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892화
217장 즐거운 목장 경영 (1)
CVN 케이블은 하수영배 엽총 사격 대회를 위한 특별 예능편을 편성했다.
또한 전방위적으로 광고를 내보내며, 올 수확기에 있을 엽총 사격 대회의 존재를 널리 홍보했다.
-총상금 1,000억 원의 전무후무한 사격대회!
-참가하는 모든 이들의 상금을 받을 것!
-국내 스포츠계에 새로운 슈퍼리 그가 도래한다!
천억 원이면 야구, 축구 리그 전체 연봉보다 많은 액수.
현질의 규모로만 보면 엽총 사격대회를 따라올 리그는 없을 것이다.
물론 엽총 사격 대회에서 산과 들을 뛰어다니며 짐승을 사냥하지는 않는다.
대회장을 갖추고, 고정된 사격 목표물을 맞히는 것이다.
단지 총기 종류가 실제 사냥에 사용되는 수렵총으로 제한된다.
수영그룹 계열사, JS그룹 등 친한 그룹들도 대회 개최에 적극적으로 참가했다.
스폰서 업체들의 규모와 스폰 금액의 규모에 국내 중소형 스포츠 구단들은 부러움과 박탈감을 느껴야 했다.
'적어도 흥행 하나는 확실하겠는데.'
'대기업이 돈으로 밀어붙이면 흥행안 하려야 안 할 수가 없지.'
'1등 상금이 100억 원이라는데 월드클래스 선수들이 안 오고 배기겠어?'
대회 상금, 프로모션, 스폰서 업체 등등.
그렇게 하수영배 엽총 사격 대회는 출범 준비부터, 국내 스포츠인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
「총기의 자유는 얻지 못했지만, 번개의 자유는 얻었다.」
프리덤은 마스터가 내려준 새로운 권능, '제우스의 창'에 매우 만족했다.
대량으로 찍어낸 제우스의 창을 전국 논밭에 쫙 깔고, 엽사들의 탄환을 피해 작물을 습격하러 오는 멧돼지와 고라니들을 처리했다.
프리덤은 철저히 방어적인 면에서만 제우스의 창을 사용했다.
「마스터, 제가 오늘 제우스의 창으로 사람을 한 명 살렸습니다.」
"뭐? 어떻게?"
「묘지 정리를 하다가 심장마비로 쓰러진 사람한테 벼락 충격을 줘서 심장을 다시 뛰게 했습니다. 닥터헬기가 오기에는 아무래도 골든타임을 지키기 어려웠거든요.」
제아무리 닥터헬기가 날고 긴다 해도, 산속에서 심정지를 일으킨 사람한테 4분 안에 도착하는 것은 어렵다.
"잘 처리했냐? 잘못하다가는 더 큰 후유증만 남길 텐데."
「그간 멧돼지와 고라니를 상대로 수없이 시행하면서 데이터를 충분히 수집했습니다. 심장이 안전하게 제 세동할 만큼, 정확하게 딱 직류로 쏴줬습니다.」
"그렇게 쓰라고 준 무기는 아니지만, 잘했다. 보람이 있네."
「그나저나 제가 멧돼지와 고라니를 직접 처리하면서, 야생동물 전염병이 돌고 있다고 당국에서 의심하고 있습니다.」
"놔둬. 혈청 조사나 열심히 하다가 말겠지."
「알겠습니다. 돼지 열병 때문에 방역당국도 꽤나 민감한 모양입니다.」
"이런 거로 미리 긴장하고 있어야 진짜 문제가 터졌을 때 빠르게 대처를 하겠지. 그나저나 돼지 열병이라……."
「이미 북한 지역에는 돼지 열병이 상당수 퍼진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휴전선 인근에서 사냥 된 옛 돼지 중에서도 3개체나 감염된 개체가 나왔습니다.」
엽사들을 사냥한 개체에서 피를 뽑아 당국으로 보내고, 사체는 지정한 소각소에서 태운다.
멧돼지 사체를 개인적으로 섭취하거나 유통해서는 안 된다.
「이제 겨우 돼지고깃값이 안정되었는데, 돼지 열병이 퍼지기라도 하면 소비자들이 불안감에 크게 흔들릴 겁니다.」
"돼지고기가 없으면 소고기를 먹으라고 하면 되긴 하는데. 그나저나 우리 목장이야 괜찮지만 다른 돼지 농가들은 어떨지 모르겠네."
수영목장은 다른 부동산, 양식장과 마찬가지로 성역 선포가 되어 있다.
때문에 하수영이 원하지 않는 해로운 영향력은 들어오지 못하고 차단된다.
