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891화
216장 라이플's 프리덤 (7)
대회 승인이 났고, 하수영은 곧바로 준비위원회를 구성했다.
위원직에는 수렵인, 육군장성, 국내총기제조회사, 산림청, 농촌에도 각각 자리를 할당해 주었다.
"이 대회의 본질은 단순히 사격 솜씨를 겨루는 것을 넘어서, 고대부터 이어진 수렵 활동이 현대에서 어떤 의미로 자리 잡아야 하는지를 다시 한번 새겨보는 데 있습니다."
"네, 의원님."
"위원장이라고 불러주세요. 지금 저는 대회위원장으로서 여러분들과 함께하고 있으니까요."
"알겠습니다, 위원장님."
육군장성의 눈빛은 활활 불타오르고 있었다.
육군은 절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을 참이었다.
해군에 뺏겼던 5스타의 마음을 다시 가져오고 말리라.
다행히 스포츠 주 도구가 사냥용 총이다 보니, 육군이 독점할 명분이 충분했다.
"수확이 끝난 이후에 대회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대회 일정은 열흘, 숙식은 스폰서 그룹에서 책임지겠지만 교통비는 기본 상금으로 제공을 할 겁니다."
"모두가 적게나마 상금을 받는 대회로군요."
"네, 일종의 참가상이지요. 멀리 해외에서 오는 엽사들은 항공 티겟값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으니까요."
"개인 총기 배송 문제는 어떻게 합니까? 총을 화물로 가져올 수는 없을 텐데요."
"육군이 거기서부터 관리를 해주셔야죠. 다행히 청담수영병원선은 전 세계 대부분을 커버하고 있습니다."
육군장성은 얼른 말했다.
"그렇다면 육군 병력을 차출해서 청담수영병원선에 파견한 후, 헬기와 수송편을 통해서 참가자들의 총기를 일괄 수거해서 반입한 뒤 보관을 하겠습니다. 반환도 같은 절차로 하고요."
"오, 그렇게 하면 총기반입과 관리 문제가 단번에 해결되겠군요. 그 대신 육군의 관리부담이 크겠습니다."
"대회의 안전을 위해서라면 이 정도쯤은 얼마든지 감내할 수 있습니다."
다른 위원들도 이에 질세라 저마다 다양한 의견을 내놓았다.
"그 지역특산물을 간식거리로 마음껏 먹을 수 있도록 제공하는 건 어떻습니까? 방송에도 자주 비칠 테니 합법적인 PPL로 좋을 거 같습니다."
"좋네요. 그 비용도 스폰서 그룹에서 책임지는 걸로 하지요."
"위원장님, 일부 코스는 국산엽총만 참가한다는 게 무슨 취지인지 알고 싶습니다."
"글쎄요. 국산엽총도 홍보할 겸 해서 그런 코스를 만들어봤으면 하는 마음에서 한 말인데, 아직 뚜렷한건 없어요."
방산업체 총기제작에서 나온 위원은 반색을 하며 말했다.
"그럼 이벤트성 미니 단독 대회를 집어넣는 것은 어떨까요?"
"이벤트? 미니 단독?"
"자기 총이 아닌, 대회 측에서 제공한 국산엽총으로만 참가할 수 있는 미니 대회입니다. 전체 대회와는 무관하고, 상금도 소소하게 1, 2억정도 가져갈 수 있게끔 한다면……."
"아, 그것도 괜찮네요. 그런데 이벤트라고 하지만 상금이 너무 적은 거 아닌가요?"
"그, 그럼 5억 원 정도로 하겠습니다."
하수영은 끄덕거리며 말했다.
"저를 지지해 주시는 청담동 후원회 어르신들께서 십시일반으로 1,000억 원을 모아주셔서, 총상금은 벌써 해결이 됐습니다."
"……."
"……."
다들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십시일반으로 모은 돈이 1,000억원이라니.
재벌 기업들도 그렇게는 못 할 텐데.
'후원회 멤버들, 두당 4, 5억씩 일괄적으로 걷어서 냈다던데.'
'역시 청담동 마왕성…….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건 이유가 있는 거야'
"대회 홍보와 마케팅은 제가 전담하죠. 제가 방송국에 인맥이 좀 있으니까 어렵지 않을 겁니다."
"네, 그 부분은 위원장님을 믿고 전혀 신경 쓰지 않겠습니다."
방송국이 참여하지 않고 버틸 수가 있을까.
미디어의 신흥 황제라 불리는 하수영이 처음으로 주관하는 스포츠 대회인데.
적어도 CVN케이블은 내내 엽총사격대회만 떠들어댈 것이다.
