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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899화 (899/1,270)

프랜차이즈 갓 899화

218장 목장 업그레이드 (3)

메탄 포집 안테나는 정부에 꽤 강력한 충격을 준 모양이었다.

보고가 들어가고 국무총리가 곧장 청담동을 찾아올 정도였으니.

임명된 지 얼마 안 된 신임 국무총리는 겉보기에도 매우 흥분해 있었다.

"이렇게 뵙게 되는군요, 하수영 의원님."

"네, 총리님. 반갑습니다. 취임식에는 참석하질 못해서 민망합니다."

"공사가 다망한 분이니 그러실 수 있죠. 전혀 개의치 않으니 마음에 담아두지 마십시오."

할아버지뻘이나 마찬가지인 국무총리는 깍듯하게 행동했다.

"메탄 포집 장치에 관해서 자세한 보고를 받았습니다. 에릭 로한 박사가 또다시 혁신적인 발명품을 만들어냈군요. 축하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에릭 실장은 우리 수영농장의 보물이자 브레인이죠."

"그만한 브레인이면 직접 기업을 세울 것도 같은데 하수영 의원님의 품을 벗어나질 않는군요."

"기업은 아무나 하나요? 골치 아프고 번거롭다고 싫어합니다. 제가 적당히 잘 챙겨주고 있으니 제 옆에 있는 거지요."

"그래도 너무 마음을 놓으시면 안될 거 같습니다. 지금 여러 대기업에서 에릭 박사한테 눈독을 들이고 있을 겁니다.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서 말이죠."

"네. 잘 알겠습니다. 그런데 오늘 오신 이유는 그게 아닌 거 같은데요."

국무총리는 넉살 좋은 웃음을 한껏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메탄 포집 장치를 수영목장 전용으로 사용하신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중간에 보고가 잘못된 것 같아서, 직접 확인을 하러 왔습니다."

"그런 거면 전화나 톡 메시지를 주시면 됐을 텐데요. 바쁘신 분이 번거롭게 여기까지 오시지 않아도 될텐데."

"정말 사실입니까?"

한 번 더 확인하는 표정에는 흔들림이 없다.

보고가 잘못된 것 같아서 확인을 하러 온 사람의 표정이 아니다.

"총리님, 제 생각을 바꾸려고 오셨군요."

"……메탄 포집 장치는 이 시대를 바꿀 위대한 발명입니다."

"예, 저도 잘 압니다."

"한반도라는 좁은 울타리 안에만 두고 활용하기에는 너무나 아깝습니다."

"아깝지만 어쩌겠어요. 목장 가격경쟁력을 지키려면 할 수 없지요."

"의원님! 글로벌 이상기후 국가공조에서 우리나라가 목소리를 크게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저버리지 말아 주십시오!"

"저야 우리나라가 국제외교무대에서 위상이 높아지면 좋죠. 그래도 이 나라 국민인데요."

"그러시다면 당연히 포집 장치를 더욱더 풀어야 하는 게 아닐까요?"

"당연히라는 말이 왜 거기서 나오죠?"

하수영이 웃는 얼굴로 묻자 국무총리는 순간 조금 당황했다.

이야기가 잘 풀리는 줄 알았는데 갑자기 작은 돌멩이 뿌리에 걸린 느낌이다.

"불필요하게 길어질 것 같으니까 제가 물어볼게요. 총리님이 그리고 있는 밑그림이 뭔가요?"

"……."

총리는 한참 동안 마음을 가다듬다가 말했다.

"포집 서비스를 여러 나라에 제공함으로써 온실가스 배출 감소에 적극 공조하는 겁니다. 기술을 제공하자는 게 아닙니다."

"그런데 설비를 그 나라에 두면 과연 기술을 보호할 수 있을까요? 서구열강놈들이 어떤 놈들인데, 막 뜯어보고 분해하고 어떻게든 뺏으려고 발악을 하지 않을까요?"

"유출 염려는 전혀 없다고 보고받았습니다만."

"그거야 개발자의 장담이고요, 권리자인 저로서는 위험을 감수할 수 없죠."

"……."

"저는 제 목장 외의 다른 곳에 포집 안테나를 설치할 마음이 없습니다. 이것은 분명하게 못을 박아드립니다."

국무총리의 표정이 더욱 진중하게 변해서 설득에 들어갔다.

"의원님, 이상기후로 고통받는 전 세계 시민들을 생각해 주십시오. 그들을 향한 일말의 책임감을 느껴 주십시오."

