 단독 비행장을 보유하게 되었고, 지난 세월 동안 많은 조종사를 양성했습니다. 지금까지 배출한 부조종사, 기장들의 숫자가 자그마치……."

"빨리감기 됩니까?"

"옙. 그 이후 타대학에서도 우후죽순으로 항공운항학과가 생겨나 시장경쟁이 치열해졌습니다. 현재 항운학과가 있는 학교만 13곳입니다. 대부분은 비행장이나 항공기를 위탁해서 값싸게 학과를 운영하고 있죠."

"그러니까 비용 문제인가요?"

"예, 저희 대학은 항운학과로 인한 재정적 부담이 갈수록 쌓이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저출산으로 인해 다른 학과 신입생이 줄어들어 학교 전체적으로 손실이 큰 상황입니다."

결국 모든 문제는 돈이라는 소리.

하수영은 잠시 생각을 하다가 질문을 던졌다.

"그럼 학과 자체를 없애는 건 아니고, 비행교육원만 없애는 건가요?"

"네, 그렇습니다."

"앞으로는 다른 대학처럼 교육을 위탁하는 방식으로 비용을 절감하고요?"

"예, 맞습니다."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 학과를 대대적으로 다이어트하겠다는 것이다.

"여분의 항공기와 설비들은 모두 매각하고, 앞으로 훈련은 다른 공항에 위탁해서 진행할 계획입니다. 비행장 부지는 정리하고 말입니다."

"저출산 시대니까 미리미리 다이어 트를 하는 것도 나쁘진 않겠네요."

"그렇습니다. 그런데……."

김항수 부총장은 마른침을 삼키며 하수영의 눈치를 보았다.

"혹시 태안 비행장 부지에 관심이 있으십니까?"

"네, 그래서 교육원 폐지한다는 오피셜 듣고 연락을 했습니다."

"거기에 무언가 큰 식품 공장이라도 세우실 모양이군요. 평탄화가 잘되어 있어 대규모 산업단지를 세우기에는 적격입니다."

"아뇨. 조종사 양성소가 필요했거든요."

"아아, 그러시군요. 조종사 양성소…… 예?"

반사적으로 맞장구를 치던 김항수부총장은 화들짝 놀라서 바라봤다.

"파일럿 양성산업에 관심이 있으셨습니까?"

"음, 제가 캘리포니아에 목장을 샀다는 건 혹시 아시나요?"

"죄송하지만, 처음 듣는 이야기입니다……."

"미국에서 메탄 포집을 시행한다는 것은요?"

"아아, 그건 들었습니다."

김항수가 생각났다는 듯이 얼른 끄덕였다.

"메탄 포집을 위해서 보잉 747-8을 여러 대 돌리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파일럿이 좀 필요한데, 기왕이면 우리나라 사람도 많이 집어넣으면 좋잖아요."

"몇 대를 운용하실 생각이시기에……."

"일단 보잉에 1,000대만 주문을 해놨습니다."

"1,000대라고요?"

김항수는 순간 자신이 잘못 들은 줄 알았다.

하지만 진지한 표정을 보니 전혀 아니었다. 제대로 들은 것이다.

"네. 어유, K-저널리스트들이 귀퉁이에만 조그맣게 실었나 보네요. 항공업 전문가도 잘 모르시는 걸 보면"

"……."

김항수는 괜히 찔리는 기분이라서 입을 조용히 닫고 기다렸다.

"비행기는 미국 거지만, 운용 권한은 제가 갖고 있거든요. 마음만 먹으면 1,000대 모두 제가 지정한 파일럿으로 채울 수도 있습니다."

김항수는 하수영이 왜 비행교육원을 원했는지 이유를 완전히 깨달았다.

그는 속으로 신음을 흘렸다.

손이 크다는 말은 건너건너 많이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어차피 세계적으로도 파일럿이 많이 부족해서 제대로 양성도 해야 하고요. 아무튼 태안 비행장은 그럼 저에게 파시죠."

