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907화
219장 미국은 돈이 많아요 (4)
"수영한우는 아직 유통을 미루고 있습니다. 먼저 100만 두를 갖추는 게 중요해서요. 브랜드 이미지 구축을 위해서 소량만 팔고 있죠."
"그 말씀은……."
"수영한우 2호점 오픈은 아주 늦게 이뤄질 거라는 뜻이죠."
그 말에 임탁정의 아내는 벌써부터 설렌다는 표정을 지었다.
"수영한우는 저도 청담마트에서 어렵게 한 번 구해서 먹어봤어요. 정말 천상의 맛이더라고요. 소고기는 쉽게 물리기 마련인데 그런 것도 전혀 없고요."
"수영농장 볏짚 사료를 먹은 소고기는 육질이 남다를 수밖에 없죠. 원래 뭘 먹고 키웠느냐가 육질 맛을 가르기 마련입니다."
"네, 정말 그런 거 같아요."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전면적으로 지원을 해줄 테니까, 고깃집 장사를 잘 모르셔도 부담이 없으실 겁니다. 우리 주희도 사장님이 일을 참 잘하세요."
"그럼 제가 수영한우 1호점 가맹점이 확정된 거죠?"
"지금 계약서 쓸까요?"
"어머, 아니에요. 저희가 감사하다고 식사 초청한 자리에서 무슨……."
"하는 김에 지금 하시죠. 전자계약서로 하면 금방 끝납니다."
임탁정의 아내는 그 자리에서 프리덤폰으로 계약서를 전송받았다.
프리덤이 설명을 해주었다.
-정자체로 서명을 하시고 재전송버튼을 누르시면 됩니다.
"보통 이런 건 네가 알아서 하지 않아?"
-법적 계약서이다 보니 주인님이 직접 손으로 하는 게 모든 면에서 확실하죠.
임탁정의 아내는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고 휙휙 서명을 하고는 다시 전송했다.
"자, 이제부터 한 식구가 되었네요. 1호 점주가 된 걸 축하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순식간에 고깃집 가맹점 계약이 체결되자 임탁정은 혼자 얼떨떨했다.
혹시 두 사람이 미리 짜고 자신의 앞에서 몰카라도 찍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양희진 사장님은 2종 형태 계약입니다."
"그게 뭐예요? 계약서를 제가 안읽어보고 서명을 해서."
"저한테는 그래도 되는데, 다른 데서는 절대로 그러시면 안 됩니다."
"아유, 알죠. 그래도 검사 와이프인데요. 의원님이니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서명한 거구요. 저희한테 천억 넘게 벌게 해주신 분인데."
그런 인물이 선의로 뭔가를 '또' 차려주려고 하는데 일일이 따져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거야말로 소탐대실.
"인테리어부터 모든 것을 100%본인 사비로 하셔야 해요. 본사 지원은 전혀 없습니다."
"아, 혹시 그럼 수익 쉐어가……?"
양희진이 알겠다는 듯이 손뼉을 볍게 쳤다.
"네, 상호 로열티나 영업 수익 쉐어는 없습니다. 본사는 육류만 제공하고, 그 마진만 챙겨가는 거죠."
본사 입장에서는 상호를 빌려주는 것 외에 아무런 지원도 하지 않는다.
대신 고기를 납품해서 얻는 수익만 챙긴다.
"창업 비용은 충분하시니까 2종 형태 계약이 당연히 나을 겁니다."
"그렇겠네요. 근데 전 수익 쉐어 형태도 그저 감사하기만 한데."
"전 가맹점주분들이 가능한 많은 수익을 가져갈 수 있기를 바라거든요."
"인자하기도 하셔라. 다른 프랜차이즈 본사들은 악착같이 쥐어짜기만 한다던데요."
"수영농장 경제블록 형성을 위한 빌드업입니다. 많이 나눠줘야 더 많은 사람이 수영농장 경제권에 스스로 묶이려고 들 테니까요."
"와, 그러고 보니 가맹점주분들이 충성심과 소속감이 대단하겠어요."
임탁정은 불현듯 생각했다.
하수영 프랜차이즈에 소속된 가맹점주들의 숫자는 15만 명이 넘는다.
수영라면, 수영참치, 수영치킨, 그리고 CD1(편의점) 등등을 합쳐서다.
하수영 프랜차이즈는 퍼주다시피 각 가맹점에 많은 수익을 몰아주고, 사후 지원도 철저하다.
그래서 하수영을 열정적으로 지지하며, 강하게 결속되어 있다.
