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898화
218장 목장 업그레이드 (2)
목장에는 소들이 산책하며 놀 수 있는 넓은 들판, 그리고 실내에서 쉴 수 있는 축사가 있다.
여물통은 축사 안과 밖 곳곳에 있으며, 축사 밖의 여물통은 직원들이 수시로 채워놓는다.
자가추진 사료믹서왜건을 몰고 여물통을 순회하며 사료를 붓던 직원은 문득 눈에 띄는 시설물을 발견했다.
"저게 뭐야?"
여러 층 건물로 되어 있는 축사 꼭대기에 웬 안테나가 세워져 있었다.
"피뢰침인가? 아니지, 피뢰침은 이미 있는데 뭐하러 또 달아?"
희고 일자로 곧게 뻗은 안테나처럼 생긴 물체가 올라가자, 일하던 직원들은 다들 신기해서 한 번씩 구경했다.
-저것은 안테나도, 피뢰침도 아닌 메탄 포집 장치입니다.
"메탄 포집?"
-네, 목장 전체를 커버하며 발생하는 메탄을 실시간으로 포집해 주는 장치입니다. 앞으로 다른 목장에도 전부 설치가 될 겁니다.
수영목장은 단일 목장이 아니라, 전국에 흩어져 있는 만큼 개별 설치가 필요했다.
"메탄은 또 뭐여?"
-강력한 온실가스입니다. 이상기후를 야기하는데, 소와 양 같은 반추동물들이 전 세계 메탄 방출량의 40% 가까이를 뿜어냅니다.
"헐, 우리 소들이 그렇게 지구를 뜨겁게 달구고 있었다고?"
-인류가 고기를 탐하면서 대량 목축을 시작한 숙명이죠. 하지만 우리 수영목장은 그 운명을 극복할 겁니다.
안테나 끝에는 하수영이 신어로 구현한 오버 테크놀로지가 적용된 '형상성 중력장 생성장치'가 있었다.
본래는 은하단을 통째로 압축하는 기술이지만, 수영목장에서는 단순한 메탄 포집기로 활용된다.
애초에 출력 자체가 부족해서 은하단은커녕 산 하나 압축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포집된 메탄은 액화천연가스로 응축해서 저 액화탱크에 저장하게 됩니다.
포집까지는 하수영이 맡았지만, 그 이후는 업체들이 담당했다.
업체들은 포집 안테나에 응축설비를 연결해서 메탄을 액화탱크에 저장하도록 했다.
물론 그들은 어떤 원리로 허공에서 메탄을 포집하는지는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말도 안 돼요. 저 작은 안테나 하나로 이 넓은 목장 전체를 커버하는 게 가능합니까?"
"하지만 보세요. 지금 메탄가스가 실시간으로 포집돼서 탱크에 쌓이고 있잖아요."
"내 상식이 완전히 파괴되고 있어! 이건 정말이지 말도 안 돼!"
"으아아! 대체 어떻게 메탄만 쏙 골라서 빨아들이는 거냐고! 저 작은 안테나 하나로 이 넓은 목장에서!"
눈으로 보고도 믿지 못한 업체 직원 일부는 드론에 메탄 감지기를 달아서 띄우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는 변하지 않았다.
목장 안에서는 메탄이 감지되지만, 안테나 고도를 넘어가면 거짓말처럼 메탄 반응이 사라진다.
그리고 안테나 커버 범위만큼 고도를 더 올리면 비로소 메탄이 감지되는데, 이것은 원래 높은 대기권에 있던 메탄이었다.
즉 다른 곳에서 날아온, 포집 안테나에 잡히지 않은 메탄이었던 것이다.
"이게 된다고?"
"에릭 교수님은 정말이지 천재야, 천재!"
"그 얼굴에, 그 연기력에, 그 무술실력에, 이런 천재적인 두뇌까지 갖추다니! 이게 나라냐!"
포집 안테나는 당연히 에릭의 작품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언제나 그랬듯이 에릭은 기술 설명에 매우 불친절했다.
업체들은 어떻게 된 건지 간단한 설명이라도 듣고 싶었지만, 기술 권리자이자 목장 오너인 하수영은 이렇게만 대답해 줬다.
"에릭 실장은 연기 활동하면서 여배우들과 노느라 바쁩니다. 그를 귀찮게 하지 마십시오. 모든 문의는 저한테 하세요."
"아, 알겠습니다! 회장님! 대체 어떤 원리로 메탄 포집이 가능한 겁니까?"
