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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897화 (897/1,270)

프랜차이즈 갓 897화

218장 목장 업그레이드 (1)

박선주는 프라임건설의 공문을 받고, 모든 일정을 제쳐 두고 방문했다.

아들뻘인 이도공 사장이 피곤한 안색으로 그를 맞이했다.

"정말 저희 회사에 도급을 주시는 겁니까?"

"네, 지금은 고양이 손이라도 빌리고 싶을 만큼 공사가 밀려 있어서요. 선주건설에 배려를 해주라는 회장님의 말씀이 있기도 했고."

"이런…… 회장님께 정말 감사드린다고 꼭 좀 전해주십시오. 제가 직접 찾아뵙기에는 너무나 크신 분이라……."

"그러지요. 그리고 회장님은 연락이 많이 오는 것을 귀찮아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인싸, 아니, 아무튼 자랑스러워합니다."

"참고하겠습니다."

박선주는 아들뻘인 이도공 앞에서 연신 고개를 굽실거렸다.

"혹시 우리 그룹에서 추진하는 공사 중에서 참여하고 싶은 영역이 있습니까?"

심지어 선택권까지?

"제주도 해상교량 사업에 참여하고 싶습니다."

"바닷길에 흥미가 있으시군요. 알겠습니다. 곧 프리덤을 통해서 일정이 통보가 될 겁니다."

"프리덤을 통해서라고 하셨습니까?"

"네, 우리 그룹은 프리덤 엔터프라이즈를 구독하고 있어서요. 계열사간의 소통은 프리덤을 통해서 합니다."

"아, 그렇습니까?"

"프리덤을 사용하고 계시죠?"

"네, 물론입니다만……."

"앞으로 프리덤을 통해서 다른 계열사와 소통을 하면 됩니다. 물론 저하고의 소통도 마찬가지고요. 금방 적응하실 겁니다."

그리고 사무실을 나서자마자 박선주는 그게 무슨 말인지 체험할 수 있었다.

-주인님, 도급 계약서 초안이 도착했습니다.

-프라임건설의 업무 스타일은 페급 레거시 토건사들과는 전혀 다릅니다. 정확하고, 정확하고, 또 정확해야 합니다.

-계약서를 확인하시고 이견이 없으시면 이대로 계약이 진행될 겁니다. 제가 살펴본바, 계약서에 특별한 문제점은 없었습니다.

"전자계약서라고?"

박선주는 임원들과 함께 계약서 내용을 검토했다.

문제 될 내용은 없었다.

다만 강박적으로 현장의 안전 보장을 요구하는 강제조항들이 많았다.

"이 조항들 다 지켜가면서 하려면 공사기한 빠듯하겠는데."

"그런데 공기 관련 조항은 없네요? 위약금 조항도 없습니다. 이렇게 계약을 해도 되는 겁니까?"

한 임원이 우스갯소리로 말했다.

"돈 먹고 날라 봐라, 법이 아니라 주먹으로 해결을 볼 거다, 뭐 그런 자신감 아닐까요?"

"……."

"……."

"아니, 뭐. 하수영 의원님이라면 우리 같은 작은 건설사 임원들 가족까지 파멸시키는 건 어렵지 않으실 것 같아서 해본 말입니다."

박선주도 어색하게 웃으며 맞장구를 쳤다.

"박 상무 말이 옳아. 돈 떼먹고 계약 어기고 숨어 봐. 경찰이 아니라 닥터헬기를 타고 미군이 총알 박으러 오지 않겠나? 하하."

"……."

"……."

"다들 머리에 총알 박히고 싶지 않으면 양심껏, 떳떳하게 일해."

다들 건설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들이다.

각종 로비에도 능했고, 줄 서는 것에는 타고난 감각을 지녔으며, 불법과 편법, 합법 사이를 절묘하게 줄타기를 할 줄도 안다.

이들의 특징은 돈 되는 것에 매우 민감하다는 것.

그것은 달리 설명하면, 확실한 불이익과 보복에 관해서도 매우 민감하다는 뜻이다.

"그런데 제주도 해상 교량은 공사기간이 그리 길지 않을 거 같습니다만, 이거 끝나고 러시아 파이프 공사에 다시 참가할 수 있습니까?"

"그건 염려할 것 없네. 그래서 내가 일부러 금방 끝나는 해상 교량프로젝트부터 참여한 걸세."

"확실히 나중에는 이런 기회가 없겠지요?"

"역시 사장님이십니다. 이런 경험은 기회가 왔을 때 얼른 쌓아둬야지요."

제주도를 다리로 연결하고 나면, 남은 해상건설은 러시아 파이프뿐이 하지만 파이프는 자동차나 열차가 지나다니는 것에 비해 공사 규모가 매우 작다.

