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갓 889화
216장 라이플's 프리덤 (5)
하수영은 SNS 계정이 여럿 있다.
농부 계정, 정치인 계정, 요식업자 계정 등등으로 구별을 해놓아서 일상을 전한다.
그중 하나인 '구의원 하수영입니다.'에 포스팅이 하나 올라왔다.
[고기를 사랑하는 분들과 함께 회식 기념.]
#돼지고기 #소고기 #닭고기 #오리고기 #사슴고기 #순록고기 #활어 회 #매운탕 #생선튀김 (중략)
-안녕하십니까, 강남구의원 하수영입니다.
-오늘은 고기를 사랑하는 분들과 함께 뜻깊은 고기잔치를 벌였습니다. 모두 제가 정성껏 기른 고기와 생선으로 한상 거하게 대접해 드렸습니다.
ㄴ와, 의원님! 너무 맛있어 보여요 ㅠㅠ
ㄴ진짜 진짜 맛있어 보인다. 나도 저 자리에 끼었으면……. (군침 줄줄)
ㄴ근데 저 사람들 동물단체 회원들이잖아?
ㄴ어? 그게 정말임?
ㄴoo 의원님 사무실 앞에서 불법 시위하다가 창제일지 도난 혐의로 잡혀간 사람들임.
ㄴ와, 대박. 그럼 의원님은 자기 사무실 앞에서 시위한 놈들에게 식사 대접한 거임?
ㄴ하 의원님이 워낙 대인배이시긴하지.
ㄴ고기 뜯는 사진들 보니까 아주 다들 맛있게 처먹고 있네.
ㄴ아니, 동물보호단체 회원들이면 고기는 금지해야 하는 거 아님?
ㄴ아니. 꼭 그렇지는 않은데? 동물보호단체라고 해서 무조건 채식만 하는 건 아냐. 불필요한 살상을 지양하고 동물학대를 금지하자는 취지일 뿐이라고.
ㄴ농촌이 피해를 보든 말든 멧돼지, 고라니를 잡아선 안 된다는 게 '불필요한 살상 지양, 동물학대 금지'하고 무슨 상관인데?
ㄴ그래. 이거는 꼭 대답하고 가라.
ㄴ방금 동물단체 실드 치던 놈 어디 갔어? 왜 아무 말이 없지?
ㄴ농촌이 피해 보든 말든 멧돼지 잡지 말자고 빼애액거리던 놈들이 그 농촌에서 기른 돼지고기 소고기는 아주 맛있게 잡수시는데?
ㄴ개소리하지 마라. 소돼지 농장하고 멧돼지 작물 피해가 무슨 상관인데?
ㄴ나타났다. 다시 나타났어!
ㄴ너 이 새끼, 저 사진 속에 한 명이지? 내가 아이피 추적해서 반드시 찾아내고 만다.
ㄴ벼 수확하고 남은 짚으로 배합사료 재료 사일리지 만드는데, 멧돼지가 논 새싹을 파헤치면 당연히 가축농장도 피해를 보는 거지.
ㄴ1차원적으로만 생각하는 방구석 여포들이 어디 한둘이냐. 한국에만 1,500만 명은 될걸?
ㄴ이 사진은 기필코 박제해야겠다.
ㄴ앞으로 동물 보호하라고 빼애액거리는 놈들한테 옛다 하고 이 사진 던져주면 될 듯.
ㄴ동물 살점을 사랑하는 단체.jpg
ㄴ엌ㅋㅋㅋㅋㅋ 동물을 사랑한다는 게 동물 살점을 사랑한다는 뜻이었엌ㅋㅋㅋㅋ?
ㄴ알고리즘, 아니 프리덤의 인도를 받아서 이 포스팅을 보러 왔습니다. 여기가 동물 고기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박제된 곳입니까?
ㄴ수영 오빠, 저하고 결혼해 주세요.
ㄴ저년 말고 저하고 결혼해요, 수영 오빠.
하수영은 단체 기념사진 외에도, 다 같이 맛있게 식사하는 사진들을 함께 묶어서 올렸다.
반응은 폭발적으로 뜨거웠다.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서 댓글이 10만 개 이상 줄줄이 달렸다.
간혹 사진 속 인물들의 신상에 관한 댓글이 달리긴 했지만, 그것은 누가 확인하기도 전에 칼같이 블라인드 처리되었다.
어쨌든 간에 의원사무실 앞에서 시위를 했던 협회원들은 전국적인 망신을 당했다.
"티배깅의 끝은 바로 영구 박제죠."
하수영의 말에 장효주가 깔깔 웃었다.
"너무 심하지 않냐고 하면 제가 나쁜 년이 되겠죠?"
"그 공감을 저놈들 말고 저한테 적용해 달라고 제가 말하겠죠?"