"그걸 제가 어떻게 알아요? 만든 사람은 에릭이니까 그가 알겠죠."
"그, 그러니 에릭 실장에게……."
"에릭 실장을 귀찮게 하지 마십시오. 그의 고용주로서 방관할 수 없습니다. 자, 모든 문의는 저에게 하세요."
"회장님! 혹시 메탄 말고 다른 기체도 포집이 가능한 겁니까? 예를 들면 이산화탄소 같은?"
"그걸 제가 어떻게 압니까?"
"……."
"……."
"제가 아는 건 어떤 특허와도 상관없고, 유출이나 복제 염려가 없으며, 범위 내의 메탄을 전부 포집할 수 있다. 이 정도입니다."
"기, 기술의 주인은 누구입니까?"
"회사 직원이 개발한 기술이니 당연히 회사와 고용주가 기술을 갖게 되죠. 내부 인센티브가 얼마인지는 비밀입니다."
에릭은 프리덤, 반도체, 반수성 금속처리 등 핵심 기술을 개발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가 기술을 넘긴 대가로 얼마를 받았는지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거리였다.
하수영이 직원들을 최고로 대우해 주는 고용주라는 점이 기대감에 더 부채질을 했다.
과연 지금까지 에릭은 얼마를 받았을까?
"아무튼 시범 설치가 문제없다는 걸 알았으니, 다른 목장에도 순차적으로 설치를 할 예정입니다."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EU에서 추진하는 소고기 메탄세금 정책 때문입니까?"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합니다."
"예? 자세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메탄 배출을 없애서 기후 변화에 영향을 끼치지 않으려는 의도가 제일 큽니다. 그게 EU 과세 정책을 의식해서는 아니죠. 그래서 그렇기도, 아니기도 하다는 겁니다."
"이해했습니다. 설명 감사드립니다."
"의원님, 전 세계 소와 양 목장에서 포집 안테나 수요가 엄청날 거 같은데요. 수출 계획은 어떻게 됩니까?"
"수출 계획은 없습니다."
"네?"
업체들은 눈이 벌게져서 반문했다.
아니, 이런 대박 아이템을 수출하지 않는다고?
왜, 어째서?
"우리 목장 쓸 것 만드는 것만 해도 벅차요. 수출은 무슨. 그리고 이거 하나 만드는 데 얼마나 들 거 같습니까? 팔겠다고 해도 못 삽니다. 소 키워서 살 수 있는 그런 장비가 아니에요."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농식품부, 산 업통상자원부 등에서 차관들이 헐레벌떡 달려왔다.
측정과 검증을 위해 먼저 도착한 과기부 직원들은 수도 없이 메탄 반응을 체크하고는, 혼란과 경악, 기쁨에 빠졌다.
과기부 차관이 잔뜩 상기된 채 물었다.
"자, 뭐든지 저에게 물어보세요."
"의원님, 도대체 이 포집 기술의 원리가 무엇입니까?"
"그걸 제가 어떻게 알아요? 제가 대답해 줄 수 있는 것만 물어보시라니까요."
"죄, 죄송합니다."
지금까지 에릭은 기술개발에 관해서 꼭 필요한 만큼만 국소적으로 답변을 해줬다.
그것을 상기한 차관들은 오늘의 대화가 쉽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의원님이 이런 첨단기술 원리를 자세히 알 리가 없지.'
'에릭 실장이 답변이 귀찮아서 그냥 의원님한테 다 떠넘긴 모양인데.'
'이러면 단서를 듣고 싶어도 들을 수가 없는데."
"그런데 특허는 안 내십니까?"
"디자인 특허야 냈죠. 하지만 기술 특허는 안 낼 겁니다."
"어째서입니까? 보호를 받기 위해서는 특허를 내놓는 것이……."
"아니, 세상에 어떤 음식점이 별도움도 안 되는 법적 보호를 받겠다고 레시피를 특허로 등록합니까?"
"……."
"……."
레시피라는 말에 차관들은 정신이 멍해졌다.
이게 어째서 레시피야?
"여러분들 눈에는 이게 기술일지 모르지만, 제 눈에는 다릅니다. 제가 키워서 출하하는 소고기의 품질과 등급을 더욱 높여줄 레시피이자, 사육 비법이죠."
"……."
"꼴랑 20년 해먹자고 이걸 공개하는 바보가 어딨습니까?"
"하지만 유출이라도 되면……."