"제가 왜요?"

"의, 의원님?"

"이상기후 문제는 100년 동안 유럽하고 미국 같은 서구열강들이 공장 돌리고 자동차 굴리면서 온실가 스 펑펑 내뿜은 것 때문이잖아요?

책임감은 그 친구들이 느껴야죠."

"후발주자인 우리나라도 거기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그럼 중공업으로 큰 대기업들한테 찾아가서 뭐라고 하시면 될 듯?"

"의, 의원님 목장에서도 메탄이 나오지 않습니까?"

"그래서 제가 버리는 가스 쓰레기는 제가 책임감을 느끼고 잘 처리할 겁니다. 근데 남들이 버리는 가스쓰레기까지 제가 책임감을 느껴야 하나요?"

왜 이렇게 비협조적이지?

국무총리는 하수영을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머리가 복잡했다.

'이상기후 문제를 우리나라가 주도 해서 대응하면 아주 큰 외교적 이익을 누릴 수 있는데. 그걸 포기하겠다는 말인가?'

혹시 돈 때문일까?

국무총리는 미리 준비했던 질문 중 하나를 꺼냈다.

"정부에서는 백지수표를 제시하겠습니다. 그만큼 기후문제 대응에 관한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뜻으로 이해해 주시면……."

"어, 그럼 일단 그룹 전체에 법인세, 취등록세 일괄 면제요. 그리고 매년 국가 총예산의 20%를 비용으로 지불해 주시고, 기술 공개 의무는 당연히없는 걸로, 그리고 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줄줄이 쏟아내는 요구사항에 국무총리는 입만 떡 벌렸다.

하나하나가 현 정부 입장에서는 들어줄 수 없는 파격적인 조건들이었다.

완전 면세? 국가 예산의 20%를 꼬박꼬박 내놓으라고?

"의원님, 그것은 들어드릴 수 없는 불가능한 조건입니다!"

"이 정도에 기겁을 하실 거면서 백지수표는 무슨 자신감으로 제시한 거죠, 총리님?"

오히려 하수영이 기가 차다는 표정으로 물었고, 국무총리는 머리가 지끈거렸다.

동석 내내 침묵을 지키던 최우석부의장이 껄껄 웃으며 말했다.

"총리님, 청담동에서 백지수표는 함부로 제시하는 거 아닙니다."

"……부의장님, 의원님 설득을 좀 도와주시지요."

"아, 자기 물건 자기가 안 팔겠다는 걸 무슨 명분으로 설득을 합니까? 안 팔겠다는 걸 팔게 만들려면 입이 떡 벌어지는 프리미엄을 제시해야지."

최우석은 한껏 즐거운 표정으로 부채질을 했다.

"상대가 계속 안 팔겠다고 나온다면 돈이 부족한 건 아닌지 생각을 해보시오."

"다수의 항공모함과 순양함을 선뜻 기증하실 정도로 배포가 크신 분이라서 기대를……."

"그거야 제가 필요해서 금액 생각 안 하고 돈 쓴 거죠. 그런데 다른 나라 메탄을 포집해 주는 건? 저한테 전혀 유익할 게 없는데요."

"국가를 위해서……."

"네, 국가를 위해서 필요한 외교활동이라는 건 이해합니다. 그러니 목마른 사람이 열심히 우물을 파셔야죠."

이렇게까지 바늘이 들어갈 틈이 전혀 안 보일 줄은 몰랐다.

국무총리는 어느 정도 유의미한 전진이 있을 줄 알았다.

오늘 당장 OK를 얻어내진 못하더라도, 방향성은 잡을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다.

그런데 현실은 완전히 다르다.

"모든 계열사 완전 면세, 총예산의 20%, 일단 이 2개가 충족될 거 같으면 다시 와주세요. 그때 나머지자잘한 조건들을 이야기하죠."

국무총리는 결국 빈손으로 돌아갔다.

***

하수영은 국내의 모든 목장에 포집안테나를 설치했다.

자신의 목장뿐만 아니라, 자신을 지지하는 축산농가 목장에도 전부 설치한 것이다.

포집 안테나 설치가 끝나고, 액화 탱크에 메탄가스가 차근차근 저장되기 시작했다.

해외에서 정보를 접한 업체와 과학자들이 속속들이 입국하기 시작했다.

"안테나 하나로 메탄을 포집한다고? 전혀 말이 안 되는데."

"안테나처럼 생겨서 안테나라고 부르는 거겠지. 아무튼 검증을 해보자고."