"원수님, 혹시 저희 대학과 협력을 하실 의향은 없으십니까?"

"협력이요?"

"네, 저희 대학은 오랜 경험과 노하우를 잔뜩 갖고 있습니다. 의원님이 구상하시는 조종사 양성 프로젝트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자신합니다."

"흐음, 파일럿 양성이라면 저도 어디 가서 뒤처지지는 않는데. 하긴, 복고풍 방식은 제가 또 아는 게 없으니까."

"……?"

"좋습니다. 그럼 제가 태안 비행장을 사서 '수영 비행교육원'으로 근사하게 세팅을 해볼 테니, 종속대 항운학과 학생들은 그대로 거기에서 교육을 받게 합시다. 그 대신 종속대에서도 교육원 운영에 도움을 좀 주시고요."

"예? 수영 비행교육원이라고 하셨습니까?"

김항수는 조금 당황했다.

그가 퍼뜩 구상한 것과는 결이 달랐다.

그는 비행장을 처분하지 않고, 하수영이 지원을 하는 방식을 기대했었다.

속마음을 꿰뚫기라도 한 것처럼 하수영이 살짝 웃어 보였다.

"직책은 중요하거든요. 비행교육원의 큰 스폰서보다는 오너로 남는 게 졸업자들한테 더 큰 영향이 남지 않겠어요?"

"죄송합니다."

"그러실 것은 없고, 다른 사람이었어도 제가 스폰서 노릇을 해주길 바랬을 테니까요. 익숙해서 괜찮습니다."

대수롭지 않게 훨훨 넘기자 김항수는 더욱 고개가 조아려졌다.

"일단 비행장 사이즈부터 좀 더 불리죠. 대충 봤는데 지금 크기로는 제가 성이 안 차요. 그리고 훈련기도 부족하니까 세스나 172도 한 500대 정도 주문을 해야 할 거 같고……."

"오, 오백 대나요!?"

"아무튼 빨리빨리 진행합시다. 언제 한 번 제가 본교 방문해도 될까요?"

그 뒤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종속대는 긴급회의를 열었고, 태안비행장 매각에 찬성했다.

어차피 하수영이 나타나지 않았어도 내놓았을 매물이다.

"가칭 수영 비행교육원 시설을 빌리는 방식으로 하면 예산을 상당히 절감할 수 있습니다. 안 그래도 훈련기들도 낡아서 교체 주기가 가까워지고 있어서 난감했는데, 잘됐습니다."

"의원님이 세스나 500대를 신품으로 한꺼번에 구매한다고 하니 더 잘됐습니다."

"500대면 그래도 1,800억 원은 할 텐데 정말 통이 크시군요."

"그것도 미 정부가 부담을 한다고 하던데요?"

"예?"

"메탄 포집에 필요한 것은 무엇이든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지원을 해준다고 약속을 했답니다."

보잉 747기는 하수영이 가질 명분이 없었지만, 비행교육원 설립 자금은 미국에 청구하기에 적당했다.

마침 그리 비싸지도 않았으니까.

"그럼 비행장 구입, 항공기와 각종 설비 구입, 그리고 운영비까지 모두 미 정부에 청구를 하는 겁니까?"

"네, 그래 봐야 보잉 747 천 대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

하수영은 자기 돈은 하나도 안 들이고 전문 비행교육시설을 손에 넣게 된 것이다.

그리하여 대학 측은 하수영과 정식으로 비행장 매매 계약을 체결하게 되었다.

"일단 지금 활주로는 너무 좁습니다. 비행장 확장 공사가 시급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조종사 학과 등록금이 지금 900정도인가요? 아, 물론 고정익 조종사만요."

"네, 맞습니다."

"조종 관련 등록금은 전액 면제로 하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예?"

그러자 총장을 비롯한 교수들의 안색이 살짝 질렸다.

