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랜차이즈 갓-906화 (906/1,270)

프랜차이즈 갓 906화

219 장 미국은 돈이 많아요 (3)

보잉 747-8 1,000대 구매 계약.

자그마치 3,600억 달러짜리 프로젝트.

이 계약 덕분에 보잉은 단종이 확정되었던 초대형 점보기 747 시리즈를 부활시킬 수 있게 되었다.

덕분에 보잉 경영진은 본사를 방문한 하수영을 황제 모시듯이 깍듯하게 대했다.

"비행 시 체공 시간이 얼마나 될지는 모릅니다. 최대한 오래 떠 있는다 가정하고, 승무원들이 피로를 덜 느끼도록 해주세요."

"알겠습니다."

"포집기는 공중급유를 받을 수 있어야 하고, 또 포집한 메탄을 액화 처리해서 수송기에 다시 급유해 줄 수 있어야 합니다."

"물론이죠."

하수영은 그 밖에도 포집에 필요할만한 여러 가지 주문들을 죽 읊었다.

지금 주문해도 1,000대를 모두 인도받으려면 몇 년 이상 걸릴 것이다.

비행기가, 그것도 대형 점보기가 하루아침에 뚝딱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니.

제퍼는 부사장이 말했다.

"가장 중요한 건 시간이군요."

"정확하게 보셨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메탄은 미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죠."

"역시 생산라인 확보가 무엇보다시급한 거 같습니다."

일단 공장부터 불려놓아야 저 미쳐버린 주문 물량에 어떻게든 맞출 수 있을 테니까.

"페인 필드 공항 공장부터 일단 확장해야 되겠습니다. 계약금 받는 대로 공장부터 늘려야겠어요."

임원 중 어느 누구도 반대 의사를 내비치지 않았다.

1,000대를 주문한 바이어가 눈앞에 있고, 또 그만한 물량을 소화하려면 역시 공장부터 키워야 한다.

화물칸이 통째로 액화탱크인 화물기 형태가 될 것이다.

하수영은 줄줄이 주문 옵션을 전달한 뒤, 마지막으로 덧붙였다.

"잘 생각해 보세요. 지금 당장은 미국 상공만이지만, 나중에는 전 세계 상공을 누비며 포집을 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때를 대비해서 충분히 공장의 확장성을 준비해 두라는 말씀으로 알겠습니다."

"대비는 미리미리 해둬야죠. 막상 닥쳤을 때 하려면 정신 없습니다."

포집 항공기 등은 물론 미 정부 소유다.

하지만 운용에는 하수영이 깊숙이 관여를 하게 될 수밖에 없다.

***

캘리포니아 수영목장 곳곳에 포집안테나가 세워지고 있었다.

한국에서 온 업체들은 매일같이 부지런하게 안테나를 만들었다.

"그런데 한국 목장은 안테나 간격이 이것보다 훨씬 빽빽했던 거 같은데? 이렇게 띄엄띄엄 지어도 되는 거야?"

"여기 안테나는 포집 범위가 넓은 신형이 들어갈 예정이라고 하더라고, 그러니까 이렇게 거리를 더 벌리는 거지."

"포집 항공기에 들어가는 것과 같은 수준일까?"

"그건 아닐걸. 항공기에 들어가는 버전은 포집 범위가 반경 수㎞라고 하더라고."

"아아, 그럼 확실히 목장에 들어가는 놈은 아니겠어."

목장 안테나는 약 200미터 간격을 두고 떨어져 있었다.

그리고 안테나의 높이는 무려 90미터에 달했으며, 3개의 블레이드가 달린 프로펠러가 꼭대기에 달려 있었다.

누가 봐도 겉모습은 명백한 풍력 발전기다.

"놀면 뭐하니. 부지런하게 전기라도 만들어야 남는 장사지."

즉 캘리포니아 목장에는 포집 안테나와 풍력 발전기가 결합한 범용 모델이었다.

메탄도 포집하고, 전기도 생산하고, 말 그대로 일거양득.

"목장 전체에 세우면 생산되는 전기가 엄청나겠는데."

"이 정도면 주정부에 전기를 팔아도 될 거 같은데 말이지."

"서울 2배가 넘는 땅에 200미터 간격으로 풍력 발전기로 도배하면 전기가 꽤 많이 만들어지겠어."

"이거 회장님 나중에는 전기 팔아서 버는 돈이 더 많아지시는 거 아니야?"

"에이, 그러긴 힘들지 않을까?"

"우리야 일거리가 더 늘어나서 매출 커지니까 좋긴 한데."