"심하긴 했어요. 물론 저 사람들이요. 멧돼지 고라니가 농촌에 피해 입히는 건 왜 쳐다보지도 않는지 모르겠어요."
"그건 돈이 안 돼서 그렇습니다."
"아하, 결국 돈이에요?"
"세상이 그런 거 아니겠어요? 단체나 협회랍시고 이름 내건 족속들은 대부분 돈이 목적이죠."
"그럼 정말로 창제일지를 빼돌릴 목적으로 시위를 기획했던 건가요?"
하수영은 어깨를 으쓱했다.
"그거야 제대로 밝혀진 게 없어서 알 수가 없죠. 아무튼 창제일지는 무사합니다."
"보안시설이 철저해서 다행이에요."
"그럼요. 비싼 걸 보관하는데 당연히 시설에 돈 많이 들여야죠."
"진짜 사람들이 수영 씨가 가축한테 얼마나 크게 신경 쓰는지 사람들이 알아야 할 텐데. 저는 그 전용도살장 시설 보고 감탄했잖아요."
수영목장은 이웃이자 정치 동료인 최우석의 조카 최진국이 총괄한다.
수영목장에서 기른 소, 돼지 등 가축들은 모두 하수영이 만든 도축시설에서 도축된다.
도축장은 개방형 목장 구조로 되어 있어, 지능이 높은 소나 돼지도 도살 장소라는 것을 전혀 알지 못한다.
가축들은 산책을 하다가 어느 순간 잠이 들어버리고, 그대로 아무것도 모른 채 숨이 끊어진다.
"그 도살장비가 군사무기를 개조해서 만든 거라고 했죠?"
"네."
"그럼 가격도 엄청 비싸겠네요?"
"당연하죠. 직접 만들어서 얼마 안들었지, 돈 주고 사오려면 청담동전부를 팔아도 어림도 없습니다."
"와, 그 정도인가요?"
원래 별을 지져서 블랙홀로 만들 때 쓰는 대항성병기를 다운그레이드한 것이니까.
하수영의 도축장에서는 가축들에게 최소한의 고통이 아니라 '전혀 고통 없는 죽음'을 준다.
"먹고 먹히는 것은 자연스러운 생태계의 흐름인데, 그걸 부정하는 것은 생명의 본질을 망각하는 거죠. 인간도 따지고 보면 죽은 다음에 결국 흙 속에서 미생물들한테 먹힙니다."
-먹는다는 것은 매우 신성한 생존행위입니다. 거기에 불합리한 제한을 두는 사람들을, 저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프리덤, 오늘따라 너 말투가 살짝 흥분한 거 같다?"
-이해해 주십시오, 주인님. 제가 먹는 이야기만 나오면 회로가 종종 오버클럭을 일으키는 바람에 그만…….
장효주는 얼른 손사래를 쳤다.
"아냐, 원래부터 농장 컴퓨터라며? 그럼 충분히 그럴 수 있지."
-근데 장효주 주인님, 요즘 마르신 거 같은데 좀 더 살을 찌워야 하지 않을까요?
"어떡해요? 저 살 찌워요?"
"광고주이자 제작자로서 말씀드리 는데 지금이 딱 좋아요. 스크린에 아주 좋게 나올 라인입니다."
"들었지? 나 다음 영화에도 섭외받으려면 우리 제작자님에게 잘 보여야 해. 근데 우리 맨 프롬 콜롬비아 2는 언제 찍어요?"
"제가 요즘 돈이 없다 보니……. 그래도 1보다는 제작비를 더 많이 들여야 하잖아요?"
"돈이 없다뇨? 수영사채 총수신액이 1,500조 원을 돌파했다고 들었는데요? 게다가 대부분 외환이라면서요?"
"취미 활동 하자고 적금 깰 순 없잖아요. 그건 함부로 못 건드리는 돈입니다."
"진짜 시즌2 제작비로 대체 얼마나 쓰시려고 그래요?"
시즌1 제작비만 5,000억 원이 넘었다.
국내 영화계에서는 지금 시즌2 제작비가 얼마나 될지를 놓고, 온갖 내기가 오가고 있었다.
속편 제작비가 1조 원을 넘어가는 건 아닌지를 놓고, 미디어계가 술렁이는 중이다.
참고로 시즌 1은 아직 손익분기점에 도달하지 못했지만, 해외에서 무시무시한 매출을 기록하며 기록을 갱신하고 있었다.
"시즌1에서 아쉬운 게 많았어요. 그걸 다 보완하려면 제작비 2, 3배로는 어림도 없을 거 같아서요. 음, 그냥 수영사채가 직접 투자를 하는 것으로 할까?"