여기에 하수영을 지지하는 전국의 수백만 농어촌가를 더하면…….
'다음 대선에선 의원님이 확실한 캐스팅보트가 되겠구나.'
임탁정은 그렇게 생각하자 소름이 돋았다.
하수영은 기초의원이지만, 이미 다음 대권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키를 쥐고 있는 것이다.
정작 본인은 여의도에 얼씬거린 적도 없는데.
그 뒤로도 임탁정은 둘의 대화에 끼어들 겨를이 없었다.
아내는 고기 프랜차이즈 사업에 관해서 이것저것 열심히 물어봤고, 하수영은 모든 질문에 친절하게 대답해줬다.
아내가 너무 귀찮게 하는 게 아닌가 걱정이 되었으나, 하수영의 표정을 보면 본인도 만족하고 있는 듯했다.
"그런데 의원님, 왜 제 남편한테 그렇게 잘해주세요? 남편이 의원님한테 뭐 해드린 것도 없다고 하던데……."
"권력을 자기를 위해서가 아니라 목적에 맞게끔 행사하는 분은 매우 드물죠. 그런 사람을 후원하는 것은 보람이 있습니다."
"그렇게 칭찬해 주시니까 제가 다 민망하고 얼굴이 빨개지네요."
"곧은 대나무가 부러지지 말라고 티타늄을 둘러주는 겁니다. 임 차장님 같은 분이 고민에 휘둘리지 않고 자기 갈 길만 가게 밀어주면, 사회에도 도움이 되죠. 사회가 건강해야 저도 농작물, 고기, 생선을 많이 많이 팔아먹죠."
"구의원으로만 있기에는 너무 아쉬워요. 다음에 서울시장이라도 나가 시는 건 어때요?"
"우리 구의회는 이해관계 갈등 편차가 적어서 편한데, 서울시는 많이 다르죠. 말이 시지, 하나의 작은 나라나 다름없는데요."
***
"고깃집 프랜차이즈를 런칭할 겁니다. 임탁정 차장님 배우자 되시는 양희진 사장님이 1호 점주를 맡기로 하셨습니다."
"드디어 수영한우 고깃집이 오픈하는군요. 알겠습니다. 문제없도록 준비하겠습니다."
간만에 하수영을 만난 주희도는 끄덕이면서 폰에 메모를 했다.
수영한우의 환상적인 맛과 질리지 않는 감미는 그도 겪어본 적이 있었 SNS에는 수영한우의 맛에 관한 온갖 음모론과 기대감이 떠돌고 있는 중이다.
삼성동에 1호점이 오픈되면 손님들이 미어터질 정도로 몰려들 것이다.
"150g 가격을 어떻게 하실지가 궁금합니다."
청담수영마트에서 소량씩 팔리는 수영한우는 매우 비싼 편이다.
정육 코너에서 파는 고기가 150g 기준으로 10만 원까지 올라섰다.
그런데 그마저도 날개 돋친 듯이 팔린다.
마트 VVIP 멤버십을 가진 후원회노인들이 사재기라도 하듯이 긁어가기 때문이다.
정육 코너가 그 정도면, 고깃집에서는 20만 원 이상은 받아야 할까?
'아무리 삼성동이라지만 이 가격은 조금 심한 거 같은데.'
너무 비싸면 진입장벽이 높아지게 된다.
물론 1인당 50만 원이 넘어가는 파인 다이닝급 소고깃집도 있긴 하지만……
"매장 판매 가격은 150g당 39,000원 정도가 적당한 거 같습니다."
"예?"
예상보다 오히려 한참 낮은 가격에 주희도는 반대로 놀랐다.
이 정도면 전국의 흔한 소고깃집가격 아닌가.
서민들도 가끔 한 번씩 외식을 하는데 큰 부담이 없을 정도로.
"고깃집은 역시 회전율이 높고 사람들도 북적거리고 그래야 제맛이죠. 찾는 사람만 찾고 빈 테이블이 많은 고깃집은 매력이 없습니다."
"그럼 수영마트 정육 코너와 너무 차이가 나지 않을까요? 혹시 고기 등급이 그렇게 심하게 차이가 납니까?"
"그건 아닙니다. 당연히 같은 퀄리티입니다. 오히려 고기 간에 품질 차이를 크게 나도록 키우는 게 더 어렵고, 비효율적입니다."
"그럼 마트를 찾는 고객들의 불만이 터지게 될 겁니다."
"이제 마트도 연동해서 가격을 낮춰야죠. 150g에 40,000원 정도로요."
