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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갓 888화

216장 라이플's 프리덤 (4)

경찰들은 빌딩 전체를 봉쇄한 뒤, 곧바로 1층 로비 CCTV를 전부 체크했다.

"지하주차장으로 출입했고 1층에 한 번도 온 적 없는 손님들은 모두 내보내."

"1층 로비 위주로 뒤져. 창제일지 전시관에 접근할 가능성이 높은 이들로."

"용의자들이 로비 바닥에 진을 치고 난 이후에 일반 관람객의 발길이 끊겼습니다. 제3자가 전시관으로 접근하려면 용의자들 인파를 뚫고 지나가야 하는 상황입니다."

"좋아. 용의자들 외에 제3자가 전시관으로 접근할 가능성은 전혀 없군. 나머지 인원들은 전부 내보내. 아, 혹시 모르니 신원 확인은 해둬."

"알겠습니다."

그렇게 1층을 제외한 전층의 방문객들은 금방 혐의를 벗고 빌딩을 나갈 수 있었다.

이제 남은 것은 1층 로비에 있던 협회원들.

그리고 의원사무실에 있던 후원회노인들과 직원들이었다.

사무실에 있던 이들도 금방 혐의를 벗었다.

그들이 전시관으로 접근하려면 시위 인파를 뚫고 지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역시 협회원들이 가장 유력한 용의자입니다."

"하필 4:30부터 4:55까지 시스템오류로 1층 CCTV 영상이 날아가 있습니다. 이 25분 사이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CCTV가 끊어진 게 시스템 오류일 리가 없지. 치밀한 놈들이야."

"물론 전원이 공범은 아닐 겁니다.

그저 뇌가 순수해서 시위를 하러 온 회원들이 대부분이겠죠."

"동물보호 시위를 의원사무실 앞에서 한다는 것을 의심했으면 이렇게 이용당하지는 않았을 텐데."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도 못 했나 봅니다."

시위 장소를 이곳으로 정한 부협회장은 누구보다 가장 강력한 의심을 받고 있었다.

"아는 걸 전부 털어놓는 게 선생님께도 좋을 겁니다."

"아! 난 진짜 아무것도 모른다니까요! 그냥 하수영 사무실이 여기라서 이곳에서 시위를 하면 우리 목소리를 조금이라도 들어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왔을 뿐이라고요!"

"농장 앞에서 일부러 시위 신고도 하지 않은 채 불법시위를 하다가 쫓겨났죠. 이곳을 시위 장소로 하려는 명분 쌓기용 빌드업이 아닙니까?"

"아니라고요, 정말!"

"당신이 모르는 사이에 이용당한 거라고 주장하고 싶은 거라면, 알고 있는 모든 걸 털어놓으세요."

부협회장은 미치고 펄쩍 뛸 노릇이었다.

"아니! 그나저나 여기는 경찰서도 아닌데 이런 데서 영장도 없이 막 취조해도 되는 겁니까! 이거 다 불법 수사 아닌가요?"

"도난 문화재의 소재를 1분이라도 빨리 파악하기 위한 비상조치이니 어쩔 수 없습니다. 징계를 받는 말든 그건 우리가 감당할 테니, 알고 있는 걸 모든 걸 털어놓으시죠."

"진짜 미치겠네, 정말!"

"그럼 이건 뭡니까?"

형사가 녹취 파일을 틀어주며, 녹취록을 옆에 같이 내밀었다.

부협회장은 흠칫 했다.

아까 스피커로 실컷 틀어주던 자신의 목소리.

바로 하수영한테 돈을 달라고 요구했던 그 녹취록이다.

"문화재 소유주한테 이런 불법적인 접근을 시도한 것부터가 이미 창제일지를 노린 빌드업이 아닙니까? 이래도 잡아뗄 수가 있겠습니까?"

"미치겠네! 정말 아니라고요! 아니에요!"

10조 원짜리 문화재 절취 혐의를 받는 협회원들은 제정신이 아니었다.

일부는 울먹거렸고, 흐느꼈으며, 떼를 쓰기도 했다.

"아니에요!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

고요!"

"변호사! 변호사를 불러줘요!"

"이건 불법 감금입니다! 불법 수사라고요! 우리는 정당한 조사를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협회원들은 결국 휴민트타워 1층에서 그렇게 꼬박 밤을 새워가며 조사를 받아야 했다.

외부에 연락을 할 수도 없었다.

"외부 조력자에 메시지를 보낼 수 있기 때문에 휴대폰 등 전자기기는 모두 압수입니다."

"아니! 외부 조력자라는 게 어디 있다고요!"

"당신들, 창제일지를 아주 밖으로 빼돌리진 못했을 테고, 분명 이 건물 어딘가에 숨겨놨지? 아마 외부 조력자가 쉽게 빼갈 수 있을 만한 위치일 테고, 그래서 그때까지만 버티려는 거 누가 모를 줄 아나!"