"아, 그것도 괜찮겠어요. 그럼 적금을 깰 필요도 없잖아요."
장효주는 뭔가 웃기다고 생각했다.
하수영이 찍는 영화 제작에 하수영이 돈을 빌려주는 구조라니.
***
다른 단체들의 멧돼지, 고라니 보호 이야기는 쏙 들어갔다.
하수영의 정치인 SNS에서 개망신을 당한 걸 봤기 때문이다.
겉으로 보기에 하수영은 그들에게 친절을 베풀었을 뿐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내면에 있을 다른 의도를 읽으려고 애를 썼다.
"이게 하수영 의원 방식의 경고이든 아니든 간에, 이놈들이 X됐다는 건 사실이야."
"함부로 건드리면 안 될 사람인데, 하룻강아지들이 용 무서운 줄 모르고 이빨을 들이댔으니."
"의원사무실 앞까지 쳐들어가서 진을 친 건 선 한참 넘었지."
수렵 반대 여론은 쏙 들어갔고, 전국의 엽사들은 한결 마음 편안하게 유해조수들을 사냥할 수 있었다.
그들은 철저히 작물에 피해를 입히는 유해조수들만 사냥했다.
논밭을 망치는 멧돼지와 고라니.
과수원 과일을 망치는 까치 등.
심지어는 벌써부터 포상금으로 1억이상을 챙긴 엽사도 나왔다.
그러자 하수영이 1억짜리 엽사를 초청해서 격려하는 행사를 기획했다.
[명월 1일, 수렵인들의 밤 행사에 전국의 모든 수렵인들을 초청합니다.]
[이 날부터 익일까지 2일간은 수렵포상금은 지급하지만, 그 내역이 '50위 순위'에는 집계되지 않습니다.]
[수렵인들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즉 저 이틀간은 연말 추가 포상금 50인 결정에 아무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니 마음 편안하게 행사에 참여 하라는 배려였다.
물론 순수한 사냥 포상금만 원한다.
면 참여하지 않고 사냥을 하러 다녀도 되지만, 행사 당일, 3천여 명의 참가자들이 르주블랑 호텔에 모여들었다.
그들은 호텔 측이 신경 써서 준비한 만찬에 즐거워했다.
"이야, 든든한 후원자가 생기니 우리 수렵계에도 이제 드디어 볕이 드는 건가?"
"의원님이 러시아에서 부틴 대통령하고 순록 사냥하러 다닌 사진 봤어? 아주 즐거워하시는 표정이었는데."
"내가 그거 보고 딱 알아봤지. 의원님도 뼛속까지 수렵인이구나 하고 말이야."
머리부터 발끝까지 황금색으로 도배하고 나왔을 때는 다들 잠시 당황했지만, 이내 크게 즐거워하며 손뼉을 쳐주었다.
아무래도 수렵인들이다 보니 대부 분 40대의 장년층이 많았다.
"누구보다 가장 먼저 누적 포상금 1억 원을 달성하신 우리 군사양 엽사님을 모시겠습니다. 박수!"
짝짝짝!
우렁찬 박수 속에서 40대 장년인 이 쑥스러운 표정으로 단상에 올랐다.
"뭐든지 최초는 중요하죠. 군사양엽사님이 포상금 1억을 달성하셨다는 것은, 농가가 입었을 손해 10억원을 방지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하수영이 그렇게 말하자 포상자는 물론이고 다들 감동으로 물들었다.
"군사양 엽사님께는 금으로 만든 모델 사냥총 1정을 기념으로 드리겠습니다."
"우, 우와! 그거 금 얼마짜리 들어갔어요?"
수렵인들 사이에서 그런 외침이 나오자 다들 웃음이 터졌다.
"순금 5kg으로 만든 장식총입니다."
군사양 엽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럼 금값만 받아도 2억 5,000만 원이 아닌가?
그저 번쩍거리는 장식품인 줄만 알았던 모델총의 가치에, 수렵인들의 눈이 초롱초롱해졌다.
군사양 엽사가 황송해하며 2억 5,000만 원짜리 장식총이 담긴 케이스를 품에 안고 내려갔다.
"한마디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농가 보호를 위해 기획한 포상금 대회지만, 예상외로 좋은 반응을 얻었고, 또 이것을 더욱 발전시키는 게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수영이 조용히 말을 잇자, 분위기가 진중하게 가라앉았다.
"그래서 포상금 대회와 별개로 하수영배 사격 대회를, '앞으로 매년개최'하고자 합니다. 추수기가 끝난 가을에 실시할 생각이며, 한 해 총 포상금은…… 그냥 천억으로 할게요."
"우, 우와아아!"
"단, 수렵 진흥을 위해서 기획한 사격 대회이니만큼 총기는 사냥용 엽총으로만 제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