"아, 에릭 실장이 유출될 일 없을 거라고 장담을 했어요. 다른 사람들은 뜯어서 봐도 전혀 이해 못 할 거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안전한 기술인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검증이 필요합니다."
"하세요. 검증, 지금 그거 하러들 내려오신 거잖아요?"
"……."
하수영은 어깨를 으쓱했고, 액화탱크 파이프를 설치한 업체 사장이 조심스럽게 나섰다.
"저어, 포집 안테나는 단순히 메탄을 기체 상태로 끌어모으는 일만 합니다."
"네?"
"그냥 포집 탱크 안에 기체 상태로 밀어 넣죠. 그걸 액화가스로 응축하는 것부터는 저희가 담당했습니다.
당연히 기존에 있는, 검증된 기술입니다."
"……그러니까 포집 안테나 자체는 안전하다, 이 말입니까?"
"안전이고 뭐고, 그냥 위험할 요소가 전혀 없습니다. 전자파나 방사능을 뿜는 것도 아니고, 무슨 유해물질을 배출하지도 않으니까요."
하수영이 '잘 들었지?' 하는 표정으로 차관들 앞에 다시 나섰다.
"여기 다른 목장에 설치할 2호기가 준비되어 있으니까 실컷 물고 뜯고 하세요."
본격적인 안전검증이 들어갔다.
전자파, 방사선, 그 밖의 유해물질은 검출되지 않았다.
감전이나 폭발 등의 사고를 일으킬우려도 없었다.
하수영의 참관하에 핵심 코어까지 분해해서 살폈지만, 그들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구조였다.
'대체 이게 어떤 메커니즘으로 메탄을 포집하는 거지?'
'따로 제어를 하는 게 아니라 한번 만들어놓으면 알아서 일정 범위 내의 메탄을 끌어모으는 건가?'
'말도 안 돼! 이건 있을 수 없어!'
과기부 직원과 전문가들은 검증을 하면 할수록 더욱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어 갔다.
"……실사용에서 위험을 야기할 만한 요소는 전혀 없습니다."
"차라리 핸드폰이 더 위험할 겁니다. 배터리가 폭발할 염려라도 있으니까요."
"이건 뭐 전기를 과다하게 소모하는 것도 아니니, 위험이고 뭐고 논할 게 없는 거 같습니다."
포집 안테나는 약간의 전력만 공급되어도 저절로 메탄을 끌어모은다.
물론 업체에서 설치한 과전력 방지 장치가 달려 있었다.
메탄을 액화탱크에 저장하는 기술은 원래 있던 것을 적용한 것.
시판을 하려면 정식으로 안전인증을 받아야겠지만…….
"판매 안 할 건데요? 그냥 우리 목장에서만 쓸 겁니다. 그러면 뭐 문제 될 게 없잖아요?"
"의원님, 이 포집 안테나를 수출한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전 세계에서 너도나도 돈을 싸 들고 와서 내놓으라고 난리를 칠 겁니다."
"그럼 외국 소고기들이 메탄세를 부담 안 하게 되겠네요."
"네, 그렇…… 네?"
"언젠가 육류 시장에서 경쟁하게 될 놈들에게 가격 경쟁력을 실어주라, 이 말씀이세요?"
하수영은 가벼운 한숨을 짓고는 말을 이었다.
"포집 안테나 한 개에 1,000억 달러씩 받고 판다고 생각해 봐요. 당장은 돈 들어오니까 좋겠죠?"
'하, 한 개에 1,000억 달러 이상을 생각하고 계셨어?'
'무슨 시작가부터 하늘을 뚫었어!'
"하지만 메탄세를 안 물게 되는 목장들은 가격 경쟁력을 가지니까, 우리 목장이 갖게 되는 이점은 사라지 죠? 제가 그 손해를 감당해야 하나요?"
"의원님……."
"또 우리나라가 메탄 발생량 줄인 것만큼 탄소배출권에서 이득을 볼 수 있을 텐데, 다른 나라들도 똑같이 이득을 보면 그게 이득인가요? 그냥 본전 되는 거고, 결국 손해죠."
공무원들은 조용히 입을 다문 채들었다.
"그리고 이런 거 해외에 유통하려고 해보세요. 안전 기준이니 뭐니 핑계 대면서 어떻게든 기술 공개하라고 양아치짓 하는 게 서구열강들 이에요. 걔들 좋은 일 왜 해줍니까?"
하수영은 쐐기를 박듯이 말했다.
"원래 진짜 좋은 건 팔면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