똑같은 고기라면, 정육 코너가 고깃집보다는 더 싼 게 일반적이다.
엇비슷한 가격이라면 정육 코너가 더 비싸게 받는 셈.
하지만 주희도가 보기에 이 정도는 큰 문제가 될 거 같진 않았다.
다만…….
"굳이 1,000원의 차이를 두는 이유가 있습니까, 회장님?"
"심리적 저항선이라는 게 있잖아요. 아무래도 고깃집이니까 3만 원대처럼 보이는 4만 원으로 내거는 게 심리적 저항을 무너뜨리는 데 좋겠죠."
"그, 그렇다면 왜 수영마트는 4만 원을 정확하게 유지하시려는지……."
"삼성동과 비교하면 안 되죠. 우리 청담동 VIP들은 오히려 고깃값이 내려갔다고 실망하실 겁니다."
"……."
"공정한 영업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마트 고기 가격도 내려야겠지만, 조만간 청담수영마트에서만 파는 특별 프리미엄 부위를 다시 출시할 겁니다."
하수영은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덧붙였다.
"고깃집을 포함해서 다른 곳에서는 절대로 맛볼 수 없는, 하이퍼 특스페셜 울트라 얼티밋 리미티드 한정판 부위를 말입니다."
"……제가 회장님을 다 알려면 아직도 갈 길이 먼 거 같습니다."
주희도에서 지침을 주었으니, 이제 그가 알아서 고깃집 프랜차이즈 오픈을 준비할 것이다.
***
"역시 오토는 다다익선이야. 많을수록 좋다니까."
-마스터, 아직 미국 메탄 포집 프로젝트에 좀 더 신경을 쓰셔야 할 때입니다.
"응? 거기에 신경 쓸 게 뭐 더 있어? 항공기 구매도 끝났고, 업체들이 알아서 안테나도 세우고 목장도 짓고 하고 있는데?"
-포집 항공기 파일럿 말입니다. 비행기가 1,000대나 되는데요?
"그거야 미국 파일럿 대충 고용해서 쓰면 되지."
-1,000대를 운용하려면 적어도 2, 3천 명의 파일럿이 필요할 겁니다. 한 명당 2.5억씩만 줘도 최대 6,500억 원입니다. 물론 미국이 내겠지만요.
"그러네. 기왕이면 그것도 내가 가져와야겠다. 어차피 미국은 돈 많으니까."
-파일럿들 가족 단위 미국 체류비용도 지급하셔야죠. 물론 미국 정부 돈으로요.
항공기들은 당연히 미국 정부 소유지만, 그 운용은 하수영이 권리를 갖는다.
파일럿을 어디에서 조달할지 역시 정당한 그의 권리.
"근데 우리나라는 요즘 파일럿 희귀해서 여기저기서 모셔간다고 하지 않았나? 그만한 숫자를 어떻게 조달하지?"
-당연히 지금부터 육성해야죠. 어차피 1,000대가 만들어지려면 몇 년 걸립니다.
"공군 파일럿 전역 대기자들을 저인망으로 싸그리 긁어도 모자라겠는데."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 게 어떻습니까?
"정확히 말해봐. 뭐 좋은 생각 있냐?"
-유라시아항공과 종속대학교 항공운항과 협력으로 운영되던 태안 비행교육원이 폐기될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조금 전에 오피셜 정보가 흘러나온 걸 감지했습니다.
"그래서 네가 조용하다가 이제야 말하는구나. 근데 거기가 뭐 하는 곳이냐? 내가 시도 때도 없이 전지한 건 아니라서 설명이 필요한데."
-민간 조종사 양성소입니다. 재정문제로 오랫동안 갈등하다가 결국 페기하기로 한 모양입니다.
"거기 학생들 패닉이겠는데. 조종사 되겠다고 들어갔는데 정작 그 다리가 없어지게 생겼으니."
-제로부터 새로 만들기에는 너무 시간이 걸리니, 이걸 우리가 인수하죠. 그래서 수영농장 파일럿을 키우는 겁니다.
"흠. 하긴 미국에서 농사지으려면 항공기와 파일럿은 필수지. 얼마래?"
-제값 내고 사려면 수백억 원 이상이죠. 하지만 우리가 기존 수준으로 운영을 한다고 보장하면 단돈 천원에도 넘겨줄 겁니다.
"일정 한 번 잡아 봐."
-알겠습니다.
"역시 아메리카야. 한국보다는 난이도가 있어. 목장일 뿐인데도 벌써부터 이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