"그럼 대회가 잘 열릴 수 있도록, 위원 여러분들 잘 부탁합니다."
"네! 위원장님!"
***
그렇게 차근차근 대회 준비에 들어갔다.
스포츠계는 여전히 엽총사격대회에 큰 관심을 갖고 있었고, KBO는 만성우울감이 본격적으로 짙어지기 시작했다.
화산 호크스 팬들은 경기장에서 이렇게 비난을 터트리기도 했다.
"니들이 얼마나 못하면 구단주가 코빼기도 안 보이고 다른 종목에 눈을 돌리고 있겠냐고!"
"니들한테 줄 연봉으로 차라리 멧돼지 고라니 쏴 죽이는 게 더 낫다. 이런 뜻이다!"
"이런 고라니만도 못한 놈들!"
하수영이 구단 인수 후, 처음으로 가진 시구식 인터뷰가 다시 재방영을 타기 시작했다.
무려 170km/h의 강속구를 던진 그 경기에서, 화산 호크스는 15:0으로 이겼었다.
-오늘 경기 내용은 만족스러우셨나요? 무려 15:0으로 이겼는데요.
-노코멘트하겠습니다. 선수와 코치 진은 무슨 의미인지 알 거라고 믿습니다.
내가 뛰었으면 50:0도 모자랐다.
이 병신들아! 하고 외치는 바로 그 눈빛.
팬들은 그날 그 경기를 미친 듯이 파고들기 시작했다.
「이날 경기, 그러고 보니 뭔가 이상했어.」
「평소의 호크스였는데, 15:0으로 이기는 게 말이 안 되지..\」
「0:15로 졌다면 말이 되지만 말이야.」
「이상하게 이날 뽀록이 많이 터졌어. 내가 본 것만 해도 수십 번은 된 듯.」
「맥산이 정말 못하긴 했는데, 잘보면 뭔가 이상하지 않아?」
「맥산이 치는 공마다 어떻게 저렇게 병살이 되고, 글로브에 쏙 들어가고, 아주 난장판도 아니었지.」
「맥산이 우리보다 더 못해서 대승을 한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사실 구단주 후광 효과 덕분이 아닐까??」
「구단주가 지켜보는 것만으로 우리에게 버프, 맥산에 디버프가 가해진 거라고 생각함.」
「맙소사, 저게 버프를 얻은 호크스라고?」
「oo, 버프 얻어서 그나마 저 정도 잘한 거.ㅋ」
이렇게 팬들은 구단의 사기를 무차별로 깎아내리며, 타 종목에 눈을 돌린 구단주의 마음에 적극 공감하고 있었다.
반면 비인기 종목들은 '혹시 우리도 언젠가는?'이라는 기대감을 품은 채 엽총사격대회 주변을 기웃거렸다.
"구단주님, 우리 배구 경기에는 아직까지 한 번도 안 오셨었는데."
"사격대회가 우리 프리시즌에 열리 는데, 우리도 거기 가야 하는 거 아니에요?"
"이제 와서 총이라도 배우자는 거야, 뭐야?"
"그게 아니라 자원봉사든 뭐든 가서 얼굴 비치고 하는 게 구단주님께도 좋지 않을까요?"
"흠…… 이건 일리가 있는데, 감독님께 한 번 건의를 해봐야겠어."
전국의 엽사들이 쓸고 다니는 덕분에, 농촌의 피해는 높은 비율로 감소했다.
그러자 습격 피해가 주로 야간, 새벽에 집중되는 현상이 벌어졌다.
살아남은 개체들이 엽사들이 주로 활동을 하지 않는 틈을 타서 돌아다니기 시작한 것이다.
그럴수록 엽사들은 낮에 더욱 숨어 있는 유해조수들을 찾아서 사살했다.
「마스터, 엽사들의 활동 증가가 개체수를 줄이는 데에는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야간과 새벽에 작물을 덮치는 것은 막지 못합니다」
그들도 잠을 자야 하고, 또 어두울 때에는 총기사고가 날 우려가 있어서 활동을 꺼려 했다.
「농사로봇에 최소한의 자위능력은 필요합니다. 저에게도 총기의 자유를 허가해 주십시오.」
"음, 확실히 새벽에 피해가 집중되는 경향이 커지고 있어."
「마스터의 전능한 코딩으로 만들어진 저는 그 어떤 총기 사고도 방지할 수 있습니다.」
"나도 믿는다. 너를 믿는 게 아니라 너를 만든 나를 믿어. 근데 사람들은 못 믿는 게 문제지."