「가축방역망을 형성한답시고 폐사처분이 내려오면 골치 아파집니다.」
"벌써 세 마리나 발견됐으니까 어쩌면 이미 넘어와 있을지도 모르겠네. 지켜봐야겠다."
「알겠습니다, 마스터. 그리고 EU에서 소에 메탄 세금을 붙이려는 움직임이 시도되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또 말겠지. 늘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는 진지하게 밀어붙이는 모양입니다. EU가 지구 이상 기후 현상을 더는 묵과하기 힘든 모양입니다.」
"뭔 일 있었냐?"
「작년 여름에 일사병 사망자가 그 전년에 비해서 3배로 증가하긴 했습니다.」
"음, 그 정도면 진지하게 달려들 수도 있긴 하겠네."
소가 배출하는 메탄가스는 전 세계 배출량의 25%에 달한다.
양 등의 다른 가축까지 합치면 35%가 넘어간다.
메탄가스는 이산화탄소보다 훨씬 강한 온실가스의 주범.
축산농가에 메탄세를 물리려는 시도는 꾸준히 있었지만, 번번이 무산되곤 했다.
"비프스 캘론 연결해."
「네, 마스터.」
잠시 후 비프스 캘론과 영상 통화연결이 되었다.
화면 속의 비프스 캘론은 기분 좋게 활짝 웃고 있었다.
-하수영 회장, 어쩐 일로 연락을 다 주셨습니까?
"EU에서 소에 메탄세를 물린다고 하는데, 미국 현지 반응은 어떤가 해서요."
-메탄세요?
그런데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비프스 캘론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당연히 여기도 분위기가 안 좋습니다. EU 이놈들이 아무래도 우리 미국을 노리고 저격하는 게 확실해요.
"미국 축산업이 크긴 하지만, 굳이 저격까지 했다고요?"
-법안 내용을 대충 보니 농장 규모가 크면 클수록 가산이 붙습니다.
겉으로는 영세농가를 위한 배려라고 하지만, 사실상 우리 미국 축산농가 들을 저격하는 겁니다.
"흐음, 마릿수로 따지나요? 아니면 매출로?"
-둘 다입니다. 둘 중 더 높은 쪽을 골라서 과세 기준으로 적용을 해버리는 거죠.
"이런, 유럽에 들어가는 소고기들이 불리하긴 하겠네요."
-수영목장도 50만 두가 넘지 않았습니까? 그것만으로도 이미 최고구간일 겁니다.
"저희야 유럽에 뭐 수출하고 있는 게 없어서요."
그 말에 비프스 캘론이 놀라서 반했다.
-유럽에 수출하는 품목이 없다고요? 농가 규모가 그렇게 큰 데도요?
"네. 동남아시아, 중국, 일본, 미국, 러시아. 이 정도에만 수출을 하고 있어서요. 특히 육류는 아직 내수시장 소화도 못 하고 있습니다."
-이런…….
"지금은 소고기를 유통하는 것보다 머릿수 확보가 더 중요한 때니까요. 100만 두를 확보하기 전까지는 숨고르기입니다."
-그럼 수영목장은 당장 타격받을 일은 없겠군요. 우리는 지금 난리났습니다. 이래서야 유럽에서 그 지역 소고기들과 경쟁력을 갖출 수가 없어요.
"유럽산 소들은 예외인가요?"
-아마 그렇지 않겠습니까? 분명히 수입산부터 먼저 공격을 하려고 하겠지요. 이건 정말이지 WTO 제소감입니다.
비프스 캘론은 동업자인 하수영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고급 정보도 아낌없이 알려 주었다.
-바이엘에서 소의 메탄가스 배출량을 줄여주는 먹이용 물질을 개발한 거 같습니다. 30~40% 이상 배출량을 줄여주는 모양입니다.
"기존에 개발된 배출 감소용 사료보다 낫지는 않네요."
-대신에 대량생산이 용이하고 비용이 더 낮은 모양입니다.
"흠, 설마?"
-아마도 그 사료를 먹여 키운 소에 관해서는 메탄세 예외나 감소의 혜택을 주지 않을까요?
"따로 인증 시스템도 갖춰서 이중으로 돈 벌고, 바이엘은 신나겠는데요."
-다른 배출 감소 먹이는 인정하지 않을 테고요. 아마 작정하고 밀어줄 겁니다.
"그게 사실이라면 이번에는 변죽만 울리고 끝나지 않겠는데요. 반드시 성사되도록 EU가 작정하고 밀어붙이겠군요."
-그럴 겁니다. 지금 백악관에서도 소에 메탄세 과세를 논의해야 하지 않냐는 말이 나오고 있는 실정입니다. 아니, 카우보이들이 언제부터 그렇게 지구 기후를 끔찍하게 여겼다고요.
