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900화
218장 목장 업그레이드 (4)
구의회, 하수영은 최우석 등 몇몇 의원들과 티타임을 가지고 있었다.
"메탄 포집인지 뭔지, 그거 때문에 요즘 또 한창 시끄럽던데?"
"흠, 구의회까지 소문이 날 정도인가요?"
"구의회 사람들이라면 다 알지 않을까? 다들 하나같이 수영홀릭인데 말이지."
"이거 그동안 점심을 열심히 산 보람이 있군요."
하수영은 여기저기에 로봇 하수영을 뿌려 놨다.
직접 오지 못하는 날에는 로봇 하수영이 본인을 대신해서 사람들을 관리했다.
평일 점심시간이면 로봇 하수영이 모니터에 얼굴을 띄운 채 사람들을 이끌고 나서는 것은, 이제 익숙한 풍경이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로봇 하수영을 하수영이 실시간으로 제어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프리덤이 주인을 위해서 본인 행세를 하고 있다는 것은 꿈에도 몰랐다.
아무튼 구의회에 상주하는 이들은 의원, 행정직원 가리지 않고 하수영바라기였다.
하수영 주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매일같이 꼼꼼히 체크하고, 이야깃거리로 삼는다.
당연히 긍정적 방향이다.
"여러분들 생각은 어떤지 궁금하네요."
하수영이 별안간 돌아보며 묻자, 초선 구의원들이 긴장해서 침을 꿀꺽 삼켰다.
하수영의 자산 내역을 샅샅이 꿰고 추종하는 윤현수(38세) 의원이 얼른 말했다.
"메탄 포집 기술은 꽁꽁 보호하고 혼자만 갖고 계셔야죠. 절대로 외부와 공유해서는 안 됩니다."
"그렇게 생각해요?"
"네, 그게 의원님, 그리고 수영목장에 가장 큰 이익이니까요. 농부가 자기 이익을 생각해야지 다른 나라 목장 사정을 생각하면 안 됩니다."
하수영이 조용히 끄덕거리자 이에 질세라 다른 초선 오정재도 끼어들었다.
"제가 이상기후에 대비해야 한다는 말은 없나 보네요."
"아이고, 그게 왜 의원님 책임입니까. 열심히 석탄 떼고 공장 돌린 서구 기업들과 그걸 방관한 서구 정부들 책임이죠."
"맞습니다. 백 년 동안 자기들이 실컷 쓰레기 투척해 놓고 이제 와서 엉뚱한 제3자에게 해결해 달라는 거 자체가 웃깁니다."
"우리 정부에서도 공을 들이는 중이라는데, 그냥 무시하십시오. 국제무대에서 체면 차리다가 정작 실속은 일본에 다 넘겨줄 겁니다."
"이번에 해외 업체들 기술 검증하러 온 거 보십시오. 다른 선진국은다 왔는데 일본만 안 왔습니다. 안보이는 곳에서 꿍얼거리면서 뭔가 꾸미는 짓이 있을 겁니다."
"이건 의원님이 꼭 쥐고 계셔야 합니다."
"그리고 사실 이상기후로 전 세계 농사가 망하면 어떻습니까? 의원님에게는 더 잘된 일입니다!"
"……."
"……."
윤현수가 흥분해서 그렇게 말하자 잠시 동안 침묵이 찾아왔다.
최우석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라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윤현수도 자신이 너무 과격했음을 깨닫고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의원님, 제가 말실수를 했습니다. 그…… 의원님이 그럴 분이라는 게 아니라 어디까지나 상황이 그렇다는……."
"아뇨, 맞는 말입니다. 우리 농장은 완전 실내식이라 외부 환경에서 자유롭죠. 다른 농장들이 피해를 입을수록 이득을 보는 구조는 맞습니다."
정작 하수영은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윤현수를 다독였다.
"이상기후가 제 책임도 아닌데, 다른 나라가 그 때문에 농사 망하는 게 저와 상관은 없죠."
윤현수의 안색이 다소 밝아졌다.
"맞습니다. 이상기후야 95% 이상이 서구 열강들 책임이죠."
"산업혁명 이후부터 줄곧 배출한 온실가스가 어휴, 얼마나 될런지."
"솔직히 지금도 이상기후, 이상기기 후 타령하면서 다들 자동차 끌고 소고기 열심히 먹고 그러지 않습니까?"
"일반 소비자들 마인드부터 바꿔야 죠. 남들이 알아서 해줄 테니 나는 걱정이나 하면서 열심히 매연이나 뿜뿜해야겠다, 평생 이런 식이면 절대로 못 바꾸죠."
최우석이 진지한 표정으로 끼어들었다.
"그런데 내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 이상기후가 그렇게도 심각한가?"
