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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 893화

217장 즐거운 목장 경영 (2)

"일단 다 사고 천천히 둘러보자.

그럼 그 중에서 쓸 만한 게 몇 개는 있겠지."

-경영권 확보를 위해서 50.1% 이상의 지분을 잠식하길 강력히 건의 합니다.

"원하는 업체만 그렇게 해야지. 경영권은 보장해 준다고 약속하고, 일단 제안서를 어떻게 들고 오는지부터 보자고."

그날 저녁 1순위로 제안서를 들고 찾아온 업체가 있었다.

회사명은 바이오그램, 설립된 지 15년이 넘은 중소기업이다.

"의원님께서 저희 회사 지분을 일부 인수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의결권은……."

"제가 지역구와 농장 하나 챙기는 것만 해도 바쁜 사람입니다. 의결권 가지고 경영 간섭을 할 시간이 있을 거 같나요?"

"아이고, 당연히 의원님이 그러실거라고 생각한 적은 없습니다."

"지분 100%인 서진파운드리도 전문 경영가가 전부 알아서 합니다. 저는 가끔 회사 밖의 힘이 필요해서 도움을 요청하면 한 팔 거들어주는 정도만 해요."

"잘 알고 있습니다. 이 바닥에서는 아주 유명한 이야기 아닙니까."

바이오그램은 유상증자를 통해 하수영의 지분을 51%로 맞춰주기로 했다.

지분과는 별개로 수영사채에서 500억 원을 기술개발 명목으로 투자하기로 했다.

하수영이 최대주주가 되었기에 가능한 투자계약이었다.

눈치만 보던 업체들은 바이오그램의 소식을 듣자마자 너나 할 것 없이 달려왔다.

미팅에 참석했던 37개의 업체들은 그렇게 수영농장의 그늘 아래로 들어왔다.

하수영은 후원회 노인들과 함께 지방에 있는 수영목장을 찾았다.

수백 대가 넘어가는 퍼포먼스 캠핑카들이 일렬로 줄을 지어 고속도로를 달리자, 지나가던 차들마다 눈을 떼지 못했다.

"뭐야? 무슨 캠핑카가 저렇게 많아?"

"심지어 차종도 색도 다 똑같잖아!"

"어디 캠핑 동호회라도 이동하는 건가?"

"프리덤한테 물어봤는데 저거 한 대에 15억이 넘는 거라는데? 차주가 누구인지는 개인정보라서 알려줄 수가 없대."

"지금까지 지나간 것만 벌써 100대는 넘는 거 같은데?"

시골 도로로 진압하자 더욱 장관이었다.

얼마 안 되는 지역 사람들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나와서 캠핑카행렬을 구경했다.

그리고 드디어 선두에 선 캠핑카가 넓은 공터에 정지했다.

캠핑카들도 적당한 간격을 유지하고 줄을 지어 차례차례 주차했다.

조수석이 열리고, 편안한 트레이닝복으로 맞춰 입은 후원회 노인들이 내렸다.

"여, 이렇게 널찍한 공터까지 있었다고?"

"이 많은 차를 다 어디다 대나 걱정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었네."

"물은 어디에서 채우면…… 아, 저기 급수장치가 있구먼."

"난 화장실부터 둘러보고 와야겠어. 저기 저게 화장실인가?"

운전수 겸 비서들이 부리나케 정돈을 시작했다.

차가 다 똑같으니 노인들이 자기 차를 쉽게 찾아오기 위해서 팻말을 부착했다.

그러는 동안 노인들은 공터 주변에 마련된 캠핑시설을 둘러보았다.

"뭐야, 온천까지 있다고? 여기 지역은 원래 온천 같은 거 없지 않나?"

"하 의원이 뭔가 도깨비방망이라도 썼겠지. 하 의원이 한 거라면 전혀 이상하지 않아. 개마고원에서도 바나나를 키울 친구라고."

"온천이 아주 큰데? 우리 후원회가 전부 한꺼번에 들어가도 넉넉하겠어."

"화장실도 크고, 샤워 시설도 아주 잘 되어 있군. 조금 걱정했는데 아주 만족스러워."

"하수영이가 이 많은 늙은이들을 끌고 내려왔으면 그만큼 믿는 구석이 있다는 거라고, 왜 아직도 믿음을 갖지 못하나?"

"자자, 후원회 어르신들!"

그때 하수영이 손뼉을 크게 치며 목청을 높여 노인들을 불렀다.

"여기는 사유지니까 안심하시고 모든 시설을 마음껏 이용하시면 됩니다! 필요한 게 있으면 프리덤을 통해서 목장 사장에게 요구하세요! 우리 최우석 부의장님 조카니까 성심성의껏 친절하게 대하실 겁니다!"

확성기를 쓰지 않고도 우렁찬 목소리는 절로 믿음을 심어준다.