포집 안테나에 풍력 발전기가 결합하니, 업체들의 일감이 더욱 늘어났다.

사업 규모가 훨씬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90미터짜리 안테나에 들어가는 기둥 골재와 프로펠러 같은 자재들은 당연히 한국에 주문을 해서 수송했다.

하수영이 50%의 지분을 가진 포스코 광운제철소의 일감도 덩달아늘어났다.

자재 생산 업체들이 필요한 철강을 모두 광운제철소에서 구매했기 때문이다.

***

목장 건설과 포집 항공기 주문을 모두 순조롭게 마친 뒤, 하수영은 한국으로 돌아왔다.

"미국 온 김에 캠프데이비드에서 총질 한번 하고 싶었는데, 초청을 안 해주네."

-백악관이 참으로 눈치가 없군요. 일부러 미국 일정을 느긋하게 잡은 마스터의 배려도 몰라주고 말입니다.

"내가 먼저 캠프데이비드에 초청해 달라고 말을 할 수도 없는 건데. 좀 알아서 재깍재깍 초청장 날리면 안되나."

-조만간 미 대통령한테도 제가 키운 식자재로 만든 밥 한 번 먹여야 하는데 말입니다.

그렇게 하수영은 다시 한국 땅을 밟았다.

초반에 제대로 길을 잡아줬으니, 목장과 포집 항공기 사업은 이제 별탈 없이 진행될 것이다.

당분간은 중간중간 경과를 살피면서 진행 과정을 체크해 주면 된다.

하수영은 귀국 첫날, 임탁정 검사의 서울 자택으로 초청을 받았다.

임탁정은 미리 연차를 내고 서울 자택에 와 있었다.

"어서 오세요, 의원님."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과연 사모님이 대단한 미인이시네요. 차장님이 얼마나 극찬을 하는지 모릅니다."

"영광이에요. 이 나이에 젊으시고 잘생긴 분한테 그런 칭찬을 들으니까 부끄럽네요."

"아직 한창이신데요, 뭘."

임탁정 부부는 한껏 공손한 태도로 하수영을 맞이했다.

"궁전 같은 청담동 자택에 비하면 많이 누추하지만 너무 흉보지는 말아주세요. 부끄러워요."

"아뇨, 깨끗하고 단정해서 좋은데요? 저희 집은 더럽지는 않은데 좀 정신이 없습니다. 이것저것 널브러진 게 많아서요."

거실 한복판에는 아주 넓은 탁자가 준비되어 있었고, 접시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

적어도 장정 수십 명은 달려들어야 다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양.

임탁정의 아내는 이걸 누가 다 먹을까 싶어 준비하는 내내 걱정했었다.

"차린 건 없지만 많이 드세요. 입맛에 맞으실지 모르겠어요."

"아주 맛있어 보이는데요? 양이 조금만 더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예?"

아내가 조금 당황해하자 임탁정이 얼른 나서서 수습했다.

"의원님, 이거 말고 더 있으니까 전혀 걱정하지 마십시오. 아무렴 제가 의원님 식사량을 모르겠습니까?"

"아, 다행이네요. 맛있는 건 배가 터질 때까지 넣어줘야지, 중간에 끊어지면 그것만큼 아쉬운 게 없거든요."

그리고 임탁정의 아내는 그날 하수영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목격할 수 있었다.

끝도 없이 들어가는 음식들을 보며 처음에는 흐뭇해하다가, 나중에는 저러다가 위장이 터져나가는 게 아닌지 겁이 날 정도였다.

"이야, 이거 사모님 음식 솜씨가 장난이 아닌데요? 탐이 날 정도입니다."

"실은 혼자 한 게 아니고 제 어머니가 도와주셨어요."

"어머니께서요?"

"네, 저 혼자서는 이거 다 못 만들죠."

사실 모친이 전부 다했고 자신은 옆에서 잔심부름만 했다는 것까지 밝히지는 않았다.

예비로 마련한 음식까지 전부 비우고 난 후, 커피 타임을 가졌다.

"저희 어머니도 의원님 덕분에 이번에 1억 벌었거든요. 그래서 너무 감사하다고, 제가 안 그래도 된다고 했는데 멀리서 올라오셔서 도와주셨어요."

"뭐 제가 대단한 걸 한 것도 아닌데요."

"아니에요. 정말정말 감사해요. 의원님 덕분에 저희 부부 인생이 달라졌어요, 이제."

하수영은 여유롭게 웃으며 말했다.

"차장님이 드물게 정의감이 불타는 검사여서 제가 항상 눈여겨보고 있었습니다. 사심이 아니라 정의감 하나만으로 재벌가에 몇 방 먹이셨는 데, 이 정도야 약소하죠."