"이미 온실가스 농도가 비가역적 수준을 넘어섰다는 게 대세입니다. 오늘부터 당장 전 세계가 탄소 배출을 0으로 만들어도 이상기후를 되돌릴 수는 없다고 하네요."
"그런 상황에서 대기 중 메탄을 포집할 수 있는 기술이 튀어나왔으니, 선진국들이 저렇게 눈이 뒤집어지는 거지요."
"흐음, 그럼 하 의원이 확실히 마음만 먹으면 이상기후를 되돌릴 수 있다. 이거 아닌가?"
"……그렇지요."
"그럼 이거 하 의원이 명분이 약하구먼. 기술 강제 공개를 요구하고 나올 수도 있겠어."
"그래서 하수영 의원님도 특허등록을 안 하시는 거겠지요. 현명하신 겁니다."
조용히 듣던 하수영이 불쑥 말했다.
"메탄 포집 안테나만으로는 이상기 후를 막을 수 없죠. 진행 속도를 아주 조금 늦출 뿐이니까요. 이산화탄소는 어디 놀고 있답니까?"
"그렇지요."
"맞습니다."
"그리고 육불화황, 과불화탄소 같은 반도체 배출 온실가스는 또 어쩌고요? 정말 이상기후를 막고 싶으면 당장 래플부터 크게 반성하고 서진 파운드리에 외주 맡겨야 합니다."
"그건 또 뭔가?"
"반도체 만들 때 나오는 온실가스들인데 위력이 어마어마하죠. 이산화탄소의 몇만 배거든요."
윤현수가 주먹을 불끈 쥐고 물었다.
"의원님, 서진파운드리에서는 그런 것들을 전혀 배출하지 않는 겁니까?"
"네. 당연하죠."
"뒤처리 시설이 정말 완벽한가 봅니다!"
"그게 아니라 애초에 공정 과정에서 그런 게 전혀 안 나와요. 정화시스템이 잘된 게 아니라 그런 게 애초에 필요가 없죠."
"잠깐만요, 래플은 지금 반서진 파운드리 연맹을 선언하고 마이크론과 손을 잡지 않았습니까?"
다들 의원들도 분위기에 질세라 얼른 한마디씩 거들고 나섰다.
"래플이 해마다 소모하는 반도체 양이 어마어마한데, 그것도 결국 온실 가스 배출을 담보로 하는 것이군요."
"미국은 이거 수영그룹에 뭐라고 하기 전에 자기부터 되돌아봐야 할 거 같습니다."
"하하, 쓰레기 버리는 놈 따로 있고 치우는 분 따로 있다더니, 영락없이 그 꼴 아닙니까?"
다들 그렇게 한목소리로 화기애애하게 동조하는 분위기 속에서, 하수영이 한마디 했다.
"그리고 인류는 한 번 이상기후에 크게 데여 봐야 합니다."
"……."
"……."
"대가를 치르지 않겠다는 것은 욕심이죠. 선택을 했으면 그 결과도 수용해야 합니다."
"음, 하 의원, 어디 가서 그런 말은 하지 않는 게 좋겠어. 자네 이미지에 너무 위험해."
"제가, 아니, 에릭 실장이 제대로 마음을 먹으면 이상기후를 막을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래서 인류한테 반성이 남을까요?"
"……."
"뭐야, 그렇게 말만 떠들어대더니 별거 아니었잖아? 하고 넘어갈 겁니다. 무반성과 안일함에는 이자가 붙습니다. 나중에 이상기후는 비교도 안 되는 더 큰 인위적 재앙을 스스로 불러들이게 되겠죠."
"……."
"……."
최우석을 비롯한 의원들은 하수영의 덤덤한 말투에서 오히려 섬뜩함을 느꼈다.
마치 세계 멸망 예고를 듣는 느낌이다.
"이쯤에서 예방접종 한 번 맞고 가는 게 장기적으로는 낫죠."
"의원님이 그 예방접종을……."
"아니죠. 그 빚은 인류가 스스로진 건데요."
탄소 배출에 책임이 없는 가난한 미개발 나라들도 많다.
그들에게는 안된 일이지만, 그것 역시 수영농장의 책임은 아니다.
"어차피 포집 안테나는 추가 생산이 어렵습니다."
"우리가 뭐라고 떠들든 간에, 결과가 달라질 일은 없었다는 거군."
"그래도 100%는 아닙니다. 99.99% 이상 이미 정해져 있었다는 거죠."
하수영은 지금의 지구 문명이 선택한 결과에 개입할 마음이 없었으니까.
그런 참견질은 무한한 전생 속에서 실컷 해왔다.