험악한 인상의 형사가 크게 호통을 치자 협회원들은 찔끔해서 입을 다물었다.

그저 억울했다.

죽어가는 멧돼지, 고라니가 불쌍해서 한 번 으쌰으쌰 했다고 이런 국보 절취범으로 몰릴 줄이야.

꼬박 하룻밤을 새도록 온갖 협박과 회유, 으름장에 시달리다 보니 몸도 마음도 녹초가 되었다.

외부에 연락이라도 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핸드폰이고 뭐도 죄다 압수당한 상황.

새벽 5시가 넘어갔을 무렵에는 이미 다들 물먹은 솜처럼 늘어져 있었다.

"찾았습니다!"

순간 날카로운 환호에 지쳐서 졸고 있던 협회원들은 눈을 번쩍 떴다.

하수영이 전시관에서 기쁜 듯이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경찰 책임자가 재빨리 그쪽을 향해 달려갔다.

"아, 이거 다행히도 전시관 아래의 패닉룸에 있었네요."

"그럼 도난당한 게 아니라는 겁니까?"

경찰 책임자의 목소리에 희미한 실망이 어렸고, 협회원들은 분해서 눈물을 찔끔 흘렸다.

도난당한 게 아니었다고?

그렇다면 밤새도록 자신들이 시달렸던 취조와 고생은 대체 뭔데?

"아, 총경님. 근데 문화재가 패닉룸에 들어갔다는 건 외부 충격이 가해졌다는 뜻입니다."

"외부 충격이라고요?"

중년 경찰의 눈빛이 다시금 날카롭게 번뜩였다.

"네, 도난에 대비해서 일정 이상의 충격이 가해지면 자동으로 패닉룸에 들어가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입출구가 열려 있어서 당연히 도난 당한 거라고 생각을 했죠."

"그렇다면, 범인이 충격을 가해서 입출구를 열고 빼내려고 했는데 패닉룸으로 숨겨지는 바람에 당황해서 그대로 도망을 쳤다는 의미로군요."

도난당하지는 않았지만, 도난을 시도했다는 정황은 오히려 또렷하게 남은 거 아닌가?

협회원들을 둘러보는 총경의 눈동자에 살기가 번뜩였다.

'기수'에서 '미수'로 바뀌었을 뿐, 범죄 사실은 여전히 존재한다.

"서장님, 어떻게 할까요?"

"문화재는 일단 찾았으니 더 이상 여기에 붙잡아둘 필요는 없겠지."

1분이라도 빨리 문화재의 행방을 찾기 위해서 이곳을 봉쇄했을 뿐이다.

이제 안전하다는 걸 알았으니, 더 이상 여기에 머무를 필요는 없다.

"전부 서로 연행한다."

이들의 도난혐의는 여전히 남아 있었다.

협회원들은 꼬박 사흘 동안 조사를 받았다.

결국 증거불충분 무혐의 불송치 결정을 받고서야 그들은 서를 나설 수 있었다.

-물증이 부족해서 풀어주는 것뿐이지, 심증은 충만하니까 앞으로 조심해야 할 거요.

형사들의 마지막 으름장이 그들의 귀에서 떠나지를 않았다.

의원사무실 앞에서 시위하자고 적극 밀어붙였던 부협회장은 이미 혼이 달아난 표정이었다.

"부협회장 형, 왜 저래?"

"몰라. 저 새끼가 무슨 상태인지 알 게 뭐야? 저 새끼 때문에 우리가 개고생한 거 생각하면 지금도 이가 갈리는데."

"저 새끼는 하수영 의원한테 돈 안주면 시위 계속 하겠다고 협박한 거 때문에 추가 조사받는다잖아."

"아, 그렇네. 그게 남아 있었어. 우리는 상관없지?"

"우리는 혐의는 없는데, 증인으로 몇 번 출두를 해야 할 수도 있대.

그래서 전화 잘 받으라고 아까 이야기한 거 못 들었어?"

"씨발, 다 끝난 줄 알았는데."

"창제일지 도난 건이야 다 끝났지."

"아, 진짜 억울해! 우린 정말 아닌데!"

"그거야 모르지. 우리는 아니지만 부협회장 저 인간은 누구한테 사주를 받았을 수도. 우리 데리고 전시관 앞에서 눈길만 끌어주는 대가로 돈 받았을 수도 있잖아?"

다들 피곤과 우울감에 찌든 눈으로 서를 나서는데, 커다란 관광버스 한 대가 서 앞에 정차해 있었다.

놀랍게도 하수영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 하수영 의원이다!"

"뭐, 뭐야? 설마 우리한테 해코지라도 하려고?"

며칠 동안 고생을 한 협회원들은 기가 죽어서 바들바들 떨었다.