"역시 청담동에서만 썩히기에는 너무 아까워. 좀 더 큰 무대로 나갔으면 하는데."

"다음에는 서울시장도 좀 나갔으면 하는데."

"자자, 짐 정리는 대충 비서들 시키고 우리는 목장이나 구경하러 가자고."

수십 대가 넘는 전기 카트가 준비되어 있어, 걸을 필요가 없었다.

각 카트에 노인들은 4명씩 올라탔다.

그러자 운전대가 스스로 알아서 돌아가며 주행을 시작했다.

"오, 이게 말로만 듣던 완전자율주행 그건가?"

"미국에서는 프리덤을 AI로 해서 이미 도입을 했다던데, 우리나라는 대체 언제쯤 도입되는 거야?"

"이 친구야, 백두자동차가 가격을 후려치려고만 하니까 도입이 안 되고 있다는 말 못 들었나? 우리나라 자동차 시장은 백두가 다 먹고 있다고."

"하 의원이 백두그룹하고는 친한 거 아니었어?"

"배 만드는 중공업하고 친한 거지, 자동차하고는 안 친해."

"쯧쯧, 겸허히 인정하고 하 의원의 그늘 아래 들어오면 안락함을 누릴 수 있거늘, 어리석은 것들 같으니."

"나도 그래서 백두자동차 주식 들고 있던 거 싹 정리했다네."

전기 카트는 어느덧 목장 울타리 주변으로 접근했다.

목장은 울타리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넓었다.

낮은 산등성이에는 적당한 길이의 풀들이 깔려 있었고, 소들은 한가롭게 휴식을 취하거나 풀을 뜯고 있었다.

"호오, 우리나라에 이런 목장을 갖게 신기하군 그래. 꼭 호주에 와 있는 거 같아."

"대체 어떻게 이런 들판을 만들었지?"

"아! 우리 하본좌는 판단하거나 생각하려 들지 말라고, 그냥 느끼면 된다고."

언뜻 보기에도 소가 정말 많았다.

듣자니 목장도 이게 전부가 아니고, 전국 곳곳에 흩어져 있다고 한 한반도 자체가 좁은 국가다 보니 목장을 아주 크게 한 곳에 몰아서 지을 수가 없었다고.

"헐, 저 하얀 공룡알 같은 건 대체 뭔가?"

"저게 사일리지라는 걸세. 볏짚을 발효해서 만든 소먹이지. 저거 하나면 소 30마리가 하루를 먹는다고 하던데."

"가격은 얼마나 하려나?"

"예전엔 1개에 5, 6만 원 했다던데 지금은 더 낮아졌다고 들었어."

"수영목장이야 먹이값 걱정 없지. 목장주 농장에서 바로 먹이 가져오는 건데 먹이값이 들어갈 게 뭐가 있겠어?"

전기 카트에 타고 편안하게 목장을 둘러보던 노인들은 불현듯 신기한 점을 깨달았다.

"아니, 뭔 송아지가 저렇게 많아?"

"암소 한 마리가 송아지 셋씩 거느리고 다니는 거 같은데? 설마 한 배에서 세 마리를 한꺼번에 낳은 건가?"

새끼를 거느린 암소 거의 대부분이 송아지 셋을 거느리고 있었던 것이 노인들은 수영목장 한우 사육 수가 급격하게 늘어날 수 있었던 이유를 깨달았다.

"쌍둥이 송아지가 태어나는 것도 되게 드문 일이라는데, 모든 소들이 세쌍둥이를 낳았군그래."

"이게 확률적으로 가능한 일인가?"

"아! 우리 하수영이 앞에서 확률같은 거 따지지 말라고! 재신이 붙은 양반인데 당연히 돈 많이 벌라고 송아지도 슴풍슴풍 낳고 그러는 거지!"

어느덧 전기 카트는 거대한 축사앞에 도착했다.

축사는 기본적으로 땅에서 1미터 이상 높이로 지어져 있었다.

전기 카트들이 축사 앞에 잠시 멈추고, 하수영이 선두에서 브리핑을 시작했다.

"보다시피 이 축사는 다층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땅이 좁은 우리나라에서 이 많은 소를 한 곳에서 수용하려면, 어쩔 수 없이 아파트형 축사로 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주 튼튼해 보이는데."

"좁은 땅을 물려줘서 미안하네. 그러게 그때 확 북진을 하고 압록강을 넘어 만주까지 다 먹어버렸어야 했는데! 내 평생의 한이야!"

"저 영감은 한국전쟁 때 미국에 있었으면서 무슨 헛소리를 저렇게 장엄하게 하나."

하수영은 설명을 계속했다.

"소고기 품질 문제는 해결되었고, 이제 머릿수만 갖춰지면 본격적으로 국내외에 수영한우가 유통될 예정입니다."