"도대체 에릭 로한 박사는 얼마나 천재인 거야? 저번에는 핵융합 연구까지 관여를 했다던데."

"진짜 신은 불공평해."

영국, 독일, 프랑스, 미국, 러시아등등 여러 기업들은 전문가를 고용해서 한국으로 들어왔다.

그들은 온갖 방법을 총동원해서, 포집 안테나가 정말로 메탄을 포집하는지를 책정했다.

고맙게도 한국 정부, 그리고 수영농장에서도 협조를 해주었다.

한국 정부가 협조를 한 것은 다름이 아니라 미리미리 홍보를 해두기 위해서다.

이런 기술이 존재한다는 것을 세계적으로 공증을 받아두자는 것.

수영목장도 그 점은 마찬가지였다.

그래야 나중에 EU 육류 시장에 진출할 때 메탄세에 휘말리지 않기 때문이다.

해외 에너지 업체들은 시간을 들여 꼼꼼하게 목장과 설비들을 체크했고, 모두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에릭, 그는 신인가? 그는 신인가?"

"맙소사. 겨우 저 안테나 하나로 이렇게 넓은 목장을 전부 커버할 수 있다고?"

"심지어 유지비용도 얼마 안 들어!"

"설마 메탄만 되는 건가? 이산화탄소나 다른 온실가스는 안 되는 건가?"

"이건 당장 우리나라에도 도입을 해야 합니다!"

실사를 온 외국 기업들은 이 놀라운 결과에 발을 동동 구르며 난리법석이었다.

온실가스 농도는 심각하고, 100년이 걸려도 과거로 되돌릴 수 없다는 예측이 강력한 힘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 포집 장치는 다르다.

지상에서 배출되는 메탄을 0으로 만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미 대기 중에 섞인 메탄의 농도를 떨어뜨릴 수도 있다.

비가역이라고만 생각했던 영역을 가역으로 되돌릴 방법이 열린 셈이다.

***

미 농무부 장관 톰 빌락은 최종보고를 받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게 정말이오? 이미 배출된 대기권 내부 농도도 떨어뜨릴 수 있다고?"

"그럴 거라고 생각됩니다. 포집 안테나의 커버 범위가 매우 넓습니다. 대형 비행선에 안테나를 넓게 달아서 꾸준히 비행과 포집을 행한다면, 메탄 농도를 산업혁명 이전으로 되돌릴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소목장 설치는 당연히 필수겠고."

"물론입니다."

"다행히 수영그룹은 우리 미국과는 여러모로 사이가 좋은 편이지."

수영목장에만 적용할 계획이라는 한 줄이 마음이 걸렸지만, 농무부 장관은 문제없을 것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정중한 공문에 더해서 돌아온 정중한 답문은 그를 절망에 빠뜨렸다.

[포집 안테나는 더 이상의 추가 생산이 매우 어렵습니다.

따라서 지구 전체에 유의미한 영향력을 끼칠 만한 포집 시스템 구축은 불가능합니다.

자세한 사정을 설명드릴 수는 없으나, 사익 편취 등의 이유가 아니라 원재료 조달이 무척이나 힘든 까닭에서입니다.]

"원재료 조달이 힘들어서 더 이상 추가 생산이 어렵다니? 이게 무슨 말인가?"

"수영그룹에서는 포집 안테나를 만드는 주요물질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핵심물질의 조달이 더 이상 어려운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 거라면 우리 미국이 얼마든지 도와줄 수 있을 텐데, 다시 공문을 보내보게."

"그게…… 수영그룹은 특허를 신청하지 않을 정도로 포집 핵심물질의 공개를 꺼리고 있습니다. 도와준다고 해도 거절을 할 겁니다."

기술공개가 싫어서 특허도 안 내는 물질이다.

조달 도움을 받는다는 것은 결국 기술지식을 공유하게 되는 상황.

공개를 꺼리는 입장에서 받아들일 리가 없다.

"이건 반드시 대량생산을 해야 해! 우리는 한 푼도 안 받을 거고 모든 소유권과 이익도 수영그룹이 독점하라고 해! 그냥 메탄 포집만 해주면 된다고 그렇게 강조해!"

"……일단 전달해 보겠습니다. 휴, 하지만 기술 보호가 중요하니 어떤 외부 기술적 협조도 받아들이지 않겠지만……."

"다 해주고! 다 양보할 테니! 제발 메탄만 긁어가라고 해! 아니, 포집한 메탄도 우리가 여기서 비싸게 사준다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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