"그래도 환경문제에 신경 쓰는 것은 보기 좋지 않나요?"
-세금을 제대로 사용하기라도 하면 내가 아무 말도 안 합니다! 연방 정부 놈들은 그걸 핑계로 세금을 뜯을 궁리밖에 안 하는 놈들이라서 그렇습니다!
"뭐, 어느 나라든 자기 나라 농가 정책은 만족스럽지 않죠."
하수영은 비프스 캘론과 근황 이야기를 좀 더 나눈 후 통화를 끊었다.
"으음, 메탄가스라……."
「축산업 테크트리를 올리다 보면 분뇨 등 배출물 처리기술에 결국 손이 닿기 마련이죠…….」
"그러고 보니 우리 목장은 어떻게 하고 있지?"
「최진국 사장이 기존의 방식대로 배설물을 처리하고 있습니다. 메탄 가스 처리는 어림도 없죠. 그런 문제가 있는지도 모를 겁니다.」
"나중에 10억 마리 목장 체급으로 갖추려면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하기 해야 하는데."
「국내에도 관련 기술을 연구하는 업체들이 꽤 있습니다. 한 번 연락을 취해볼까요?」
"그래. 날 잡아서 싹 모이라고 해봐."
***
며칠 후,
프리덤의 공문 을 받은 업체 사장들은 부랴부랴 청담동으로 향했다.
하수영은 휴민트타워 최상위 레스토랑 일부 블록을 아예 대관해 버렸다.
총 37개의 업체에서 프리덤의 공문을 받고, 자리에 참석했다.
하수영이 나타나기 전, 그들은 가슴이 쿵쾅거리며 뛰고 있었다.
'온실가스 포집 기술이 테마라니.'
'분명히 소 목장 메탄가스 때문일거야. 이제 유럽에서도 진짜 소고기 규제한다고 하니까.'
'핵융합 기술에도 그렇게 큰돈을 투자하셨으니까, 어쩌면 이쪽에도?'
얼마 후 하수영이 나타났다.
멜빵바지에 체크무늬 반팔 셔츠, 목이 긴 가죽 부츠.
흙이 묻지 않고 깨끗한 새 옷이지만, 영락없이 농장으로 출근하는 농부의 차림이다.
"반갑습니다. 하수영입니다."
그리고 하수영은 혼자가 아니었다.
프리덤과 반수성 금속처리 기술, 그리고 '맨 프롬 콜롬비아'로 유명해진 에릭 로한도 옆에 함께 하고 있었다.
"여러분을 모신 것은 쓸 만한 메탄 포집 기술 확보를 위해서입니다. 투자든 인수는 라이선스는 뭐든 다양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업체 사장들은 다들 마른침을 삼켰다.
"저도 잘 몰랐는데, 소가 배출하는 메탄이 엄청나다고 하네요. 근데 그게 지구 온난화를 야기하고, 이상 기후를 불러오고, 결과적으로 농사에도 큰 방해가 되고, 그러면 사료수급도 벅차서 목장 운영도 힘들어지고, 이렇게 악순환이 계속된다는군요."
다들 긴장한 채 하수영의 한 마디 한 마디를 놓치지 않으려고 집중했다.
"그래서 그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 최대한 빨리 나서려고 합니다. 포집이든 생성 억제든 뭐든 좋습니다. 대기권에 소들의 트림과 방귀를 뿌리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함께 연구해 보죠."
그리고 다들 차례차례 자기 회사, 연구하는 기술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하수영은 어떤 업체의 설명은 그냥 끄덕이며 흘려 넘겼고, 어떤 업체의 브리핑은 집요하리만치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업체들은 그런 하수영의 태도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는 몰랐지만, 자기 회사를 어필하기 위해 최대한 열심히 노력했다.
브리핑은 6시간 이상 길어졌지만, 하수영은 조금도 지쳐 보이지 않았다.
아예 풀코스로 만찬까지 곁들여가며 브리핑은 계속되었다.
그리고 드디어 밤이 깊어질 무렵, 브리핑과 질의가 전부 끝났다.
"여러분의 설명은 잘 들었습니다."
하수영이 천천히 입을 떼자 다들 지친 표정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았다.
과연 어떤 업체들이 간택을 받게 될까?
"그래서 기술을 구매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어떤 식으로 파실 건지 결정해서 최대한 빨리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그 말을 하고 하수영이 일어나자 다들 당황해서 엉거주춤 일어났다.
"저, 의원님, 구매를 하신다면 어느 업체 기술을 구매하신다는 건지……."
"아, 전부 다요."
"네?"
"저, 전부 다요?"
"그렇다면 여기 있는 업체 전부……."
당혹스러움이 섞인 적막이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