"그래서, 청담수영마트에는 대체 언제 들어오는 건가?"

"맞네. 우리도 빨리 수영한우를 삼시세끼 마음껏 먹고 싶다고."

"아, 고객님들. 잠시만 기다리세요. 지금 다 설명할 겁니다."

하수영은 툴툴거리면서 말을 이어 나갔다.

"머릿수가 100만이 갖춰지면 유통을 시작할 거고요. 중요한 건 소를 키우는 과정에서 야기되는 환경오염이 심하다는 겁니다."

"무슨 환경오염? 아, 배설물이 문제라는 건가?"

"네, 맞습니다. 대부분의 축산농가에서는 퇴비화 등 직접 처리를 하는 데, 우리 수영목장은 거의 전량을 위탁해서 처리하고 있습니다."

"지금 있는 소만 50만 마리가 넘으니, 자가로 처리하는 게 힘들긴 하겠어."

"수영농장에서는 쓸모도 없는 퇴비고 말이야."

"분뇨에서 배출되는 메탄도 많다 보니, 이번에 분뇨처리업체도 인수하고 처리기술 업그레이드를 위해 대대적인 투자를 시행했습니다."

노인들은 후원회 멤버이기도 하지만, 청담수영마트 VIP고객이기도 하다.

때문에 하수영은 목장주로서 그들이 먹는 소고기가 얼마나 친환경적인 시스템 속에서 만들어지게 될지를 홍보하는 것이다.

"늦어도 앞으로 2년! 2년 안에 메탄 배출 없는 친환경적 소고기를 소비하시게 될 겁니다!"

"자, 다 봤으니 어서 먹으러 가자고."

"난 아침부터 굶었어. 오늘 현지에서 바로 수영한우 먹을 수 있다고 해서."

"가자고, 어서 가자고.

"자, 그럼 이동하겠습니다!"

***

후원회 노인들은 실시간으로 숯불에 구워지는 한우를 먹으면서 눈물을 줄줄 흘렸다.

"이게 한우지, 이게 한우야!"

"소고기가 원래 몇 점 먹으면 금방 질리는 건데 이건 아무리 먹어도 안질린다고."

"우리도 십시일반으로 거들 빨리 마트에 들여놔 주게."

아직까지 수영한우는 수영펜션 등 직속매장에서만 먹을 수 있었다.

청담수영마트에 들어오기는 하지만 홍보를 위해서 소량만 들어오기에, 매일 판매 개시와 동시에 바닥이 나버린다.

식사를 마친 후, 노인들은 모두 작업복으로 갈아입었다.

일일 목장 인부 체험을 위해서다.

"이거 직접 몸 쓰는 일을 하는 게 참 오랜만이네."

"내가 삽이라고는 내 집 정원 가꿀때 말고는 쥐어본 적이 없는데, 허허."

"벌써부터 냄새가 장난 아니군그래."

"우리 하 의원 좀 봐. 혼자서 다 퍼담게 생겼어."

하수영은 다른 인부, 노인들처럼 삽을 쥐고 있지 않았다.

굴삭기용 범용 버킷이 달린 특수작업도구를 쥐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 삽으로 100번 할 거, 저 특수삽으로는 한 방에 뜨겠는데?"

"하 의원, 그거 무게는 얼마나 하는 건가?"

"생각보다 가볍습니다. 한 번 들어 보실래요?"

"어디 보자…… 어, 정말이네?"

직접 굴삭기용 버킷 삽을 들어본 노인은 의외로 가벼운 무게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가벼운 티타늄 합금으로 만들었거든요. 그래도 사람이 들고 쓰는 건데 도구라도 가벼워야 더 많은 내용물을 퍼담을 수 있죠."

"하여간에 듬직하다니까."

피리 부는 사나이처럼 하수영이 선두에 섰고, 노인들이 그 뒤를 졸졸 따라갔다.

군데군데 캠핑장이 있었고, 외지에서 놀러 온 관광객들이 드문드문 보였다.

"여기 계곡물이 좋아서 외지인들이 꽤 자주 놀러 오나 봐요."

"목장 분뇨 냄새 때문에 항의 좀 들어오겠는데?"

"우리 목장 고기 먹으러 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서 그런 항의는 없습니다."

"아, 그렇지. 시중에는 유통 안 되는 걸 여기서는 사먹을 수 있으니까."

목적지는 중장비가 들어가지 못하는 좁은 계곡이었다.

이미 인부들이 파낸 돌과 흙이 적당히 쌓여 있었고, 하수영 일행도 도착해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그때였다.

"지환아. 저기, 저거 봤지? 너도 엄마 말 안 듣고 공부 열심히 안하면 나중에 늙어서도 저렇게 힘든일 하며 살게 돼. 그렇게 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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