때로는 흡족한 결과를 얻었고, 때로는 실망스러웠으며, 인류에 대한 혐오로 자신이 직접 멸망을 내려준 적도 있었다.
"이번 생은 질릴 때까지는 농사에 열중할 생각이거든요. 그리고 지금 한창 재밌습니다."
***
하수영은 워싱턴이 주목하는 몇 안되는 인지도 높은 개인이다.
당연히 그들 모두가 좋은 의미에서 주목하고 있지는 않다.
항모 등 하수영이 구매해 준 무기 덕분에 만족해하는 이들도 있지만, 수영레스토랑으로 인한 푸드시장 침탈을 고깝지 않게 여기는 이들도 있다.
특히 카길, 팟디서플라이 등 글로 벌 곡물업체와 친한 이들은 하수영을 좋아하지 않는다.
일본 기업의 후원을 받는 워싱턴정치인들도 하수영을 싫어한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모두 같았다.
상원, 하원을 가리지 않고.
하수영을 좋아하는 이도, 싫어하는 이의 구분 없이, 메탄 포집 기술만큼은 똑같은 마음이었다.
'저건 반드시 우리 미국에 도입해야 해.'
'무조건 우리 미국이 가져야만 해.'
……아니, 완전히 똑같다고는 볼 수 없으려나?
드록스만은 미국인 브로커였다.
그는 고용주로부터 전권을 위임받은 채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어렵사리 에릭을 만난 그는 특유의 갈고닦은 사교 기술을 총동원해서 마음을 사로잡으려고 했다.
"로한 박사님. 한국은 박사님의 큰 뜻을 펼치기에는 너무 좁은 나라입니다. 수영그룹은 과연 박사님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있습니까?"
대식가라는 소문대로, 에릭 로한은 자신이 말을 하는 순간에도 계속 음식을 먹어치우고 있었다.
하수영과 에릭의 친분이 혹시 왕성한 식욕이라는 공통점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미국으로 오십시오. 많은 대기업들이 두 팔 벌려 박사님을 환대할 겁니다."
"어떤 기업들이 있습니까?"
"박사님이 의지를 결정하신다면 전부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다만 당장 말씀드릴 수 있는, 박사님을 원하는 기업들은 이곳들입니다."
드록스만은 넌지시 쪽지를 보여 주었다.
언뜻 스쳐보기에도 굵직굵직한 미국의 대기업들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주로 에너지사업 관련 기업들이었다.
래플 등 에릭이 알 만한 전자기업들은 목록에 없었다.
"난 한국 생활에 만족합니다. 미국으로 돌아갈 마음은 없습니다."
"박사님! 박사님이 이분들과 손을 잡는다면 이익 쉐어와는 전혀 별개로, 그 즉시 박사님 개인께 1조 달러의 현금을 넣어드릴 겁니다!"
포브스 단골손님들이 수십 이상 뭉친 상황.
1조 달러의 현금을 만들어내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1조 달러라. 그게 어느 정도 되는 돈인지 잘 모르겠군요."
"미합중국의 한 해 국방비에 달하는 거금입니다. 그 전액이 현금, 개인이 쥐기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돈이죠. 이건 어디까지나 미국을 선택해준 것에 대한 사례이자 보답일 뿐입니다.
"전 여기 생활에 만족합니다. 맛있는 음식도 많고, 여자들도 매력적입니다. 무엇보다 교관님을 배신할 순없습니다."
그러고 보니 에릭은 이상하게도 하수영을 꼬박꼬박 '교관님'이라고 부른다고 들었다.
정확히 어떤 의미에서 칭하는 것인지는, 아직 아무도 몰랐다.
"그분은 저와 제 가족 생명의 은인입니다."
"지금까지 에릭 박사님이 해주신 것만 해도 이미 은혜는 수백 번 갚고도 남지 않겠습니까? 이제 박사님 본인 인생을 사셔야지요."
이렇게 매파들이 열심히 에릭을 꼬드기는 사이, 비둘기파도 하수영 설득에 공을 들이고 있었다.
"아무것도 탐내지 않겠습니다. 그저 대기 중의 메탄만 포집해 주십시오. 모든 비용은 우리가 부담하며, 포집된 메탄도 시세의 20배의 가격으로 전부 사들이겠습니다."
"안 됩니다. 포집 안테나를 추가 생산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에요. 제 목장에 설치하는 것만 해도 버겁습니다."
"그럼 미국에 목장을 세워 주십시오."
"뭐라고요?"
"얼마만큼의 면적을 원하십니까?
서울? 경기도? 얼마든지 소를 키울 면적을 내어드리고, 모든 걸 지원해 드리겠습니다."
하수영은 손으로 얼굴을 덮으며 혼자 중얼거렸다.
"내가 땅 좋아하는 건 또 어떻게 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