하수영은 한껏 웃음을 머금고 그들에게 다가왔다.

"자자, 다들 고생 많이 하셨어요."

"우, 우리한테 왜 이러세요?"

"창제일지가 도난당하지도 않았는데 사흘간 고생한 것 때문에 제가 너무 마음이 쓰여서요. 식사라도 대접하려고 찾아왔으니, 절대로 한 분도 사양하지 말고 함께하시죠."

사양을 했다가는 가만히 놔두지 않겠다는 은근한 압박이 느껴졌다.

결국 회원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관광버스에 올라서 이동해야 했다.

하수영은 그들을 데리고 르주블랑 호텔로 이동했다.

미리 대관을 한 그랜드볼룸 연회장에는, 지친 그들을 위한 성대한 만찬이 준비되어 있었다.

"여러분들은 창제일지 도난 시도와 무관하다는 사실을 굳게 믿고 있습니다. 그래서 죄송한 마음에서 준비한 것이니, 사양하지 말아 주십시오."

하수영이 재차 말하자 회원들도 마음이 풀렸다.

그들은 저마다 포크와 수저, 젓가락을 들고 음식을 향해 달려들었다.

서에서 취조받는 동안 입맛이 없어서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했더니, 고급진 호텔 음식이 어디로 들어가는지도 모를 만큼 맛있었다.

"어때요? 지금 드신 건 우리 수영양식장에서 키운 도미로 만든 생선 튀김인데, 괜찮죠?"

"네! 진짜 맛있어요! 아니. 근데, 그 비싼 도미로 생선튀김을 만든다고요?"

"원래 비싼 횟감으로 튀김을 만들면 더 맛있는 법입니다."

"와, 이런 사치스러운 튀김이라니. 더 먹어야겠어요."

"자자, 여기 통돼지 바베큐도 마음껏 뜯어보세요. 무공해 청정 배합사료만 먹여서 키운 청정돼지입니다."

"이야, 진짜 맛있다!"

"수영농장산 볏짚 사일리지를 먹여서 키운 한우 스테이크가 맛없을 리가 있겠습니까?"

"진짜 맛있어요!"

"정말 너무너무 맛있어요!"

"우리는 의원님에게 못된 짓만 했는데, 이렇게 크게 대접해 주시니 너무 고맙습니다!"

어느 정도 배가 찬 이들이 다들 감격에 젖은 얼굴로 고마움을 표시했다.

하수영은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닙니다. 이렇게 동물의 살점을 사랑해 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우리 양식장과 목장이 잘 운영되고 있는 걸요."

"네?"

"그게 무슨……?"

"동물의 살점을…… 사랑……?"

무언가 이상한 뉘앙스를 느낀 회원들은 저마다 젓가락질을 멈췄다.

"응? 동물 고기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단체라고 알고 있는데, 그게 아니었나요?"

"……."

"……."

"다들 꿀떡꿀떡 잘 드시는 거 보니까 정말 동물을 아주 많이 사랑하시는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저 역시 동물의 고기를 아주 많이 사랑하거든요. 그래서 하루에 수십㎏씩 먹어 치우죠, 하하."

그제야 협회원들은 깨달았다.

이건 좋은 마음에서 하는 식사 대접이 아니다.

농락이고, 조롱이자, 티배깅이다.

"자자, 동물 고기를 몹시 사랑하는 우리 협회원님들, 식기 전에 어서들 많이 드세요. 오늘 제가 준비한 거 다 드시기 전에는 못 나가십니다, 하하."

고기는 아주 맛있었다.

입맛이 뚝 떨어진 상황에서도 살살녹아서 위장으로 넘어갈 만큼.

하수영은 웃는 눈동자를 날카롭게 빛내며, 그들이 동물의 고기를 사랑해주는 모습을 남김없이 훑고 다녔다.

마치 간수한테 감시당하며 식사하는 죄수가 된 기분이다.

"우리 기념사진도 한 방 찍을까요?"

이곳은 하수영의 본진, 그들은 쉽게 거절을 할 수 없었다.

결국 하수영을 중앙에 둔 채, 저마다 큼직한 살점이 붙은 뼈다귀를 든 채, 억지로 웃으며 기념사진을 찍어야 했다.

심지어 그 자리에서 바로 1x1미터 사이즈로 인쇄된 사진 포스터까지 나눠 주었다.

다음과 같은 문구까지 새겨서.

[고기를 아주 사랑하는 사람들의 만찬.]

그날 저녁, 대부분 체해서 밤새도록 고생을 했으며, 회복이 된 이후 대부분 단체에 탈퇴 메일을 보냈다.

그 이후에도 그들은 부협회장의 돈협박 혐의에 관해서 여러 증언을 하기 위해 종종 경찰서에 출두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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