박선주는 그날 아들 부부 집을 찾았다.

"네 처는 어디 갔냐?"

"오늘은 강원도 농장으로 갔습니 수영농장은 아니고 농사 로봇을 렌탈해서 쓰는 일반 농가입니다."

"불평은 안 하든?"

"꾹 참고 있습니다. 그래도 나오라는 대로 꼬박꼬박 나가고 있어요. ㄴ이제 올 시간이 됐습니다."

얼마 후, 윤선혜가 녹초가 돼서 들어왔다.

온통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머리카락은 땀범벅.

원래는 조금이라도 불결해지면 질색하고 씻어낸다 야단법석을 부리곤 했는데, 그걸 의식할 힘도 없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박선주는 전혀 안돼 보이지 않았다.

'회장님들께 그런 망언을 했는데도 가벼운 봉사로 죄를 씻을 기회를 받았으니 감지덕지해야지.'

변변찮은 솜씨로 농사일 좀 거들어주는 대가로 그 큰 죄를 용서받을 수 있으니, 얼마나 자비로운가?

심지어 고생했다며 신선한 무공해 작물과 고기, 생선을 산지직송으로 받고 있다.

하루 일당으로 치면 수십만 원은 거뜬히 넘을 것이다.

"며늘아가 왔니?"

"……예. 아버님. 오셨어요……."

"네가 그래도 고생한 덕분에 의원님께서 우리를 좋게 보신 모양이다."

박선주는 쌤통이라는 마음을 숨기고, 안 되었다는 표정을 거짓으로 꾸민 채 말을 이었다.

"이제부터 프라임건설 프로젝트에 우리 회사도 하청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그게 정말입니까, 아버지!"

아들 박진희가 눈이 휘둥그레져서 벌떡 일어났고, 윤선혜도 녹초가 된 와중에 눈을 둥그렇게 떴다.

"그래. 먼저 제주도 해상교량에 참여하고 그게 끝나면 파이프 건설에도 뛰어들 예정이다. 오늘 이도공대표를 만나고 왔다."

"저, 정말 잘됐군요! 이런 게 바로 전화위복 아닙니까? 여보, 당신이 저지른 바보 같은 짓거리를 아버지께서 신의 한 수로 바꾸셨어!"

이거 칭찬은 맞는 거지?

윤선혜는 그런 표정으로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그래서 며늘아가, 앞으로 네 역할이 중요하다."

"제, 제 역할이요?"

"한 달에 1주일이랬지? 그걸로는 조금 부족한 거 같으니 기한을 더 늘리거라."

"아, 아버님!"

"그리고 우리 공사가 다 끝날 때까지는 절대로 그만둘 생각도 품지 마라. 혹시 의원님이 먼저 그 말을 꺼내시더라도 끝까지 눌러붙어 있어야 한다. 알겠느냐?"

"……."

"왜 대답이 없어?"

"아, 알겠어요. 아버님."

"여기 선물이다."

박선주는 커다란 백화점 쇼핑백 몇 개를 내밀었다.

박진희가 침울한 아내의 눈치를 보며 얼른 쇼핑백을 받아들었다.

"아니, 아버지. 언제 또 이런 걸 사오셔 가지고는……."

"작업할 때 입으라고 종류별로 샀다."

"……네? 그럼 이게…."

"농사일 도울 때 입으라고 산 작업복들이다. 나름 비싼 브랜드야. 거기 시골에서는 독보적으로 눈에 띌 거다."

박선주는 선물을 전달하고는 아파트를 나섰고, 그제야 윤선혜는 울음을 터뜨렸다.

"여보, 오빠, 나 힘들어…… 어떡해……."

"여보, 그래도 힘내."

마음 같아서는 '그러게 왜 모르는 노인분들한테 험담을 했어?'라고 말하고 싶지만, 눈물을 뚝뚝 흘리는 아내를 입 발린 소리로 위로했다.

"내가 에르메스 버킨백 사줄게. 당신 그거 갖고 싶어 했잖아."

"흑…… 버킨백이 있으면 뭐해. 거기에 채소 담을 것도 아니잖아."

"다음 주에는 어디 가기로 했어?"

"……독도 양식장 간대."

"……힘내."

윤선혜는 입맛이 없어서 밥도 전혀 먹지 못하고 씻자마자 잠들었다.

산지직송으로 온 고기와 생선은 박진희와 아들 박지환이 실컷 먹었다.

"아빠, 이거 소고기가 전에 먹었던 것하고 너무 맛이 달라요. 맨날 이거 먹었으면 좋겠어요."

"엄마가 매일 일하면 먹을 수 있을 거야."