"의원님, 그렇게 하면 학교 재정이 받는 타격이 너무 큽니다."

하수영은 낯빛 하나 변하지 않고 총장을 응시하며 말했다.

"제 비행장에서는 일반인 교육훈련생도 받을 겁니다. 알고 계시죠?"

"예, 물론입니다."

파일럿이 되기 위해서는 보통 공군 사관학교 혹은 항공운항학과로 진출을 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비행과는 전무한 일반인도 뒤늦게 면허를 취득해서 파일럿이 될 수 있다.

"저는 일반인 교육훈련생을 제한 없이 받을 생각입니다."

"그거야 의원님이 원하신다면 얼마든지……."

"그래서 교육생들에게 교육비를 일절 받지 않으려고요."

"……!"

"또 교육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적당한 생활비도 매달 지급할 생각입니다."

교수들 입장에서는 '미쳤다' 라는 소리 밖에 나오지 않는 발상이었다.

"의원님, 너무 과도한 지출입니다."

"괜찮아요. 정식 파일럿이 되면 장기 할부로 천천히 받아내면 되니까요."

"그럼 파일럿이 되지 못한 이들은 어떻게 하시려고요?"

"그냥 안 받을 생각인데요?"

"그럼 손해가 너무 크지 않겠습니까?"

"저만 손해 보는 게 아니죠. 면허취득에 실패한 교육생들도 손해죠. CPL(부조종사 면허) 따는 데 1년 넘게 자기 인생을 갈아 넣잖아요? 전 겨우 캐쉬만 조금 태울 뿐인데요."

총장과 교수들도 그 부분에서는 멈칫했다.

하수영이 차분하게 말했다.

"그 사람들은 나이도 많은데 인생의 귀중한 시간을 쪼개서 투자하는 거고, 저는 얼마 안 되는 돈을 투자하는 겁니다. 면허 취득에 실패하면 오히려 교육생들의 손해가 더 크지 않을까요?"

"……."

"이 정도는 해줘야 사람들이 많이 몰려들죠."

"개인비행면허를 공짜로 취득할 목적으로 오는 사람들도 분명 있을 겁니다. 생활비까지 받아가면서 말입니다."

"반환 조건 걸어두면 되죠. 나중에 받아내는 게 뭐 어려운가요?"

"……."

"연간 비행시간 제한도 있고 하니, 조종사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아요. 1, 2억씩 하는 교육비와 그동안 소요되는 생활비는 너무 큰 허들입니다. 그거라도 없애줘야 사람들이 많이 지원을 하겠죠."

총장과 교수들은 하수영의 뜻에 완전히 납득을 했고, 또 묘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니까 의원님의 교육비와 생활비 지원은 더 큰 그림을 위한……."

"일종의 면접비 같은 거죠."

"며, 면접비……."

말을 꺼냈던 한 교수는 당황해서 말을 더듬었다.

"자, 이제 아셨죠? 왜 조종사 과정등록금을 면제해 주자고 하는지를요?"

"……."

이런 게 바로 자기 가게 옆에 침투한 대기업을 보는 골목상인의 심정인가?

같은 비행교육원에서 공부하는데, 누구는 생활비까지 지원받는데 누구는 수백이 넘는 등록금을 내야 한다.

당연히 박탈감이 들 수밖에 없다.

아니, 학과 지원 자체가 뚝 떨어져 버릴 수도 있으리라.

"아, 강요가 아니라 권유입니다. 어떤 결정을 하든 존중해드립니다."

최소한 조종학과 등록금을 대폭 낮추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전개였다.

"너무 걱정 마세요. 항공운항학과에서 나오는 적자는 제가 계속 메워 드리죠."

"가, 감사합니다……."

"그리고 종속대는 제 비행장의 모든 것을 무상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해드릴게요. 연료도 공짜입니다."

"그게 정말입니까!"

"네, 기름집 하는 친구 집에서 공짜로 얻어올 수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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