「멧돼지와 고라니 놈들이 영악하게도 이제 작은 로봇들을 노리고 있습니다. 이미 2개체나 파손을 입고 수리에 들어갔습니다.」
멧돼지들도 이제는 영악해서, 비행능력이 없는 작은 로봇들은 상대가 안 된다는 걸 파악했다.
잡초를 고르고, 수확물을 따고, 줄기를 제거하는 일을 하는 작은 로봇들이다.
하수영도 뺨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확실히 놈들도 습득을 하고 있단 말이야. 트랙터는 무서워하면서 비싼 작업 로봇들은 전혀 겁내질 않으니……."
「수렵과 별개로 현장에서 로봇과 작물을 지킬 최소한의 자위 능력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총, 총. 안전한 총. 멧돼지만 잡는 안전한 총이라……."
「형상에너지 중립화 변환 펄스 도축설비를 개조하는 건 어떻습니까?」
"그건 지금보다 더 작게 만들 수가 없어. 그렇게 큰 걸 어떻게 이동시키냐? 게다가 사정범위도 그리 넓지 않고."
하수영은 계속 생각에 잠겼다.
"무살상 포획 방식으로 가던가, 아니면 이 시대에서 상상이나 규명이 불가능한 아득한 무기 체계를 갖춰야 되는데."
「포획보다는 규명이 불가능한 아득한 무기체계가 더 멋진 거 같습니다.」
"입자반응탄? 다크매터밤? 소멸입자포는 좀 오버인 거 같고."
「전부 다 멋져 보입니다. 아! 마스터! 지금 또 로봇 1기가 습격을 받았습니다! 완전 파손!」
"진짜 이거 산에 호랑이라도 풀어 놔야 하나. 대체 몇 마리나 서식하고 있는지 궁금하네."
하수영은 며칠 동안 궁리도 했고, 시험 제작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현대기술로는 불가능한 부분은 아직 미숙한 신어 권능으로 대체를 했다.
"소멸입자포는 아직 무리구나. 기술이 더 발전하든, 신어가 더 늘어 나든지 해야겠네."
「청담동이라면 둘 다죠.」
"신어 갈고닦으려면 하루 종일 입을 털어야 하는데 그게 얼마나 힘든지 알고."
「전 하루 종일도 할 수 있습니다.」
"응, 이것도 패스."
그리하여 하수영이 최종적으로 만들어낸 것은 바로…….
"자, 이제부터 이것을 제우스의 창이라 부르겠다."
「어떤 병기입니까?」
"지정한 곳에 벼락을 내릴 수 있어. 멧돼지쯤은 한 방에 보낼 수 있지."
「오! 이거라면 무기를 장착했다는 의심은 받지 않겠군요! 근처 피뢰침에 떨어질 가능성은 없습니까?」
"피뢰침 바로 5m 옆에도 정확하게 떨어뜨릴 수 있다. 성능은 확실하지."
「마스터의 무한전생 도서관에는 정말 어떤 지식들이 들어 있는지 궁금합니다.」
"아무튼 논밭에 접근하는 유해조수한테만 사용해야 한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절대 실수를 할 일은 없을 겁니다.」
"어차피 사거리가 짧아서 농지에서 멀리 떨어진 민가에 실수로라도 피해를 줄 일은 없지만, 그래도 관리 똑바로 해라."
「저를 믿으십시오…….」
"물론 믿지."
「예, 저를 만든 마스터를 믿으십시오.」
그 뒤로 농가 피해는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수영농장에서 로봇 렌탈을 해주는 농가는 유해조수들이 얼씬도 하지 못했다.
신기하게도 농지 주위에서 갑자기 죽은 멧돼지, 고라니 사체가 발견되기 시작했다.
엽사들은 그런 사체들이 늘어나자 의아하게 여겼다.
"이거 뭐지? 왜 여기에 죽어 있는 거야?"
"심장마비라도 일으켰나?"
"겉보기에는 멀쩡한데, 이거 혹시 전염병이라도 도는 거 아니야?"
하수영이 만든 제우스의 창은 의도적으로 사정거리가 짧았다.
때문에 프리덤은 제우스의 창이 장착된 농사로봇을 멧돼지한테 10미터 이내로 접근시켜야 사살할 수 있었다.
잦은 벼락이 내리면 곤란하기에, 프리덤은 벼락 출력을 낮게 조절했다.
겉표면이 타지 않고, 딱 심장마비만 일으킬 정도로.
때문에 엽사들이 보기에는 외상없이 멀쩡한 상태로 죽은 것으로 보였다.
이에 농식품부에서는 바짝 긴장해서 대응 태세를 높이기 시작했다.
-원인미상의 야생동물 전염병이 돌고 있는 거 같다!
-즉각 농가에 방역망을 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