"하수영 의원님은 되게 좋으신 분같아요. 엄마가 실수했는데 일자리도 주고 이렇게 맛있는 먹을 것도 주잖아요."

"좋으신 분이지. 근데 행여나 엄마 앞에서는 그런 이야기 하면 안 된다."

"알아요. 저도 그 정도 눈치는 있어요."

***

하수영은 지분을 인수한 37개의 바이오 업체들이 보유한 기술과 특허를 낱낱이 살폈다.

"어디 보자…… 정말 쓸 만한 기술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군."

-위장용으로 내세울 만한 특허조차 없다는 게 절망적입니다.

"이 시대가 워낙 그렇지, 뭐. 그래도 평화로워서 농사짓기에는 편해. 심심하면 달 크기 운석이나 떨어지고 그래 봐. 농사 난이도가 급상승이다."

-그런 별에서 농사를 지으려면 데 스 스타 같은 대행성병기가 필수겠군요.

"역시 그냥 기술은 밑바닥에서 근본 없이 만들어내고, 여기 업체들한테 적절히 분산해서 양산을 맡기면 되겠네."

-메탄 포집, 액화처리 기술이 시급 합니다. 분뇨 정화 기술도 지금보다 더 간편하게 발전을 시켜야 합니다.

"일단 메탄 포집부터 가야겠다. 이 시대에서 쓸 만한 게 뭐가 좋으려나."

그렇게 하수영은 전생에 알고 있던 기술 중에서 고르고 골라 하나를 선택했다.

"형상성 중력장을 이용해서 포집하는 게 가장 깔끔하겠네."

-그런데 중력장은 이 시대 기술로도 검출이 가능하지 않을까요?

"응, 안 돼. 메탄 입자에만 반응해서 그 주변에만 형성되니까."

-육안으로 100um짜리 곰벌레를 관찰하는 것 이상의 난이도가 되겠군요.

"그래서 불가능하지. 그냥 보면 메탄입자가 저절로 한 곳에 뭉치는 걸로 보일 거다."

-이 시대 기술로 만들 수 있는 설비입니까?

"안 되지 않을까? 지금까지 된 적이 없었잖아. 그래서 매번 신어로 대체했지."

-기술 발전이 정말 시급하군요. 이러다가 나중에 운석이라도 떨어지면 전 지구의 모든 농장이…… 상상만 해도 끔찍합니다.

프리덤은 지구에 떨어지는 운석들이 농장들을 초토화시키는 미래를 상상하자 견딜 수가 없었다.

-마스터, 어서 공중농장을 건설해야 안심이 될 거 같습니다. 지금 지상농장이라는 한 바구니에만 너무 몰아서 담았습니다.

"근본 없이 테크 올리다가는 세계 전쟁 난다. 이번 생은 지구 황제 가급적 안 할 거야. 그건 너무 질렸어."

-그런데 전 세계 모든 식량을 독점하게 된다면 그게 바로 지구 황제의 또 다른 모습이 아닐까요?

"대놓고 황제는 아니잖아. 그럼 됐어."

-마스터의 그런 마음가짐은 정말이지 존경스럽습니다. 저도 본받겠습니다.

메탄을 액화천연가스로 처리하는 기술은 널리고 널렸다.

그래서 하수영은 장에서 배출되는 메탄을 허공에서 포집하는 장비에 집중했다.

반도체를 만드는 입자집합명령 장치와 기능은 같다.

특정 입자를 원하는 좌표에 배치해서 결합시키는 것이니까.

하지만 원리는 전혀 다르다.

"이 시대는 형상에너지 제어기술이 없으니까, 그냥 신어로 대체하면 되겠고."

-그런데 마스터, 이거 출력과 크기를 무제한으로 높이면 전 세계 온실 가스도 포집할 수 있는 거 아닙니까?

"내가 하루 24시간 쉬지 않고 신어로 떠들면서 설비나 만들고 있어야겠네. 한 10년 그러고 있으면 한반도 정도는 커버할 수 있겠구나."

-이런, 전 세계 소비자와 기업 입장에서는 아쉬운 결과로군요.

"지들이 배출한 가스는 지들이 다시 마시던가, 아니면 온실효과 꾹 참고 견디던가 해야지."

며칠 동안 정성을 담아 신어를 옮으면서 전생의 기술을 구현했다.

그리고 마침내 수영목장 전체(연해 주 포함)를 커버할 메탄 포집 장치들을 완성했다.

-그런데 마스터, 이건 원래 뭐에 쓰던 기술입니까?

"은하단을 통째로 압축해서 우주선 엔진으로 만들던 기술이야."

-중력장으로 은하단 자체를 압축해버리는 거군요. 제 목장에 그런 위대한 기술이 적용되다니…… 회로가 오버클럭을 일으킬 정도로 웅장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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