"진짜진짜 감사해요."

"그나저나 천억대 자산가가 되셨는데 앞으로 어떻게 하실 건가요?"

아내는 약간 버벅거리면서 대답했다.

"어, 음. 일단 삼성동 쪽에 건물 하나 살 생각이고요."

"천억이면 그렇게 큰 건 못 사겠군요."

"네, 저도 이번에 알아보고 정말 놀랐어요. 대로가에 있는 고층 빌딩들, 몇백억 정도 하는 줄 알았는데, 무슨 수천억 단위라서……."

"기왕이면 알짜배기로 사세요. 요즘 이 동네도 은근 공실이 있어서요. 금액대도 있다 보니까 환금성도 쉽지 않고요. 청담하고는 또 다르죠."

"네, 신중히 고르려고요."

하수영은 벌써 커피를 6잔째 마시고 있는 중이었다.

커피를 음미하는 게 아니라 운동선수가 수분을 보충하는 것 같다.

"빌딩 사시면 전부 세놓으실 건가요? 아니면 일부는 자기 사업장을 차리실 건가요?"

"1층에 조그맣게 음식점 하나 낼까 생각 중이에요."

임탁정이 왜 그런 말을 하느냐고 눈치를 주었지만 아내는 철면피로 모른 체했다.

"음, 요리 솜씨를 보아하니 어떤 음식점을 내든 대박 나실 겁니다. 만약 요리를 못하시는 분이면 제가 수영레스토랑 가맹점이라도 하나 드려야 할 텐데, 이런 솜씨를 가지신 분은 자기만의 전통 한식을 차리셔야죠."

"네? 네?"

아내는 순간 당황했고, 임탁정은 고소하다는 듯이 소리 없이 킬킬거렸다.

자기 꾀에 자기가 빠진 아내의 모습이 그렇게나 웃겼다.

"그래도 친한 지인이 모처럼 구매한 빌딩에 하수영 프랜차이즈가 입주를 안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고, 혹시 음식점 하나 더 차리실 생각은 없습니까? 프랜차이즈라서 그냥 가끔 관리만 하면 될 건데요."

살짝 기죽어 있던 아내는 신이 나서 얼른 받았다.

"아이, 의원님이 주시는 선물이라면 사양 않고 받죠. 어머, 근데 이거 혹시라도 잘못되는 거 아니지, 여보?"

"다른 가맹점과 똑같은 대우, 투명한 계약이 될 건데 문제 될 게 뭐 있나요?"

"그럼 감사히 받을게요. 이제 수영라면은 원 없이 먹을 수 있겠어요."

아내가 좋아하는 모습에 임탁정은 왠지 입맛을 다셨다.

자기 꾀에 빠진 모습이 참 보기 좋았었는데.

하수영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 이거 참. 수영레스토랑은 안되는데요."

"예? 무,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삼성동은 수영레스토랑 티오 꽉찼습니다. 더 이상은 가맹점 안 내주고 있어요. 가맹점들 매출은 지켜드려야죠."

삼성동 쪽은 이미 수영레스토랑이 들어갈 곳은 죄다 들어갔다는 뜻이다.

동일 브랜드 가맹점 간의 과열을 막기 위해서, 하수영은 철저히 상권을 지켜주고 있었다.

아내의 얼굴이 실망으로 물들었다.

"아쉽네요. 그럼 혹시 압구정동은……."

"거기도 들어갈 덴 다 들어갔습니다. 청담, 압구정, 삼성은 이미 다 찼어요. 그리고 건물보다 수영레스토랑이 주가 되어서는 안 되죠. 임대사업은 그렇게 접근하시면 안 됩니다."

아쉬운 대로 수영참치라도 내야 하나?

내심 수영레스토랑을 내고 싶었던 아내는 마음이 허전했다.

"그러지 말고 고깃집을 하시죠."

"고깃집이요?"

"네, 목장 산지직송 소고깃집은 어떻습니까?"

"산지직송."

아내의 눈빛에 다시금 생기가 깃들었고, 임탁정도 저도 모르게 몸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도 고기를 좋아한다. 특히 소고기를 몹시 사랑한다.

그렇다 보니 소고깃집이라는 말에 저도 모르게 몸이 기울어졌다.

"제가 슬슬 소고기 프랜차이즈를 런칭하려고 했거든요. 1호점을 한번 해보시는 건 어떻습니까? 고깃집이니까 사모님 본인 가게 하시면서도 여유 있게 운영하실 수 있을 겁니다."

"저희 가족 모두 소고기 좋아해요. 무조건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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